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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왕따 당한 노동자 민중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왕따 당한 노동자 민중

기관지노힘 제59호김영선 노동자의 힘 편집국장

본격화된 행정수도 이전 논란

부동산 투기꾼이 날뛰고 행정수도 논란이 전방위로 번진 가운데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7월 5일 최종 후보지역으로 충남 공주-연기를 확정 발표했다. 추진위는 이어 전국 주요도시 순회 공청회 개최 및 8월 중 입지 확정을 시작으로 신행정수도 이전이 ‘개발?이전단계’에 접어들었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공청회는 7월 12일 대전을 시작으로 22일 제주 등 전국 9개 주요 도시에서 열렸고 정부는 추진위를 비롯하여 관계 부처, 대통령 산하 정책기획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동북아시대위원회,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등 노무현 정부의 국정비전에 따라 설치, 운영 중인 각종 위원회를 총동원했다. 한편 줄기차게 반대의사를 표명해 온 조?중?동 수구언론을 비롯한 각종 우익 시민단체들은 공청회 안팎을 장악하여 반대 시위와 이데올로기 설파에 열을 올렸다. 지난 16일 서울 건설회관에서 열린 서울 공청회도 마찬가지였는데 관광버스로 동원된 반대론자들이 강동식 건설교통부장관보다 더 많은 카메라 플래쉬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신행정수도 건설의 본질

김대중 정부 때부터 추진하던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은 노무현 정부 들어 그의 대선 공약으로 출발, 국정 비전의 주요 꼭지로 설정되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을 아우르는 핵심 이데올로기이자 정책과제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은 노무현 정권 임기 1년 차에 경제자유구역(경제특구)을 밀어붙이며 그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올해를 경과하며 노사관계 선진화방안(로드맵)을 완성하는 것으로 실체를 드러내려 하고 있다. 이 와중에 논란의 불이 지펴진 행정수도 이전은 겉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목적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노무현 정권은 수도권 과밀화를 꾀한다며 각종 수치를 들어 수도 이전의 불가피함을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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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 수치
국토 중 수도권의 면적 11.8%
수도권 인구(집중도) 2,539만명(50.1%)
중앙행정기관 83.9%
공기업 본사 84.8%
100대기업 본사 92%
제조업체 56.7%
벤처기업 77%
기업부설연구소 72%
20대 주요 명문대 65%
수도권의 도로교통 혼잡비용 12조4천억원(서울시 1년 예산)
수도권 3개 지자체 재정자립도(16개 시?도 지차체 평균) 87.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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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그러나 신행정수도 건설이 위와 같은 수도권의 과밀화를 해소할 것이라는 노무현 정권의 외침은 거짓이다. 왜냐하면 신행정수도 건설을 통해 수도권을 ‘경쟁력을 갖춘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주장을 동시에 하고 있고, 이것은 수도권 과밀화의 해소보다는 (자본의 측면에서) 합리화를 꾀하겠다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노동력-정보-연구-사회간접자본이 응축된 인천-서울-경기(남부) 삼각 축을 향후 동북아 물류와 금융의 거점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의 중심지로 구축하고 이를 저해하는 요소들을 거세하겠다는 의지의 단면이 신행정수도 건설 정책으로 외화된 것이다. 일부 부르주아 경제연구소가 싱가폴 등의 예를 들어 경제특구 활성화를 수도권 중심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부르짖는 것을 우연의 일치라 치부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자본 논리를 빙자한 정치 논리. 정치 야욕을 업어 탄 자본 논리

한편 한나라당을 비롯한 일부 부르주아 세력은 노무현 정권의 행정수도 이전이 대통령 중임제 개헌 야욕과 정권 재창출 의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지역패권주의(충청 민심 장악)이며 그래서 정치적 책략이라고 반박한다. 노무현이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것을 대통령 불신임으로 느끼고 있다”며 칭얼댄 것은 이러한 자신의 속내를 들킨 듯한 불쾌감에서 연유한 점도 있지만 “공룡 같은 자기 몸도 못 움직이고 내부 문제도 못 푼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작금의 경제 위기(자본 이윤 축적의 위기)를 극복하려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왜 고춧가루를 뿌리냐며 한 수 가르치는 식으로 나오기까지 한다. 따라서 현재 행정수도 이전 논란에 재벌들과 유관 경제 연구소들이 팔짱 낀 채 관망하는 것은 ‘손 안대고 코 풀 수 있는데 우리가 왜 나서냐’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본 입장에서 그들의 이해관계와 어긋나지 않는다는 소리다.

반대 논리 또한 본질을 겨누고 있지 못하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한창이던 7월 12일, 의미심장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한겨레가 리서치 플러스에 의뢰하여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찬성 37.9%, 반대 55.3%로 나왔다. 대개의 반대자들은 ‘충분한 검토나 국민 합의를 거쳐 이뤄지지 않았다’는 측면을 들었고, 이 의견은 ‘행정수도 이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18.3%)을 압도했다. 여론 조사는 조작된다는 측면을 감안하더라도 응답자들은 행정수도 이전 자체와 본질에 대해 고민한다기보다 정책 추진의 ‘절차상의 문제’를 문제삼고 있는 셈이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탄핵국면과 김선일 씨 살해와 파병논란 등 극한 정치적 격변에 시달린 시민들이 정치적 전망을 스스로 열기보다는 주어진 국면에서의 합리성에 기대는 심리가 다시 한 번 작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부르주아 언론 또한 찬성-반대 식의 여론몰이 수법을 재연하여 민중 스스로 부르주아 정치 논리를 넘어서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효과도 얻었다.

행정수도 이전,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자본과 정권이 행정수도 이전에 들어갈 천문학적 비용을 고스란히 노동자?민중에게 부담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반대가 설득력을 얻는 면도 있지만 노무현 정권이 추진중인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의 허구성과 반민중성에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한 이 반대는 한나라당 식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한다. 또한 이전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발상은 합의(합리)를 가장한 또 다른 폭력에 손을 들어 주는 것이므로 경계해야 한다. 노동자 민중은 ‘행정 수도 이전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금 논란의 주체로 노동자 민중이 서 있는가’의 눈으로 지금의 상황을 들여다봐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국민적 합의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한다거나 충청-전라 인심을 얻으려는 정략적인 정책을 반대한다는 따위의 반대를 넘어 노동자 민중의 삶을 더욱 더 피폐화시키는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신자유주의 자본합리화 정책’을 반대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은 뉴욕, 시드니, 상하이, 상파울로 등 수도가 아닌 세계 일류 도시들처럼 서울-수도권을 바꾸겠다고 말한다. 뉴욕의 할렘에, 상하이 양쯔강 하류에, 상파울로 빈민가의 절규와 고통이 바로 한국 노동자 민중의 눈물인데 이래도 괜찮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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