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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03
    산 너머 산
    깡통

입양의 그늘?

지난 2월 26일 입양관련 기사를 검색하다 프레시안에서 전홍기혜 기자의 기사를 봤다. 기사를 읽고 필자는 화가나 소리를 질렀고 놀란 아내는 무슨 일이냐고 달려왔다. 기사에 대해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막상 뭘 어떻게 말해야 좋은지 몰라 당황만하다가 전홍기혜 기자가 지난 2007년 5월에도 해외입양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적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생각나는 몇가지를 정리해봤다.
 

입양의 그늘…미혼부모는 입 다물라?

입양에서 배제되는 친부모…"입양기관과 미혼모 시설 분리 운영돼야"

기사입력 2009-02-26 오전 8:47:53

 

이혼숙려제.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섣불리 이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협의 이혼 전에 3개월의 숙려 기간을 반드시 거치게 돼 있다. 국가가 급증하는 이혼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08년 6월부터 도입한 제도다.

이혼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작 부모와 자녀들의 삶에 이혼보다 몇십배 더 큰 상처와 영향을 미치는 입양에 대해선 '숙려'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입양 보내는 부모는 한국사회에서 소위 '죄인'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현재 4살 된 아이를 생 후 45일 되던 날 입양한 한 아이의 아빠다. 하지만 필자의 글이 전체 입양 부모의 입장이 아니기에 이 글은 한 아이의 아빠가 적는 개인적 글이며 필자가 동방사회복지회 입장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전홍기혜 기자의 기사만 보고 상황을 판단하기가 어려워 서로 상충된 부분은 논외로 하고 한 아이의 입양 아빠로서 생각을 정리한 것임을 밝힌다.
 
전홍기혜 기자처럼 필자 개인도 아이를 낳은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지만 아이를 낳은 부모가 양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시설에서 자라는 것 보다 입양되어 가정을 가지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서 입양은 친부모 가정에서 키워지기 어려운 아이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게 아니다. 유교적 가부장제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혼혈아, 미혼모의 자녀 등의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차원에서 해외 입양이 먼저 발생했고, 입양기관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입양을 보내는 친부모와 입양아동들에게 입양이 어떤 경험인지는 정작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아 왔다.
 
 
필자는 한국에서 해외 입양은 한국 전쟁을 통해 발생한 부모없는 아이들을 위해 가정을 찾아주고자 시작된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전홍기혜 기자의 유교적 가부장제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아이들을 해결하기 위해 해외 입양이 먼저 발생했다라는 논리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궁금하다.
  
 
"저희가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우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양부모님들에게도 죄송스럽습니다. 하지만 입양기관은 저희만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아이 입장을 생각하라고 하는데, 입양기관이 아이를 생각했다면 입양이 보내지기 전에 친부모가 키우겠다고 했는데 그때는 왜 막았습니까? 그분들에겐 잠시 괴롭고 힘든 일일 수 있지만 저희 부부와 아이에겐 평생이 달린 문제입니다. 저희와 같은 미혼부모들에게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주셨으면 합니다."
 
 
붉은 색의 글을 보니 아마도 아이를 낳은 엄마의 이야기인 것 같다. 기자에게 이 붉은 색의 글을 읽고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기를 원하는지 묻고 싶었다. 아이를 낳은 엄마의 이야기를 적었고 아이 엄마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기사를 보면 아이는 3월 19일 태어났고 5월 13일 국내 입양되었다. 그리고 7월 18일 아이를 낳은 부모는 아이를 돌려달라고 동방사회복지회에 갔다 그런데 기자나 아이를 낳은 엄마나 오해하고 있다. 아이를 입양한 이상 그 아이는 두 엄마를 가지다. 즉, 아이의 입양은 아이를 위탁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정 속에서 새로운 엄마를 법적으로 만나게 되는 것이다. 아이에게는 낳은 엄마와 양육하는 엄마가 생긴 것인데 기자나 아이를 낳은 엄마는 현재 아이 상태를 위탁 개념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 양부모가 잠시 괴롭고 힘든 일일수 있지만 저희 부부와 아이에겐 평생이 달린 문제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나 아이를 낳은 엄마는 아이를 입양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기관에 서류를 접수하고 면담하고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과 아이를 만나 수 개월간 아이와 저녁엔 잠도 못 자고 아이를 위해 재롱도 떨어가며 보낸 시간들이 그저 잠시 괴롭고 힘든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입양된 아동에게 쏟는 부모의 마음은 생물학적으로 낳은 부모만의 것은 아니다. 아이를 입양하기까지 마음 졸이며 기다리고 기다리다 만난 그 아이를 다시 돌려달라고 한다면 이런 날벼락은 또 어디에 있을까?
 
 
몇년 전부터 정부가 '아동수출대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내 입양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나서면서 입양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입양부모에 대한 얘기만 전면에 나온다. 입양 보내는 친부모의 경험은 철저히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입양 가정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기자 본인의 기사를 입양 부모 입장에서 읽어보면 입양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심한 편견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입양 보낸 친부모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그렇다면 입양한 부모는 아이의 친부모가 아닌가? 생물학적으로 낳은 부모만 친부모란 말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 기자는 고민을 해봤는지 묻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낳은 부모에 대한 고민이 너무 열악하다는 것 필자도 조금은 잘알고 있다. 하지만 입양 가정에 대한 고민도 열악하다고 말하고 싶다. 아이를 낳은 부모에 대한 얘기가 전면에 나와야 한다는 점 필자도 인정하지만 입양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사회에 나오기 시작한 것도 최근의 일이고 몇몇 입양부모들의 눈물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들의 눈물과 헌신에 대해 기자는 알아보고자는 했는지 묻고 싶고 기자에게 필자의 바람은 기자가 앞으로 계속해서 입양과 관련한 기사를 작성하게 된다면 그리고 그 기사의 방향이 아이를 입양보낼 수 밖에 없는 부모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아이를 낳은 부모에 대해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기를 원하는지 구체적인 기사를 작성해줬으면 좋겠다. 2월 26일 내일신문에 권희정(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코디네이터)의 칼럼 [밥일꾼] 미혼모지원, 아이입장에서 바라보자 같은 글을 필자는 원한다. 물론 필자는 권희정의 글에 모두 동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차라리 대안적인 글이라면 개인적으로 권희정의 칼럼이 더 낳다고 본다.
 

이런 입양 담론에서 아이를 입양 보내는 친부모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 입양이 이들에게 어떤 경험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들에게는 입양과 양육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공개 입양하는 경우보다는 입양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입양 부모들은 갓난 아이를 선호하고, 입양이 '실적'인 입양기관에서는 생모들에게 빨리 결정을 내리라고 재촉하게 된다. 그리고 입양을 보내는 과정에서 생모는 아이와 철저히 분리된다. 대다수가 양부모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한다.
 
 
현재 입양 부모들은 입양 과정에서 아이를 낳은 엄마와 아빠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대부분 어떤 과정을 거쳐 아이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는지 정도만 제공 된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낳은 부모와 관계를 고민하는 입양 부모들고 늘어가고 있다. 서로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고 아이가 낳은 부모를 만나고 싶어 할 때 어떻게 처신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 기자가 관심이 있다면 한국입양홍보회(http://www.mpak.co.kr)를 찾아 입양 부모들의 일기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또한 필자가 입양 기관 편을 들고자 함은 아니지만 입양이 빠른 시일에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은 기간이 늦어질 수록 아이가 입양 가정에서 적응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입양 부모를 만나게 하려는 배려라 생각한다. 즉, 필자는 실적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믿고 싶다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기자가 쓴 지난 2007년 글을 떠올라 기자의 실적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입양 기관에서 아이를 입양 시키면 그 만큼 떨어지는 떡 고물이 많기 때문이라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에 더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떡고물이라는 부분을 필자도 모두 부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입양 되지 않고 자신을 낳은 부모와 함께 살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 수록 아이와 입양 가정이 더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것도 알기에 입양 기관에서 서두르지 않았나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자가 알아야 할 것은 아이를 비밀 입양 때문에 갓난 아이만을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법 구조상 갓난 아이들이 입양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친권이라는 것이 있어서 현재 시설에 있는 아이들은 입양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아주 어린 아이들이 아닌 이상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입양하고 싶어도 입양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입양 사실을 알리지 않기 위해서 어린 아이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지만 입양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고(법적인 친권문제) 그 나마 입양 가능한 아이들일 경우라도 나이를 먹은 아이들이 새로운 가정에서 적응하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입양을 생각하는 많은 가정에서 그 기간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판단해서 갓난 아이를 입양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이를 입양한 부모나 입양된 아이가 날벼락을 맞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미 입양된 아이는 한 가정의 어여쁜 딸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부모만 부모가 아니라 아이를 입양한 부모도 친부모다. 아이를 낳은 부모에는 미안하지만 아이는 또 다른 부모가 생겼다는 것을 인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는 위탁된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잠시 힘들고 괴로운 일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이런 문제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를 낳은 부모도 아이를 입양한 부모도 그리고 당사자인 아이에게도 상처가 대는 일는 더 이상 없기를 기도해본다.
  
글을 마치며  필자는 전홍기혜 기자에게 홀트아동복지회에서 2004년 발간한 입양 아동의 적응이라는 책을 권하고 싶다.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입양아동들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데이빗 M. 브로진스키와 다니엘 W. 스미스 그리고 앤 B. 브로진스키가 지은 것을 안재진이 번역한 책이다. 그리고 나눔의집에서 2005년 출판된 공개입양가족의 적응이라는 책도 권하고 싶다. 권지성의 국내 입양에 대한 논문을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입양의 그늘…미혼부모는 입 다물라?

입양에서 배제되는 친부모…"입양기관과 미혼모 시설 분리 운영돼야"

기사입력 2009-02-26 오전 8:47:53

 

이혼숙려제.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섣불리 이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협의 이혼 전에 3개월의 숙려 기간을 반드시 거치게 돼 있다. 국가가 급증하는 이혼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08년 6월부터 도입한 제도다.

이혼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작 부모와 자녀들의 삶에 이혼보다 몇십배 더 큰 상처와 영향을 미치는 입양에 대해선 '숙려'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 입양 보내는 부모는 한국사회에서 소위 '죄인'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입양은 친부모 가정에서 키워지기 어려운 아이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게 아니다. 유교적 가부장제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혼혈아, 미혼모의 자녀 등의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차원에서 해외 입양이 먼저 발생했고, 입양기관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입양을 보내는 친부모와 입양아동들에게 입양이 어떤 경험인지는 정작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아 왔다.

몇년 전부터 정부가 '아동수출대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내 입양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나서면서 입양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입양부모에 대한 얘기만 전면에 나온다. 입양 보내는 친부모의 경험은 철저히 드러나지 않는다.

출산도 하기 전에 친권포기각서부터

▲ 한 입양기관에서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 아동들. ⓒ연합
지난해 5월13일 생후 2개월 된 아이를 입양 보낸 박모(25) 씨. 그는 입양 결정을 내린 직후부터 남편 문모(27) 씨와 함께 지금까지 아이를 되찾아 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이를 맡겼던 입양기관인 동방사회복지회에 도움을 청하기도 했고, 서울시청과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넣기도 했다. 각종 공공기관과 법률사무소 등을 전전하면서 자신의 사연을 얘기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했다. "절차상 문제가 없어 도와줄 수 없다"는 것. 이들 부부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박 씨가 입양기관을 찾게 된 것은 지난해 3월 3일. 출산을 한달 정도 앞둔 상태였다. 당시 미혼 상태였던 그는 임신 사실을 알고 낙태를 하려 했으나 시기를 놓쳤다.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했지만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불안감은 커져만 갔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넉넉지 않은 형편인데다 혼전 임신이라는 부담이 있었다. 또 아이 아빠인 문 씨도 양육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2월경 인터넷을 통해 입양기관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전화로 상담을 의뢰했다. 전화를 받은 복지사는 방문을 요청하고 입양에 필요한 서류를 지참하라고 얘기했다. 그는 친구와 함께 동방사회복지회를 찾았다. 그날 복지사는 입양동의서와 친권포기각서 등 서류 작성을 권했다. 박 씨는 입양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듣지 못했고, 상담 첫날부터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내키지 않아 서류에 사인을 하지 않았다.

복지사는 박 씨가 입양기관에서 운영하는 미혼모의 집 입소를 거절하자, 혼자 집에 있다가 진통이 오면 위험할 수 있으니 자신들이 지정해주는 산부인과에서 분만 촉진제를 맞고 지정된 날짜에 아이를 낳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출산 비용과 입원비는 입양기관에서 부담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씨는 당시 출산을 앞두고 아이가 기다려지면서도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 아이 양육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 아이 아빠와의 불확실한 관계, 부모에 대한 죄책감,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몸 등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혼자 아이를 낳는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 어느 것 하나 정해진 게 없고, 누구 하나 기댈 사람이 없는 불안하고 두려운 상황에서 입양기관의 상담 내용이 그에게 큰 위안이 됐다고 한다.

그는 입양기관이 정해준 병원에서 촉진제를 맞고 예정일보다 앞당겨 분만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출산 당일인 3월 19일 아침 입양기관에 들러 입양동의서와 친권포기각서를 썼고, 이날 오후 늦게 건강한 여아를 낳았다. 아이도 낳기 전에 친권포기각서를 쓴 것이다. 복지사는 서류에 사인하기 힘들어하는 그에게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말하라면서 안심시켰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양부모가 키우는 게 더 행복할까

복지사의 말과 달리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번복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복지사는 이튿날 바로 병원에 찾아와 아이를 데려갔다. 병원에 와 있던 아이 아빠에게도 입양동의서와 친권포기각서에 사인하게 했다. 문 씨는 "서류를 제대로 읽어볼 시간도 안 주고 아이 엄마가 입양을 원하니 사인만 하면 된다면서 사인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퇴원하고 3일 뒤인 24일 아이를 보러 입양기관을 찾았을 때부터 입양결정을 번복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복지사는 이미 서류 작성이 끝난 일이므로 안 된다고 거절했다. 박 씨는 27일에도 입양기관에 들러 다시 입양 결정을 번복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거절당했다.

박 씨는 복지사가 지속적으로 입양 중심의 상담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이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그가 서울시립아동상담소 등 아이를 맡길 기관을 알아보자 복지사는 그런 기관은 주로 장애아동을 보호하는 곳이므로 그런 기관에 맡기면 아이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것 같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또 복지사는 문 씨에게 아이 아빠가 아이 엄마를 설득해서 빨리 입양을 보낼 수 있도록 하라고 말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4월 16일 양부모가 결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박 씨는 문 씨와 함께 다음날 입양기관을 찾아 아이를 돌려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복지사는 두 사람과 양부모의 경제력과 양육여건을 비교하면서 어느 가정에서 아이가 자라는 게 낫겠느냐며 입양을 권유했다. 또 복지사는 아이의 입양을 계속 미루면 '고아 호적'이 생긴다면서 서둘러 결정을 내리라고 종용했다.

박 씨가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아이를 입양하려던 양부모에게는 다른 아이가 입양을 가게 됐고, 복지사의 태도는 점점 더 강압적으로 변했다고 한다. 5월 1일 박 씨가 입양기관에 들러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뜻을 거듭 밝히자 복지사는 출산 및 입원비용과 그동안 아이의 위탁비용(하루 2만 원씩)을 지불하고 아이를 데려가라고 말했다. 복지사는 아이를 데려가려면 아이 아빠인 문 씨와 관계를 확실히 하고 양가 부모님을 모셔 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박 씨로서는 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박 씨는 결국 입양에 최종 동의하고 일주일만인 5월 13일 아이는 양부모에게 보내졌다.

동방사회복지회 "양육 관련 정보 제공…위탁 비용 청구 과하다 생각지 않아"

동방사회복지회 관계자는 박 씨 부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도 여러 차례 양육을 권유했으며, 박 씨 부부가 계속 혼란스런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복지회가 위탁 비용을 요구한 사실에 대해 시인하면서 "하루에 2만 원이라는 비용이 결코 과도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회가 위탁모에게 지불하는 비용만 한 달에 48만 원이며 분유, 기저귀 등 다른 소모품도 모두 부담한다"며 "이에 대한 국가 지원도 작년에 와서야 지급됐다"고 말했다. 박 씨의 아이는 위탁가정이 아닌 복지회의 일시보호시설에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자 이 관계자는 "시설에 있는 경우가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아이를 찾아가려는 다른 생모들에게도 위탁 비용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입양의 경우 입양아동들의 위탁 비용은 정부가 입양기관에 지불한다. 입양을 기다리는 아동은 위탁 기간 동안 기초수급자로 지정돼 기초 생계비를 지원받는다. 아이가 입양되면 정부는 입양기관에 1인당 입양수수료 220만 원 중 위탁 비용으로 지급된 비용을 뺀 나머지 비용을 지원한다. 해외입양의 경우, 입양기관들은 1인당 4000-7000달러 정도의 입양수수료를 양부모에게 받고 있다.

이 관계자는 양부모에게 박 씨 부부가 아이를 되찾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그는 "복지부에서 원해서 양부모에게 사실을 알렸다. 우리에게는 친모도 중요하지만 양부모도 똑같이 고객으로 중요하다. 양부모들이 너무 충격을 받아 곤혹스러웠다. 양부모들이 박 씨 부부를 만나는 것을 거부했다. 복지회 입장에서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입양'에서 배제되는 친부모의 경험

▲ 한국계 입양인으로 유명한 스키 선수 토비 도슨. 그는 동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뒤 친아버지를 찾게 됐다. 한국에서 입양아에 대한 담론도 주로 그들의 '성공 스토리'다. 입양아로서 경험하게 되는 정체성의 혼란 등 이들이 겪는 고통도 우리사회가 짊어져야할 문제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뉴시스
아이를 입양 보낸 직후 박 씨는 인터넷에서 아이를 입양 보낸 이들이 모인 카페를 접하게 됐고, 여기서 자신이 몰랐던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됐다. 한 미혼모 복지시설에서는 출산 후 일년이 지나도록 입양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미혼모를 위해 입양을 보류하고 있다는 사연, 미혼모자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일시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복지시설이 있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됐다. 복지사가 말한 '고아 호적'도 사실이 아니고, 자신만이 아니라 입양기관을 찾은 미혼모들 중 상당수가 입양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정보와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서둘러 결정을 내려야 했다는 사실도 접하게 됐다.

이즈음 문 씨도 양육 결심을 굳히게 됐다. 입양 보낸 뒤 아이와 박 씨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떠나지 않았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되찾아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7월 18일 동방사회복지회를 찾아 아이를 되찾아올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문의했다. 그리고 앞서 밝혔듯이 아이를 되찾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입양기관의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절차상 아무런 하자가 없고, 양부모에 대한 정보는 입양기관으로서 비밀 준수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전달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면서 지난 2007년까지도 중국, 러시아, 과테말라에 이어 4번째로 해외 입양을 많이 보내는 '아동수출대국'이다. 1953년 이래로 해외에 입양된 아동은 16만 명으로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이런 오명을 씻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5월 11일을 '입양의 날'로 정하고 국내 입양을 권장하고 있다. 배우 신애라-차인표 부부, 배우 윤석화 씨 등 아이를 입양한 연예인들이 홍보대사로 나서 입양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에 대해 강조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으로 2008년 처음으로 국내입양(1388명)이 해외입양(1264명)보다 늘었다.

이런 입양 담론에서 아이를 입양 보내는 친부모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 입양이 이들에게 어떤 경험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이들에게는 입양과 양육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공개 입양하는 경우보다는 입양 사실을 주위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입양 부모들은 갓난 아이를 선호하고, 입양이 '실적'인 입양기관에서는 생모들에게 빨리 결정을 내리라고 재촉하게 된다. 그리고 입양을 보내는 과정에서 생모는 아이와 철저히 분리된다. 대다수가 양부모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한다.

어려운 경제적 형편 등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환경, 미혼모일 경우 아이 아빠와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갈등, 사회의 미혼모에 대한 편견 등 극한 상황에 몰려 입양을 고민하게 됐지만, 생모에게 입양은 결코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자신과 아이의 평생이 달린 문제다. 또 아이를 낳기 전과 막상 아이를 낳은 후 입양에 대한 생각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

미혼모 복지시설 애란원의 강영실 사무국장은 "생모들이 대부분 준비되지 않은 임신이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든 과정을 겪으면서 감정적으로 불안한 상태일 수밖에 없다"며 "입양과 양육 의사를 계속 번복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생모들은 입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드는 상실감과 자괴감으로 몹시 불안정한 심리 상태인 '친권포기증후군'을 겪는다고 강 국장은 말했다.

헤이그협약 : 입양 동의는 아동 출생 후 이뤄져야

입양기관에서는 정작 생모들의 이런 불안정한 상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강 국장은 "우리나라에서 입양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입양 상담의 질이 변한 게 아니다"며 "입양기관의 상담원들은 생모들이 입양을 결정하고 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보자마자 입양상담을 시작하고 입양서류 작성을 요구하며 아이를 낳기도 전에 친권포기각서를 쓰라고 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 씨의 사례와 관련해 강 국장은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기관은 입양보다 부모에 의한 양육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양육에 대한 정보, 사회적응 서비스 등을 제공해야만 한다"며 "박 씨의 경우 아이를 직접 양육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입양기관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거짓 정보를 줬다"고 지적했다. 또 아이를 찾아가려면 비용을 지불하라는 요구를 한 것에 대해서도 "입양기관에 아동이 머무르는 동안 생계비 등에 대해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박 씨가 출산하기 전에 친권포기각서를 쓴 것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입양에 대한 국제협약인 '헤이그 협약'에 따르면 입양 동의는 그 동의가 아동의 출생 후에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협약은 국제입양의 요건에 대한 것이지만, 아동과 생모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는 국내입양에서도 적용돼야 한다는 것.

해외입양인들을 위한 비영리 민간단체인 '뿌리의 집'(KoRoot) 김도현 목사는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입양 아동의 98%가 미혼모의 자녀"이라면서 "미혼모의 아동이 대부분 입양 보내지는 것은 미혼모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체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은 OECD국가 중 미혼모 발생률이 가장 낮지만, 미혼모의 자녀들이 입양되는 비율은 가장 높다.

김 목사는 미혼모들에게 충분한 상담과 시간만 주어진다면, 입양을 결정하는 비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혼모 상담과 출산.양육 지원을 하는 애란원의 경우 양육 결심을 하는 비율이 82%나 되지만, 입양기관에서 운영하는 시설에서 출산한 미혼모들 중에서 양육 결심을 하는 비율은 37%로 큰 차이가 있다는 것. 김 목사는 그래서 '입양 숙려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미혼모 복지시설과 입양기관 분리해야

박 씨와 같은 불행한 사례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미혼모에 대한 복지시설과 입양기관을 함께 운영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영실 국장은 주장했다.

그는 "입양아동이 줄어들면서 지난 2003년 이후 입양기관들이 앞 다퉈 미혼모자시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며 "입양기관이 직접 미혼모를 상담하는 시스템이 확대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표. 미혼모 복지시설 현황

▲ 미혼모자시설 : 임신한 어머니, 출산한 어머니들이 머무르는 시설.
미혼모자 공동생활가정 : 양육을 결정한 어머니들이 공동생활 하는 시설.
미혼모 공동생활가정 : 입양 보낸 어머니들이 공동생활 하는 시설.



입양기관들의 경우 입양 아동을 확보할 수 있는 미혼모자시설 위주로 운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입양과 양육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접하기 힘들다는 점도 문제다. 강 국장은 "입양기관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들이 인터넷 공간을 선점하고 있다"며 "입양기관들이 포털에 유료 광고까지 내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 다음, 엠파스 등에서 '미혼모'를 검색어로 치면 입양기관들이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이 뜬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미혼모들이 인터넷을 통해 입양기관을 찾아가 상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 네이버에서 미혼모를 검색어로 검색했을 때 화면. 입양기관에서 운영하는 시설 위주로 검색이 된다. 애란원, 모성원 등 미혼모 복지시설만 운영하고 있는 곳은 검색 결과 찾아보기 힘들었다. 다음이나 엠파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프레시안

"저희가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우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양부모님들에게도 죄송스럽습니다. 하지만 입양기관은 저희만 입 다물고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아이 입장을 생각하라고 하는데, 입양기관이 아이를 생각했다면 입양이 보내지기 전에 친부모가 키우겠다고 했는데 그때는 왜 막았습니까? 그분들에겐 잠시 괴롭고 힘든 일일 수 있지만 저희 부부와 아이에겐 평생이 달린 문제입니다. 저희와 같은 미혼부모들에게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게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주셨으면 합니다."

박씨 부부는 자신들과 똑같이 잘못된 선택을 하는 미혼부모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얼마 전 미혼부모들을 위한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 "미혼모 대책 강화돼야 이런 일 없을 것"

박 씨 부부는 복지부에도 민원을 제기해 복지부 담당자도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 박찬수 아동복지과 사무관은 "국내 입양과 관련해 입양기관이 신고만 하도록 돼 있다. 법원이나 복지부, 시군구의 허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상담 과정에서 부적절한 사례가 있더라도 일일이 파악하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박 씨 부부가 민원을 제기해 동방사회복지회를 통해 상담 기록 등을 받아왔다. 규정된 절차에서 하자가 있다는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복지부에서 관리감독의 책임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런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시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박 사무관은 입양기관에서 미혼모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문제에 대해 "미혼모 시설을 입양기관에서 많이 운영하는 게 사실이고 미혼모 시설마다 특징이 다르다"며 "애란원 등 미혼모 위주의 시설은 양육을 주로 하게 되지만 입양기관은 양육보다는 입양으로 연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미혼모 시설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복지부에서도 강화하기 위해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단계적으로 미혼모 대책이 강화되고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전홍기혜 기자 메일보내기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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