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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kut과 Google China Lab: 한명의 인재가 수천명을 먹여살리는 시대

Orkut과 Google China Lab: 한명의 인재가 수천명을 먹여살리는 시대
• 작성자: 스카이벤처    • 작성일: 2005.08.01    • 조회수: 2258
 

국내 모 기업의 회장께서 해서 유명해진 말이 바로 “지금은 한 명의 인재가 수천 수만명을 먹여살리는 시대” 라는 말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 “한 명의 힘이 제아무리 뛰어나기로서니 어떻게 큰 조직을 움직여 갈 수 있겠는가? 한 명의 힘보다는 조직의 힘이 중요하다” 라는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산업사회와 비교한다면 IT 와 벤처의 시대에는 한 명의 뛰어난 인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크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예를 들어 오픈 소스 진영의 시발점이 된 리눅스 OS도 리누스 토발즈라는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 것이고, 생각해 보면 오픈소스 진영이 타도의 대상(?) 으로 종종 삼는 거대 기업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실은 빌 게이츠를 비롯한 몇 사람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시작된 것이다.

 

400조의 부동자금

 

왜 지금은 그렇게 한명의 인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일까? 이는 아마 레버리지 (leverage) 또는 지렛대가 너무도 효율적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인터넷은 사람들 사이에 생각이 공유되고 정보가 전파되는 과정과, 돈이 국경을 넘나들며 오가는 과정을 모두 클릭 한번으로 만들어 버렸다. 쉽게 말해 뛰어난 사람이 다른 사람의 힘과 돈을 빌어 사업을 일으키기가 그만큼 쉬워진 것이다.

 

1930년대에 뛰어난 아이디어 - 예를 들어 혁신적인 자동차나 플랜트를 만들어 내기 위한 아이디어 - 를 가졌던 사람이 이 아이디어의 실현을 보기 위해서는 실제 그 회사에 들어가서 일하거나 아니면 매우 영향력 있는 사람과의 만남의 자리를 손꼽아 고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요즘 뛰어난 온라인 사업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과거보다는 훨씬 쉽게 온라인 협업을 통해 초기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현하고, 만일 구현된 베타 프로덕트나 서비스가 초기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물론 버블 이후 매우 어려워 졌다고는 하지만)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쉽게 자본 유치를 통해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시도할 수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400조원의 부동 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돈이 찾고 있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중 하나는 탄탄한 사업 모델을 갖춘, 제대로 된 신생 기술 회사일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03년에 하루만에 3조 3천억원이 몰렸던 웹젠 코스닥 열풍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오컷: 20% 룰을 잘 활용한 터키 이민자

 

서론이 길었는데, 최근 이처럼 한명의 인재가 수천명을 먹여 살리는 데 대한 기사 몇 개가 눈에 띄곤 한다. 최근에 (그다지 좋은 내용의 기사는 아니지만) 구글의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인 오컷 (Orkut) 이 브라질 마약거래에 쓰였다는 사실을 브라질 경찰이 적발해 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오컷 사이트는 남미 지역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체 가입자 중 절반 가량이 남미 사람들이라고 한다.) 오컷 사이트는 다른 구글 서비스와 유사하게 초대에 의해서만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다. 마약 거래상들은 이러한 점을 이용, 오컷 커뮤니티를 통해 마약 판매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오컷 서비스를 개발한 사람은 구글의 개발자인 오컷 바여콕텐 (Orkut Buyukkokten) 이다. 터키 출신이라서 성씨(last name)가 매우 생소한 편이다. (오컷의 예전 홈페이지 보기: http://www.stanford.edu/~orkut/resume.html) 오컷은 자신의 이름을 딴 오컷 서비스를, 구글의 “20% 제도”를 통해 만들었다. “구글의 20% 제도”란, 개발자들로 하여금 일하는 시간의 20%를 주제에 상관없이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회사에서 배려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를 활용하여 오컷은 자신의 이름을 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만들었고, 이는 구글의 공식(?)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가 되었다.

 

참고로 한때 구글은 프렌스터 (Friendster.com) 을 인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구글이 오컷에게 얼마나 큰 스톡옵션 보상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구글로써는 아마 프렌스터를 인수하는 것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갖추지 않았을까 싶다.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의 20%를 마음대로 써가며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도록 내버려둔 결과가 더 큰 리턴으로 돌아온 셈이다.

 

오컷의 개인 홈페이지를 보면 그가 미국에서 중학교나 고등학교부터 다녔던 사람이 아니라, 대학교까지 모든 과정을 터키에서 마치고 스탠포드 박사과정으로 유학온 케이스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외국에서 온 이방인에게도 기회가 제공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실리콘 밸리는 재능을 갖춘 사람을 빨아들이는, 소위 “탤런트 매그닛 (talent magnet)” 인가 보다.

 

한명의 인재, 두개의 기업

 

그런가 하면, 또 얼마 전에는 한 명의 인재를 두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라는 두 쟁쟁한 회사가 서로 고소를 주고받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바로 카이푸 리 (Kai-Fu Lee) 라는 중국인 소프트웨어 리서치 엔지니어다.

 

중국은 구글로써도 놓칠 수 없는 큰 시장이지만, 워낙 로컬 업체가 강력한 기반을 잡고 있어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곳이기도 했다. 일례로 바이두 (www.baidu.com) 라는 검색서비스 업체는 구글과 유사한 개념의 심플한 인터페이스와 함께, 강력한 정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은 이 업체는 구글이 투자한 회사로써 구글이 약 3%의 지분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구글이 추가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바이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이 회사를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지역 언론에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작 중국 회사들은 요새 미국 기업을 사기 위해 온갖 로비를 다 하는 것을 보면 아이러닉하다.) 바이두는 독자적으로 나스닥 IPO 를 계획하게 되었고, 이는 곧 실현될 전망이다. 이로써 구글은 바이두 인수를 통한 중국시장 진출 대신 다른 옵션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를 위해서 우선 연구센터 (R&D Center) 부터 중국에 세울 계획이다.

 

이러한 중요한 미션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사 (Corporate VP) 자리에서 데려온 사람이 바로 리 박사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중국 연구소를 1990년대에 세웠던 사람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이전에는 실리콘 그래픽스 (SGI)에서, 그 이전에는 6년간 애플에서 인터랙티브 미디어 그룹의 VP로, 그리고 그 이전에는 카네기멜론 공과대학의 조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카네기멜론-애플-SGI-마이크로소프트-구글로 이어지는 레쥬메는 거의 흠잡을 데 없다고 (Impeccable) 하겠다.

 

이러한 인물을 구글에서 스카웃 해갔으니 마이크로소프트는 발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구글이 리 박사를 스카웃 해간 과정이 자사와의 고용 계약에 어긋난다는 핑계를 대며 구글을 고소하기에 이르른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구글의 반응은 어땠을까? 구글은 즉각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송이 근거없는 것이라 주장하며 다음과 같은 성명을 낸다. “우리는 세상의 이노베이터들이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이 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우리는 리 박사와 함께 일하게 된 것을 둘도 없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근거없는 소송에 우리는 맞설 것이다.” (“Google is focused on building the best place in the world for great innovators to work. We’re thrilled to have Dr. Lee on board at Google. We will defend vigorously against these meritless claims and will fully support Dr Lee.”)

 

물론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이 진정으로 리 박사를 옹호하는 따뜻한 심정에서였는지, 아니면 인재를 중요시 여긴다는 외부적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홍보용 제스쳐였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구글이 리 박사를 데려오기 전부터, 그의 스카웃이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잡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았을까? 그러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스카웃 해오고, 나아가 자신의 거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인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에 맞서줄 줄도 아는 회사에 스카웃 된 인재라면 아마 몸값 이상의 일을 해내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나 동양인들은 정에 약하다고 하지 않는가? 대부분 회사에서는 “누구누구씨 데려오면 괜히 그 회사랑 잡음생겨... 그냥 놔둬” 라고 쉽게 포기하며 좋게좋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것임을 생각해 보면, 구글의 사람 욕심과 배짱(?)에 다시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성당과 시장

 

이처럼 한 명의 인재가 수천명을 먹여살리는 요즘의 트렌드에 대해, 에릭 레이먼드는 그의 유명한 글인 “성당과 시장 (The Cathedral and Bazaar)” 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모토로 삼는 말 중의 하나다.) “리누스 토발즈가 그랬던 것처럼, 미래는 뛰어난 비전을 갖고 출발한 뒤, 다른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 커뮤니티를 통해 이 비전을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에 의해 점점 더 지배될 것이다.” (The future…will increasingly belong to people who know how to play Linus's game… people who start from individual vision and then amplify it through the effective construction of voluntary communities of interest).

 

특히나 사람 빼고는 아무것도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수천명을 먹여살리는 인재들이 활개를 펴고 활동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사회도 마찬가지지만 개인들도 좀더 분발할 수 있겠다. 격물치지(格物致知) 라 했듯, 계속 공부하고 고민하다 보면 흐름이 보일 수 있으리라 본다. 이러한 흐름을 볼 줄 알고,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비전에 동참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면 능히 지렛대를 움직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인터넷 시대, 어쩌면 지렛대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기 때문이다.

 

김창원 chang1.kim@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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