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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사설]성희롱 피해 여성 근로자에 산재 인정 옳다

 

[사설/11월 28일] 성희롱 피해 여성 근로자에 산재 인정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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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1.11.27 2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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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의 성희롱에 시달린 여성 노동자의 우울증 등 정신적 피해가 처음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근로복지공단은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 하청업체에서 일한 박모(46)씨의 성희롱 피해 및 직장 내 논란과 불면증 우울증 등의 인과관계를 인정, 박씨가 낸 산재요양 신청을 승인했다. 이번 결정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구제조치라는 점에서 긍정적 파급효과가 주목된다. 특히 기업 조직과 임직원 개개인에게 새삼 경각심을 일깨운 의미가 크다고 본다. 

현대차 사내 하청업체 금양물류에서 14년 간 일한 박씨는 2009년 4월 이모 소장과 정모 조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노골적 성희롱을 당했다. 박씨는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희롱 피해 구제를 진정했고, 인권위는 두 사람에게 각각 300만원과 600만원의 손해배상을 권고했다. 또 금양물류 임모 대표에게도 감독 책임을 물어 900만원 배상을 권고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오히려 박씨를 해고하고 폐업했다. 이어 금양물류의 고용과 업무를 그대로 승계한 형진기업을 새로 만들었다. 이에 따라 사내하청업체의 말썽이 모기업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간판 바꿔 달기'라는 의심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의 이번 결정으로 박씨는 치료비와 휴업급여를 받게 됐으나, 여성가족부 앞에서 170여일 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그의 복직은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직장 내 성희롱은 우발적 성희롱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열한 범죄다. 직장 내 불균형 권력관계에 근거해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행해지며, 박씨의 경우처럼 극심한 고통을 피해자에게 안긴다. 바로 이 때문에 직장 내 성희롱에 사회적 비난이 집중되고 기업의 윤리 수준을 재는 잣대가 된다. 

근로자의 인권에 관한 기초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백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외쳐봐야 공허하다. 현대차는 하청업체에 책임을 미루는 자세를 벗어나 실질적 문제 해결에 나서길 기대한다. 그것이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윤리적 책임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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