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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19
    휴학생 노동자 故 문ㅇㅇ(1)
    득명

휴학생 노동자 故 문ㅇㅇ

 

 

 

 

 

[꽃별3집 - 05 Feeling Home.mp3 (7.38 MB) 다운받기]

 

 

 

   "쓰러져 못깨어난데? 집에서 그랬대?  어머.. 어떡하냐.  나이도 젊은데말야.  어머.. 증말 안됐다"

 

 

  아..  누구지?  유니폼을 건네주었을 거고..  흡연휴게실서 맞은편에 앉아 자판기 커피를 훌쩍거렸을텐데. 수시로 바뀌던 수산직원 중 가물가물 얼굴이 하얗고 뿔테안경을 썼던 젊은 수산직원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 친구는 여전히 매장서 일하고 있다. 2달여전 입사해서 형님 형님하며 잘따르고 성실하고 증말 착한 놈이였다는, 26세로 짧은 생을 마감한  헌혈 뇌사 장기기증 휴학 알바생 故 문ㅇㅇ.  오늘이 아마도 발인날일 것이다.  그가 일했던 곳은 각종 생선을 파는 수산매장이다.  그곳에서 일하시던 아주머니 2분은 암으로, 1분은 팔을 쓸수가 없어 얼마전 퇴사하셨가 다시 2분은 치료후 매장 다른 코너서 파견노동자로 알바일을 하고 계시다. 더는 못배기겠다며 애들도 얼추 컸으니 무조건 쉬고싶다며 그만두신 ㅇㅇ아저씨는 도나스 가게를 차리셨는지 모르겠다. 

 

    충북대학교 헌혈의 집은 별많다씨가 종종 가서 헌혈하고는 우산도 받아오고, 겨울이면 얼굴에 바르는 크림도 하나씩 받아오던 곳이다.  이제 서너번인가를 더하면 은장이라는 증서를 준다고도 하며 지금도 헌혈하라며 문자가 가끔씩 날라온다.  충북대학교 헌혈의 집은  학교안 도서관 옆 식당이 있는 학생회관 건물에 있다. 가끔은 갸름한 여학생이 헌혈하려다 퇴짜맞고 가는 비교적 좋은 시설의 헌혈의 집으로 헌혈하는 학생들이 갈적마다  1~2명은 꼭 있곤 하다.

 

  며칠전 대형포털서 우연히 본 기사..  충북대 헌혈의 집 헌혈후 뇌사, 장기기증 26세 문모씨, 휴학중 마트서 알바함. 그때까지도 나는 그가 누구인지 알지못했다.  혹시 아는 후배? 우리 마트는  아닐까...?  누구지?  나도 거기서 10번 넘게 헌혈했었는데..  26세야? 증말 안됐네..   까맣게 잊어버리고 담날 출근해서 괜히 바쁜척하며 사무실을 들락거리는데..  맨뒤에 앉은 부점장 아주머니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휴..  왜 사고보고서 안썼냐고 나보고 그러는데..  오늘 우리 SM 쉬는날이거든요. 그거 어디로 올리는거예요?  참내, 인터넷 검색해보면 이거 완전 기사 도배됐어요.  .....   쉬는날 같아 전화 끊은것 같은데 연락이 됐네요.. 미안해요.  기업문화팀에도 보고해야 되나요? 지역본부서는 왜 보고 안했냐하고 수산코너 SM한테 지금 어떠냐고 물어보고 있는데..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회사 경조사게시판에는 좀있다 올릴거예요"  

 

  난 잘못없는데..  왜 하필 나한테 그러냐는 듯 연신 전화기를 누르고 있었습니다.

 

  "근조화환을 지점장님 이름으로 보내야하나요?"

  "예전에 우리점서는 대표이사 이름으로 보냈는데요."

  "맞아요..  제가 대전에 있을때 근조화환 누구이름으로 보내나 본사서 불시에 나와서 검열하고 그랬어요. 알바생은 화환이 규정에도 없을텐데..  부산 침례병원이라는데, 근조화환 어떡해나..."

  "홈플러스로 바뀐다음 지금껏 모든 근조화환은 다 점장 이름으로 보냈고요..  회사대표 이름 하나 적힌 근조화환은 떨렁 있으면 별로 좋아보이지도 않아요.  규정 따지지 말고 점장이름으로 걍 무조건 보내세요.  본사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무슨일을 할테니까요. 나중에 본사서 점장 넌 뭐했냐? 하면 난처할거 아니예요?"

 

   휴학후 수산코너서 시급 4,350원, 일 6.5시간 계약직으로(TW) 일하며 그가 받았을 급여는 공제포함 한달에 약 735,150원. 하루 1~2시간 무임연장근로. 지난 5월달에 있은 밤샘 재고조사, 01시 연장영업을 가끔 시급에 포함한다해도 공제할 것 하고나면  최대 80여만원 정도.  그는 그 돈으로 무었을 할 생각이었을까?  등록금을 벌기 위함이었을까? 석달째가 지나는 한달만 더버티면 90여만원 받을 수 있다는, 평소 악명높은 수산과장의 말을 들었던 것일까?  힘들게 일하고 쉬는날 취업걱정에 충대 도서관을 가지만 않았어도, 그냥 쉬기만 했었어도 하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학교 정규교육과정 중에 근로기준법을, 사회나가 일하면 어느정도까지, 어떻게 일해야하며 얼마의 노임을 받아야한다는 가르침을 단 한번이라도 받았었더라면...  시키면 시키는데로 죽어라 일만하는 강압적인 매장 분위기를 10년째 마트서 굴러먹고 있는 초대 노조원으로서 조금이라도 깨트렸었더라면 하는 죄책감과 무력감이 든다. 

 

  휴학생 노동자 故 문ㅇㅇ 에게 영원한 빛과 안식이 함께하길...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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