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 산다
귀신이라는 것이 말이지, 그게 참 쓸모가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언하는 증인이 나타나 화제 만발이다. 옛날 친구집에 놀러가 봐야했던 TV 프로그램 중 "믿거나 말거나"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거기서도 귀신나오는 집이 가끔 등장했더랬다. 어린 마음에 절라 무서워서 화장실 가기 겁나기도 했다. 어릴적에는 완전 푸세식 뒷간으로 갈 냥이면 엉아랑 누나들이 이야기했던 "파란 종이 줄까, 빨간 종이 줄까" 하는 귀신 이야기가 생각났더랬다.
세월이 지난 후 귀신을 본 일이 몇 번 있었으나 그게 실존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별로 생각이 없었다. 똥뚜깐 밑에서 손을 뻗치며 파란 종이와 빨간 종이를 선택하도록 요구하던 귀신이 어느 순간 '매트릭스' 화면 안에서 "빨간 약 먹을래, 파란 약 먹을래?"라며 네오에게 약을 선택하게 하는 모피어스로 재탄생하던 순간 이미 귀신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진지 오래였다.
그랬건만, 기어코 귀신이 실재한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이 나타나고야 말았으니, 그가 다름 아닌 최시중 방통위원장 후보다. 17일 오전 진행된 국회 방통특위 인사청문회에서 최시중은 그동안 미스테리로 구전되던 귀신의 존재를 가장 완벽하게 증언하였다.
정청래 의원이 "아들에게 900평의 땅을 증여한 기억이 없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최시중 후보의 답이 걸작이다. 그런 일이 전혀 없다는 거다. 게다가 아들에게 너 땅받은 기억이 있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답했단다. 정청래 의원이 다시 "그렇다면 귀신이 땅을 사서 팔았다는 얘긴가?"라고 묻자. 최시중 후보는 이렇게 답했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청문회 통과한 후 방송일선을 관리감독하게 되면 우선 여름특선으로 한정판 방영되던 "전설의 고향"을 일일 연속극으로 만들기 바란다. 될 수 있는 한 많은 귀신들이 땅 주인도 모르게 땅을 사고 팔면서 특히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귀신이 곡할 정도로 은밀하게 땅을 제공하는지 다각적으로 분석해서 방영해주기 바란다.
그리고 부탁하는데, 그 귀신, 행인에게도 좀 소개 시켜주라. 나중에 땅 팔아 시세차익 남기면 한 잔 거하게 사겠다. 물론 행인이 땅 파는 것도 아니고 귀신이 사고 판 후 그 이익분을 고스란히 행인에게 전달해주는 '귀신이 곡할 노릇'이 생겼으면 한다.
"귀신은 뭐하는지 모르겠다"며 궁금해하던 모든 분들의 궁금증은 이제 해결되었다. 귀신은 땅을 사고 팔고 있었던 거다. 대한민국에서 땅투기 하는 사람들은 사실 사람이 아니었던 거다. 죄다 귀신이었던 거다. 이러니 땅값이 천정부지로 뛸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귀신이 투기 하면서 장난질을 하는데 능력 딸리는 지구인들이 뭔 수로 그걸 따라잡겠나? 혹시 주택투기 하는 것들도 실은 다 귀신 아녀???
암튼 궁금증이 해소된 이상 말도 안 되는 궁금증을 머리속에 집어넣고 짱구를 굴리느라 고생했던 수많은 사람들, 이젠 다 잊고 실존하는 귀신들과 함께 국민성공시대로 달려가야할 거다. 까이꺼 귀신들이 곡할 정도로 도와주는데 국민성공 그거 뭐 대충대충 잘 되지 않겠나?
최시중에 대한 어이없음을 귀신있음으로 바꿔주시는 센스!
윤삼/ ㅎㅎㅎ 최시중이 청문회 끝나고 정청래에게 다가가서 "내가 아직도 최시중으로 보이니......." 했을 거 같다는 상상을 해봤더랍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