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박산성

뭐 산성이라고 할 규모는 아니지만, 이건 마치 공성전 준비하는 것같은 분위기다. 협곡 사이로 성벽을 축조하고 몰려오는 적들을 막는 것은 삼국지에서나 나오는 이야긴 줄 알았는데, 대륙간 탄도미사일이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21세기에도 전국시대(戰國時代) 방식의 차단벽이 유효하다는 사실은 진짜 해외토픽감이다.

 

게다가 그 위로 시위대가 기어오르지 못하게 한다는 이유로 구리스(윤활제)칠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분노한 시위대 일부가 거기에 불이라도 질러버리면 광화문 한 복판이 벌겋게 타오르는 난리통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어청수가 그거 노리고 일부러 컨테이너 박스에 그리스칠 시킨 건지 의문이 드는 바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더니 프레시안에도 이런 우려를 담은 기사가 떴더라.

 

광화문 네거리를 내려다보시던 성웅 이순신 장군. 사실 그 분이 서 있을 자리는 근처에 바다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내륙 한 복판이 아니라 전라좌수영이 있던 순천이나 노량해전이 있었던 남해에 서 계셔야할 일이다. 우짜다가 세종로에 세종대왕 대신 서서 앉지도 못한 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고 계신다. 그런 마음을 알게 된 경찰청장 어청수, 장군님 주변을 항구처럼 만들어 장군님의 적적함을 달래주려 했던 것이냐.

 


(오마이뉴스에서 퍼옴)

 

경찰이 무한권력을 행사하는 집단이 되었음을 웅변하는 이 천박하기 짝이 없는 건조물은 사실 현행법 자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황평우가 적절히 지적했듯이 일단 이 컨테이너 구조물은 문화재보호법 위반이고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게다가 이 구조물은 집회시위의 원천봉쇄를 위해 구축된 것으로서 집회참가자로 하여금 두려움을 갖게 만들어 효과적인 집회를 진행할 수 없도록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행 집시법 제3조 1항 위반이다. 더구나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기도 하다.

 

더불어 컨테이너를 이용한 명박산성 축조시기는 지난 새벽으로 이 일대를 이용하는 차량의 소통을 막고, 특히 출퇴근 시간에 엄청난 교통장애를 유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물질적, 정신적인 피해를 안겼다. 이거 손해배상 청구소송 대박감이다.

 

문제는 이런 위법행위를 현직 경찰청장이라는 자가 눈도 깜빡 하지 않고 저질렀다는 거다. 법치질서를 지키는데 한 몸 바치라는 의미에서 옷사줘, 권총사줘, 월급까지 주고 있는데, 하는 짓이 오히려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 하고 앉았으니, 이런 걸 경찰청장이라고... 얘 대가리 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다.

 

서울 시장이라는 작자는 왜 여기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걸까? 서울 시장의 재량이면 경찰의 이런 행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중단할 것을 명할 수도 있는데 왜 하지 않는 걸까? 어청수하고 짰나?

 

이명박이 인적쇄신을 한다고 하는데, 인적쇄신이 얼굴만 바꾸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박근혜 총리설도 나오고 있던데, 박근혜가 총리가 되던 누가 경찰청장이 되던 이런 닭짓 계속 하는 한 정권에 대해 분노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막을 방법은 없을 거다.

 

컨테이너 박스 몇 개 갖다 놓고 주접쌀 정신이 있으면 저 이순신 동상이나 있어야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 옮겨놓는 것이 좋다. 장군님도 좋고 거리도 넓어져서 좋고. 조선왕조가 종말을 고한지 물경 1세기가 지났는데, 아직도 장군님을 궁전 경비대장처럼 세워놓는 것이 그닥 좋은 모습은 아니다. 하긴 뭐 이순신 장군 동상을 경복궁 경비대장 시키려고 세웠겠냐? 청와대 경비용으로 세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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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1 02:39 2008/06/11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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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8/06/11 12:08

    행인님의 [명박산성]에 약간 관련된 글. 6월 10일 대한민국 경찰청이 명박산성 쌓기 3일 전인 7일 밤에 명박산성 이전버전을 찍어두었다. 이순신 장군은 청와대를 지키고 있는 듯하여. 장군의 저 위엄은 시위대를 향해 호통을 치는 듯. 이렇게 전경차를 두고 장군의 동상과 마주하니 애초부터 저렇게 인민들에게 호통을 치라고 세워 놓았다는 생각이 들더군. 장군에 대한 어떤 역사는, 그 시대의 장군들과

  1. 명박산성 낙서 중에 "장군님을 풀어줘라, 이순신을 풀어줘라" 이런 낙서도 있었어요...명박산성으로 이순신장군 구금했다고~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완전 기진맥진입니다, 요즘ㅠㅜ
    이번학기 학점은 완전 날아갈 듯ㅋㅋㅋㅋㅋㅋㅋㅋ

  2. 저도 학점 날아가게 생겼습니다 ^^; 그나저나 역시 사람은 배워야 안다고 +_+ 위법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_+

  3. 신당 나오셨단 얘기는 들었는데...형 요즘 뭐하고 지내세요?

  4. 안티고네/ ㅋㅋ 하지만 뭐 거기 있는 이장군상은 청와대 파수꾼 노릇하라고 서 있는 건데 뭐. ㅎㅎ 아무리 바빠도 학점은 챙겨주시길.

    에밀리오/ 한 10여년 전에 현장활동을 가서 이런 구호를 외친 적이 있었어요. "학점도 포기했다, 철거깡패 물러가라!" ㅎㅎ 그 덕에 졸업도 못할 뻔 했죠... ㅠㅠ 학점관리 잘 하세용~~~ ^^

    명수/ 백수생활하고 있습니다용. 근데 혹시 뉘신지...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