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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나는

샤♡님의 [시스타-] 에 관련된 글.

정말 토하게 싸워왔다.

싸움은 대략 2002년 즈음부터 하한가를 탔는데

요즘은 같이 살면서도 크게 싸우지 않고 있다.

아마 사는 게 힘들어 이제 서로에게 화 낼 기력이 없을 건지도 모르겠다.

정말 피크였던 시기에는

얼굴만 봐도 욕을 하기도 했던 거 같다.(-_-+)

 

우리에겐 수많은 히스토리가 있지만

결국 우리가 친하게 살 수 밖에 없었던 건

우리만 공유할 수 있는 얘기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산본동 골목길 단칸방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략 12번 가까운 이사를 다니면서

오래 된 친구에 대한 갈망이 있는 우리로선

이젠 서로가 그런 친구가 돼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살 찐다고 야식을 안 먹는다는 녀석을 꾀어

밤에 술 한 잔을 하기도 하고

서로의 작업을 보여주면서 검사를 맡기도 하고.

뭐 때론 고 녀석이 누구 좋아한다는 사람 만나러 가는 날에는

한 두 시간은 그녀의 패션쇼와 화장 고침을 봐줘야 하기도 하고

가위에 자주 눌리는 녀석 때문에 밤새 긴장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덕분에 같이 사는 게 즐겁다. ㅎ

 

그녀가 드디어 졸업을 하셨다.

앞으로 얼마나 창창한 인생을 사시게 될지 모르겠으나

나는 춤추는 고 녀석이 좋고

무대에 서 있는 고 녀석이 맘에 든다.

얼마나 더 같이 살 수 있을지 ,

이제 나이도 나이니만큼 간당간당 하겠지만

뭐 고만큼 사는 동안 재밌게 살아야지.

졸업선물은 뭘 해줘야 하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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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

* 종종 가는 대학로의 생선구이 집은

늘 근방의 배우들로 가득하다.

주로 웃찾사나 개그콘서트의 멤버들인 거 같은데

다들 밥을 잘 먹는다.

와구와구 밥을 먹는 사이

누군가는 쟁반을 빌려가고

누군가는 핸드폰을 두고 갔다.

왁자지껄한 30분.

 

* 요즘 어깨결림이 심해져서 지하철에 털석 앉았다.

통키타 까페의 씨디를 파는 아저씨와

큐빅퍼즐을 파는 아저씨가 차례로 지나간다.

신중현의 노래가 흘러나오다

'그냥 장난감이 아니라 지능지수를 높여주는 장난감'을 외치는 아저씨의 목소리와 섞인다.

맞은 편에 앉은 할머니들의 눈이 반짝반짝한다.

서부극의 대결이라도 보듯 다들 눈이 그들의 만남을 지켜본다.

배경음악은 '미인'

바닥에는 큐빅퍼즐과 함께 팔던 팽이가 빙빙 돈다.

지능지수를 이야기하던 아저씨가 먼저 팽이를 줍는데

지하철은 한강을 건넌다.

철컹거리는 소리에 맞춰 띵띠리링띵띠리띠리링- 하고 미인의 기타 연주가 흐른다.

문득 좋은 날씨라는 게 새삼스럽다.

 

* 이수역에 내려 갈아타려고 걸어가는데

지하철 문이 막 닫히려는 순간 흰 머리 할아버지가 뛰어든다.

나도 모르게 놀라서 왁 소리를 질렀는데

할아버지는 마치 로보캅처럼, 투명하게 그 공간을 뛰어넘어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하철 노선표를 보면서.

세상엔 기인들이 많다.

 



* 작업 컴퓨터가 한 개라는 핑계로

미뤘던 병원행을 감행한다.

요즘 가장 힘든 손목과 어깨를 먼저 해결코자 한의원으로.

한의원을 내 발로 찾아가보긴 처음이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매캐한 한약내가 가득하다.

간호사 언니들(언니가 아닐지도 모르겠군, 여하튼)은 드라마를 보며 열을 올리느라 정신이 없다.

요약하면 '잘 살던 신혼부부한테 웬 년(남자의 고교동창이다)이 들이닥쳐 남자를 꼬여내고 결국에 같이 자는 바람에 이혼을 할지 말지 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한 사람은 그 여자 욕을 해대고

또 한 사람은 뭘 어쨌든 같이 잔 건 그 놈이니 그 남자가 나쁘다 한다.

나도 골똘히 생각해 본다.

역시, 욕하기 쉬운 쪽은 '그 년'이겠지만

역시, 더 미운 건 남자다

요론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대기 시간도 금방 가버린다.

하트모양 머리에 약간 대머리인 의사선생님은

내가 근막통? 뭐 그런 병을 너무 오래 앓고 있어서(알지도 못했는데!)

쉬 고칠 수 없을 거라고 한다.

우선 손목 먼저 치료하자며 침을 열 몇개나 손목에 꽂았다.

아부지 친구에게 연습삼아 침을 맞아본 거 이후로 침을 맞는 것도 처음이다.

따뜻한 침대에 원적외선을 쐬며 누우니 잠이 온다.

옆 침대에 할머니는 아이고아이고를 연발하고 있다.

이 지하철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며 걸어오느라 얼마나 숨이 찼는지

또 요즘은 왜 그리 무릎이 시큰거리는지를 한참 이야기한다.

커텐을 치고 사람들이 가버리자 조용한가 싶더니 어느새 기도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버지, 주님.

 

두 번째 병원은 이비인후과였는데

의사 얼굴의 뒷편, 그러니까 내 정면에 보이는 내 목구멍의 영상이 너무 불편해서 혼났다. 숨을 쉴 때마다 영상은 껌벅거린다.

 

세 번째 병원은 피부과였다.

피부과랑 비뇨기과가 같이 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되게 무섭게 생긴 간호사 언니가 있었다.

검버섯으로 고민 상담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그거 원래 노화되면 다 그래요, 선블록 같이 사후관리를 잘 안 하셨나보죠,

하며 차갑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전혀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궁금함을 해소하려는 아줌마의 호기심어린 표정이 재미있다.

내 상처에는 반창고를 붙여놓으라는 의사샘의 얘기에

옆에 섰던 호리호리한, 순풍 산부인과에 허 간호사 같은 얼굴을 한 간호사는

내가 봐도 웃음이 나게 반창고를 붙여놓았다.

계속 붕대를 흘렸다, 밴드를 흘렸다를 반복하더니

삐뚤빼뚤 겨우 붙인 반창고는 내가 스타킹을 올리는 순간 다 떨어졌다.

그치만 보는 둥 마는 둥.

정말 허 간호사 같다. 주사실 문도 닫지 않고 엉덩이 주사를 놓겠다고 누우란다.

어쩐지 이라부 병원에 온 듯한 기분.

 

약만 두어봉다리가 생겼다.

 

* 졸립다. 봄이라, 새학기 때라 스르르 저절로 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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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는 게 참 녹록지가 않다.

화장실 바닥에서 그리 섧게 울던 너도

지금 이러고 있는 나도

 

지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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