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핫 스팟 우주인 출몰주의, 우리 안의 이방인을 품는 방식

 

 

 

일본의 어느 소도시 호텔에서 일하는 한 직원이 길을 가다가 큰 사고를 당할 뻔 한다. 그 순간 번개처럼 누군가 나타나 그 직원을 구해줬는데, 다름 아닌 같은 직장 선배였다. 직장 선배는 이 사실을 비밀로 해줄 것을 신신당부하면서 사실은 자신이 외계인라고 얘기한다.

사연인 즉, 아버지가 외계인인데 지구인인 어머니와 결혼해서 자신은 혼혈 외계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신체능력을 극도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역량이 있고, 그 능력을 사용하고 나면 근육통 등의 부작용이 생겨서 반드시 온천욕을 해야 하나는 것이다.

특별한 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는 외계인인데도 뭔가 허술하고 불완전한 구석이 있어서 피식 웃어버렸다.

 

그 사람이 외계인이라는 것은 둘만의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호텔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을 해결하면서 외계인의 특별한 능력을 사용하기도 하고

직원의 친한 친구에게 생긴 난처한 일을 해결해주기 위해 또 능력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그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이 주위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비밀을 지켜줄 것을 신신당부하지만 비밀을 아는 사람들은 조금씩 많아져 갔다.

하지만 서로가 적당한 선에서 의리를 지키면서 도시 전체로 급하게 퍼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알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회생활이 이어진다.

외계인을 동료로 받아들인 지구인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서로를 위하고 도와주며 살아가는데

지구인들과 비밀을 공유한 외계인은 은근히 자신이 돋보이길 바라면서 속 좁은 행동들을 하기도 한다.
그 과정이 웃겨서 피식거리면서 드라마를 계속 보는데, 이방인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너무 자연스럽고 열려 있어서 드라마를 보는 내 마음이 넓어지는 것을 느끼게 됐다. 그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아, 조금 먼 곳에서 온 사람이네”라며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한 방 얻어맞는 느낌이었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의 외계인은 특출한 능력을 현란하게 발휘하며 악당들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하지만

이 드라마의 외계인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문제들을 해결하고는 후유증 때문에 수시로 온천욕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두가 속 깊은 것도 아니어서 사소한 것들에 마음이 상할 때도 있고, 살짝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그 모습 그대로여서 더 좋았다.

외계인과 지구인이 서로에 대한 편견 없이 동료로서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가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았다.

 

드라마의 후반부에 가니 미래에서 온 사람도 나오고, 초능력자도 나온다.

그들 역시 조그만 능력을 갖고 있어서 서로 도와주며 살아가는 친구이자 동료일 뿐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던 외계인이 주위에 또 다른 특별한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약간 시샘을 하는 것이었다.

역시나 속 좁은 외계인과 품 넓은 지구인들은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그들이 살아가는 마을을 지키며 살아갔다.

 

만화 같은 캐릭터들이 아주 약간 과장된 퍼포먼스를 보여주어서 피식거리면서 보게 되는데

그들의 대화나 행동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가볍게 몰입하게 만들어버리는 매력이 있었다.

가벼운 소품 같은 이야기를 편하게 따라가다 보면

우리 주변에 있는 이방인들 품는 그 태도와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함을 깨닫게 되는 그 방식을 보며

나를 돌아보고 겸손해지게 만들었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를 드라마로 만든 느낌이었는데

그 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