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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집 언니와 놀기

앞집에는 8살, 10살 된 언니들이 있다.

언니를 좋아하는 홍아는 앞집 언니들과 놀기를 좋아한다.

언니들과 놀고나면 '앞집언니가~' 하면서 함께 놀았던 장면을 두고두고 떠올린다.

언니들과 홍아가 함께 놀고, 나는 간식을 대접하고, 흐믓이 노는 장면을 지켜보거나 밀린 집안일을 하는 훈훈한 풍경을 생각하며 앞집 언니들을 몇 번 초대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놀고 가면 늘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이들은 홍아와 놀아주기보다는 홍아를 보고 (좀 놀리듯이) 논다.

뭐랄까. 신기하고 재밌는 것을 보고 좋아하듯이.

홍아가 말을 곧잘 하는데 발음이 아기답게 어눌하다.

그럼 그 발음을 계속 따라하면서 '되게 웃겨!' 그러면서 웃는다.

홍아는 따라 웃기도 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정전기로 홍아 머리가 서면 또 손으로 가리키며 '되게 웃겨!' 하면서 한참 웃는다.

밖에서는 서로 자기 차례라고 하며 아이를 옮기듯이 안고 다니거나 안고 미끄럼틀을 타거나 좀 위험하게 논다.

 

또 홍아와 논다기보다는 나와 놀려고 한다.

홍아의 물건을 이것저것 가지고 오며 이건 뭐고, 왜 이렇게 생겼냐고, 어떻게 하는 거냐고 내게 계속 묻는다.

아이들과 놀다보면 홍아와 둘이 놀 때보다 말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목이 아파 좀 쉬고싶다는 바람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왔다가면 더 목이 뻣뻣해지니 피곤하다.

 

먹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것도 편하지는 않다.

과일을 깎고 있으면 와서 집어 먹고, 곧 다 먹고서 '또 주세요.' 한다.

밖에서 만났을 때 내가 장을 봤으면 장바구니를 들여다보고 '이것 먹고 싶다'고 한다.

밖에서 같이 놀 때 다른 집 아이가 무언가를 먹는 것을 보더니 나에게 그것을 먹고 싶다고 한다. 얻어달라는 것이다. 어렵다고 나중에 엄마께 달라고 하라하자 계속 칭얼거린다. 눈치를 챈 다른 아이 엄마가 먹을 것을 나누어준다.

집에 오면 부엌을 다니며 식탁이나 싱크대에 본인들 먹을만한 것이 있으면 '이것 달라'고 한다.

 

이쪽 사정이 있다고 해도 잘 봐주질 않는다.

우리집에 무척 놀러오고 싶어하는데 말걸기가 집에서 공부를 하고, 우리 살림을 하다보니 놀러 오라고 할 기회가 많지 않다.

게다가 모처럼 오라고 하면 아이들이 바쁠 때가 많았다.(어린 아이들이 학원 세 군데를 다니고, 집에 와서 봐 주는 학습지 같은 것 두 개를 하고 집에 선생님이 와서 영어 공부도 한다.)

그러니 본인들이 시간될 때(평일 오전이나 공부를 하지 않는 일요일에) 왜 놀러오면 안 되냐고 묻는다.

아저씨가 있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자,

전에는 아저씨 있을 때 오지 않았냐고 그게 왜 문제냐고

그리고 아저씨가 매일 공부를 하냐고 안 할 때도 있지 않느냐고 하고

그래도 어렵다고 하자

삐진듯이 그럼 일요일 새벽에 오겠다고 통보를 하듯이 말을 한다.

 

말걸기는 아이들 이야기를 듣더니 '염치가 없군'이라고 평을 한다.

동의한다.

 

흐음.. 어린애들 상대로 이 아침에 뒷담화나 하다니...

 

하지만 이렇게 써야 마음이 풀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리고 궁금하다.

 

이 나이 때 아이들이 원래 이런가?

(너무 옛날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 땐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이런가?

아니면 앞집 아이들이 이런가?

 

일반적이라면

좀더 이해를 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지나는 과정이니까.

 

(그래도 8살, 10살이면 많이 큰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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