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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광고 그 끝은 어디인가?

 

▲ 혜화역 출입구에 붙은 래핑 광고

지하철 4호선 혜화역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나는 지하철 벽면 가득 덮힌 코카콜라 광고를 보고 경악했다. 벽이나 기둥, 난간 등 실내 구조물에 마치 넓은 랩으로 포장하듯 덧씌워진 래핑(wrapping) 광고물이 공공역사에도 등장한 것이 아닌가! 백화점, 쇼핑몰에나 있을 법한 래핑광고물의 지하철 역사 출연은 공적 공간에 대한 사기업의 침투 욕구를 엿보게 한다.

지하철 주변시설을 이용하는 동료들은 래핑광고로 인해 그 전보다 입구가 어두워졌고 동굴같이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뜩이나 추운 겨울에 파란 색 배경으로 코카콜라를 들고 있는 하얀 곰과 빨간 코카콜라 로고는 이곳이 지하철로 들어가는 입구인지 아니면 코카콜라의 홍보관인지 혼란을 일으킨다. 게다가 지하철에서 내려 승강장으로 다시 출구로 나오는 벽면에 가득 찬 래핑광고는 지하철 이용자들에게 어디로 나가야하고 들어와야 하는지 방향감각을 상실케 한다. 혜화역을 가리키는 알림판은 래핑광고에 가려 드러나지도 보이지도 않는다. 본래 기능이 광고로 인해 사라진 것이다. 이러한 래핑 광고물은 혜화역 뿐만 아니라 다른 역에도 설치되어 있어 '코카콜라역'(혜화역), '초코파이역'(명동역), '포카칩역'(동대문운동장역)이라는 별명이 따라붙을 정도란다.

이른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을 가리켜 '다중시설'이라고 부른다. 그런 만큼 이곳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곳으로 활용되어지는 게 당연하다. 여느 마을 입구에서 볼 수 있었던 느티나무와 정자는 동네사람들에게 놀이 공간이었고, 나그네에게는 쉬어 가는 곳이었다. 이렇듯 광장이나 놀이터, 역사 등은 단순히 열려있는 공간을 의미하기보다는 그 공동체가 공유하고 있는 문화적 가치를 나누고 체험하는 장소였다. 오늘날 지하철은 도시인들에게 이동할 수 있게 돕는 걸 넘어 전시회,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적 공감대를 넓히는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공공의 공간에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광고로 덧칠을 하는 꼴은 아무리 광고가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해도 너무하다는 느낌이다. '공기'처럼 '일상'처럼 소비를 부추기고 권장하는 사회, '상업 광고' 그 끝은 어디인지 묻고 싶다. [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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