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지 않아~~

지난번 네트워커 편집회의에 참석했을 때, 네트워커에 새로운 꼭지를 마련해보자는 제안이 있었는데 그 때 한 분이 속칭 "꼴통 사이트" 탐방기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안을 내놓았다. 우익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야 그에 대한 진보의 대응책도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 맞는 말이다.

 

개혁을 가장한 우파의 집결지 '서프라이즈'는 아마도 그런 차원에서 탐방해야할 "꼴통 사이트"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노뽕맞은 황건적들의 집합소라고는 해도 가끔 여기 들어가서 글을 읽다보면 놓치지 말아야 할 주옥같은 글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글들은 정말 가뭄에 콩나듯 할 정도고 대부분의 글들은 용비어천가를 무색하게 할만큼 노통에 대한 찬양일색의 노비어천가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거.

 

"나는 왜 FTA를 지지하는가?" - ID : 출동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링크 따라 들어가보시면 되겠다. 별로 언급하고 싶지도 않고 실제 언급할만한 내용도 없다. '서프'가 이런 글이 대문으로 올라가는 수준으로 전락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지만, 소위 "대표필진"이라고 하는 서프의 간판들을 보면 대충 이 출동의 사고수준과 유사한 정도로 보인다.

 

출동의 사고는 이런 거다. 경쟁해야 산다. 한미 FTA는 우리에게 새로운 경쟁구도를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문제가 생기는 것은 법률정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한미 FTA 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 비정규직이든 뭐든 상관 없다. 일자리만 늘어나면 되는 거 아닌가. 앞으로 중국, 러시아하고도 FTA해야하는데 그럼 우리가 유리하다. 고구려의 영광을 되찾자. 검토를 해보자면 이 찌질이는 지금까지 한미 FTA에 대해 뭐 하나 제대로 읽어본 일도 없다. 특히 한미 FTA 반대투쟁을 반미투쟁차원에서 바라보면서 이걸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문제는 이 유아틱한 국수주의적 사고방식이 "개혁 개방"이라는 구소련 말기 페레스트로이카 담론처럼 튀어나오도록 하는 근저에 뭐가 있느냐는 거다. 얘네들처럼 유치원 수준의 아이들이 한미 FTA 반대투쟁을 반미투쟁차원으로 이해하도록 만든 것은 현재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일부 집단들이 엉성하기 짝이 없는 수준에서 구호를 외치기 때문이다. "민족~(농업, 자본 등)"를 지키자는 구호를 외치다가 "그럼 FTA 하지 말자라는 거냐"라는 질문이 나오면 "제대로 해야한다"는 답으로 일관하는 집단들이 있는 한 출동같은 덜떨어진 닭들이 이런 논리를 구사할 여지는 계속해서 제공된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들에 대해서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다. 단지 "미국하고 하는 것은 안 된다"는 식의 사고 또는 "FTA를 해야하지만 제대로 하자"는 어정쩡한 스탠스는 앞으로 진행될 무수한 FTA논쟁을 효과적으로 돌파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못한다. 문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반대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내놓느냐다. 분명한 것은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의 포장지 뒷면에 놓은 그 "자유"가 오직 "자본"의 자유만을 이야기한다는 것과, 이 초국적 자본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적소유로 만들고 이에 대해 어떠한 외부적 제재도 용인하면 안 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군대와 의회를 제외한 모든 권력구조를(경찰기구 까지도!) 자본의 손 안에 움켜쥐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반대편에선, 적어도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강매하는 모든 형태의 FTA를 반대하며, 자유무역을 이야기하기 전에 민중생존권을 먼저 보장하라는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 그것이 제대로 이론적 정선을 거쳐 구체적 방향으로 나타나지 못할 경우 출동과 같은 찌질이들의 닭대가리성 삽질은 여전히 이어지게 될 것이다. "꼴통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다보면 결국 이들 꼴통들의 반대편에서 꼴통들의 말빨을 세워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혹시 그게 내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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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7 13:57 2006/11/27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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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금 제가 꼴통짓을 하려고 하고 있는 것 같네요^^...ㅋ... 국가 경쟁력 확보가 우리의 나아갈 지표라고 했으니 말입니다...ㅎㅎ..

  2. 아... 네트워커에도 글 쓰시는군요 >_

  3. 곰탱이/ 흐흐... 역설의 미학을 보여주고 계시더군요... ㅎㅎ

    에밀리오/ 아, 글은 안 쓰고 기냥 편집회의에 참석해서 이빨만 까는 상태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