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재개정?

행인[법학전문대학원 논쟁] 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 글.

열우당은 전효숙 임명동의안 철회와 비정규직 법안통과를 한나라당과 맞바꾸었다. 9명의 민주노동당 의원은 직권상정된 비정규직 3대 개악안을 막기 위해 본회의장에서 발언대를 점거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반대토론을 요구하는 임종인 의원 역시 단상 근처에서 악을 썼으나 밀려났다. 열우당은 한나라당과 함께 17대 개원 이후 지금까지 밀려있던 법률 대부분을 이번 정기국회 때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비정규 3대 개악안은 그렇게 통과되고 말았다.

 

다음 수순은 뭘까? 가장 유력한 것은 열우당이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로스쿨 법안을 통과시키는데 협조를 구한다는 것이다. 로스쿨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여기서 다 소개할 수도 없거니와 로스쿨로 사법개혁을 한다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로스쿨이 법조기득권 세력을 혁파하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로스쿨 지지자들조차도 이 제도가 '우회로'라고 인정하듯이 명약관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우당은 로스쿨 법안을 또다시 사학법 재개정과 딜을 하려 한다.

 

참여정부 들어와서, 그리고 17대 국회가 개원한 이래 노무현 정권과 열우당이 그토록 소리높여 외쳤던 각종 개혁정책은 지금까지 한 개도 성공하지 못했다. 물론 노무현의 뇌속을 부지런히 들락거리는 노무현 추종자들은 자신들의 교주가 50년 앞, 100년 앞을 내다보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교주 노무현과 열우당의 의원들은 자신들의 공약이 다 어그러졌으며 이제 단 하나, 사법개혁만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다급해진 것이다.

 

이 다급한 심정으로 참여정부와 열우당은 지들이 해놓은 일 중 유일하게 그나마 최소한 욕을 덜 먹을 수 있었던 사학법 개정을 원점으로 돌려놓으려 하고 있다. 그것도 한나라당의 요구에 굴복하면서 자신들의 마지막 업적이 될지도 모를 로스쿨 법안을 통과시키는 형식으로 말이다. 지난 겨울을 뜨겁게(?) 달구었던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투쟁'이 승리를 거둘 판이다. 사태가 이렇게 되어가고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전교조는 아직 잠잠하다. 교원평가 저지투쟁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서일까?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요구안 중 중요한 것은 이렇다.

 

△ 자립형 사립학교 허용

△ 개방형 이사제의 사실상 폐지

△ 임원 직무집행정지 삭제

△ 퇴직교육공무원 법인임원 선임 제한 폐지

△ 이사겸직 완화

△ 임시이사 재임기간 제한

△ 임시이사 선임 학교법인 정상화 과정의 간소화

△ 대학평의원회 기능 제한(심의권 박탈),

△ 학교장 임기제한 삭제

△ 교원 면직사유에 노동운동 추가

 

얼마나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의 요구가 받아들여져야만 한나라당은 열우당과 협조를 할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열우당의 입장에서는 한나라당과 시간을 들여가며 사안검토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 법안처럼 직권상정을 통해 바로 본회의에서 통과될지, 아니면 형식상의 절차를 거쳐 본회의로 올릴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어쨌든 열우당과 한나라당의 물밑접촉은 계속되고 있고, 현재의 상황이 이어진다면 로스쿨 법안과 사학법 재개정안이 맞바꾸어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열우당과 한나라당은 이미 "대연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의 임기만료 전 대통령직 사임이라는 협박카드가 나오자 마자 이런 짓거리들을 벌이고 있다. 노무현이 의도했건 아니건 간에 결과는 뭉쳐야할 것들이 뭉쳐서 대놓고 이런 짓들을 한다는 거다. 형식적으로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연정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고, 이에 대해서는 열우당 내에 소위 개혁파라고 했던 인간들조차도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잖아도 비정규직 3대 개악안 통과, 한미 FTA 강행, 부동산 가격 폭등, 대북정책의 실패 등으로 인해 꼭지가 돌만큼 돌아있는 상황에서 로스쿨 정국이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모습을 보며 힘이 쭉쭉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도대체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이, 참여정부라고 큰소리치던 자들이 이런 파렴치한 짓을 아무런 꺼리낌도 없이 버젓이 저지르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이 땅의 사람들이다. 이런 일들을 당하고 살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부에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과격, 폭력을 운운하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폭동이 일어나도 수십번은 일어났어야할 상황인데, 이 땅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술자리에서나 살기 힘들다고 한숨을 몰아쉬고 있다.

 

어떻게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람들은 이렇게 착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어떻게 그렇게 참을성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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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1 00:42 2006/12/0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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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통령 누가 해먹을 것인가만 다르지,
    나머지는 꼭 같은 생각과 행동과 지시를 받고 있는 넘들이지요..
    불쌍한건 그들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환자들과 불쌍한 국민들이겠지요.ㅠㅠ

  2. 그러게 말에요 ㅠ.ㅠ (마지막 말씀에 대해서;;)

  3. 이미 열당 한나라당 사학법 재개정에 대부분 합의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음니다. 구체적으로 진행은 정기국회 말 또는 12월 임시국회 초에 진행될것 같네요.......들은 이야기입니다.

  4. 방금 뉴스를 보니 열우당이 알아서 사학법 개정안을 냈네요. 자신들에게 아직도 마지막 미련이 남아있는 사람들 정떼려고 일부러 그러나???

  5. 옛 기억을 살려 인용해본다면, '이젠 아주 막가자는거죠?'

  6. 마지막 구절이 정말 캐안습합니다. 여전히 무현천국 불신지옥을 외치거나 신앙간증을 하는 모습을 보면 ...

  7. 산오리/ 안타깝습니다.

    에밀리오/ 안타깝습니다.

    walker/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무위/ 그게 그런 이유일지도... 근데 열우당 개정안을 한나라당에서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더군요.

    NeoPool/ 사실 노무현이 그 말 하던 그 순간 이전부터 막가고 있었던 건데, 참 안타깝습니다.

    손윤/ 무현교 신앙간증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더군요. 노무현이 글 하나 올리니까 그 밑에 난리가 납니다. 한국사람들, 정말 신기(神氣)가 있는 거 같아요. 어쩜 그렇게 종교적 감수성이 예민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