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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송택 노동조합 현장이야기

안녕하십니까? 대송텍노동조합 사무국장 박상훈입니다. 저희는 지난 8월10일자로 84명 전원 해고통보를 받은 상태에서 대한송유관공사 및  노동부, 국방부를 상대로"불법해고 철회·정규직화 쟁취"를 요구하며 3주째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평생을 일하던 직장인 한국종단송유관(T.K.P)은 포항에서부터 의정부까지 국토를 종단으로 연결하는 송유관으로, 69년 미군이 건설하여 직접 운영해왔습니다. 그러다가 92년 미군이 소유권을 국방부로 넘기면서, 국방부는 그 운영을 SK에 위탁했는데 SK는 당시 미군속 신분이던 TKP 노동자들을 전원 승계하면서도 이들을 용역업체 소속으로 하여 비정규직으로 사용해왔습니다. 그리고 99년 SK의 뒤를 이어 대한송유관공사가 국방부로부터 운영업무를 위탁받으면서, TKP 노동자들은 또다시 대한송유관의 용역업체인 대송텍 소속으로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TKP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인 대송텍, 위탁관리업체는 대한송유관공사, 소유주는 국방부라는 다중의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저는 92년부터 10년째 송유반에서 일해왔지만, 같이 일하던 아저씨는 69년 송유관을 건설하던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데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20년 이상 근속자의 경력도 1년차로밖에 인정안하고, 1인당 100만원 이상의 임금을 중간에서 불법파견업체인 대송텍이 챙기는 등 열악한 근로조건과 고용불안에 시달려왔습니다.
우리는 대송텍 독자적으로는 우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고, 대한송유관공사는 자신은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면서 노조의 교섭요청을 묵살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기에 지난 5월 23일 성남지방노동사무소에 불법파견에 대해 진정을 제기하였고, 7월 19일 노동사무소는 대한송유관에 불법파견 판정과 더불어 7월 31일까지 "도급계약 해지 등으로 고용불안을 초래해서는 절대 불가하며, 직접고용 또는 민법상의 완전한 도급으로 시정할것"을 명령했지만, 대한송유관은 오히려 파견노동자 84명 전원을 해고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해고!!라는 단어 아직까지도 현실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나는 지난 십년동안 맡은직무에서 묵묵히 일만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믿고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사무국장이지만 처음에는 근로기준법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파견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도 몰랐습니다. 우리싸움의 원인은 고용불안에서 시작되었으니 불법파견을 시정하면 될 줄 알았지 해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출근 하던 날 회사정문을 지나며 가슴이 북 받쳐 오는 설움을 이기지 못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동료들의 눈을 통해 보았습니다. 이것이 현재 우리 노동자의 현실인 것을 보았습니다
노동자를 노예처럼 이리저리 사고팔다 불필요해지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해고를 시킬 수 있는 법안(파견근로자보호법)을  합법화 시킨 김대중정권의 고용유연화정책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우리 노동자들이 사용자들과 정부를 상대로 하는 투쟁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싸움인가는 200일 넘게 장기 투쟁하는 한국통신계약직, 린나이, 방송사, 건설운송노조, 인사이트등과 같이 연대하면서 보았습니다. 그들은 바닥난 기금으로 하루에 두끼의 식사로 연명하고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1차, 2차 상경투쟁으로 한푼 두푼 모아놓은 기금이 바닥난 상태입니다.
싸움을 시작하면서 가장 어렸웠던 것은 그 동안 각자의 삶을 살던 사람들이 모여 하나 같은 마음으로 행동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각지부 사업장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단체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소한 이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것이 사용자인 대한송유관의 부당해고 철회라는 목표를 두고 투쟁할 것을 8월23일 위원장님의 삭발식과 투쟁선포식을 통한 결의로서 맹세를 하였고, 28일에는 5명의 동지가 경찰에 연행될것까지 각오하고 국회에 진입하는 행동을 보여줬습니다.
9월 1일 오늘도 이른 아침에 눈을 떴습니다.
그렇지만 이곳은 집이 아니라 노조연맹 사무실 바닥이었습니다. 옆에는 가족이 아닌 직장 선후배들이 자고 있었습니다. 불과 한 달 전 까지만 해도 직장의 선후배로 호칭을 불렀지만 이제는 동지라는 생소한 단어로 회의를 하고 투쟁을 하고있습니다. 이곳 저곳 집회장소를 돌아 다니며 피곤에 지쳐 있지만 잠시 후면 누구 한명 짜증내는 사람도 없이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국방부, 노동부, 대한송유관, 국회, 정부를 향해 우리의 요구조건을 전달하러 떠날것입니다.
우리 대송텍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한송유관은 즉각 대송텍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여 TKP 업무에 원직복직시키고 그간 착취한 임금을 반환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노동부는 자신이 내린 시정지시조차 강제하지 못해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하였음을 인식하고 이제부터라도 대한송유관공사가 이를 이행하도록 특별근로감독 등을 실시하고, 문제의 발언을 한 성남지방노동사무소장은 즉각 사퇴하여야 할 것입니다. 국방부는 군대투입설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사과를 하고 TKP의 소유주로서 대한송유관공사가 대송텍 직원들을 직접채용하여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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