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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주아 진영의 과거사 청산 논란의 본질은 무엇인가?

부르주아 진영의 과거사 청산 논란의 본질은 무엇인가?

기관지노힘  제62호 송석현 노동자의 힘 회원

친일 반민족 행위, 군사독재에 의한 민주주의와 인권의 말살 등 과거사에 대한 포괄적인 청산 문제를 두고 부르주아 정치권은 뜨거운 한여름을 짜증나리만큼 더 뜨겁게 달구었다.
많은 사람들은 과거사 청산 논란이 수구세력을 겨냥한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가 분명히 개입되어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노무현을 지지하는 세력은 그 같은 의도가 반드시 성공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수구보수세력은 거의 대부분 암울했던 과거사의 가해자거나 그들의 후손이며, 그들이 여전히 권력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사 청산과 더불어 사라져야 할 존재들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과거사에 대한 완전한 청산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한 걸음 진전시켜낼 것이기도 하다. 이로써 노무현식 정치적 자유주의는 또 한 번 성공을 이루게 될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과 열린우리당 등 이들 자유주의자들의 의도가 이것만 있으랴. 더 무서운 음모는 실로 다음과 같다.
우선, 과거사 정리를 통해 이 사회의 온갖 비민주적 요소와 그 잔재를 제거해 나감으로써 명실상부한 자본주의 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이것은 김대중 정권 때부터 자유주의 부르주아지=신자유주의 세력의 핵심 화두였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 발전'이라는 모토와 본질을 같이 한다. 정치와 사회의 비민주성이 시장 경제의 질서를 어지럽혔고 이로 인해 자본주의는 심각하게 왜곡되어 경제 위기가 심화되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따라서 과거사 청산을 통해 신자유주의 자본 운동을 저해하는 비민주적 요소를 제거함과 더불어 신자유주의 자본 질서를 확고히 구축하자는 것이 이들의 정치적 의도 중 하나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경제 위기에 대한 책임을 그들이 직접적으로 지지 않아도 되며, 그들 나름의 해결방식으로 주도해 나갈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보다 더 무서운 의도가 있다. 자유주의 부르주아지들은 과거사 청산의 결과로 한층 완성될 신자유주의 지배 체제를 기반으로 삼아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혁명적 열망을 거세하고 동시에 변혁적 계급운동 진영을 말살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합리적 시장 경제 질서와 민주주의의 진전은 결국 노동자계급의 변혁적 계급운동을 탄압하는 이데올로기 장치가 될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과거사 청산에는 자본의 노동에 대한 착취와 생존권 말살의 처절한 역사에 대한 반성은 없다. 그들이 노동자계급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과거의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생존권과 결부되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운동의 요소가 있었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것은 지금 무서운 독침을 휘두른다. 현재의 노동운동이 생존권 차원에서가 아니라 노동귀족화한 집단의 이기주의이며,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시장 경제 질서를 해치는 사회 암적인 요소라는 점을 이들 부르주아 지배 세력은 연일 떠들어 대고 있다. 이로써 과거를 청산한 새로운 시대, 즉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시장 경제의 시대(신자유주의 시대)에 새로운 노동운동(사회적 합의주의)이 요구된다. 이것은 곧 혁명적 계급운동 진영의 말살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현재 국가보안법 폐지와 개정 논란이 여당 내부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국보법은 폐지되어야 한다. 하지만 폐지든 개정이든 이들 자유주의자들 사이에서 공유하는 진실의 본질은 이른바 '민주 질서와 시장 경제를 수호해야 한다'는 신조이며, 그것은 자본의 노동에 대한 무한 착취를 연속하게 하는 질서를 수호하는 것이다. 설사 국보법이 폐지되어도 저들은 변혁적 계급운동을 탄압하고 말살할 장치를 얼마든지 만들 것이며, 그 과정은 철저하게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통해서 실현될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이들 자유주의 세력과 수구보수세력은 이번 과거사 청산의 과정에서 서로를 절대절명의 상태로 몰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같은 부르주아적 계급성이 동해서이기도 하지만, 현재와 앞으로의 정세에서 오직 그들만이 한국 자본주의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지위를 나눠 갖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결코 노동자계급의 독자적인 진전을 원하지 않으며, 자본주의 수호 전선에서 언제든지 총단결할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자 민중운동 진영 역시 계급적 단결을 통해 대적해야 할 것이며, 민주 대 반민주, 또는 개혁 대 수구, 또는 진보 대 보수로 왜곡 변형된 전선이 아니라 노동 대 자본이라는 계급적 전선을 분명히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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