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환 전 의원, ‘제몫 찾는 호남정치 원해’
-전북에 희망을 주는 신당으로 새시대 열어야
[브레이크뉴스 선임기자 박정례] 동요 중에 ‘개울물 모여 시냇물, 시냇물 모여 강물, 강물이 모여 바닷물’이라는 노래가 있다. 작고 약하고 좁은 것에서 크고 강하고 넓은 것으로 표현을 확대해가는 점층 기법을 사용하여 그야말로 넓은 바다가 이루어지는 원리를 알기 쉽게 이해시켜주는 내용의 노랫말이다.
서해로 흘러들어 거대한 바닷물을 이루는 금강도 알고 보면 전북 장수군의 뜬봉샘이라는 아주 작은 물줄기에서 시작됐다. 우리는 세상의 많은 일이 이와 비슷한 원리로 작동한다는 것을 본다. 걸어서 지구 한 바퀴를 완보(完步)하려 해도 ‘첫걸음부터 내딛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익히 아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삶의 근간을 이루는 진리는 이처럼 당연하고 평범하기조차 하다.
정치도 그렇다. 문제 많은 정치, 정치를 바꾸고자 하는 외침도 아주 작은 목소리와 뜻있는 사람들의 신선한 행동으로 시작한다. 장세환 전 의원이 전북희망연대라는 단체를 결성하여 첫걸음을 내딛었다는 소식이다. 장 대표(18대 전주완산을)는 유선호 전 의원(장흥 영암 강진지역 3선)과 함께 지난 9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정치, 경제, 사회 적으로 취약한 전남북발전 뿐 아니라 존재감 있고 제몫을 찾기 위한 전남북을 위해 희망연대를 결성하였다고 한다.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에 있는 장 대표의 사무실로 찾아가 전북희망연대와 장래 계획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지난 19대 총선에 불출마를 했다. 다시 활동을 재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19대 총선에 불출마한지 4년이 지났다. 하지만 정치는 오히려 제자리 걸음인 것 같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 통합민주당으로 가는 와중에서 불출마를 선언하고 물러나 있었는데 야당의 정치가 또다시 분화하고 있다. 기득권을 포기하고 선당후사 한 보람도 없이 특정정파의 패권만 깊어졌다. 지금 야당이 어려움에 처한 이유는 상당 부분이 이와 관련이 있다.”
-야당 지지자들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럽다.
“이 장세환이 불출마 선언한 때는 19대 총선이 시작되기 전 연말이었다. 당시 친노 세력들은 밖에 있다가 대통합민주신당에 들어오려던 참이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금은 거꾸로 친노를 떨치고 나가려는 흐름이 일어나고 있다. 시간 순서 상 그 앞의 일을 좀 말하겠다. 열린우리당이 깨지고 나서 친노 세력들은 대통합민주신당에 들어와 세 명이나 대선후보경선에 참여하게 된다. 이들은 경선에서 탈락하자 대통합민주신당을 대거 탈당을 한다. 겉으로 내세운 이유는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대표 밑에서는 당을 같이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랬죠.
“당을 나간 친노들은 스스로 폐족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바닥권 아니었나. 이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8%까지 추락했던 통계가 반증하고 있다. 덩달아서 야당의 지지율도 최악이었다. 오죽하면 전과 16범인 mb에게 정권을 다 뺏겼을까. 하지만 mb 정권의 실정과 무리수가 국민을 분노케 하고, 누구 말마따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서의 자살(?)’이 일어난 후 여론은 반전되기 시작한다. 한 전직 대통령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심정과 동정여론이 일었다. 당시의 정서가 그랬다.
이 같은 상황은 친노들에게는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 호기를 가져다 줬다. 이때부터 친노들의 재기 플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다. 밖에서는 영화배우 문성근이 백만민란이라는 친노 단체를 결성하느라 거리를 누비며 회원모집에 들어간다. 한편 안에서는 문재인이 노무현 재단을 꾸리고, 이해찬 역시 혁신과 통합이라는 결사체를 만들어 삼각편대를 구축한다.”
기자의 친구 중에 문성근의 백만민란 회원이 있었다. MB 정권에 비 호감이었던 친구는 마침 열변을 토하며 거리에서 회원을 모집하는 문성근씨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가입원서까지 쓰게 되었다.
지인은 민란회원으로서 충실한 행보를 한다. 강남역으로 청계광장으로 가두모집에 열심이었다. 어느 날엔가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대절버스를 타고 충남의 우금치로 간다. 문성근이 연 대규모 군중집회였다. 그곳에서 문성근의 연설도 듣고 가설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극도 보았다. 언제 연습을 했는지 연극은 상당히 완성도가 높았으며 사람들의 면면을 보아 그들은 상당한 문화 권력을 쥐고 있는 것 같았다.
왜 백만민란의 대규모 행사를 우금치에서 하는지 궁금했는데 간이화장실이며 모임장소며 우금치로 횃불행진을 하면서 필요한 소품 등 갖가지 제공되는 편의와 규모를 보면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거기서 친노 안희정 충남지사를 처음 보았고, 뭔가를 위해서 잔뜩 벼르는 그들의 모습을 목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세상일이란 참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와는 당을 같이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당을 나간 사람들이 공교롭게도 손학규 전 대표가 당을 맡고 있을 때 다시 들어오게 됐다. 아무튼 친도 세력들은 당도 없고, 국회의원도 없고, 기초단체장 하나 없는 외인부대 신세였다.
mb 정권의 계속되는 실정과 노무현대통령의 서거 정국으로 인해 부활을 노리며 정당세력화의 계획을 실현시키려 그 대상을 다른 정당이 아닌 그들이 뛰쳐나갔던 대통합민주신당이었다. 손학규 당시 대표 측에서도 뭔가 셈법이 있었다고 본다. 대선후보경선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파이가 커져야한다는 생각도 했을 테고 이제 갓 들어오는 세력보다는 자신의 입지와 장악력이 더 단단하다고 보았을지 모른다. 헌데 결과는 친노의 패권 장악으로 나타났다.
한편 MB정권 하에서 언론악법의 날치기, 한미 FTA 날치기 등으로 인해 야당 정치인으로서의 한계가 심화됐다. 지역구 의원의 한 사람으로서의 개인적인 입장은 LH본사 전북유치 실패로 무력감과 자괴감이 심했다. 지역민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의 빚이 무겁게 누르기 시작했고 이에 대한 속죄의 마음은 깊어지기만 했다.”
-의원님의 심리적 타격이 심했나보다
“수적으로 밀어붙이는 보수 여당에 판판히 밀리는 무력감이란(...) 통합과정에서 벌어지는 당내 분열과 갈등도 더 가중됐다. 강고한 보수여당을 이기려면 단일대오를 형성하여 뭉쳐야 하는데 사심과 자기주장만 난무하고, 국민이 요구하는 가치는 실종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투구 식 계파 이익으로 얼룩진 모습으로는 유권자들을 감동 못 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의 분열이란 무엇이었는지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다
“무리한 요구와 욕심이 분열의 씨앗 아니겠나. 분열은 패배로 직결되고 상처를 남긴다. 이 모든 것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에 두고 벌어진 일들이었다. 야당으로서는 질래야 질 수 없는 총선과 대선을 실패한 이유였다. 정권탈환의 호기에서 단결하는 모습 보다는 서로 싸우는 모습이었다. 당내 문제를 정치력으로 풀기보다는 법정 다툼으로 번질 기세였다.
통합협상이 논의되기도 전에 민주당 밖의 인사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다 버리라’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우리 나가신다. 다른 사람들은 다 비키라는 식이었다. 자신들은 남이 가진 것을 취하려 당내기반을 구축하려 들어오면서 상대를 향하여서는 ‘다 버리라’는 말부터 한 거다.”
대체 당시의 분열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좀 나왔으면 했는데 “‘다 버리라’는 요구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했다.”는 멘트가 나와 숨은 그림을 찾아 퍼즐을 겨우 맞춘 심정이었다.
-그때의 불출마 배경이 단순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랬다. 통합과정에서 일부 법정소송까지 준비하는 측이 있었고, 이를 보다 못해 새바람을 일으키자는 취지로 행동한 것이 불출마였다. 당시 성명에서 주장했듯이 ‘정당의 문제를 정당 안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법정으로 옮겨가는 것은 분열과 갈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았다. 당에서 선당후사 정신에 투철한 사람 10여명만 나서준다면 당을 추스를 수 있겠다 싶었다. 구약성경에도 보면 소돔과 고모라를 구할 의인 10명이 없어 멸망했다 하지 않았나.”
-행동으로 옮긴 분들은 누구였는지, 작금의 정치현실과 관련하여 설명해 달라.
“평택이 지역구였던 정장선 의원은‘국회 본회장에서 최루탄이 터졌을 때 19대 총선에 출마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어떠한 정치를 하는 게 좋은지 생각할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유선호(전남 영암,강진,장흥 3선)도 당선이 보장되는 자신의 지역구를 내놓고 서울 출마를 결행했다.
이런 것이 기득권 포기이지 않나. 정치는 세력이고 흐름을 타야한다. 당이 살고 총선에서 선전해야 정권교체도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이미지 쇄신을 주도해서 국민들이 야당에 지지를 보내는 흐름으로 바뀌도록 하고 싶어 결행한 일이었다. 정장선 의원과 유선호 의원과는 기득권을 포기하고라도 당을 살려보자는 뜻을 모은 동지다. 지금껏 매월 만나 야당이 나가야 할 바에 대해서 같이 고민해왔다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 9월에 유선호 전 의원과 같이 새정련을 탈당했다. 요즘 우리가 야당을 위해 하는 일은 지난 4년 내내 숙고 끝에 결정한 일이다. 앞에서 친노 들이 대통합민주신당에 다시 들어올 때‘다 버리면 이긴다.’는 논리를 들이대며 자신들은 취하려고만 했지 상대를 배려하지 아니하는 친노 세력의 행태에 대해 한 마디 했다. 오늘 날의 새정치민주연합을 보라. 우리가 염려하는 결과를 야기 시켜 기어코 당을 침몰 직전까지 오게 하지 않았나.
안면몰수하고 당권 장악과 친노 공천에 올인 한 그들이 한일에 대해 세상이 다 안다. 항간에서는 노이사 공천’이라고 불렀다. 친노와 이대 인맥과 운동권 486에 치우친 공천 독식이 너무 심했다. 사상 유래 없는 대승을 거두리라는 전망을 뒤엎고 결과, 총선은 참패로 나타났다.”
선거 실패를 자인하고 한명숙 대표가 물러났지만 그 자리를 친노 문성근이 대표최고권한대행이라 해서 꿰차고, 이어 열린 전당대회에서는 또 친노 이해찬이 당대표 자리를 차지했다. 친노는 당내선거에서는 연전연승이다. 헌데 진짜 선거에서는 연전 완패(完敗)다. 모바일선거와 당내선거는 과연 어떤 관계가 있는가.
“친노들은 그들의 의도대로 총선공천 다 하고, 문재인 대선후보 만들었다. 그러나 다 패했다. 이후도 문제였다. 아니 새정치민주연합이 오늘 날처럼 망가지게 된 것은 아무런 반성 없이 등장한 문재인 이후부터다. 총선 대선 다 패하고도 이제는 문재인이 당 대표로 나서서 다시 공천권 장악하고 대선후보까지 또 먹으려고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단 한 번의 진솔한 반성이 도무지 없다. 반성이란 대선에 패배한 문재인이 단 한번이라도 국민과 당원들 앞에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하는 건데 오로지 마이웨이만 내세우며 무한 질주한다는 점이다.
-정치에서 감동을 못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 장 대표님은 갈 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북희망연대에 대해서는 2부 인터뷰에서 이어가기로 하고 추가로 하실 말씀 있으시면 간단하게 해주시라.
"나만 옳다. 우리 정파가 당권을 독식해야 한다. 우리가 대선후보도 돼야 하고 대통령도 해야겠다는 독점의식은 위험하다고 본다. 우리는 대자연에서 생태원리를 배워야 한다. 공룡이 덩치가 작아서 멸종했나. 너무 비대해서 사라졌다. 편파성 강하고, 특정 계파의 독점체재가 지나치게 거대한 집단은 그만큼 고위험을 안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