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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수확

사랑하는 당신에게.

 

맑은 아침이다. 창을 열어 찬바람을 방안에 한가득 담아 본다.

그리곤 이내 추위를 닫는다. 봉로 녹차 한잔을 뜨거운 물로 만들어 책상위에 놓았다. 두손모아 찾잔을 감싼다. 이내 따듯한 기운을 마신다. 올바른 다도란 천천히 음미하는 것이라지만, 새벽의 긴 공복감에 목말라하는 나로써는 그럴 여유가 없다. 홀짝 홀짝!

따듯한 온기가 사라지기전에 모두 마신다. 차가 식어버린다면, 무엇이라도 허전하고, 찬기운이 금방 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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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통을 수확 했다고? 나머지가 100통 정도라!

나머지는 한 300통 정도 되는 것 아닌가? 그래야 계산이 맞는데! -------------

하여간, 겨우 그 정도라니 라기 보다는, 그래도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많은 수확이다 라고 흐뭇하게 생각하자! 00이도 거들었던 올해의 농사는 풍년이다. 당신은 힘 모아 수확을 하면서도, 그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듯 하구나. 내가슴에 가득찬 만족감을 당신에게 전할께! 올해 호박 농사는 성공이야!

 

만주 길림성에서는 680만평에 콩을 심어서 한국으로 들여 온다고 한다. 680만평이라! 한국은 1키로에 5000원인데, 중국쪽의 것은 5700원으로 (더 비싸지만 수급이 맞고 유기농으로 재배)저렴해서 수지 타산이 맞는 다는 것인데! 만주의 기후가 콩 재배에 좋다고 한다. 하여간 콩값이 되게 비싼 거야! 나는 호박에 이어서 콩 재배를 관심 있게 연구하겠다. 콩은 뿌리 혹 박테리아에서부터 왕성한 생육, 딱딱한 조직등 비교적 병충해가 없는 작물이기도 하다. 현재는 씨를 뿌려서 재배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작물이기도 하다. 문제는 여전히 잡초일텐데, 바로 만주에서는 풀을 잡았다는 것이다. 몇 번 오가면서 갈아 없으면서 풀을 잡았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고랑을 갈아엎는 기술 같은데----- (어느 발명가이다. 콩의 100배, 죽은 나무 살리기 등의 생명공학 박사 이야기 였는데, 이는 나중에 확인해야 겠다)

 

어제는 재판을 받으러 갔다 왔다. 바쁜 중에도 동지들이 왔더구나. 하여간 고마운 동지들이다. 그것도 외출이라고, 몹시 곤하게 잠들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가야지! 당신도 자신의 건강을 잘 챙기길 바란다. 밥을 꼭꼭 씹어서 먹어야 소화도 잘되고 소식을 할수 있다. 머리도 맑아지고------.

아침의 맑은 기운을 000이와 당신, 그리고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전한다.

2004년 10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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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와 갯벌

사랑하는 당신에게

 

곽재구의 ‘포구기행’을 접으면서.

잔잔하게 감동을 주고 간다. 잔잔한 수평선과 파도처럼-----. 숨가쁜 격렬함이나, 빠른 질주, 그렇다고 한정되어 있는 호수의 맑음, 그런 느낌은 아니다. 포구가 삶의 냄새가 물씬 풍기면서도 속물성에 질려하지 않게 하는 이유는 바다와 갯벌 때문 이리라. 넓디넓은 바다가 항상 지줏대처럼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간사함과 다툼은 그로부터 교정 받을 것이다. 인간 사회의 갈등과 이기심이란 해안가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바다를 근거로 형성되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바다 앞에서는 그리 내세울 것이 아니었을 터이다. 풍랑과 폭풍우, 파도가 언제든지 인간들의 오만함을 응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를 잘 아는 어부들은 항상 바다 앞에서 겸손하고 서로에게 따듯했던 것이지!

그리고, 갯벌은 해안가의 어민들은 물론 이거니와 뭍의 나그네에게 삶을 가르친다. 육지와 바다가 교차하는 지점, 그리하여 인간들이 살고 있는 뭍의 모든 배출물을 정화시켜내는 공간과 역할 때문에 갯벌은 ‘끝’이요 ‘시작’의 교훈을 준다. 단지, 쓸모없고 버려진 땅 떵어리라고 없인 여기는 인간들에게는 갯벌속의 생명과 그 생명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교훈이 안 느껴질 뿐이다. 한편으로 갯벌은 어부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곳에서 ‘맛’을 채취하고 전복을 따서 거뜬히 자식을을 대학까지 교육시켰고, 멸치어선을 기다리거나 오징어배를 따라 생계를 이어갈수 있었다.

인간은 갯벌의 길이가 약한 곳을 택하여 배를 정박시키고, 이름하여 포구 또는 항구라는 명칭을 붙였다. 인천의 연안부두에서 아래로 제부도 들어가는 곳, 평택과 당진으로 패가 나뉘어 다툼하는 아산호, 안면도를 연한 일대, 군산과 장항이 15분 거리로 마주하는 금강의 하류포구, 그리고는 다도해와 오밀조밀한 남해의 작은 포구들 ------.

곽재구님은 그 포구를 바라보면서 삶의 힘겨움을 달래라고 하고, 풀어내라고 하지만, 내가 더 주목한 것은 각 포구의 역사성이다. 적어도 30년 이상의 역사가 묻어있는 포구에는 30년부터 길게는 60년 70년까지의 생생한 역사를 간직한 어부들의 인생사가 간직되어 있겠다. 낮선 나그네가 포구에서 위안받고 하소연하는 자신의 넋두리는, 실은 모두 포구(갯벌)와 포구민들이 이룩해 놓은 대자연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끊임없이 인공이 가미된 항구와 간척지, 댐의 위용을 자랑하지만, 그 반-동-성이 증명 될 날은 가까워 올 뿐 아니라 이미 확인되기도 하였다. 갈매기가 노래하는 항구, 배가 둥실 떠 있는 바다, 갯벌의 지평선을 이룩한 교차점, 그리고 면면히 바다와 조우하며 살아온 어민들, 이풍경은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 놓은 또 다른 모습이다.

 

전평과 70-99년의 역사(그렇게 이해됨)는 거의 마지막을 살펴보고 있다. 어제는 잘 내려갔는지! 많은 안부를 묻기보다는 너의 건강이 더 염려되는 구나!

오늘은 이만! 2004년 10월 5일 (화)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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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로- 집중력

사랑하는 당신에게

 

이치로의 힘 9할은 “땀”

시즌 세계 최다 안타를 달성한 ‘이치로’를 두고 하는 말이지! 257개 최대 기록이었는데, 경신하고도 훨씬 넘치고 있을 거야! 뭔, 야구냐고? 그렇기는 하지만, 스포츠든 예술이든 문학이든지 간에, 인간이 최선을 다하고 성취하려는 것에 대한 존경심은 갖추어야 잖아! 완전히 자본의 노예가 되어버린 ‘스포츠의 스타성’ 때문에 그 맛이 베려버리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기록’이 알려지니 어쩔수가 없구나. 평등한 게임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돌아오는 점수, 반드시 상대가 존재하고 한번에 한 행동만을 허락하는 경기는 테니스이다. 그래서 박진감 넘치고 섬세하기 이를 데 없는 경기로 각광을 받는 것인데, 경기장과 시간을 많이 차지하는 고0는 있지만. 그런 테니스의 새로운 스타‘사라포바’가 ‘한솔’대회에 참가해서, ‘한솔’자본은 약 50억 정도의 수입이 예상된다나! 아니 100억 까지도 가능하대! 유형 무형의 수익을 부지런히 계산하는 거지! 그녀는 7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전문수업을 받아서 ‘조련’된 것이지! 메이져리그로 진출키 위해 영어에 능통한 부인과 결혼한 것 아니냐(?)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치로도, 정상등극을 위해‘조련’되기는 마찬가지였던 것인데!

이같은 노력으로 그는 수비가 힘든 곳으로 가볍게 끊어치거나 내야수의 키를 살짝 넘기는 등 자유자재로 방향과 힘을 조절하면서 안타를 만들어낸다. 빠른 발과 함께 왼손타자라는 이점을 최대한 이용해 많은 내야안타를 만들어 내는 것도 남들이 따라 할수 없는 능력이다. ‘단타의 황제’인 이치로는 175센티미터에 77키로의 비교적 단신의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서 극대화 시킨 것이지! (1루타-219개. 2루타-24개. 3루타-5개. 홈런 8개. ** 219개 1루타중에서 내야안타56개) 올시즌 타율이 0.371이니까 10개중에서 3.7개를 안타로 만든 것이지! (네가 야구를 얼마나 잘 알겠나! 3할 7푼1리면 굉장한 거야!)

하여간, 이치로든 이창호든 간에 분야의 최강자의 공통점은 그만큼의 노력을 기본으로 하였다는 것이지! ‘최강자’라는 표현에는 정글의 살벌하고, 그리하여 인간사회로 전파되어 생존권을 심히 우협하는 ‘경쟁의 논리’가 연상되기도 하지! 허나, 이를 무시하고 ‘선의의 경쟁’이라는 스포츠본연의 정신에서 볼 때, 최강자의 결실에는 노력이 ‘천재성’에 우선한다는 것이지!

그런데, 정작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을 또 있어! 바로‘집중’이라는 것이지! 순간적, 판단, 결단, 돌파력 등을 뒷받침하는 동적인 개념으로 집중력을 강조하고 싶다. 집중력은 반드시 스포츠에서만 한정하지 않는다. 정신 스포츠인 바둑에서도 그렇고, 문화예술의 대표적인 종합인 영화나, 지식을 습득하는 학습에서도 그렇다. 뿐만 아니라, 자연물의 운동 현상에서도 집중적인 것이 강조되고 있고, 사회운동에서도 집중력은 대단히 중요시 한다.

운동적인 표현의 집중은 그러나, 정적인 것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타석의 손발이나, 바둑판에서 전투를 벌이는 두뇌는 모두 인간의 중심인 ‘마음’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음의 집중’, 즉 ‘평상심에 기반한 마음이 동적으로 실현되는 과정’은 ‘정’과‘동’(실천)의 통일이다. 이치로의 노력은 그러므로 집중력을 극대화 하는 것으로 포함 하였다고 보여진다. 다른 최강자들 엮시 그러할 것이고! 만사에 앞서 눈을 지긋이 감고‘마음의 집중’을 높여 내 보자! 하루아침에 누군들 최강자가 되었겠는가! 마음의 집중과 그 집중의 반복인 노력만이 목적하는 것의 성취를 앞당길 것으로 확신한다.

 

서양의 도시 주거를 들어가며

‘산업 혁명으로 인한 사회 자연적 환경의 악화는 서양 도시주택에 또 다른 영향을 끼쳤다. 도시는 그 주민에게 기본적인 도시 서비스 초자 제공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도로 성장했다. 특히 확장된 도시로 성공을 찾아 몰려든 농촌 주민들을 기다리고 있던것은 열악한 환경뿐이었다. 19세기 후반에 들어서자 도시주민 대다수의 생활 주준은 서양 도시발전 역사상 최악이 되었다. 중세시기에는 ’자유‘와 동등한 의미로 여겨졌던 ’도시‘가 빅토리아(1837- 1901)시대의 도시주민에게는 절망의 멍에가 되었다. ---- 거주 환경을 개선하려는 ---- 출발----- 전-원-도-시 개념을 --- 신도시를 건설 ----- 이 개념은 부유층이 교외로 탈출하여 도시생활의 열악한 현실로부터 자신의 가족을 격리시킬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을 제공했다. 19세기에는 빈민을 위한 주거공급 문제가 절망적인 상태에----- 다음세대인 우리들 역시 ---- 만족스런 해답을 이끌어 내지는 못하고 있다.’

(서양의 주거 들어가는 글 중에서 p259)

 

오늘은 이만해야 겠네! 추석이후에 매일 면회를 왔구나. 그제는 (토) 김 oo 동지가 왔네! 취직도 해서 고양에서(영동)잘 지낸다고 하니 참 보기에 좋았다. 나중에 영동으로 놀러가 봐야지!

2004년 10월 4일 월요일 아침.

 

** 그림 설명

서양 주거 타워

동양의 중점 개념은 로마 멸망후 단절됨. 기후적 영향 때문 이라기 보다 전쟁으로부터 보호 때문에 타워 형을 보인 것이다. 즉, 방어를 일상화하는, 혹은 공격구 처럼 생긴 창, 옥상난간, 돌출 공격구를 설치하였다. 중세초기 주거타워(dwelling tower)는 방어를 (암흑시대 야만족들(?)로부터)목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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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로프- 서평

 

스탈린주의의 비극 속에 사라진 위대한 소련의 식물학자, 바빌로프의 이야기
[서평] 게리 폴 나브한,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황정규  ㅣ  2011년2월1일
 

1.
소위 많은 “생태주의자”들이나 생태주의를 수용해야 한다는 맑스주의자들이 대개 보이는 공통된 견해가 하나 있다. 맑스주의는 생태적 관심이 없고 자연을 이용과 파괴의 대상으로 보는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라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너무나 많이 퍼져 있어서, 맑스주의가 생태문제를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의 근본적인 근거가 되어 있다. 나는 이러한 견해에 대해 정반대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충분한 역사적 증거를 가지고 있다.
맑스와 엥겔스가 발전시킨 변증법적 유물론과 역사적 유물론은 모두 유물론이라는 철학, 즉 자연에 대한 유물론적인 파악에 기반을 둔 것이다. 맑스는 유물론의 기계론과 결정론을 극복하고 관념론적인 인간이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유물론적 관점에서 자연과 인간간의 관계, 자연 속에서의 인간의 고유한 위치 등을 설명할 수 있는 자신의 철학과 세계관을 발전시켰다.
또한 맑스와 엥겔스는 19세기 발전하는 자연과학의 성과를 습득하기 위해 언제나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다. 이러한 내용은 20세기 말에야 비로소 맑스, 엥겔스의 비판적 역사적 전집인 MEGA 중 자연과학에 대한 연구노트 등이 발간되면서 겨우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맑스는 당대의 과학자들과 꾸준한 교류를 하였으며, 맑스의 장례식에서는 젊은 생물학자인 레이 랑케스터가 조사를 읽기도 하였다.
많은 자칭 타칭 맑스주의자들이 맑스주의는 자연과학에는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와 역사에 적용되는 것이다, 제한된 이론으로서 계급투쟁에 대한 것이다라는 식의 주장을 하지만, 맑스주의는 그 근원부터가 유물론적 자연파악에 있었고, 맑스와 엥겔스는 이러한 기반을 전혀 떠난 적이 없다. 오히려 맑스 사후의 맑스주의는 한편에서는 맑스가 발전시킨 변증법적 유물론이 기계적 유물론으로 전락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연철학으로서의 토대를 잃어버리고 관념론에 오염되는 모습을 띠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자연과학 속에서 맑스주의적 견해는 꾸준히 발전해왔다. 맑스주의를 자연과학에 적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낳는 것마냥 보는 과학에 문외한인 맑스주의자에 비하면, 과감하게 맑스와 엥겔스의 방법론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 자연과학자들을 보면 경외스러운 느낌이 일기까지 한다. 가령 생명의 기원에 관한 위대한 업적을 남긴 할데인의 경우에는 엥겔스의 “자연변증법”의 최초 영역판 서문을 쓰기도 하였으며, 하버드대 생물학자들인 리처드 레빈스와 리처드 르윈틴은 자신들의 공저 “변증법적 생물학자”라는 책을 엥겔스에게 헌정하였다.
왜곡되고 불충분한 맑스주의의 이해가 맑스주의의 중요한 전통인 변증법적 유물론의 전통을 망각하고, 자연과학 내에서 맑스주의적 세계관과 방법론을 이어가는 전통을 바라볼 수 없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2.
게리 폴 나브한의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책은 니콜라이 바빌로프에 관한 것이다.
바빌로프는 소련의 식물학자이자 유전학자로, 전세계에서 다양한 종자를 수집하고, 이를 인류의 식량확보를 위해 노력한 학자이다. 그는 상인계급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과학의 길을 선택하였고, 이 과학을 통해 인류에 공언하고자 하였다. 특히 러시아가 겪었던 끊임없는 기근을 보면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물학과 유전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는 1917년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과 긴밀하게 연관되었던 학자였으며, “1915년에서 1917년 사이, 유례없는 러시아혁명이 임박했을 무렵, 바빌로프는 교육수준이 낮은 동지들과 기꺼이 육체노동을 함께하며 자신이 프롤레타이아트와 소작농 계급보다 ‘우월한’ 존재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프롤레타리아트와 소작농 계급의 삶을 편하게 해줄 업적을 이루겠노라는 목표를 세웠다.”(70쪽)
그의 연구는 레닌의 강력한 후원 속에서 진행되었다. 레닌은, “공산주의는 소비에트권력과 전기화”라고 주장한 생산력주의자였다는 세간의 비판이 무색할 정도로, 사회주의 혁명이후 생태문제에 대해 선구적인 활동을 하였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베르나드스키와 퍼스만의 요청에 따라 1920년대 우랄 남부지역에 최초로 자연보호지역을 설정한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레닌이 세우고 바빌로프가 이끌던 농업연구 조직은 소련 전역에 155곳의 실험경작지를 운영하고, “세계에서 가장 크며, 규모에서나 중요도에서나 미국의 연구소를 능가한다”(253쪽)라는 평을 들었다.
바빌로프는 식량작물의 다양성을 확보, 연구하고, 이 연구를 통해 소련의 식량확보에 도움이 되는 작물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바빌로프는 평생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작물과 작물의 야생근연종을 수집하였으며, 수집한 종자의 수는 1933년 해외원정을 중단하였을 때까지 14만 8000 ~ 17만 5000개나 되었다.



3.
바빌로프의 주요 업적은 “다양성 중심지”라는 이론에 있다.
그의 초창기 연구목표는 “다양한 전통작물을 재배하는 실험경작지에서 병해저항력이 강한 작물을”(55쪽) 찾으려는 것이었다. 이것이 러시아와 동유럽의 기근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과정에서 “더 넓은 세상의 작물다양성에 눈뜨게 되었고, 결국 많은 저술과 원정, 발견”으로 이어졌다.
다양성 중심지라는 개념에 대해 나브한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처음에 바빌로프는 이 개념을 재배작물의 기원지라는 관점에서 설명했지만, 그가 선택한 지역을 보면 작물뿐 아니라 야생근연종의 유전자 변이도 활발한 곳이다. 당시 보편적이던 고고학적 믿음과는 반대로 바빌로프는, 농업문명의 요람은 분지나 거대한 강가의 비옥한 범람평야가 아니라 산악지대라고 주장했다. 그는 산악지에에서 가장 높은 다양성을 보이는 작물을 600개까지 꼽았으며 작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토착언어와 야생생물다양성도 높다고 지적했다.”(40쪽) “바빌로프가 그린 중심지들이 차지하는 면적은 지표의 5분의 1도 안되지만 야생식물과 재배식물의 다양성이 월등히 높은 곳이다.”(41쪽)
바빌로프는 이러한 다양성 중심지를 단지 인간의 손때가 닿지 않는 자연지역으로 보지 않았다. 바빌로프는 이러한 생물의 다양성이 인간의 생활과 긴밀한 연관을 맺고 있음을 인식하고 연구 속에서 이를 언제나 강조하였다. 따라서 나브한은 바빌로프가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의 관계에도 최초로 주목한 학자”(47쪽)라고 평가한다.
바빌로프는 이러한 다양성 중심지에서 나온 유전자풀이 풍부한 작물들은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식량작물의 다양성 중심지를 찾아, 전세계를 원정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바빌로프의 원정을 저자인 나브한이 좇아가면서, 바빌로프의 업적을 확인하고 바빌로프 당시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는 페르시아의 파미르 고원을 시작으로, 이탈리아와 지중해, 레바논과 시리아, 아프리카 북부와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 북미와 멕시코, 남미 아마존 지역까지 바빌로프가 지나갔던 방대한 장소를 하나하나 따라가면서, 식량작물의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 이러한 다양성이 수천 년 동안 그 지역에서 적응해간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현재 작물다양성이 어떻게 파괴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4.
바빌로프의 “다양성 중심지” 이론이나 그의 연구태도는 단지 자연을 있는 그대로의,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자연으로 파악하지 않는다. 바빌로프는 언제나 다양성 중심지에서 작물을 가꾸고, 개선해가는 인간의 활동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이 책의 표현대로 바빌로프는 “작물다양성은 사람이 만들어가는 생물다양성”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적극적인 작용은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자 변증법적 유물론이 강조하는 핵심적인 내용이다. 맑스는 독일이데올로기에서 포이에르바하를 비판하면서, “부단한 감성적 노동과 창조, 이러한 생산이야말로 지금 존재하고 있는 감각적 세계 전체의 기초이므로, 이것이 단 일년만이라도 중단된다면, 포이에르바하는 자연 세계의 엄청난 변화를 발견하게 될 뿐만 아니라, 아울러 전체 인간 세계와 그의 고유한 직관능력, 실로 그 자신의 존재마저도 당장 사라지고 말 것이다”라고 주장하였다.
빈번하게 인간과 자연을 대립적으로 파악하여 자연을 인간과는 분리되는 존재로서 보면서, 인간 역시도 자연의 산물이며, 역으로 자연 역시 인간의 적극적인 개입, 즉 인간의 노동을 통해 변화발전한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모습을 본다. 생태중심주의와 인간중심주의의 구분 역시 여기서 예외가 아니다. 반면 자연과 인간을 하나로 보는 경우에도 인간을 단지 자연에 수동적으로 순응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자 자신의 산물이지만, 자연에 대해서 적극적인 개입을 하고 자연을 변형시켜왔는 점이 반드시 인식되어야 한다. 이러한 자연에 대한 적극적인 역할을 자연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기 십상이지만, 오히려 바빌로프의 연구가 보여주듯이 인간이 자연과의 공존 속에서 자연의 다양성을 더욱 확대시키면서 인간의 삶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상호발전의 가능성이 오히려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빌로프의 마지막 해외원정지였던 아마존 열대우림의 잉가노족의 농업을 소개한다. 나브한에 따르면 아마존의 열대우림은 인간의 손이 미치지 않은 자연림같지만 실제로는 아니라는 것이다. 잉가노족의 농업경관은 농경지와 비농경지인 숲 등이 명확히 구분되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양자사이의 구분이 없으며, 따라서 작물과 야생식물, 잡초 등이 숲 속에서 공존하고 있다고 한다. 이 지역의 민속생물학자인 카밀로는 “오랫동안 많은 서양인들은 우림을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이고 특별한 생태시스템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원주민들의 영토에서 발견되는 생활방식을 보면, … 수백년간 원주민들의 손길로 관리되었다. … 이렇게 인간과 숲이 상호작용하는 풍경은 인위적 숲 또는 인간화한 숲이라 부를 수 있다.”(240쪽) 이러한 주장은 맑스가 말한 “인간의 자연화”, “자연의 인간화”라는 말을 떠올리게 할 정도이다. 따라서 나브한은 “아마존 지역에서 일하는 국제보존단체 중에 서식지의 다양성을 함께 관리하기 위해 원주민공동체와 직접 연계된 곳은 거의 없다. 오히려 몇몇 단체는 원주민 거주지의 땅을 사들여 보호구역을 만들고는 그 어떤 종류의 농업도 금지해버렸다”(243쪽)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5.
바빌로프의 위대한 원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지막은 그리 행복한 것이 못되었다. 이 책은 바빌로프가 정치적인 이유로 밀려나고 결국 자신이 처음 교수생활을 시작하였던 사라토프의 한 감옥에서 굶주림으로 1943년 사망하게 되는 과정을 12장에서 상세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규모의 농업 연구를 위해 많은 인력과 재정을 레닌에게서 지원받았”(231쪽)지만,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1932년 중남미의 마지막 원정길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이무렵 스탈린정권이 농업 집산화를 가혹하게 시작한 후, 최악의 기근이 일어나려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바빌로프는 농업정책에서의 실패를 전가하기 위한 희생양이 되었다. 바빌로프는 당장 수백만의 인민이 굶어죽는 상황에서 한가하게 해외관광을 하는 부르주아 학자로 매도당했고, 당시의 정치이데올로기 속에서 승승장구하는 얼치기 리센코와의 논쟁 속에서 점점 더 스탈린주의 관료들의 눈 밖에 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1940년 체포되어 소비에트 연방공화국 최고법원 군사위원회에 의해 총살형을 선고받게 되었다. 그러나 바빌로프의 과학적, 대중적 명성 때문에 소련의 관료들은 사형을 집행하지는 못한 채, 대외적으로는 바빌로프가 리센코와 함께 러시아의 식량공급을 위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선전할 수밖에 없었다.
1939년 러시아 식물육종연구소 모임에서 바빌로프는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긴다.
“우리는 장적더미로 걸어갈 것입니다.
불타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믿음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종교와 관념론에 대항하다 화형을 당한 16세기 유물론자 조르다노 브루노처럼, 바빌로프는 소련 관료체제의 비이성과 비과학에 맞서 과학을 옹호하고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고자 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변증법적 유물론자였다.
여전히 그의 연구가 한국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연구업적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는 나브한의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는 충분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러한 책이 더욱 소개된다면 맑스주의가 진지한 생태적 관심은 없다는 생태주의자들의 억측 역시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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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하도급가이드라인

‘사내하도급’이라는 치외법권 영역을 인정해 달라고?

불법파견 면죄부 주고 사내하청투쟁 막으려는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파견노동자보호등에관한법률’ ‘비정규직보호법’에 이어 한국 정부의 허울 좋은 ‘보호’ 시리즈가 하나 더 늘었다. 지난 5월 27일(금), 노사정위 산하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위원장 박영범)가 제7차 전체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익위원(안)을 발표한 것이다.

파견법과 비정규직법이 파견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비정규직 사용과 해고를 용인해 주었듯이, 이번에 발표된 ‘가이드라인’ 역시 사내하청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파견에 사내하‘도급’이라는 면죄부를 주고 자본이 자유롭게 사내하청을 사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먼저 가이드라인은 ‘사내하도급’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하고 있다. “원사업주로부터 업무를 도급받거나 업무의 처리를 수탁한 사업주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원사업주의 사업장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것.” 원청 사업장 내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전반이 불법파견 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원사업주(원청)의 사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두고 사내하도급, 즉 불법파견이 아니라 ‘도급’이라는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를 비치고 있다.

또한 가이드라인은 기존에 사내하청·용역 노동자들이 투쟁을 통해 이미 쟁취하고 있는 내용을 제시하며 ‘보호’라는 생색을 내고 있다. “하도급 관계가 종료되어 수급사업주가 교체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사업주는 신․구 수급사업주와 협의하여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원사업주의 귀책사유로 사내하도급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에는 원사업주는 수급사업주와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

식칼테러와 업체폐업이라는 가공할 원청 자본의 탄압에 맞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진 결과, 업체가 교체될 경우 고용승계가 기본이 되어 있고 노조탄압을 위한 업체폐업은 원청의 부당노동행위가 된다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건설노동자들은 체불임금이 발생하면 집단적 투쟁을 통해 원청으로부터 직접 임금을 받아내기도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때로는 목숨을 걸고 수천 명이 해고와 구속을 당해가며 싸운 성과를 두고 ‘사내하도급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내어놓는단 말인가!

게다가 “원사업주가 근로자를 신규채용하는 경우에는 해당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 및 채용규모 등 일자리 정보를 수급사업주와 사내하도급 근로자에게 제공하여 사내하도급 근로자 중 적격자가 우선 채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란다. 정규직 신규채용시 사내하청에서 40%를 선발하는 제도가 현대자동차에서 비정규직노조 탄압을 위해 사용되어왔고, 그래서 비정규직노조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음을 알고나 있는가?

어디 그뿐인가. “원사업주가 직접 수행하던 업무를 사내하도급 관계로 전환하여 수급사업주에게 위탁하는 경우에는 사전에 근로자대표 또는 노사협의회 등에 위탁 사유와 그 시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보호에 대해 상호 협력한다.”는 대목에서는, 노골적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외주화·도급화·하청화하는 것을 장려하려는 의도조차 엿보인다.

더욱 기가 찬 것은, 도저히 도급이라고 보아줄 수 없는 항목조차 합리화시켜주는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수급사업주와 협의하여 원사업주 소속 근로자와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대상으로 공동 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 “원사업주는 수급사업주의 인사노무관리 권한과 책임을 존중하고 이에 간섭하지 아니한다. 다만, 작업의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는 수급사업주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

진정한 도급이라면 교육·훈련과 인사노무관리를 도급업체가 독자적으로 수행해야 하는데, ‘필요한 경우’ ‘작업의 특성상 불가피한 경우’라는 미명 하에 불법파견을 합법화시켜주려 하고 있다. 이는 기존 노동부·검찰의 지침이나 대법원 판례를 통해 불법파견의 요소로 인정된 것마저 ‘도급’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런 문구를 가장 좋아할 이들은, 바로 불법파견 범죄를 저질러온 현대기아차 자본이 아니겠는가!

 

이처럼 사내하청·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을 방해하고 오히려 자유로운 사내하청 사용과 해고를 조장하는 내용으로 가득찬 가이드라인에 대해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있겠는가 하는 의문도 일고 있다. 법조항도 아니고 지침도 아닌 그저 ‘권고사항’에 불과하니 현실에서 힘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이 노리는 바는 실효성에 있지 않다. 2004년 12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1만명 전원 불법파견 판정을 전후로, 사내하청을 비롯한 간접고용이 ‘파견인가 도급인가’를 놓고 노동과 자본 사이에 거대한 전투가 벌어져왔다. 그런데 작년 7월 22일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을 파견노동으로 판단한 판결이 나오자, 이제 자본 측은 전략을 수정하게 된다.

즉, “사내하청은 명확하게 파견으로 보기도, 진정한 도급으로 보기도 애매하니, 파견과 도급 사이에 ‘사내하도급’이라는 제3의 영역을 새롭게 설정하여 규제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파견법·노동법을 지키고는 기업을 못하겠으니, 파견법의 규제는 다 없애고 파견법·노동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사내하도급’이라는 치외법권 영역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결국 사내하‘도급’ 즉 도급으로 인정해달라는 말이다.

이는 사내하청·용역 노동자들이 처절한 투쟁을 통해 이끌어낸 국가인권위 권고, 대법원 판결, 국제노동기구(ILO)의 수차례 권고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다. 인권위와 대법원, 국제노동기구가 한결같이 사내하청·용역 노동자들의 실질적 사용주는 원청 사용자이니 정당한 교섭 요구에 응하고 해고자를 복직시키고 조합원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라고 하는데, 공익위원이라는 자들이 불법파견 합법화 가이드라인을 만든단 말인가.

 

이번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공익위원(안)이며, 앞으로 경총 등 사용자단체들과의 논의 속에서 그 내용이 훨씬 나빠질 것임에 틀림없다. 직장폐쇄 6일만에 전격적인 공권력 투입까지 이뤄지도록 유도한 막강한 현대기아차 자본이 직접 나설테니 말이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은 사내하청·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투쟁을 가로막을 수 없다. 자본가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불법파견과 원청의 사용자성은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가이드라인은 “원사업주가 부득이 사내하도급 관계를 종료하게 되는 경우에는 늦어도 1개월 전에 그 사실을 수급사업주에게 알려주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현대차 원청은 사내하청(불법파견)업체와 매년 6월말과 12월말, 6개월마다 도급계약 갱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미 어떤 업체와 재계약을 연장할 것인지 해지할 것인지는 결정되어 있다. 6월 말을 정확히 1개월 앞두고 있는 오늘(5월 31일), 현대차 울산·아산·전주공장에서 몇 개의 업체들이 폐업공고를 붙일 예정이다. 그런데 그 업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 다수가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곳들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력·투쟁력이 집중되어 있는 곳만 골라서 폐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친절하게도 1개월 전에 계약해지 여부를 알려주었으니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를 했다고 포장해주자는 것인가?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자본의 비정규직 억압과 탄압을 합리화시켜주려는 가이드라인 공익위원(안)! ‘공익위원’이라는 딱지를 붙이려면 먼저 그대들의 연봉부터 공개해 보시라. 친절하게도 이번에 공익위원(안)을 발표할 때 노사정위는 공익위원들의 명단도 공개했는데, 대다수가 대학의 현직 교수들이다. 도대체 연봉 얼마를 받는 분들이 사내하청·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보호를 논의했는지 공개해보시라. 공개하는 김에 과외로 공익위원 일을 하며 받는 수당도 함께 공개하라. 사람 잡는 야간노동·심야노동 철폐하자는 노동자들을 공권력과 군홧발로 짓밟는 이명박 정부에게, 그대들은 평균 7년에 1년씩 ‘유급’으로 안식년 휴가를 가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하라. 넉 달째 목숨을 걸고 고공철탑에서 ‘원청사용자책임 인정하라’ ‘하청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라’며 싸우고 있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강병재 동지에게, 그대들은 과연 떳떳하게 사내하청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2011년 5월 31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첨부자료] 사내하청·간접고용 관련 국가인권위, 대법원, ILO 권고사항

 

 

▶ 국가인권위, 「사내하도급근로자 노동인권 개선을 위한 법령 및 정책 개선 권고」(2009. 9. 3)

 

노동부장관에게

1. 현행 노동관계법상의 사용자 정의규정을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근로조건 등의 결정에 대하여 실질적인 영향력이 있는 자까지 포함 하는 개념으로 개정할 것,

2. 상시적인 업무에 대한 직접고용원칙을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간접고용의 남용을 억제할 것,

3. 사내하도급근로자에 대한 차별금지 및 이들의 차별시정 신청권을 법률로 명문화 할 것을 권고한다.

 

 

▶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현대중공업 사건)

 

대법원은 현대중공업이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보았고 현대중공업의 지배개입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판결은 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도급관계라 해도 원청이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한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지는 사용자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에 다름 아니라는 점을 부정했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있지만, 불법파견인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도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역설적으로 불법파견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이른바 ‘진성도급’에 대하여도 원청의 사용자책임을 일부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해고 등 탄압 건에 대해서 ILO는 지난 2008년 6월, 2009년 11월에 이미 권고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전 권고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고 따라서 지금까지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해고와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ILO는 더욱 강력한 어조로 이에 관한 세 번째 권고를 내렸다.

이번 권고에서 ILO는 “해고된 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을 원직복직 시키기 위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 만약 사법당국이 객관적이고 불가피한 이유로 조합원들의 복직이 가능하지 않다고 결정한다면 그동안 고통 받은 모든 손해를 구제하기 위한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며, 반노조적 차별행위를 단념시킬 수 있는 충분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향후 이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따라서 노조결성과 쟁의행위를 이유로 해고당한 수많은 노동자들을 즉각 복직시키고, 이에 응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충분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온전히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는 현재 현대자동차 울산과 아산 공장에서 가해지고 있는 징계해고가 즉각 철회되도록 책임을 다하라!

ILO는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 울산, 아산 공장에서 집회 도중 발생한 조합원 폭행에 관해 독립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이에 따라 책임자를 처벌하고 조합원들의 피해를 보상할 것을 권고했다.

 

 

▶ 야3당·양대노총 노조법 개정 공동입법발의 기자회견(2011. 4. 29)

 

“긴박한 당면 노동문제를 고려하여 △노동자성 및 사용자성 확대 △노조 설립절차 개선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 △전임자 임금지급 노사자율 △단체협약 해지권 제약에 대하여 공동 입법발의를 할 것이다. 또한, △산별교섭 보장 △손배가압류 제한 △필수유지업무제도의 축소 및 보완 등에 대해서도 5,6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기국회전까지 공동으로 입법발의를 추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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