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에 대한 로망

임플란트,,,윗니 발치와 인공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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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치료 시간이 잡혔다. 아침 9시였다. 7호선 먹골역에 있는 연세더베스트치과로 갈 예정이다. 윗니 아랫니 각 2개를 심기로 했는데 아랫니의 모양은 세 개로 보이는 식으로 진행할 것이라 했다. 참, 전날에 병원으로부터 받은 주의사항이 있었다. 치아를 빼고 나면 그 당장엔 음식을 못 먹기 때문에 굶고 오면 안 된다‘는 점이다.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한 덕분에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잠시 컴퓨터에 앉아 어제 손대다 만 일기를 쓰는 여유까지 부리다가 집을 나섰다.

 

난생처음 이를 빼본다. ㅎㅎ 아니다 엄밀히 말해서 그건 아니다. 어릴 적 이후로 수십 년 만에 발치를 하는 것이기에 ‘난생처음’이라는 표현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고 말았다. 지난번 스케일링을 하고 나서 잇몸치료에 들어갈 때 세어보니 왼쪽 위아래 잇몸 마취를 하는데 과장 좀 보태서 22번쯤 주삿바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모르긴 해도 오늘도 그 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 같다. 수술실 치료 대에 누워 기다려 본 사람이 아니고는 직전에 밀려오는 불안감을 잘 모를 것이다. 고통이든 불안감이든 모두 당사자의 몫이므로 그 어떤 감정이 밀려오더라도 오로지 혼자 견뎌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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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술을 통하여 심하게 흔들리며 돌출 상태를 보이던 윗니를 멀쩡하게 고쳤으면 한다. 언젠가부터 이빨 흔들리는 것 때문에 ‘수면 내시경’도 못하고 있었다. 앞니가 흔들리는 사람은 내시경을 통해서 이(齒)가 위장 안으로 빨려 들어갈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플란트가 끝나면 윗니가 흔들리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아무튼 아랫니 역시 누가 봐도 손색없는 고른 이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고생하는 것쯤은 그만한 가치가 있어.’라고 말할 정도로 잘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럴 땐 유명 스타들의 모습을 떠올려가며 마인드컨트롤을 시도하는 게 도움이 된다. 그래, 건치미를 한껏 자랑하던 메릴린 먼로와 팝가수인 브리크니 스피어스 같은 미소의 달인들에게 희망을 투사시키며 치료 잘 받는 것이야말로 나 같은 입장에서는 최고의 마취제일 수 있고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 거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고 한 셰익스피어의 희곡 제목처럼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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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로 가서 앞니 두 개를 뽑았다. 조금은 어색하고 낯선 기분이 스멀거렸다. ‘릴랙스, 이완, 긴장 푸시라!’ 이런 말이 필요한 시간인가 보다. 원장 선생님이 때마침 “긴장 푸시라!”고 다독인다. 뭔가 대단한 고통이 있을 것 같은 상태를 가정했는데 임플란트의 초기과정이 생각보다 쉽게 끝난 것 같았다. ‘뚝’하고 이빨 부러지는 소리를 예측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발치를 비롯하여 잇몸에 고정체를 심는 일이며 수술 부위를 꿰매는 일까지 고통 없이 끝났다. 인간의 심리란 이상도 하지. 눈꼽만큼도 아프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뭐고 ‘고통이 별로네!’ 하는 이율배반적인 질문이 튀어나오는 것은 뭐란 말인가.

통증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일이 쉽게 끝나자 싱거운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연세더베스트치과의 이준범 원장의 경력을 보면 ‘5만개 이상의 임플란트 식립과 10만회 이상의 사랑니 발치 등의 임상 경력이 있다’고 하던데 아마도 그런 실력이 내게도 고스란히 적용된 것 같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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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발치와 함께 인공치근 심기에 이어 꿰매는 작업까지 매끄럽게 잘 끝났다. 간호사가 다가와 잇몸에 거즈를 물려주며 지혈을 시켜줬다. “침을 뱉지 말고 삼켜야 한다.”는 점이 주 포인트였다. 거즈에 피가 홍건이 배었다 싶으면 적당한 시간에 갈아줄 것 등 지난 번 보다 지켜야 할 사항을 세심하게 말해줬다. 수술 부위에 ‘냉찜질을 해줘야 피가 빨리 멈추고 수술 부위도 쉽게 아문다’는 주의점도 덧붙였다. 병원에서는 여분의 거즈와 냉찜질용 초 간단 팩을 챙겨줬다. 아울러 먹어야 할 약 처방전도 받아들었다.

 

허기가 지고 어지러웠다. 긴장이 풀린 탓이리라. 거즈에 금세 피가 찼다. 마취가 풀렸는지 통증도 왔다. 전화기를 집어드니 ‘지혈 상태’를 묻는 문자가 와 있었다. 지혈을 위해서는 얼음찜질을 해야 하는데 이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10분 단위로 하라고 했던 것 같은데 깜박하고 있다가 ‘아 참 그렇지 얼음찜질!’ 하는 식이었기 때문이다. 잠이 쏟아졌다. 약 기운이 돌았나 보다. 소염제, 소화제, 항생제 그런 거 다 들어간 처방약을 한 움큼 입에 털어 넣은 탓이다. 쓰러져서 잠이나 잘까 보다. 그래야 내일 가서 아랫니 치료도 잘 받을 수 있을 것 아닌가.

 

③에서 계속 2167자 (원고지 12장)

*글쓴이/박정례 기자. 르포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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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5 08:20 2022/09/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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