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늦가을에 떠오르는 사람들

 

한 해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요즘

투쟁도 서툴렀고,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서툴렀고, 재판도 서툴렀고, 구속된 이후의 생활도 서툴렀던 사람들이 몇 년째 담장 안의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땅을 밝을 수 있는 하루 1시간의 운동시간 속에서 그들은 늦가을의 정취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요?

얼굴도 모르고, 성격도 모르고, 개인사도 모르고, 고민도 모르기 때문에

혼자서 상상만 해봅니다.

 

그들의 투쟁이 잊혀져가는 것에 안타까워하고 있지는 않을까...

너무 외롭고 지쳐서 지난 투쟁을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밖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답답한 소식들 때문에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지는 않을까...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는 수형기간을 헤아리면서 한숨 짖고 있지는 않겠지...

고립된 생활이 오래 이어져서 모든 게 귀찮아 지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괜히 내 기분이 우울해져서

애써 좋은 생각으로 바꿔보기도 합니다.

 

가족들과 동지들이 손을 붙잡고 있어서 그렇게 외롭지는 않을거야...

다른 이들의 얘기 속에서 그들의 투쟁이 기억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겠지...

삶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아는 나이들이니만큼 길게 심호흡하면서 하루하루 잘 버티고 있겠지...

그 생활도 적응되면 나름대로 바쁘고 하루하루 시간이 잘 가는데...

 

혼자서 나쁜 생각도 하고, 좋은 생각도 해보다가

나만의 결론을 내립니다.

“어쩌겠어, 버텨야지.”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구속된 사람들 뿐이겠습니까만은...

내 조건에서 눈에 들어온 사람들이 그들이었고

가끔 책을 보내다보니 마음이 움직여버려서

손을 놓기가 싫어졌습니다.

많은 이들이 나를 잊어가는 속에서도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런 책을 보내도 되는지 매번 고민되기도 하고,

낼름 낼름 책만 받아들고 ‘고맙다’는 인사 한 번 없는 이들이 가끔 서운하기도 하고,

모르는 사람에게서 계속 책을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출소할 때까지 계속 책을 보내기로 다짐합니다.

 

한 해의 끝을 바라보는 늦가을에 읽으면 좋을만한 책들을 생각해봤습니다.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

요헨의 선택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몽실언니

습지생태보고서

새로 만난 하느님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

브루스터플레이스의 여자들

쥐를 잡자

하늘을 듣는다

혼돈을 향하여 한걸음

창가의 토토

이상한 나라에서 온 스파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아메리카타운 왕언니 죽기 오분전까지 악을 쓰다

 

제가 돈이 없어서 그런데

혹시 이 책들을 갖고 있으시면서

구속된 이들에게 전해주실 생각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씨~익~

 

보내주실 곳 : 제주도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954번지 김성민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