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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날 그 배에 있었다면

2014년 4월 16일 아침 8시 48분 세월호
내가 그날 그 배에 있었다면


가끔 이 질문을 나에게 던져보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준석 선장의 얼굴이 떠오른다.


진보니 혁명이니 하는 사람들에게 상처입을대로 상처입고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으로 철갑을 두르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손을 잡아주기는커녕 더욱 촘촘히 옥죄어 오는 세상에 두려움을 느끼던
내가 그날 그 배에 있었다면


급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을 것이고
점점 불안해지는 상황에 두려움을 강하게 느꼈을 것이고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불신하며 밖으로 나가려 했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하나’ 하는 생각은 전혀 없이 최대한 안전한 곳으로 가려고 했을 것이다.


내 얼굴에 이준석 선장의 얼굴이 겹쳐지는 게 조금 불편하기는 했지만 그냥 무시해버렸다.
가족들을 찾으며 울부짓는 유가족의 모습을 보면서
“남들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칠 때는 나몰라라 하다가 지 새끼들이 당하니까 저러지”
하며 짜증어린 냉소를 보냈다.


이런 감정은 일시적으로 일어났다가 수그러진 것이 아니라 2년 넘게 지속됐다.
얼마전에 나의 이런 감정이 치유받지 못한 마음의 상처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후로 세월호에 대한 책들을 열심히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내가 냉소했던 이들의 고통과 그날의 참상을 들여다보면서 나를 치유해보려는 노력이었다.


유가족들의 얘기를 듣는 건 힘들었다.
그렇게 나도 깊은 바다 속으로 맥없이 빠져들었다.
충분히 살아날 수 있었지만 어의없게도 그러지 못했던
그날의 상황을 돌아보는 건 허탈함을 안겨줬다.
그렇게 나도 깊은 바다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나는 지금 여기까지왔다.
그래서 다시 내게 질문을 던져본다.
내가 그날 그 배에 있었다면


급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을 것이고
점점 불안해지는 상황에 두려움을 강하게 느꼈을 것이고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불신하며 밖으로 나가려 했을 것이고
그리고 상황을 살피며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얘기는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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