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특산물은??

그냥 목적지 없이 걸어가는 것이 이번 휴가의 컨셉이었다.

일단 버스타고 제천가서 다시 영월로 들어갔다.

거기서부터 있었던 기괴하고 희한한 일들은 다른 기회에 하기로 한다.

 

암튼 거의 죽다 살아난 후 여차저차 해서 서울로 다시 올라와야할 일이 생겨버렸다.

수요일날이 우리 당에서 삼성 본관 앞 일인시위를 진행하는 날인데, 아무래도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아니나 달라, 확인결과 예상 적중. 그래서 화요일 밤에 서울로 올라오고 말았다.

 

암튼 그 화요일.

도저히 안심이 되지 않아 서울로 올라오려는 그 길이었다.

서울의 햇볕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따가운 햇볕을 자랑하던 강원도 산구석.

7시간의 도보행군 끝에 몇 시간에 한 번 오는지도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어느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배가 엄청나게 고프다...



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천막을 치고 감자전을 부쳐 파는 아줌마가 있었다.

버스는 언제 올지 모르고, 여름 한 철 장사하는 사람들의 음식솜씨가 또 궁금하기도 해서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뭐 이것 저것 많이도 판다.

 

어차피 목적은 하나.

강원도에 왔으니 감자전을 먹고 가야한다는 그 의무감.

그렇다. 당연히 시킨 것은 감자전이었던 것이었다.

 

탱글탱글한 강원도 감자를 잘 씻는다.

껍질을 벅벅 벗기고 강판에 잘 간다.

감자가 강판에 갈려 나오는 속도가 마치 믹서기로 갈아내는 것처럼 빠르다.

거기에다가 강원도의 정기 서린 청량고추를 듬뿍 듬뿍 잘라 넣는다. 오호~~ 군침 도는 걸...

 

잠시 후 행인의 손바닥 두 개 합친 크기쯤 되는 감자전 두 장이 접시에 올려져 나왔다.

입안에 넣자 바삭하다는 느낌. 오호호호라... 감자 특유의 냄새가 온 몸에 퍼진다.

사실 행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감자다(실은 감자와 조개). 감자는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가 않고 허기를 채우는데도 효과 만점이다. 요즘은 뜸하지만 한 때 마라톤에 미쳐 살 때 제일 많이 찾았던 음식도 역시 감자였다. 양질의 탄수화물이 잔뜩 있어서 달리기를 위한 에너지 보충에 효과 끝장이기 때문이다.

 

암튼 감자전, 이 감자와 청량고추가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미처 몰랐다.

매콤한 듯 달콤한 청량고추의 맛과 감칠맛 나는 감자의 어울림.

그렇게 한 접시를 후딱 먹어치웠다. 진짜 음식을 먹었는지 마셨는지 모를 지경이다.

 

이 감자전 부치는 천막을 찾으려면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으로 가야한다.

가는 방법은 언제든지 알려줄 수 있으나 가서 찾을 수 있을런지는 장담 못한다.

꼭 이 집이 아니어도 괜찮을 거다. 강원도 왠만한 휴양지 가면 감자전 부쳐 파는 집이 널려있으니까. 맛은 다를지 모르겠지만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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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8 00:54 2004/08/08 0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