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권일, "한국의 능력주의"

한국의 능력주의 - 한국인이 기꺼이 참거나 죽어도 못 참는 것에 대하여
한국의 능력주의 - 한국인이 기꺼이 참거나 죽어도 못 참는 것에 대하여
박권일
이데아, 2021

"간호사, 폐품수집가, 기계공에 대해 말해보자. 만약 그들이 연기처럼 사라진다면 그 결과는 치명적일 것이다. 교사나 부두 노동자가 없는 세상은 곧 곤경에 빠질 것이고, 과학소설 작가나 스카ska 뮤지션이 없어져도 우린 분명 아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사모펀드 CEO, 로비스트, 홍보 연구원, 보험사, 텔레마케터, 집달관, 법률 컨설턴트 등이 모두 사라진다고 해서 인류가 어떤 고통을 겪게 될지는 그리 분명하지 않다."

- 박권일, "한국의 능력주의", 267쪽.

시사평론가이자 저술가인 박권일의 책 "한국의 능력주의"는 이미 다 알고 있어 식상한 이야기들을 마치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 생소함으로 접하게 만든다. 이 책이 공정담론, 능력주의 담론의 허구를 파헤쳐 들어간 후 다다른 결론은 정치다. 예상할 수 있는 결론이지만, 통상의 정치적 상상력이 멈췄던 거기서 다시 시작되는 정치다.

특히 가져온 저 문장은 그동안 누구나 하던 말이지만 언제나 새로운 말이다. 정치의 주체, 정치의 대상, 정치의 목표, 정치의 방법은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를 함축하고 있다. 문제는 누구나 답을 알고 있다는 거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답을 망상으로 치부하고 있고,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전망 앞에 널부러져 있다. 그래서 이 오래된, 누구나 익히 아는 문제들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고.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멈춰 있는 여기서 어느 쪽으로 한 걸음을 떼어 놓아야 할지를 판단하면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21/11/04 08:02 2021/11/04 08:02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