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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노을지는 한강을 본 적이 있는가

난 있다. 가끔...

 

한강의 남쪽에 살던 나는

한강의 북쪽에 위치한 학교를 가기 위해

거의 매일 제1 한강교를 건너가야 했다.

 




 

서울 살아서 좋다는 생각 해본적 몇번 없지만

그 한복판에 한강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넉넉하게 한다.

 

하교길에

나를 태운 버스가 이미 붉게 달아오른 제1한강교를 지나갈때

저 멀리 63빌딩의 창들이 그날의 마지막 발광을 시작하고

출렁이는 한강은 시뻘걷게 젖어드는 햇살들을 가득 머금은 채

유유히 흘러갈 뿐이다.

그 사이로 mbc 저녁 뉴스에서 자주 본듯한...

 노을 사이을 가로지르는 지하철의 풍경...

캬~~~~

 

왜 사는지 잘 몰라도...

이 순간만큼은

잘 풀리지 않던 사랑도... 힘겹게만 느껴지는 투쟁도

잠시 접고...

저 노을들과 함께

세상 깊은 곳으로 젖어들고 싶어졌다.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과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이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터무니없이 교차하던 20대의 어느날...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이 모든 것을 꼭 함께 하겠노라고

한강의 노을에 얼킨 나의 청춘과 그 모든 기억과 감성들을 꼭 들여주겠노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었는데...

 

막상

좋아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을 만나도

노을지는 한강의 기억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그 기억들이 너무나 아득해서

내 숨이 그만 꼴깍 넘어갈 지경이다...

 

허허허....

 

그래서 노을지는 한강의 기억은

언제까지나 나만의 것이 될 듯 싶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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