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방의 추억(6)

뚝방을 가로지르는 길에서 볼 수 있는 차는 가끔 지나가는 삼륜차와 또 아주 간혹 지나가는 소독차가 전부였던 듯 하다. 택시도 오목교에서 꺽어 들어와 마을 입구 공터 비스무리 한 곳까지 들어오는 게 고작이었고, 간혹 뚝방길 위로 차들이 지나갔지만 암튼 마을 안쪽으로 들어오는 차는 없다고 보는 것이 적절했다. 길이 너무 좁았기 때문이다.

 

조금 아래 논밭과 인접한 곳에 있던 집들은 그나마 화장실이 집집마다 달려있는 편이었다. 물론, 한 집에 많게는 10세대 이상이 입주해 있는 벌집들인데 화장실은 하나밖에 없는 상황이라 뚝방 바로 밑에 있는 판자촌의 공동화장실과 별반 차이는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도로사정은 뚝방바로 밑이나 그 밑이나 거의 마찬가지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화조차가 마을에 들어왔던 것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대신 시시때때로 "또옹~~ 퍼어~~~"라고 외치면서 돌아다니는 아저씨는 기억이 난다. 이분은 그냥 "똥퍼아저씨"라고 불렀다.

 

이 아저씨는 언젠가 TV 드라마에서 그 모습을 보였던 "북청물장수" 스타일인데, 물장수는 물지게를 지고 다니는 대신 이분은 언제나 똥지게를 지고 다니셨다. 똥지게는 긴 장대(라고는 하지만 거의 각목수준이었던 나무) 가운데 지게같은 등받이를 만들어 달고, 양끝에 작은 드럼통을 매달고 있는 형태였다. 물지게나 똥지게나 별반 생긴 것에 차이는 없었다. 똥지게 위에는 긴 대나무 끝에 바가지를 묶어놓은 기구를 얹고 다녔는데, 사람들은 이것을 똥바가지라고 불렀다.

 

이분은 항상 물이 다 빠진 군복을 입고 장화를 신고 다녔는데, 동네 사람 하나가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왔을 때 똥퍼아저씨와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저 아저씨는 군대에서 맨날 똥만 푸나보다라고 생각했던 행인이었다. 암튼 이 아저씨가 어디 사는 분이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으나 근처에 살고 있는 분이 아니었다는 것은 틀림 없는 것 같다.

 

동네에는 이런 식으로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이 꽤 있었는데, "아이스케키 사려~"하고 돌아다니는 하드장사 아저씨, "칼 갈어~~"하는 아저씨가 기억에 있다. 칼 가는 아저씨는 동네사람들이 기다리는 사람 중의 하나였는데, 이 아저씨가 제 때 나타나주지 않으면 칼 하나 갈기 위해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대장간에까지 가야했기 때문이다. 칼 가는 아저씨는 거의 종합 만물상 같은 역할을 했었는데, 칼을 갈거나 낫을 가는 일은 물론이고, 열쇠를 고치거나 찌그러진 양은냄비같은 것을 펴거나 하는 일을 이 아저씨가 다 했었다.

 

행인이 제일 궁금해했던 사람은 새벽녘마다 동네에 나타나 "재치꾹 사이소오~~"하던 어떤 아주머니였다. 도대체 재치'꾹'이 뭘까? 그리고 저 아줌마는 왜 꼭 새벽에만 나타나서 어린 중생의 단잠을 깨우는 것일까?? 나중에 커서야 그 '재치꾹'이 재첩국을 말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고, 술 마신 다음날 재첩국만한 해장국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당시 그 코흘리개가 재첩국의 참 맛을 알리가 없었던 거다.

 

간혹, 바람개비나 희안한 장난감을 들고 동네에 들어와 좌판을 벌리는 아저씨도 있었는데, 그렇게 기억이 확연하게 나지는 않는다. 그렇게 판자촌에도 사람들이 돌아다녔고 뭔가 일이 있었고,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들, 잊혀져가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가고픈 생각도 간혹 드는 요즘이다.

 

또~~옹~~퍼어~~~

칼~~가알~~으어~~

아이스케~~키~~

재치꾹 사이소~~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02/02 19:49 2007/02/02 19:49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hi/trackback/736
    • Tracked from
    • At 2007/02/13 14:01

    행인님의 [뚝방의 추억(6)] 에 관련된 글. 과기 대대가 오늘 다시 열리는데, 간다고 했는데, 우리 팀에 둘이 빠지기가 영 눈치 보여서, 글구, 낼 기관평가 관련 자료 만들다가 없다고 투덜거

  1. 저는 다른 거 생각나는디... "개~애 팔아요. 개~애 팔아요" 아저씨 목소리에서 포스가 왕창 느껴지던...

  2. 홍실이/ ㅎㅎㅎ 그건 시골에서 많이 듣던 소린데요. 그 아저씨 목소리에서 느껴지던 포스도 장난 아니었는데... ㅎㅎ

  3. '또~~옹~~퍼어~~' 아저씨가 똥을 퍼서 쏟아 둔 곳을 알고 있는데..ㅎㅎ

  4. 산오리/ 헉... 저는 동네 떠날 때까지 전혀 모르는 곳인데요. 역시 산오리님은 해박(!)하시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