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님의 [뚝방의 추억(6)] 에 관련된 글.

 

과기 대대가 오늘 다시 열리는데, 간다고 했는데,

우리 팀에 둘이 빠지기가 영 눈치 보여서, 글구, 낼 기관평가 관련 자료 만들다가

없다고 투덜거릴지도 모를 다른 친구들 때메 그냥 남았다.

 

행인님은 원체 바빠서 뚝방의 추억도 보이지 않고 해서 칼사의 화장실야그나 해 볼까.....

 





시골에서 살때는 똥통이 큰 항아리로 만든 것이었고, 그 옆에 작은 항아리 하나 있어서 오줌통으로 썼다. 오줌 똥을 분리해서 누었으니 그에 맞는 거름으로 썼을 것은 짐작할 만 하리라.

 

서울이라고 칼산에왔더니, 그래도 개화한 것인지 똥통은 커다란 드럼통으로 묻었고, 그 위에 아주 넓적한 판자를 두개 올렸다. 물론 아래에 두개가 움직이지 않게끔 지지나무를 앞뒤에 하나씩 더 댄 것은 당연하고...

 

똥과 오줌을 한꺼번에 싸면 그 양이 금새 늘어 나니까 똥을 자주 퍼야 하고, 그걸 푸는데 공짜가 아니니 당연히  똥과 오줌을 분리해서누라 했는데, 오줌 눌곳은 따로 없었다. 그러니 오줌은 그냥 하수구에 누는 수밖에....그리고 첨에는 뽀송뽀송 화장지 같은게 없었으니까 신문지나 교과서를 썼는데, 이것도 똥통에 함께 버리면 양이 많아지니까 이건 따로 모아서 태웠다.

 

가장큰 골칫거리는 여름에 똥통을 하얗게 뒤덮는 구더기... 요즘처럼 온갖 독성물질을 먹어대면 구더기나 생길라나 모르겠는데, 그즈음에 구더기 참 많이도 생겼다. 똥통을 하얗게 덮는 것도 모자라, 이 넘들이 밖으로 슬금슬금 기어나와서 그 앞의 장독대나 좁은 마당으로 기어 나왔는데, 별 대책이 없으면 비짜루로 쓸어담아서 다시 똥통에 버리기도 했지만, 뭔가 자구책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구더기 방제를 위해 동원한 것이,  횟가루였다. 어디서 쓰고 남은걸 아버지가 얻어 왔는데, 이걸 똥 위에 한겹을 뿌리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약간의 효과가 있었는지 어쨌는지 모르겠다. 이게 독한 성분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완전히 질식시켜서 죽인건 아닐까 싶다.

어디선가 아버지가 농약인지 제초제인지 하는 것들도 가져와서는 그걸 물에 타서 뿌리기도 하고, 어떤건 가루약이어서 그걸 뿌리기도 했다.

그 다음에 동원한 것이 석유다. 석유곤로를 쓸때니까 석유가 좀 있긴 했는데, 비싸기도 해서 이걸 쓰는건 엄마 몰래 애들이 몰래 가져다 뿌렸다. 이건 꽤나 효과가 있었는데, 그 번질 거리는 석유를 뒤집어 쓰고 뒹구는 구더기를 구경하고 있노라면....

그러고 한참 있다가 에프킬라라는 신기한 모기약이 나왔는데, 이걸 뿌리는 방법이 가장 효과는 좋았다. 물론 하루 이틀 지나면 다시 살아서 기어올라 왔고, 다시 에프킬라를 뿌렸는데, 이건 엄청 비쌌기때문에 뿌릴때만다 엄마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구더기는 결국 찬바람이 부는 초겨울 즈음이 되서야 사라 졌던가...

 

똥통에 빠트린 물건도 많다.

형제들끼리 싸우는데 사용된 것들은 줄곧 똥통에 버려 졌는데, 화투장이 대표적이다. 방학이나 휴일에 할일 없으면 밤 늦도록 형제들끼리 화투를 쳤는데, 그걸로 돈따먹기를 해봐야 소용 없으니까 무슨 아버지나 엄마가 부르면 심부름 당번을 한다거나, 손목을 때리거나 그런 정도였다. 연탄불 갈아라, 할머니 방에서 밥상 내와라... 그 추운데 밖에 나가기 싫은데, 심부름은 정말 하기 싫은 거였다.

근데, 처음에야 좋게 시작하지만, 항상 시비가 붙게 마련이고, 마지막에는 거의 격투기 수준까지 이른다. 그러면 부엌건너 안방에 계시던 엄마가 달려와서는 빗자루로 한바탕 난리를 친다음에 바닥에 있는 화투판과 화투는 싹 쓸어서 똥통으로 직행이다.

이렇게 들어간게 화투 뿐만 아니라, 바둑알과 장기알까지 몇 개가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바둑이나 장기는 두는게 어차피 두명인데 꼭 편이 나뉘어져서 옆에서 훈수를 두게 되고, 그래서 지고나면 그 훈수 때문에 졌다거나 이겼다면서 또 싸움이 일게 된다.

똥통에 빠진 바둑돌을 들여다 보면서 똥을 눌때의 기분이란.... 바둑돌도 요즘이야 몇천원 주면 싼걸 사지만, 그때의 학생으로야 비싸서 도저히 살 엄두를 낼수 없는 물건이었다. 다 커서 바둑돌 한조 사서는 집에서 이제는 바둑 둘 일도 없는데, 그돌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잘 간직하고 있다.

 

식구가 기본이 열명에다, 더부살이 하는 친척들이 보통 두세명은 있었으니까 그 많은 식구들이 쏟아내는 똥 때문에 드럼통은 빨리 차올랐던 거 같다. 그럼 똥푸는 아저씨를 불러서 똥을 펐는데, 행인 동네에서 펐던 그 아저씨였는지도 모르겠다. 60대쯤 되어 보이는 거의 할아버지가 다 되어 가는 분이 똥지게를 메고 다녔는데, 드럼통 하나를 비우려면 대여섯번은 왔다 갔다 했던 거 같다.

언젠가 저 할아버지는 똥을 퍼다가 어디로 가져 가는 걸까 하는 의문이 생겼는데, 신정단지 쪽으로 가는 논뚝길을 걸어가다 보니 한쪽 방죽 같은 곳에다 똥을 쏟아 부어 놓는 걸 봤다. 그 똥방죽에 빠지면 아마도 살아 나오지 못할 거 같은... 그 똥들은 비오면 함께 어디로 쓸려 갔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다.

 

그러고 몇년이 지나자 똥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그 할아버지도 그 순간부터 더이상 볼수가 없었다. 똥차는 너무 쉽게 똥을 펐다. 호수 들이대고 순식간에 드럼통 하나가 쑤욱 빨려 들어갔고, 옆에 받아 놓은 물 두어 바께스 더 부어서 대충 씻어 한번 쑤욱 빨아 들이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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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3 14:01 2007/02/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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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머프 2007/02/13 14:1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밥먹고 이글을 봤으니 다행이라는 생각...ㅋ

  2. 개토 2007/02/14 12:5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와, 저도 구더기에 석유뿌려서 태워보고 싶어여...

  3. 산오리 2007/02/15 11:4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스머프...점심 먹을때 한번 더 생각해 보시죠..ㅎㅎ
    개토...잔인하기도 하셔라...

  4. 개토 2007/02/15 12:4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니, 이게 무슨 소리? 산오리님이 먼저 하신 거잖아요. 헉...다시 읽어보니, 그냥 뿌리기만 하셨던 거군요...하지만, 살짝 그게 더 잔인한거 같은데.

  5. 산오리 2007/02/15 13:3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개토... 음, 잔인하기 보다는 아직 어린애스럽다는게 맞을 듯...그때는 그렇게 놀았던건 어린애였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