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짜리...

2003년 12월 24일, 국회본관 점거농성사건... 덕분에 진행되었던 재판... 2심까지 간 끝에 30만원 벌금형... 을 받았다... 처음 약식기소되었을 때 100만원 벌금에 비하면 상당히 많이 깎인 금액(무려 2/3가 넘게 깎였으니까...)이지만 뒷끝이 개운치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현행법상 무죄가 되기는 어렵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판결 이유가 매우 껄쩍지근 했기 때문이다. 일일이 그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고...

 

항소심 판사는 매우 학자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나름대로 사회적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였고, 특히 피고인들에 대해 인격적인 차원의 이해를 하려는 모습에서 참 보기 드문 판사라는 것을 느꼈다. 판결 결과가 어떻든 그러한 모습의 판사를 보았다는 것은 나름대로 신선한 일이었다. 어차피 체제유지의 수문장 노릇을 할 수밖에 없는 법조인에게 과도한 기대를 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지만...

 

이 판사께서 판결문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솔직히 양형을 위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고민을 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다. 그런데 이 판사님, 막판에 그만 옆길로 새고야 말았다. 나름대로의 고민과 충정을 에둘러서 표현하려는 이유였다고 보지만 어쨌던 이 분이 들었던 예는 뜬금 없는 것이었다.

 

이 판사님, 피고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런 경우를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다음과 같은 예를 들었다.

"어떤 아이가 잘못하고 있어 체벌이 필요하다고 할 때, 선생님이나 부모가 아닌 사람이 함부로 체벌을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선생님이나 부모를 통하거나 또는 본인이 그러한 위치가 되어서 학생들을 체벌해야지 아무런 자격도 없이 학생을 체벌해서는 안 된다. 일반인으로서 학생을 체벌하기 위해서는 선생님이나 부모를 통할 수도 없고, 여타 다른 방법으로는 도저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일 경우라야만 가능하다...."

 

왜 이 예가 뜬금없는 이야긴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줄줄이 설명을 하다가 그냥 다 지웠다. 이 생뚱맞은 예만 아니었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암튼 오늘 행인은 30만원짜리가 되었다. 그리고 상고를 준비한다. 형량이 억울해서 그런 건 아니다. 다만, 이렇게 해서 전례를 만들어 놔야 평화적으로 기자회견 준비하던 사람들이 엉뚱하게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과도한 처벌을 받을 수 없다는 판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다. 30만원짜리 인생으로 살기에는 너무 과분하다고나 할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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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19 15:17 2005/01/1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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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체 저게 무슨 소리야~

  2. 오호~ 벌금이 마니 깎였네요. 축하함돠^^
    근데 궁금했던건데 왜 무죄는 안되는거래요?
    해당 기소자들은 무조건 빨간줄그인다는 건데...왠지 찝찌름할듯...아닌가? 오히려 영광의 상처인가요?흐흠..

  3. 판사가 든 예가 왜 생뚱맞은건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맞는 예도 아닌것 같고...저 위에 벨리알님 말에 한표!

  4. 판사의 오류 1/ 아이들은 절대 체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인권활동가들에게 체벌을 예로 드는 쌩뚱맞음
    판사의 오류 2/ 꼬우면 네가 국회의원 하라는 결론의 예시는 아무런 의미가 없음
    판사의 오류 3/ 당시 사건의 경우 집회 시위의 목적이 없었는데, 목적을 엉뚱하게 판단하면서 애들을 체벌할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착각함

  5. 무죄가 안 되는 이유/ 현행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라고 함. 당 사건에서 국회 경비대가 집회 시위를 유발시킨 원인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은 오류가 있음.

  6. 근데 이해불가한게 더 있어요. 그날 집회참가자만 거진60명정도에 잡혀갔던 사람만해도 꽤 되었던걸로 아는데..왜 굳이 6명(맞나?)만 기소자에 해당되는건지..
    형평성이라는 차원에서 법은 절대로 적용되지 않는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들쑥날쑥하는게 어찌나 허술해보이는지..법은 알면알수록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고 권력을 지닌 해석자에따라 좌지우지 되는듯해요. 갑갑..

  7. 아,
    이번 연예계 X파일 사건으로 개인정보보호법에 쏠리는 관심들이 많아지겠죠? 더불어 토론회도 성황리에 개최되지 않을까;;
    얘기하고 났더니 쌩뚱맞군..

  8. 위의 설명을 읽은 지금도 저는 아직 판사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사와요. 도대체 왜 그랬을까...?:)

  9. 내가 그 영양갱 파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ㅠ.ㅠ
    아, 또 쌩뚱맞다..

  10. 정양/ 영양갱이 아니구 연양갱이에여... ㅋ
    암튼 고생 진짜루 많이 해주셔서 이 은혜를 어이 다 보답드리올지...
    미갱/ 30명 정도 잡혔었는데요, 6명은 전력이 있다는 이유로... 그거 다 복권까지 된 일들인데... ㅠㅠ

  11. 나의 해석: 애들=국회, 혼내는것=시위. 시위자들더러 '국회에 항의할 다른방법 찾아봐'라니... 판사의 예는 생뚱맞죠. 생각있는 판사라면 "국회에서 시위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해야 하지 않나요? 세상이 서류로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책상물림들의 순진한 생각이자... '행동'하는 건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건 권력있는 자들의 변명이자 폭력인 것 같아요...

  12. hi/행인님이 계속 건승하시길 바라며... 근데 그때 집회 시위 목적 맞지 않았나요?... 판례 남기는 것도 좋지만 집회 시위 목적이 아니었다라는 식으로 빠져나가면 이후 판례에 크게 도움이 안될 것 같은데요... 너무 법리적으로 빠지는게 아닐까요?

  13. barii/ 판례 남기는 것도 어려울 듯 해서 상고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ㅠㅠ 법리를 따지는 것은 다음의 투쟁을 위한 준비작업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인데, 이번 건은 별로 득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이 있었습니다. 시간상 어제 결정난 사항이구요, 어제까지가 상고기한이었습니다. 아무튼 앞으로는 집시법 개정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듯 합니다. 그동안 좀 잠잠했는데 이제 시작해봐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