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의신청

시즌이 되다보니 이런 저런 성적관련 항의가 들어온다. 그런데 가만 보면 그냥 의레히 해야 하는 것처럼 이의신청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뭐랄까, 내가 그 학교 다녀줬으면, 내가 그 강의 들어줬으면 당연히 성적 잘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뭐 이런 느낌?

최근의 경향을 보니 학점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하다. 내가 교수라면 아마 그런 학점은 주지 않았을 터. 아무리 봐도 공부를 한 흔적이 없는데, 그래도 학점이 숭덩숭덩 잘 나간다. 거참 이해가 안 된다. 학점 잘 받아야 진학이나 취직에 도움이 되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아니 이런 식이면 누구나 좋은 학점 받아 나가게 되는 걸 무슨 거기 변별력이 있나?

더 희안한 건 모 대학원인데, 생업에 바쁘면서도 열공한 사람들은 오히려 성적이의신청이라는 걸 하지 않는 반면, 이제 은퇴하고 나서 널널한 시간에 더 공부 좀 하겠다고 하신 분들이 성적에 목을 매다시피 하는 경향이 있다는 거. 이분들은 그냥 자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성적표 관리하는 건가?

대학이라는 게 아무리 개판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따위로 공부하고 평가하는 거라면 이런 대학을 왜 놔둬야 할까? 스스로를 학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소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지식을 전달하고 확산하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그저 고객관리의 일환으로 변질된 강의 풍토와 성적부여. 뭐하자는 건가?

교육개혁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고운 눈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자신들이 이렇게 하면서 무슨 교육개혁씩이나 하겠다고 저러는지들... 내 강의 같았으면 학점을 깎아버렸을 텐데, 참 어이가 없다. 남의 강의니 뭐라 할 수도 없고.

아무튼 이것도 이제 끝이다. 이 더러운 짓을 하지 않아도 되니 기분 좋다. 그나마 나같이 성질 더러운 교수를 만나지 않은 사람들이 행운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나같은 인간이 교수가 되지 않은 게 다행일지 그런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이제 끝이다.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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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4 14:38 2019/12/2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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