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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론에 동의하기 어려운 몇가지 이유

 

국가보안법 폐지론에 동의하기 어려운 몇가지 이유

- 데이모스(펌)

  

  국가보안법 폐지/개정의 논란히 전사회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일종의 {지각현상}인 것 같다. 국가보안법 폐지하자고 플래카드 거는 것도 그 법에 저촉된다는 골때리는 현실이 바로 엊그제이다. 그리고 그 국가보안법에 의해 감금되고 감시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헌법적으로 위헌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국가행위, 혹은 개인들과 개인들의 권리와 의무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문제들을 가리기 위한 일종의 규칙같은 것이다. 그 법이 위헌이라면 당연히 폐지되어야 하지만, 위헌이 아니라고 해도 법의 필요성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문화되어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법의 개폐는 의회의 일이며, 보다 근원적으로는 인민의 이해라는 것에 귀속된다. 아무리 좋은 법도 인민의 이해에 반하거나 혹은 인민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라져 마땅한 것이다. 하물며 그동안 온갖 자의적 해석과 정치적 집단의 이득을 위해 전가의 보도로 사용되었던 그 국가보안법이 존치되어야 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개정으로 양분되어 있는 현재의 정치적 대립에서 나는 폐지론에 손을 선뜻 들어주기가 어렵다.

  사회적으로 무효화되고 있는 법을 폐기하자, 만일 재활용할 부분이 있다면 형법상에 반영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폐지후 보완론과 아직도 유효하다, 북한이 적화통일을 추구하고 있지 않느냐라는 유지-개정론의 대립은 {명목성}에 대한 윤리적 판단에 준거하고 있다. 이 {명목성}에 대한 입장은 국가보안법이 {국가안보}를 규정하고 있다는 주장에까지 이르러있다. 사실상 폐지후 보완론이나 유지-개정론이나 모두 명분, 명목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명목, 명분이란 본디 실제, 실리에 준거한다. 유지-개정론자들은 국가보안법이 북한의 적화통일 책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다는 {명목}을 주장한다.

  과연 그러할까? 대북관계에서 국가보안법에 우선하는 것은 {정전협정}이었다. 북한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진술은 국제적인 협약관계 등과 관련되어 전혀 무의미하다. 때문에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항목을 통해서 쟁점화되는 것이다. 즉 국가보안법이 {북한의 적화통일}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그럼 소위 간첩, 선동의 문제도 어떨까.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변란}을 도모하는 모든 행위들을 규제하는 것을 그 임무로 한다. 그런데, 실제 이 국가보안법에서 규정한 {국가}란 무슨 국가일까? 5.16 쿠테타를 통해서 헌법적 정부를 전복한 {국가}는 이 국가에 해당할까? 그리고 부정선거를 통해 {정부}를 지휘하고 통솔하는 이승만 대통령을 반대하고 몰아낸 4월 혁명은 {변란}에 해당할까? 또는 87년 6월의 항쟁은?

  이런 {변란}들은 찬양고무하거나 선동하는 정도가 아니라 물리적이고 집단적인 대중행동이었다. 이 사건들에 대해서 {국가보안법}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즉 국가보안법은 지금까지 국가에 심각한 위기상태가 왔을 때,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했던 것이 진실이다. 오히려 국가보안법은 평화적 시기에, 국가에 반하는 대중들의 행동들이 일어나지 않고 있던 시절에, 인민을 투옥하고 감시하고, 처벌하는 역할을 해왔다. 실제 무장한 대중들의 행동이었던 5월 광주는 어떠했는가? 그자리에 국립묘지가 자리잡고 있는 것을 우리는 보지 않는가.

  국가보안법이 합헌적이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국가보안법은 그 소기의 역할을 달성하고 있지 못하다. {국가 안보}가 위태로울 때, 국가보안법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한편 폐지후 보완론은 {국가보안법}의 오,남용을 지적한다. 즉 국가보안법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보안법이 그동안 어떻게 이용되어 왔는가를 말이다. 이런 논리는 {명목}에 걸맞지 않는 실제를 문제삼는다. 그 때문에 그들은 형법상 보완을 주장하고 나선다. 민주수호법 같은 식의 새로운 법을 만들자는 민주당의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다.

  폐지후 보완론자들은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지난날의 역사를 {법의 폐지}로 정리하고자 한다. 실제, 그 역사속에서 고통받고 죽어가거나 억압받았던 사람들이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것으로 끝내자고 한다. {국가안보}라는 지고지상의 명목을 위해서 논란이 많고, 부실하게 운영되었던 {국가보안법}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전히 {국가안보}가 중요한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보완론자나 유지-개정론자들 모두 국가보안법의 명목에 매달린다. 하지만, 실제 국체를 유지하며, 국체의 존재근거를 밝히는 것은 바로 {헌법}이다. 국체에 적대적인 집단, 개인, 국가들이 어떠할지라도 헌법은 그것과 무관하게 헌법적 주권자들의 계약에 근거해서 국체의 존재의미를 밝히는 것이다. {국가안보}의 실체는 인민의 계약을 유지시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저 적으로부터 방어한다. 혹은 반국가적 단체로부터 정부를 보호한다는 수준의 기술적이고 절차적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연 국가안보를 얘기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얼마나 인민의 계약을 존중하는지 혹은 국가보안법 폐지로 역사를 깨끗이 정리하려는 열린우리당이 얼마나 인민의 계약을 존중하는지 확인하자.

  그들이 국가안보를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적국도 아닌 이민족의 나라에 군대를 보내는 것이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었나? 파탄난 경제, 피폐한 경제생활에 신음하는 인민들의 삶에 한푼이라도 보태준적이 있던가? 경찰은 군대는 국가의 관료들은 지금 거리를 방황하는 인민들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

  국가보안법을 폐지한다고 했다. 아니, 이렇게 폐지되어서는 안된다. 국가보안법에 의해 자행된 잔혹한 린치와 권리의 박탈, 고통들의 실체가 낱낱히 고발되어야 한다. 국가보안법을 유지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국가보안법에 의해 권리를 박탈당하고 모든것을 빼앗겨버린 사람들에게 국가보안법은 정당했다고 변론을 해야 할 것이다. 만일 그 변론이 옳지 못하며, 옳지 못한 변론을 한다면, 그에 따른 응당한 댓가를 치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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