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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왜 이럽니까? - 당지도부 및 단병호 의원 등 의원동지들께(이장규)

민주노동당 당원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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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홈페이지에 들어와서 논평을 확인하다가, 참으로 한심해서 절규하고픈 심정으로 글을 올립니다.

지난 9.10일 '파견근로대상 확대와 기간제 고용기간 확대'라는 내용을 담은 최악의 비정규직 개악안이 노무현 정권에 의해 입법예고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에서는 오늘까지도 아무런 논평이나 성명 한 줄 없고, 그나마 단병호 의원실에서 논평을 내놓았긴 하지만, 우리가 그리 어정쩡하다고 비판하는 참여연대의 논평보다도 수위가 낮군요.

정말 왜 이럽니까? 민주노동당, 지금 무엇이 중요한 지도 제대로 모릅니까?




맨날 말로는 최우선과제라는 비정규직 문제해결 어쩌고는 그냥 립서비스입니까? 당장 투쟁기획에 들어가도 모자랄 판에, 성명서 낼 정도의 관심도 없으면서 무슨 얼어죽을 비정규직 문제해결입니까? 이런 식으로 일을 하니 '정규직만 대변' 어쩌고 하는 욕을 들어먹는 거 아닙니까?

아, 비정규직 관련해서 당의 입법안이 이미 나와있다고요? 솔직히 그거 (적어도 이번 국회에선) 통과시킬 힘도 없지 않습니까? 힘도 없으면서 이런 것 발의했네라고 말로만 내세울게 아니라면, 미래의 장밋빛 약속을 말하기 이전에, 숱한 노동자들에게 당장의 몽둥이로 작용할 이번 비정규직 개악안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내는 것이 우선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당의 국회의원 몇 명 들어간다고 당장 세상이 좋아질거라고 기대하고 민주노동당 찍어준 거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따위 개악안만은 온 몸을 다해 저지할 거라고 믿고 뽑아준 겁니다.

당지도부 동지들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쌀투쟁, 국보철폐 다 매우 중요한 싸움입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 또한 그만큼 내지 그보다 더 중요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선 고전적인 노농동맹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전략적인 동맹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민주노총의 미조직사업 정도로 생각할 과제가 아니라, 당의 집권과 우리사회의 변혁을 위하여 최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리고 국보철폐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건 어차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과의 싸움이거니와 열린우리당이 기본적으로는 잘 싸우고 있으니 같이 손들어주면 되는 겁니다. 물론 열린우리당에서 형법보완 어쩌고 하는 헛소리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그건 형법개정안이 정식으로 입법예고될 때 싸우면 되는 것이고, 지금 그걸 물고늘어져봤자 국민들에게 실제적인 차별성을 별로 드러낼 수 없는 사안입니다. (한쪽에서는 열린우리당 2중대라고 할거고, 다른쪽에선 괜히 딴지걸어 전선을 혼란시킨다고 할 겁니다. 저들이 만들어놓은 싸움판에서 힘도 없으면서 어설프게 차별성 내세우려다 보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비정규직 개악안은 국보철폐와는 완전히 성격이 다른 싸움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차별성을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싸움이며, 열린우리당의 기만성--맨날 '정규직 귀족노조' 운운 하면서 비정규직을 위하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비정규직을 최대한 확대시키는 이따위 법안을 발의하는 저들의 대국민사기극--을 본격적으로 폭로할 수 있는 싸움입니다. 즉 이번 싸움은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 퍼지고 있는 '귀족노조' 운운하는 저들의 이데올로기에 대해 역공을 펼수 있는, 정치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싸움입니다. 제발 부탁드리오니, 이번 비정규직 개악안 저지를 위해 당의 총력을 집중해 주십시오.

단병호 의원동지 (및 다른 국회의원 동지들)께도 같이 호소드립니다. 국정감사준비나 민생개혁과제추진 등 매우 바쁘실 줄 잘 압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주어진 틀 내에서 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에만 매몰될 때 그 결과는 우리가 그렇게 경계했던 '의회주의'로의 전락 이상이 결코 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 당 의원들의 가장 일차적인 임무는 대중운동과 함께 저들의 반민중적 공세를 저지해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단지 좀 더 '진보적'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의 국회의원 개인이 아닙니다. 이번 비정규직 개악안과 같은 정권과 총자본의 공세를 온 몸으로 저지함으로써, 조직된 노동자만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비롯한 전체 노동자계급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국회의원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국정감사 좀 못해도 괜찮습니다. 입법발의 좀 미뤄도 괜찮습니다. 우리가 '노동자를 대변할 국회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하고 한마음으로 원했을 때, 그 한 명이 무슨 대단한 힘을 가지고서 국정감사나 입법활동을 통해 우리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건 결코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는 단지, 노동자 국회의원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국회라는 저들만의 잔치판에서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한 각종 법안들이 일방적으로 통과되는 일만은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겁니다. 그러라고 찍어준 겁니다.

부디 왜 우리 당원과 지지자들이 단 의원님 이하 여러 동지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주었는지 다시 한 번 기억해 주십시오. 그 첫마음으로, 이번 비정규직 개악안을 저지하기 위한 싸움에 의원동지들의 전력을 다해주시길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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