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발견

from 우울 2010/04/19 12:39

밤은 길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눈부신 햇살이 블라인드 틈으로 멀리에서부터 찬란하게 스며든다.

그것은 행복이라기 보다는 기쁨에 가까운 감정이다.

 

이런 감정에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써내려갈 수가 없다.

 

마약과도 같은 햇볕.

눈을 뜨면 햇볕을 찾는다.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면, 나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구름을 통해 만져지는 차가운 햇볕은 내 갈증을 더욱 배가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깨어있는 동안 끊임없이 상기되는 햇볕의 결핍,

창가의 식물들 곁에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고

나의 무력함과 무의미하게 지속해야만 하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햇볕만 있으면, 햇볕만 따듯하고 강하고 풍부하게 내리쬐어 준다면

나는 그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 그저 햇볕에 감사하고

온기를 흡수하고 주어진 삶을 받아들일텐데.

 

태양은 꼭 필요한만큼 먼 곳에서 나를 차갑게 응시하고 있다

 

너무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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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12:39 2010/04/19 1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