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다시! 131회 – 겨울 추위를 견디는 방법
- 12/06
-
- 다시! 130회 – 쓸모없는 버러지 같은 삶(1)
- 11/28
-
- 다시! 128회 – 복원, 배려, 생명력(2)
- 11/12
-
- 마담B, 생생하고 강한 질문을 던지는 다큐
- 11/05
1
하지만 너는
여전히 혁명을 꿈꾸는
애월의 바람이지...
울산이야
그리고 나 낼모레면 칠십살 돼...
참 많이도 살았지
엇그제는 먼저간 박현정이 어머님이 돌아가셔서 문상갔다 왔는데
96세시드만ㅎㅎ
박현정이 아들 두놈 잘 컷드라...
나중에 나는 반딧불 노래 해줄게...
지난 방송을 보시고 조돈희님이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과거의 인연들은 거의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오래간만에 그 인연 중 한 분이 이렇게 찾아와 온기를 전해주시니
좋네요.
오래간만에 박현정이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10여 년의 전망 없는 해고자 생활을 끈질기게 이어가다가
나이 오십도 되지 않아서 병들어 죽고 말았던 분입니다.
그렇게 허망하게 떠난 지 10년이 훌쩍 넘었는데
그의 어머니 장례식을 찾아갔다하니
그 끈끈한 동지애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이제 칠십이 되는 나이든 해고자는
일선에서 물러나 어떻게 지내는지는 모르지만
아직도 이전의 동지를 잊지 않고 찾아주고 있음에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나중에 저를 위해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를 불러주신 다는데
살아있을 때 얼굴이나 볼 수 있으려나요? 하하하
2
아주 오래전에 대학생이었을 때
방학을 맞아 고향으로 가는 길에
배를 타고 가려고 목포로 향한 적이 있었습니다.
기차를 타고 목포역에 내려서
버스정류장에 서있는 어떤 분에게 목포항으로 가는 버스 편을 물었습니다.
그분은 자세하게 버스를 알려주시고는 “혹시 회수권은 있으세요?”라고 묻더군요.
외지에서 온 제게 회수권이 있을 리가 없었죠.
그랬더니 그분이 지갑을 열고는 회수권 한 장을 꺼내서 제게 주셨습니다.
길거리에서 잠시 스치든 만난 외지인에게 선 듯 온정을 베풀어 주시는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물론 그분과의 인연은 그것으로 끝났지만 아직도 가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곤 합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그렇게 작지만 소소한 온정의 기억은 곳곳에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돈 벌러 일본에 가셔서 외로웠던 마음을 일기에 적어놓으면
그것을 읽으신 선생님이 어린 마음을 따뜻하게 쓰다듬어 주시기도 했습니다.
구속돼 있을 때
나이 어린 소지가 조폭들한테 시달리는 것이 안쓰러워서 나름 따뜻하게 대했더니
성탄절 날 제 방으로 와서는 구치소 안에서는 구할 수 없는 사재 과자 하나를 건네주며 저를 감동시킨 적도 있습니다.
외국으로 떠나는 동생이 짐이 많아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할 때
단지 학교 선배의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흔쾌히 나서서 아침 일찍 공항으로 나가 짐을 날라준 후배들도 있습니다.
외롭고 힘들게 지낼 때
생계의 막막함을 메일로 적어서 보냈더니
선 듯 10만원을 보내주신 분도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날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 10여 분을 언덕길로 걸어 올라오는데
처음 보시는 분이 차를 세우시고는
“더운데 제 차로 가시죠”라며 태워다주신 분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제 마음 곳곳에는 따뜻했던 기억들이 아직 온기를 잃지 않고 남아있습니다.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닥쳐 방안에 움츠러들어 있은 요즘
일부러라도 그 온기들을 하나씩 들춰내 마음에 불을 지펴봅니다.
3
![]()
감귤나무에 낙과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는 달려있는 열매들이 많아서 낙과도 많습니다.
낙과는 열매들이 다 커서 익어가기 시작하는 겨울에 발생합니다.
기온이 뚝 떨어져서 강추위가 몰아치고 나면 곳곳에 열매들이 떨어져 있곤 하죠.
여름의 혹독한 폭염 속에서 열매를 키워낸 나무가 겨울의 매서운 추위를 견디는 방법입니다.
낙과 하나를 까서 먹어봤더니 너무 시어서 몸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습니다.
그 중에 상태가 좋아 보이는 것 몇 개를 들고 와서 침대 옆에 놓아둡니다.
추워서 방에서만 지내고 있는 동안
몸이 찌뿌듯해서 무겁게 느껴지거나
심리적인 허기로 출출함이 느껴지거나
살짝 무료함이 찾아 들어올 때
감귤 하나를 까서 그 시린 맛을 온몸으로 느끼며 먹습니다.
그러고 나면
힘겹게 겨울을 견디는 감귤나무의 기운이 오롯이 전해져서
몸과 마음이 아주 개운해집니다.
(조성빈의 ‘겨울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