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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바다'와 지적재산권 문제

 
'소리바다'와 지적재산권 문제

남희섭 (공유적 지적재산권모임 IPLeft)

인터넷에 접속된 사용자들이 음악 파일을 P2P (peer-to-peer) 방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리바다'(www.soribada.com)가 국내 4대 음반사들에 의해 지난 1월 8일 형사 고소되었다. 자신들이 만든 음반을 소리바다 사용자들이 불법으로 복제하여 유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리바다 사건을 접수한 검찰은 '물방울 효과'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소리바다 운영자들을 처벌할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고, 소리바다 사용자들 3백 명을 선정하여 이메일을 통해 참고인 조사를 벌일 계획이고 이들 중 저작권침해 혐의가 뚜렷한 자들에 대해서는 기소하여 처벌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한다.
국내 음반사들은 소리바다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미국의 '냅스터(Napster)'가 연방항소법원에서 저작권 침해에 대한 간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에 무척 고무되어 있다. 이번의 형사고소에 이어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도 고려 중에 있으며, 소리바다를 유료화하여 저작권료를 지불하겠다는 소리바다쪽 협상 제안도 거절하고 사이트 폐쇄를 외치고 있다. 협상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저작권 협회와 예술실연가단체연합과는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소리바다의 유료화나 사이트 폐쇄를 막기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하였고, 시민단체들은 음반사가 저작권을 무기로 정당한 파일 공유 행위를 통제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 P2P, 정보 소통의 혁신적 변화
소리바다와 같은 P2P 파일 공유 방식은, 정보가 유통되고 소비되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기존의 웹 기반에 비해 훨씬 발전된 것이다. 소리바다나 냅스터에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중앙 서버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용자 개인이 직접 만나서 음악 파일을 주고받는다. 서버는 파일을 검색하는 것을 도와주고 파일을 가지고 있는 개인의 위치(IP 주소)를 넘겨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소리바다는 기존의 검색엔진의 디렉토리 서비스와 유사하며, 개인간 메시지와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메신저 서비스와도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다. CD로 가지고 있던 음악 데이터를 MP3 파일로 변환하여 컴퓨터에 저장해 두면, 소리바다에 접속한 개인들은 자유롭게 음악 파일을 공유할 수 있다. 정보의 소통성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 저작권법, '음반사 보호법'이 아니다
음악 CD를 만들어 판매하는 음반사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이 만든 CD에 갇혀 있는 음악이 소리바다를 통해 자유롭게 해방되었기 때문이다. 음반사들은 소리바다로 인해, 음반의 판매가 현저하게 줄었고, 그 손실이 연간 2천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소리바다를 통해 음악 파일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고 가수들이 자신의 노래를 시장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에, 음반 구매가 오히려 활성화되었을 가능성도 높다.
설령 음반사들이 손실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입은 손실을 저작권이라는 법률이 보장해 주어야 하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변화된 시장환경에 맞게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순전히 음반사들의 몫이다. 저작권법은 음반사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률이 아니라 문화의 발전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는 법률이다. 저작권법 제1조에 그렇게 적혀 있다.

소리바다를 둘러싼 싸움은 음반사와 이용자 사이의 갈등으로 표면화되었는데, 이것은 인터넷 환경에서 정보를 소유하려는 자와 공유하려는 자 사이의 대립으로 보아야 한다. 이것을 저작권법의 틀에서 본다면 소리바다 사용자의 MP3 음악파일 교환행위가 음악저작물을 불법복제·전송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당한 사용행위인지 문제로 좁혀진다.

냅스터 사건에서 미국법원은 냅스터 사용자들의 음악파일 교환행위를 정당한 사용으로 보지 않았다. 이전까지 적용했던 공정사용 법리를 좁게 해석하였던 것이다. TV 방송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는 VTR 사건(1984년)이나 CD 음악을 저장하는 휴대용 MP3 플레이어 사건(1998년)에서 법원은 음악데이터가 사용자의 컴퓨터 하드 드라이브에서 그 사용자의 휴대용 MP3 플레이어로 전송되거나, VTR로 녹화한 TV 방송을 사용자가 가정에서 이것을 즐길 뿐이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비해 법원은 냅스터 사용자가 인터넷에 올린 CD로 가지고 있는 음악의 복제물 목록에 수백만의 다른 개인이 접근할 수 있게 되므로 시간이동이나 공간이동과 같은 공정사용 법리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쉽게 말하면, 인터넷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소리바다' 담당검사의 '물방울 효과'도 같은 논리이다.

이러한 판단은 인터넷을 하나의 거대한 복제기로 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인터넷 환경에서는 정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복제가 수반된다. 다시 말하면 복제가 없이는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인터넷은 저작물의 복제기가 아니라 정보의 접근과 소통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새로운 매체이다. 정보에 대한 접근은 인간이 누려야 하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고 문화의 향유 등 행복추구권 또한 인간의 기본권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제는 복제의 개념을 다시 구성해야 하고, 저작자의 권리와 이용자의 권리사이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해야 한다.

인쇄기술의 등장으로 태동한 저작권은 복제권을 그 기본으로 하여 복제기술의 발달에 따라 항상 동요해왔다. 책이나 음반과 같은 유형물에 저작물이 고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매체의 유통이 곧 저작물의 유통이었다. 그러나 네트워크 환경에서 저작물은 매체로부터 분리된다. 따라서 저작권법 체제는 더 이상 복제 중심으로 규정될 수 없다. 복제 즉, 카피(copy)는 더 이상 라이트(right)가 될 수 없다. 카피는 정보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레프트(left)되어야 한다.

한편 저작권을 포함한 지적재산권의 궁극적인 목적은 저작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더 많은 지식이 사회적으로 축적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지적재산권에서 가장 중대한 관심은 저작권자나 음반사의 이해관계가 아니다. 그것은 경제적 배경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이 사실에 접근할 수 있는 자유롭고 열린 사회에 대한 관심인 것이다. 정보에 대해 저작권을 부여하는 것만큼이나 그것을 제한하는 것도 사회적으로 중요하며 나아가 역사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적재산권은 자연권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롭게 새겨 보아야 한다.

이제는 네트워크 환경에서 정보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법률을 입법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이것은 저작권자의 재산권을 제한하고 이용자의 권리만을 보장하는 이분법적인 시각으로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정보를 이용하는 자가 곧 정보의 생산자가 될 수 있는 즉, 저작권자와 이용자의 경계선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정보접근권을 보장함으로써 창작자의 창작 행위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 제22조의 규정(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저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에 좀 더 충실한 법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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