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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게 마련이지

새해가 어떻게 오는지도 모르게 왔다.

 

홍아는 4주간 아팠다. 열이 40도 가까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기침이 속 깊은 곳에서 나고, 밤에는 기침과 콧물에 깊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폐렴 초기라 하고.

병원에서 억지로 잡고 진찰을 하는 바람에, 안 그래도 예민한 홍아는 병원 가기를 강력 거부하고

아예 밖에를 안 나가려 한다.

잠꼬대로 '홍아, 밖에 아냐!!!'를 몇 번 외칠 정도로..

'병원 갈까?"하고 물으면 바로 울어버린다.

약도 안 먹고...ㅜㅠ

 

덕분에 함께 감기에 걸린 나도 바깥 구경을 못 하고, 병원에도 못 가고

도라지와 콩나물과 대추와 생강과 배를 달인 물로 감기를 이겨냈다.

 

집에만 있었더니 마루 한 구석에 앉아 있어도 집이 다 보이고 막 조여오는 것 같다.

갑갑해 죽겠고,

다음엔 돈을 모아서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지, 하고 다짐을 한다.

 

말걸기도 아팠다. 말걸기는 홍아 아프기 한 4주 전쯤부터...

그리고 혼자만의 병이 나을즈음 또 홍아와 내가 걸린 감기에 함께 걸려 버렸다.. 우앙!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아는 밤에 불을 못 끄게 하고 자정이 넘도록 자지 않았다.

불 끄는 게 갑자기 무서워졌나 보다.

졸려서 잠투정을 하면서도 잠을 안 자려고 우는 아이와 밤 늦게까지 씨름하는 것은, '돌아버리겠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일이었다.

처음으로 홍아에게 '앞집 언니도 자고, 달도 자고, 햇님도 자잖아!' 하면서 큰 소리를 냈고, 놀란 홍아는 앞에 있는 장난감을 만지작거렸다.

 

아아아 그래도 시간은 가고 좋은 날은 온다.

오늘은 좋은 날의 시작인 것 같다.

이렇게 홍아 낮잠 자는 동안 글도 쓴다. 홍홍홍

 

홍아 열이 떨어졌고, 거의 한 달 동안 칩거를 하다 처음으로 마트 나들이를 하고, 말걸기도 힘을 내 빨래를 삶고 청소를 하고, 어젠 두 달 만에 처음으로 홍아가 9시에 밤잠을 잤다.

요즘은 홍아가 밤 7시나 8시에 '낮잠'을 자고 일어나 새벽 2시쯤 자기 일쑤였다. 아침엔 10시 넘어 일어나고 그럼 우린 아침밥을 12시가 다 되어 먹고...

9시에 잠을 자기에 이것이 낮잠인지 밤잠인지 조마조마했는데 오늘 아침까지 잤다.

물론 중간에 여러 번 깨서 벌떡 일어나 걷고, 젖을 한 서너번 먹고, 잠꼬대를 하고, 막 굴러다니긴 했지만....

 

아프면서 크는 거지,라고 말은 해도

아픈 아이를 보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홍아는 아픈 동안 밥을 먹지 않아서(못해서?) 살이 많이 빠졌다.

안으면 무게가 가뿐하고 기저귀를 채울 때 허벅지 살이 빠진 것이 보여 안스럽다.

기운이 없어 그런지 방에서 마루로 나가는 것도 '엄마 안아'. 나는 고관절이 삐그덕댄다.

자면서 홍아 코에 콧물이 점성이 높게 굳었는지 쌔액쌔액 숨을 못 쉬는 소리가 나니 숨을 못 쉴까봐 걱정이 된다. 급기야는 홍아 코에 입을 대고 쭈욱 빨아봤는데, 애만 깨고 코는 안 나오더라...

 

아가 새 해에는 우리 건강하자.

너만 챙기느라 내 몸도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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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고 배가 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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삔 하나에 제법 여자애기 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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