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당을 희망하며

행인님의 [혁신은 뉀장, 니나 먼저 하던가...] 에 관련된 글.

 

프레시안의 좌담과 마찬가지로 한겨레21의 인터뷰에서 역시 김기식은 조야한 정계개편의 구상을 늘어놓는다. 트랙백 건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던 바, 현실정치를 더하기 빼기로 계산하는 건 이네들의 고질병인지 한계인지 모르겠다. 김기식의 인터뷰에 관해서는 진보신당 당게시판에 그럭저럭 잘 비판한 것이 있으므로 그것으로 대신하기로 하고...라고 했으나 하나만 부연하자면.

 

지방선거에 대한 평가에서, 김기식은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하겠다는 국민의 의지가 표출"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차피 선거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의미, 즉 하나는 현존 정치구도에 대한 심판, 다른 하나는 미래에 대한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김기식의 평가는 전자의 측면에서 일견 타당하다. 남는 과제는 후자인데, 이번 선거가 과연 미래에 대한 선택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래서 "국민의 의지"는 여전히 한계를 가진다.

 

더불어 "오만과 독선"이라는 평가는 물론 행인도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권에 대하여 용이하게 적용할 수 있는 성격규정이지만, 이건 다른 측면에서는 어떤 정치세력에게든 붙여질 수 있는 공통의 딱지다. 한명숙의 패배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노회찬의 3% 남짓한 표에 대해 광란에 가까운 몸부림으로 항의하고 있는 자들의 표현 역시 "오만과 독선"이다. 마찬가지로 "오만과 독선"이라는 표현은 김기식이나 그가 속해있는 참여연대 류의 시민단체들에게도 적용된다. 매우 재미없는 일이기는 하나, 김기식의 인터뷰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그의 오만과 독선이 여기 저기서 발견된다.

 

김기식의 인터뷰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당게시판의 글로 대신하기로 했으니, 여기선 다른 문제를 좀 생각하도록 한다. 거듭, 행인을 난처하게 하는 것은 김기식과 같은 부류의 인사들이 하는 발언, 그것도 시대를 초월해서 20세기와 21세기에 여전히 그 위세를 발휘하는 "닥치고 대동단결"의 대의명분(?)에 대하여 진보정당, 굳이 찝어서 말하자면 진보신당은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것.

 

사실 이 부분에서 진보신당은 숨길 수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분당사태를 치루면서 독자생존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선언한 일군의 정치집단이 자신들이 약속했던 '진보의 재구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 2008 총선 직후부터(실제로는 창당과정에서부터였지만 본격적으로는 총선 직후부터) 누차 제기했던 문제인데 촛불과 지못미라는 열풍은 감당하기 힘든 차원에서 진보신당에 거품을 끼게 했고, 그 와중에 '진보의 재구성'이라는 것은 물건너가버렸다.

 

물론 행인은 개인적으로 '진보의 재구성'이라는 구호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다. 언제 구성을 해봤어야 재구성을 하지... 과거 진보정당을 만들고 운영해나가는 과정에서 진보의 가치는 당의 내부에서조차 갈피를 못잡고 좌충우돌 했다. 그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다가는 월드컵 시즌 다 지나가도 모자랄테니 관두고, 어쨌든 진보정당이 내놓았던 진보의 가치는 그렇게 구성은 커녕 구상도 제대로 현실화하지 못한채 지금껏 표류하고 있다. 따라서 '진보의 재구성'이라기보다는 진보의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행인의 일관된 생각이기는 하다.

 

그러나 구호의 차이를 제쳐두고 이야기하자면, 과연 진보신당은 '진보의 재구성'에 어느 정도 다가가 있는지, 그걸 잘 모르겠다. 진보의 가치는 이미 강령만 보더라도 화려하게 표현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문제는 그러한 표현들을 구체화시켜가는 과정이 과연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노정이었느냐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것은 너무나 먼 이야기로 보인다. 기껏 해봐야 무상무선인터넷이나 명품행복도시 정도? 아니면 핀란드식 교육혁명?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노회찬 대표가 2기 당 지도부 선출과정에서 당대표로 출마했을 때 행인이 그에게 물었던 것 중 하나는 이거였다. 집단지도부체제에서 발휘되지 못했던 리더쉽이 1인대표체제가 되었을 때 발휘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가?(1기 지도부에서도 노회찬은 공동대표 중 한 명이었다.) 물론 노회한 노회찬은 질문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답변을 했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당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당내정치라는 것을 당 지도부라는 사람들이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거다.

 

이뿐만이 아니다. 소위 '평당원 민주주의'라는 거, 그 가치의 소중함과는 별개로 당게시판에서 설왕설래되는 '평당원 민주주의'라는 것은 웃기지도 않는 수준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당에 속하여 활동하고 있는 당원이 스스로의 참여를 통해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은 부연이 필요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다. 진성당원제가 바로 이를 위한 초석이고, 이들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평당원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평당원 민주주의'의 주체인 당원이다.

 

당원은 당 강령과 당의 이념에 동의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을 때 당원으로서의 멤버쉽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진보신당의 현재 스코어를 보면 이건 과연 이런 전제가 성립되어 있는 조직인지를 알 수가 없다. '진보의 재구성'이라는 것이 이념의 용광로를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차라리 지금 진보신당은 김기식이 이야기하고 있는 연합정당의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한마디로 이건 당이 아니라 잡탕이다.

 

당장 중요한 것은 이 두가지, 즉 리더쉽과 멤버쉽의 복원. 이미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당 게시판에서 줄기차게 오염물질을 난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이 사람들은 도대체 당 강령이라도 한 번 읽어보고 이 당에 들어와 있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런 사람들이 당원교육하자는 말에 화들짝 놀라면서 운동권 마인드 어쩌구 하는 거 보면 기도 안 찬다. 당이 당의 강령과 정책 및 활동에 대해 당원들에게 주기적으로 교육을 시키는 건 당의 기초활동 중 하나다. 그런데 이걸 부정하는 그 심리의 내부에는 난 그냥 내 쏠리는 대로 하고 싶은데 니들이 왜 나를 세뇌하려고 하느냐는 반발이 있다. 그럼 당은 뭘까? 게시판 몇 개 열어주고 당비 받아 서버비나 내주는 조직?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단위가 속칭 지도부. 자신들의 입장을 수시로 드러내고 당 안에서 노선투쟁을 비롯한 정치투쟁을 함으로써 당을 흔들어야 하는 것이 바로 지도부의 할 일이고 그것이 그들이 갖추어야 할 리더쉽이다. 그런데 지금껏 당 지도부 연 했던 사람들, 당내정치라는 거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정파적 차원의 충돌이라는 것도 없었고 기껏해야 당내 사민주의 활동가들이나 전진그룹 활동가들이 게시판에 글 몇 번 올리는 것이 다였다. 그러한 노선들에 대해 지금껏 당 지도부라는 사람들이 단 한 마디도 자기 의견 개진하는 것은 역시 본 적이 없고.

 

오히려 당이 팬클럽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을 망각한 채 지못미 열풍에 흐뭇해하면서 당원배가를 즐거워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1기 지도부였고 지금의 지도부다. 그런 차원에서 심상정의 사퇴의 변과 이후 행보는 당의 사활을 위해 목숨을 건 행위였다기보다는 아직도 지못미의 그 달콤했던 순간을 잊지 못한 채 차제엔 그러한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보려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지지율 3%라는 것은 이런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보며 한 줌도 되지 않는 것들이 정당한답시고 깝죽거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애처롭기까지 한 것이, 이 지경이 된 정당에 대해 그나마의 지지를 보내준 저 3% 남짓의 사람들이다. 개떼러시를 벌이면서 악다구니를 써대는 각빠들로부터 온갖 욕을 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의지와 소신으로 진보신당을 지지해준 저 3%의 사람들을 어찌할 것인가?

 

이런 식으로 가다가, 김기식이 이야기하듯이 어차피 3% 정당, 그냥 대충 민주당으로 합당해서 그 안에서 지지고 볶으면서 미국 민주당식으로 "연합정당"하는 게 어떠냐는 수작에 넘어가는 건 아닐까? 혹시 그렇게 된다면, 오늘 우리를 지지했던 저 3%는 어디로 가야 하나? 또다시 3%짜리 정당을 찾아 떠나야 하나, 아니면 속세의 미련을 떨치고 극락왕생 원왕생을 기원해야 하나?

 

불길한 예감이라는 것은 쉽게 떨치기가 어려운데, 김기식과 같은 발상이 도처에서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러한 불안감을 계속 증폭시킨다. 예컨대 연합의 결과에 고무된 강기갑의 발언은 그런 불안감을 현실의 문제로 받아안게 하기에 충분하다. 어디 보궐만 그렇겠나? 2012 상반기의 총선에서 역시 그럴 터이고 연말의 대선에선 당연이 그렇게 갈 거다. 진보정당의 대선 독자후보라는 건 이미 물건너간 이야기처럼 보인다. 당연히 "이번 만은 참아주세요"라고 앵벌이 했던 이들은 저 때 가서도 대의를 위해 니들이 죽어주세요라고 요구할 거고. 김기식은 또다시 유력지의 인터뷰에 등장해 거봐 연합정당하래니까 말 안듣더니 니들 조땠네 이러고 있을 거고. 안 그럴 거 같나?

 

케인즈가 그랬던가, 누구나 장기적으로는 다 죽는다고... 이 말의 원래 의미와는 상관없이 변용을 해보자면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다. 인생 후딱 지나간다... 이 후딱 지나가는 인생과 마찬가지로 정치일정이라는 거, 지금 보면 앞날이 까마득해 보이지만 돌이켜 보면 어제같은 그 때가 벌써 옛날 이야기가 되어 있다. 87년 이래 될 놈 밀어주자에서 비판적 지지로, 이제 21세기형 버전으로 등장하는 연합정당론까지 불사의 생명력을 자랑하는 '닥치고 대동단결'은 이렇게 진보의 싹을 밟아왔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그렇게 될 넘 밀어주지 않는 넘들의 표는 사표였고, 이적행위였으며, 오만과 독선이었다. 경향상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계속 이어질 거다. 덕분에 한국사회에서 진보정당은 발 뻗고 누울 자리는 커녕 비비고 있을 언덕도 찾기 힘들다.

 

역사에 가정을 둔다는 건 소설이겠지만, 그래도 한 번 보자면, 비지론에 버벅거리면서 리스크회피라는 심정으로 될 넘 밀어주었다던 사람들이 꾸준히 자기 지향대로, 소위 최선에 대해 투표를 했다면 어땠을까? 두 가지 가정이 가능하겠다. 하나는 진보진영의 완전한 궤멸, 다른 하나는 진보진영의 일정한 성장. 어느쪽일까? 지금 당장 당게에 들어와 난장질 치는 모빠들의 입장에서는 전자겠지만, 행인의 입장에서는 후자이다. 어차피 후딱 지나가는 인생, 내일 아침 당선자 얼굴이 꼴 보기 싫은 넘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찍은 그들의 표는 후딱 후딱 지나가는 인생 내내 딱 그 수준에서 가치를 발휘한다. 이명박만 아님 되지 머... 이 수준...

 

이 지저분한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진보신당의 리더쉽과 멤버쉽은 다시 구축되어야 할 거다. 얼핏 이야기했던 거지만, 곤조마저 놔버리면 그땐 이 짓도 끝나는 거. 진보신당 시작한 게 불과 2년 남짓 지났다. 그리고 지금 그 기반은 3% 남짓으로 확인되었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역사는 그 연원을 끄집어 따져보면 반세기에 이른다. 민주당이라고 뭐 다를까? 그네들이 목숨 거는 거, 달랑 2%다. 어쩌면 0.2%일 수도 있고. 49.9%냐 50.1%냐의 산수가 통하는 게 정치판이다. 이런 덧셈뺄셈만 하고 있으면 저 3%는 기껏 더하기 빼기 놀이 하기 위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사람들로 전락하는 거고, 진보 운운은 기껏해야 경마장 중계하듯 오르락 내리락 하는 득표율 속보 전광판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더해줄 변수 하나 더 만들어주는 것에 불과해진다.

 

이후 과정이 어찌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당은 쇄신되어야 하고 당원은 물갈이 되어야 한다. 희망은 거기서부터 시잘될 수 있다. 여기에서 진보에 대한 집념으로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세월은 후딱 가고 곤조의 결과는 나오게 되어 있다. 그 때가서 김기식에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거다. "연합정당? 니가 미국가서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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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1 11:55 2010/06/1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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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 2010/06/16 06:34

    * 지난 글, "심상정이 떠났다"에서 "이제 각자의 패를 꺼낼 때가 되었다"고 썼습니다. * 그래서 나의 패를 꺼내봅니다. * 진보매체에 기고를 요청했으나, 실어줄지는 모르겠습니다. * 만약 매체에 실린다면 내용이 아주 조금 다를 겁니다. * 글이 길어 1,2편으로 나눕니다. 진보신당, 이제 그만 내려오라 (1) 나는 ‘지못미’ 당원이다. 나는 진보신당 당원이다. 그리고 2008년 총선 결과를 보며 부끄러운 마음에 입당한 ‘지못미’ 당원이며,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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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 2010/06/16 06:35

    * 지난 글, "심상정이 떠났다"에서 "이제 각자의 패를 꺼낼 때가 되었다"고 썼습니다. * 그래서 나의 패를 꺼내봅니다. * 진보매체에 기고를 요청했으나, 실어줄지는 모르겠습니다. * 만약 매체에 실린다면 내용이 아주 조금 다를 겁니다. * 글이 길어 1,2편으로 나눕니다. 진보신당, 이제 그만 내려오라 (1) 나는 ‘지못미’ 당원이다. 나는 진보신당 당원이다. 그리고 2008년 총선 결과를 보며 부끄러운 마음에 입당한 ‘지못미’ 당원이며, 동시에..

  1. 잘 읽고 갑니다.
    "강령"도 잡탕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구체적인 투쟁의 결산이 강령이 되어야, 그 강령이 바로 다시 의식(당원과 대중)을 움직이는 힘이 되기에.... 그래서 지난 독일총선에서 "인테넷자유"란 이슈 하나로 단숨에 2%을 획득한 "해적당"과 같이 하는 것이 차라니 낳다는 생각도 드네요...

  2. 진보신당 강령을 읽어보면서 "이건 공론장에서 나온 말들을 죄다주서온 말이 아닌지"하는 생각이 드네요. laron님이 블로그에서 "피냄새가 나지 않는다"란 표현을 쓴 적이 있는데, 이런 걸 두고 한 말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고...

    • 예, 그런 비판이 가능합니다. 더불어 위 덧글에서 지적하셨던 것처럼, 그 모든 내용들이 구체적인 투쟁의 결산인지 가끔은 의심스러울 때도 있죠.

      사실 강령의 세부내용은 어떤 문장과 어떤 단어를 사용하더라도 말씀하신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겁니다. 더구나 대중정당(이게 참 계륵같은 건데, 어쨌거나 진보신당은 대중정당이죠)으로서 당 강령은 그 '전체로서의' 대중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구요. 피냄세를 풍기려면 혁명정당을 선언해야겠지만, 그건 제도정치권과는 완전히 따로 놀겠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문제는 피냄세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우린 그래서 이런 조직이다라는 것이 명확하게 보여지는 기치가 있어야 한다는 건데, 그게 없다는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공론장에서 나온 말들을 죄다 주워"서 만든 강령이라고 하더라도 그 강령의 내용들이 어떤 기치 아래 조립되었는가에 따라 외부의 기대와 참여는 강도를 달리 할 겁니다. 어차피 각론의 차이라는 것은 한나라당이나 진보신당이나 얼핏 봐서는 크게 구분되지 않는 것이지만, 그 당이 이야기하는 "복지"와 이 당이 이야기하는 "복지"의 내용을 굳이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아 뭔가 크게 다르겠구나 하는 느낌이 올 수 있도록 하는 건 바로 본연의 색깔을 드러낼 수 있는 기치겠죠.

      그런 점에서, 저는 누차 당내 유력 인사들이 당내정치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노선논쟁이 단지 캘린더에 맞춘 프로그램들에 관한 것에 불과하다면 사실상 지도부라는 것은 존재의 의의가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프로그램이 왜 우리들에 의해 진행되어야만 하는가라는 당위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고, 그 당위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지도부는 자신의 의사를 표명해야만 했죠. 그런데 이분들은 워낙 평화로운 분들이라 그러지 않더군요.

      강령의 각론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논의될 것이고 또한 바뀌어야 할 겁니다. 기치로 내건 원칙 안에서 말이죠. 그런데 정작 우리 기치가 뭔지 애매하다는 거. 진보라는 대의로 포장된 의제는 전부 끌어안고 가겠다는 과도한 욕망때문에 빚어진 일이겠지만, 앞으로도 참 험난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3. 강령은 [nomos와 함께] langue와 parole이라는 경계에서 일어나는 언어문제로 차치하더라도 기치-곤조-리더쉽문제는 정말 따지고 들어가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먼발치서 이러쿵저러쿵 하기가 뭐한데 이건 이광일 교수가 "완주한 사람만이 진보좌파정치의 밑거름 될 것"이란 기고에서 "따라서 진정 이 지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유주의좌파의 수장이었던 김대중이 반독재투쟁의 과정에서 두 번이나 죽음의 사선에 섰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그가 군부파시스트, 수구정치세력과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선명하게 만들면서 자신들이 왜,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고 있는가를 제도 안에서, 혹은 장외의 대중적 투쟁을 통해서 분명히 전달하고 지지를 호소하며 정치적인 대결을 마다하지 않은 행보의 결과였다."라고 한 것과 비교해서 살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4. 리더쉽의 문제가 교향악단을 조화롭게 지휘하는 지휘자 문제일까? “노회찬 선수가 혼자 노래 부르고 있더라도”(진보신당 윈시님) 그 노래가 죽음의 사선에 선 “창”, “현실”의 술대로 거문고를 내리치는 소리라면 좋겠네요.

  5. 진보신당 강령을 읽어보고 또 읽어 보아도 이건 뭔가 아닌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특히 전문 1.)은 독일 사민당의 이념의 대변가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의 변신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민주당이 "같이 하자"하면 당원들이 헷갈릴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당이 하는 일이 뭔데? 강령의 시작에 "당"의 개념조차 사상되어 있으니 무슨 정체성이 있을 수 있겠는가? 누군가가 머리를 쮜어짜서 만들어논 허섭스레기 같다.

    • 누차 하는 이야기지만, 이런 비판은 당연한 것이고, 따라서 진작에 저 강령을 어떻게 도색할 것인지가 치열하게 다투어졌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다는 한계는 앞으로도 꾸준히 비판의 도마에 올려질 겁니다.

  6. 곤조는 리우스의 수많은 별명중 하나입니다.
    행인의 진보불질 환영 덧글이었습니다....

    • 아... 그랬군요..."곤조"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뭔가 땅에다 확실히 뚫어 꽂아 놓은 것이니까.

    • 리우스// 리우스님의 곤조라는 별명은 내공과 관록이라는 의미겠죠. 언제나 배우고만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환영 덧글도 감사합니다. ^^

      ou-topia// 아시겠지만, 곤조는 근성(根性)의 일본말 こんじょ죠. "땅에다 확실히 뚫어 꽂은 것"이라는 해석도 새롭네요.

  7. 잘 지내고 있지요? 블로그 제목, 꼭꼭 숨어있어보자....잼나네요^^ 숨어있는 재미가 여전히 좋으슈?? ㅋㅋ

  8. 트랙백이... 두번 걸렸네요. 지성 ;;;;;;;;; 근디 언제 얼굴본대요? 밥 사야하는데...;;;;;

    • 덧글은 못보고 트랙백 글부터 봤네요. ㅎㅎ
      심상정에 대해선 뭔가 따로 글을 올리고싶긴 한데 시간이 없어서 관 두고 있습니다. 어쨌든 진보신당은 기본에서 다시 시작해야겠죠. 사실 지금이 시기적으로 적기라고 봅니다. 자신의 모습을 확실히 다시 만드는 데 좋은 시간일 듯 한데... 글쎄요. 아직은 좀 더 숨어 있으면서 칼을 갈고 있으렵니다. 밥은 꼭 사주시길. ㅎㅎ 감사합니다.

  9. 네넵! 언능 칼 마저 가시고, 밥 먹읍시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