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엽의 '일' 展

from 몸으로공감 2007/09/28 00:29

보풀님의 [이윤엽이란 화가의 전시.] 에 관련된 글.

 

http://blog.naver.com/moonnov1

 

 

이윤엽의 ‘일’展

- 네번째 개인전 (해시 초대전)에 부쳐


이윤엽의 네번째 개인전 작품들을 보며 그의 어린시절로 걸어 들어간다.

포장마차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일을 하는 국민학교 1학년의 작은 아이.. 아버지는 어머니와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고, 대문을 부수면 아이는 대문을 고치고 아버지와 함께 뻥튀기 기계도 만들고 목각 일에 그림을 그리고 집을 짓는다.

“아버지.. 어머니와 저는 너무 힘들고 무서웠어요... 저는 아버지처럼 집을 지어요. 그림을 그려요. 아픔을 판에 새기고 칼로 깎아요. 아버지... 53세, 그 때 중풍으로 앓다 돌아가셨을 때 슬프지도 않았어요” 소스라쳐 놀라 깨어나니 그는 초록색으로 풀을 새기고 있다. 엔진톱으로 휘갈기고 수없이 다색 판으로 찍어내며 후련하다. 몸에 새겨진 아버지.. 심연 속에 가라앉아있던 아버지가 돌아오며 25세의 청년이 되었을 때 아버지를 이해하고 화해하였다.

이윤엽은 몸으로 산다. 일을 했고 무엇이든 그의 손으로 만들고 집을 짓는다.


1968년生.. 70년대의 경제개발 이후의 가시적 경제성장의 뒷 그늘에는 노동자들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짊어진 가족들이 있었다. 수원 재래시장에서 커피장수를 하신 어머니와 일당 2500원의 노가다로 일을 기다리셨던 아버지, 그리고 주변의 이웃들은 이윤엽의 판화로 다시 태어난다. 「영동시장 커피장수」와 「할미꽃」은 어머니를, 「소주병을 든 사람」, 「일을 기다리는 사람」, 「김씨의 봄」은 아버지를 떠올린 것이다. 「큰 딸 온다고 배나무 밭에서 냉이 캐오는 아줌마」는 목리 사시는 이웃 아주머니를 그린 것이고, 「동탄 종묘상회」에는 농진 풋호박, 대통, 미리내, 그린부추… 먹거리들이 정겹고 소박한 시장에 내어져 있다. 이윤엽의 판화에는 가족에 대한 아픈 기억들이 주변의 이웃들과 만나며 다시 사회로 자아가 확장되고 있다. 칼로, 엔진으로, 망치로 두드리고, 깎고 그 안에서 아픔은 연금술처럼 녹아내리며 작업은 치유가 된다. 「생명은 장마 직전, 논둑에 용감하게 핀 생명력 강한 망촛대를 보고 판화로 새긴 것이다. 「일을 기다리는 사람」,「승죽골 사람들」에서는 힘없는 이웃들이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붉은 테두리로 표현하였다. 이웃 할머니를 노고단처럼 높고 우뚝 서 있는 느낌으로 「노고단에서 김씨 할머니」를 표현하였다. 그 우뚝 선 느낌은 「소나무가 있는 길」로 펼쳐지고 「대추리 사람들」의 벽화로, 판화로 장승처럼 세워진다.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대추리에 사는 주민들이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이윤엽은 그곳으로 간다. 간판 일 삼년, 노가다 삼년, 찻집 일, 장승깎기, 솟대만들기... 그의 삶의 이력을 모아 동네에서 집을 고치며 주민들과 함께 그곳에서 생활한다. 대추리에서 이윤엽은 들일 나가는 아주머니를 새기고 헬리콥터 위에 아주머니를 우뚝 세운다. 그의 판화는 삶의 노래이자 치유의 가락이 된다.

“노동미술을 하려고 의도한 것이 아닌데, 그리고 나면 노동미술이 돼요.” 내게 처음 이런 말을 한 이윤엽은 노동미술굿이란 전시에 매년 참여하고 있다.

한 삶의 울림통에서 소용돌이치다 수많은 길 위에서 울다 노래하다 춤추고 그렇게 길위의 길은 얼마나 많은 날들이 곰삭아 울려야 하는 것일까.

붉은 새 한 마리가 나무에 앉아 달빛을 받고 있다.

바람이 분다.

                                                                         _작가 성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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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8 00:29 2007/09/28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