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108배 기도문
- 04/08
-
- 핫 스팟 우주인 출몰주의, 우리 안의 ...
- 04/05
-
- 다시! 102회 –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04/02
-
- 만만치 않은 내공의 아동 청소년 도서들
- 03/30
1
몸도 마음도 더없이 화사한 요즘
제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줬던 분들을 모시고
조촐한 잔치를 벌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우스 입구 공터에 테이블과 의자들을 놓고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제철 음식들을 정성스럽게 차려놓고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전통주와 토속 음료들도 준비하고
하우스에 들어가 노랗게 익은 감귤도 구경하며 맛을 보기도 하며
제 삶의 평화로움과 여유로움을 같이 나누는 잔치였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봤습니다.
언제나 저를 응원해주고 많은 도움을 줬던 가족들은 기본이고
어릴 때부터 저희 가족들을 많이 아끼고 챙겨주셨던 친척 할머니도 모셔오고
수시로 정을 나누면서 급한 도움이 필요할 때 선 듯 나서주는 이웃도 초대하고
오랜 세월 인연을 이어오면서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 외면하지 않았던 형님도 부르고
감귤농사 초보인 저를 위해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있는 아버지 친구 분도 연락하고
어릴 적 저를 사랑으로 감싸주셨던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도 수소문하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예쁜이를 비롯해서 사랑이와 친분이 있는 개들도 불러와서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편안한 자리를 만들고 싶어지는데...
준비한 자리와 음식에 비해 부를 사람들이 많지가 않더군요.
최근에 알게 된 분에서부터 어릴 적 기억 속 선생님까지 다 훑어봤지만
제가 감사를 표하기 위해 연락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분들이 전부였습니다.
만만치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어 왔는데
제 마음 속에 남아있는 분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사죄나 저주의 편지를 보낼 사람들 명단을 작성한다면 수 십 명은 나올 것 같은데...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착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제 마음 속에 온기로 남아있는 분들이 많지가 않더군요.
무엇이 잘못됐는지 돌아보고 분석하는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앞으로 살아가면서 제 마음 속에 온기를 좀 더 불어넣으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을 마무할 즈음에는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네요.
2
새벽 4시 30분, 눈이 뜨였습니다.
누운 상태로 자세를 바로하고 몸이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몸과 마음에 새벽의 기운을 서서히 불어넣고 있는데
드르렁거리면서 사랑이가 가볍게 코를 고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이 방에 누군가가 같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드니
새벽이 더없이 편안하고 개운하게 다가왔습니다.
3
윤석열의 분탕질이 어렵게 정리되고 나니
트럼프의 분탕질이 세상을 또 휘젓고 있습니다.
세상이 요란하게 돌아가고 있지만
세상에서 한 발 떨어져 지내는 제게는 당장의 고민거리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감귤 수확을 앞두고 찾아온 감협 직원은
“요즘 소비가 너무 얼어붙어서 만감류가 나가질 않습니다”라고 하더군요.
계엄과 탄핵을 둘러싼 세상의 혼란이 감귤농사를 짓는 이곳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윤석열이 탄핵되면서 소비가 살아나는 조짐이 있고 감귤 시세도 좋아졌다는 소식에 잠시 위안을 얻었는데
트럼프의 분탕질이 잠시나마의 위안도 날려버리더군요.
감귤 시세의 등락에 연연하다보면 마음만 어지러워지기 때문에
가급적 세상 소식에서 한 발 떨어져서 감귤 나무만을 살피려고 해봅니다.
감귤이 덜 달린 나무는 미리 전정도 하고
하우스 주변 잡초들도 뽑아주고
얼마 전에 텃밭에 심은 어린 모종들도 살피면서
분주하지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제 마음은 자꾸 어지러운 것들을 꺼내려고 하더군요.
“윤석열은 쫓아냈지만 그 뒤에 오는 자들이 영 미덥지 못하니...”
“탄핵국면에서 보여준 운동권들의 모습은 퇴행하고 있었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어려운 형편에도 도와줬더니 역시나 뒤를 돌아보지 않는 그 모습이 참...”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 도우며 살갑게 지내고 싶었지만 적당한 이해타산으로 움직이는 그 분과는 더 가까워지기가...”
“자신의 잘못은 생각지 않고 나의 결함만을 지적하는 이웃을 자주 접하고 있는데...”
“사람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해결하기 보다는 권위와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왕꼰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목소리를 높이며 살아가겠지...”
이런 어지러운 마음들을 청소해보려고 이런저런 노력들을 해보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새벽마다 명상을 하며 마음을 청소해보는 이유는
‘나도 그렇게 변해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사랑이의 맑고 순한 눈을 바라보며
내 눈도 그렇게 맑고 순해지길 기도하다보면
언젠가는 제 마음이 맑고 순해지지 않을까요.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