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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15
    상처
    깡통

상처

나무야.


요 며칠 하경이가 감기가 심해서 열이 많이 나고 코피도 흘렸어. 그런데 지난 2월 9일 궁더쿵에서 큰 아이들이 나들이를 간다며 8일 저녁에 해열제를 먹은 하경이가 궁더쿵에 갔단다. 점심 때 쯤 하경이가 어떻게 지내냐고 선생님께 연락했더니 하경이가 많이 추워해서 모두 돌아와야 할 것 같다는 거야. 그래서 하경이를 데리고 오려고 하람이와 하경이에게 갔어. 깡통이 도착하자 하경이는 다른 아이들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서 집으로 향했지.


집에 돌아와 해열제를 먹이고 이불에 뉘었더니 하경이는 덥다며 이불을 자꾸 차고, 하람이는 누워있는 하경이 옆에서 알짱거리다가 하경이에게 구박 받아 울고는 하경이 곁으로 또 가네. 코를 훌쩍거리며 언니 주변을 맴도는 하람이와 열이 높아 모든 것에 짜증이 난 하경이. 티격태격하는 두 아이를 보면서 깡통은 두 아이가 함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


깡통이 지난 번 편지에 깡통 가족의 비밀을 이야기 했지. 서로 다른 배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고 있다고. 하경이와 하람이는 입양 아동이고 깡통과 징검다리는 하경이와 하람이를 공개입양을 했어. 공개입양이란 입양된 아동 즉, 하경이와 하람이에게 너에게는 너를 낳아준 부모가 있고, 지금 너와 함께 살고 있는 부모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을 말한단다.


최근 유튜브에서 미국의 여배우 캐서린 헤이글과 남편 조쉬 켈리가 2009년 한국에서 입양한 네이리의 성장 과정을 담아 만든 뮤직비디오와 댓글들을 봤어. 대부분 네이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글들과 감사함이 묻어나는 글들이었지만 간 혹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낸 것에 대해 답답함을 적은 글들도 보였어.


나무야. 존 우드의 히말라야 도서관(이명혜 번역)을 보면 존 우드가 자신이 좋아하는 중국 속담을 이야기 하는 장면이 있어. “실천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실천하고 있는 사람을 비난해선 안 된다.”


깡통은 사람들이 OECD 회원인 국가에서 자국의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한다면 해외 입양 자체를 비난하기보다 해외 입양이 발생하게 되는 이유들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 어떤 일에 대해 비판과 비난을 넘어서는 실천적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그 문제는 해결 될 수 없기 때문이지.


깡통도 해외 입양이든 국내 입양이든 입양되는 아이들이 없으면 좋겠어. 하지만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없어지지 않는다면 입양되는 아이들이 없어질 수 없단다. 아이를 낳은 부모가 자신이 낳은 아이와 살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데 세상에 태어나 자신을 낳은 부모와 함께 살아갈 수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무야. 우리 하경이와 하람이가 자신들의 입양 사실을 아무런 고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직 7살, 3살인 아이들이지만 그 7살 아이도, 3살 아이도 상처가 있단다. 그리고 그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 깡통과 징검다리도 상처가 있어. 하지만 하경이와 하람이는 자신을 낳아 준 부모와 함께 살아 갈 수 없지만 또 다른 부모를 만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언니와 동생으로 서로 티격태격하며 살아가고 있단다.


나무야. 참나무는 참나무, 소나무는 소나무, 큰 나무, 작은 나무, 각자의 모습이 있어. 그러니 나무가 다른 나무들과 같아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참나무가 소나무가 아닌 것처럼 그저 너는 너일 뿐이란다. 서로 다른 사람들과 살다보면 상처가 나지만 그 상처가 두려워 피하지는 말거라. 나무가 다른 나무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서로에게 주는 상처는 작아질 거야.


물론, 나무가 살아갈 바탕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나무가 잘 자라기만을 바라거나, 상처받아 힘들어하는 나무를 향해 누구나 한번 쯤 겪는 성장통이라고 이야기한다면 너무 무책임하다며 나무가 화를 내겠지. 그래서 깡통도 깡통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할 거야. 나무야. 주위를 돌아보렴 그러면 나무를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될 거야. 그러니 나무는 숲을 그리렴.


서로 다른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고 그 숲에는 수많은 생명이 함께 할 테니 나무야 이제 우리 함께 숲을 이루자꾸나.


2012년 2월 15일 나무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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