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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7/02/28
    The postmarks_ gOOdbY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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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2/28
    엿보기20070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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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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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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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200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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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7/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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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7/02/20
    위안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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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7/02/20
    위안(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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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7/02/20
    새해입니다.(2)
    새삼

The postmarks_ gOOdbYe

 

어디서 들었었는지 잘 생각이 안나는데

작년에 한창 이 노래를 흥얼거렸던 기억.

유투부를 돌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이런 뮤직비디오가 있는 줄 몰랐네.

흐흐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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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20070228

*어젯밤,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는 참,

대학로의 긴 버스 정류장 한 켠에

그러니까 그 '버스'라고 써있는 그 차도에

한 연인이 열정적인 키스를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다.

오홋

오랜만에 라이브쇼로군.

한 버스는 그들 때문에 비스듬히 차를 세웠다.

요즘 새로나온 그 길다란 버스에 탄 모든 사람들과 내리는 사람들 타는 사람들

모두 그들을 빤히 바라본다.

기사 아저씨까지 그들을 보느라 출발할 줄 모른다.

주변을 휘 둘러보니, 멈춰선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려져있다.

마치 그들이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열정적인 그들을 향해 지나가던 한 남자 외치다.

get a room!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후리지아 두 단 구입.

다들 나 같은 마음이었는지

광화문 네거리, 초라하게 서 있던 꽃노점에

사람들이 줄을 섰다.

또각거리는 구두를 신은 언니들은 삼천원을 내고 꽃다발을 사간다.

어찌나 웃음이 예쁘던지

내 마음도 다시 두둥실.

꽃 보고 웃음 보고 좋은 걸 보니 늙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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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나는

샤♡님의 [시스타-] 에 관련된 글.

정말 토하게 싸워왔다.

싸움은 대략 2002년 즈음부터 하한가를 탔는데

요즘은 같이 살면서도 크게 싸우지 않고 있다.

아마 사는 게 힘들어 이제 서로에게 화 낼 기력이 없을 건지도 모르겠다.

정말 피크였던 시기에는

얼굴만 봐도 욕을 하기도 했던 거 같다.(-_-+)

 

우리에겐 수많은 히스토리가 있지만

결국 우리가 친하게 살 수 밖에 없었던 건

우리만 공유할 수 있는 얘기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산본동 골목길 단칸방 시절부터 지금까지 대략 12번 가까운 이사를 다니면서

오래 된 친구에 대한 갈망이 있는 우리로선

이젠 서로가 그런 친구가 돼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살 찐다고 야식을 안 먹는다는 녀석을 꾀어

밤에 술 한 잔을 하기도 하고

서로의 작업을 보여주면서 검사를 맡기도 하고.

뭐 때론 고 녀석이 누구 좋아한다는 사람 만나러 가는 날에는

한 두 시간은 그녀의 패션쇼와 화장 고침을 봐줘야 하기도 하고

가위에 자주 눌리는 녀석 때문에 밤새 긴장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덕분에 같이 사는 게 즐겁다. ㅎ

 

그녀가 드디어 졸업을 하셨다.

앞으로 얼마나 창창한 인생을 사시게 될지 모르겠으나

나는 춤추는 고 녀석이 좋고

무대에 서 있는 고 녀석이 맘에 든다.

얼마나 더 같이 살 수 있을지 ,

이제 나이도 나이니만큼 간당간당 하겠지만

뭐 고만큼 사는 동안 재밌게 살아야지.

졸업선물은 뭘 해줘야 하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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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기

* 종종 가는 대학로의 생선구이 집은

늘 근방의 배우들로 가득하다.

주로 웃찾사나 개그콘서트의 멤버들인 거 같은데

다들 밥을 잘 먹는다.

와구와구 밥을 먹는 사이

누군가는 쟁반을 빌려가고

누군가는 핸드폰을 두고 갔다.

왁자지껄한 30분.

 

* 요즘 어깨결림이 심해져서 지하철에 털석 앉았다.

통키타 까페의 씨디를 파는 아저씨와

큐빅퍼즐을 파는 아저씨가 차례로 지나간다.

신중현의 노래가 흘러나오다

'그냥 장난감이 아니라 지능지수를 높여주는 장난감'을 외치는 아저씨의 목소리와 섞인다.

맞은 편에 앉은 할머니들의 눈이 반짝반짝한다.

서부극의 대결이라도 보듯 다들 눈이 그들의 만남을 지켜본다.

배경음악은 '미인'

바닥에는 큐빅퍼즐과 함께 팔던 팽이가 빙빙 돈다.

지능지수를 이야기하던 아저씨가 먼저 팽이를 줍는데

지하철은 한강을 건넌다.

철컹거리는 소리에 맞춰 띵띠리링띵띠리띠리링- 하고 미인의 기타 연주가 흐른다.

문득 좋은 날씨라는 게 새삼스럽다.

 

* 이수역에 내려 갈아타려고 걸어가는데

지하철 문이 막 닫히려는 순간 흰 머리 할아버지가 뛰어든다.

나도 모르게 놀라서 왁 소리를 질렀는데

할아버지는 마치 로보캅처럼, 투명하게 그 공간을 뛰어넘어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지하철 노선표를 보면서.

세상엔 기인들이 많다.

 



* 작업 컴퓨터가 한 개라는 핑계로

미뤘던 병원행을 감행한다.

요즘 가장 힘든 손목과 어깨를 먼저 해결코자 한의원으로.

한의원을 내 발로 찾아가보긴 처음이다.

엘레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매캐한 한약내가 가득하다.

간호사 언니들(언니가 아닐지도 모르겠군, 여하튼)은 드라마를 보며 열을 올리느라 정신이 없다.

요약하면 '잘 살던 신혼부부한테 웬 년(남자의 고교동창이다)이 들이닥쳐 남자를 꼬여내고 결국에 같이 자는 바람에 이혼을 할지 말지 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한 사람은 그 여자 욕을 해대고

또 한 사람은 뭘 어쨌든 같이 잔 건 그 놈이니 그 남자가 나쁘다 한다.

나도 골똘히 생각해 본다.

역시, 욕하기 쉬운 쪽은 '그 년'이겠지만

역시, 더 미운 건 남자다

요론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대기 시간도 금방 가버린다.

하트모양 머리에 약간 대머리인 의사선생님은

내가 근막통? 뭐 그런 병을 너무 오래 앓고 있어서(알지도 못했는데!)

쉬 고칠 수 없을 거라고 한다.

우선 손목 먼저 치료하자며 침을 열 몇개나 손목에 꽂았다.

아부지 친구에게 연습삼아 침을 맞아본 거 이후로 침을 맞는 것도 처음이다.

따뜻한 침대에 원적외선을 쐬며 누우니 잠이 온다.

옆 침대에 할머니는 아이고아이고를 연발하고 있다.

이 지하철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며 걸어오느라 얼마나 숨이 찼는지

또 요즘은 왜 그리 무릎이 시큰거리는지를 한참 이야기한다.

커텐을 치고 사람들이 가버리자 조용한가 싶더니 어느새 기도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아버지, 주님.

 

두 번째 병원은 이비인후과였는데

의사 얼굴의 뒷편, 그러니까 내 정면에 보이는 내 목구멍의 영상이 너무 불편해서 혼났다. 숨을 쉴 때마다 영상은 껌벅거린다.

 

세 번째 병원은 피부과였다.

피부과랑 비뇨기과가 같이 되어 있는 곳이었는데

되게 무섭게 생긴 간호사 언니가 있었다.

검버섯으로 고민 상담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그거 원래 노화되면 다 그래요, 선블록 같이 사후관리를 잘 안 하셨나보죠,

하며 차갑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전혀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궁금함을 해소하려는 아줌마의 호기심어린 표정이 재미있다.

내 상처에는 반창고를 붙여놓으라는 의사샘의 얘기에

옆에 섰던 호리호리한, 순풍 산부인과에 허 간호사 같은 얼굴을 한 간호사는

내가 봐도 웃음이 나게 반창고를 붙여놓았다.

계속 붕대를 흘렸다, 밴드를 흘렸다를 반복하더니

삐뚤빼뚤 겨우 붙인 반창고는 내가 스타킹을 올리는 순간 다 떨어졌다.

그치만 보는 둥 마는 둥.

정말 허 간호사 같다. 주사실 문도 닫지 않고 엉덩이 주사를 놓겠다고 누우란다.

어쩐지 이라부 병원에 온 듯한 기분.

 

약만 두어봉다리가 생겼다.

 

* 졸립다. 봄이라, 새학기 때라 스르르 저절로 잠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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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는 게 참 녹록지가 않다.

화장실 바닥에서 그리 섧게 울던 너도

지금 이러고 있는 나도

 

지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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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블로그

여행 블로그를 따로 하나 만들어보고 있다.

오래전에 여행했던 곳들도 하나하나

기억을 되짚어보려고 하는데

역시 쉽지는 않다.

왜 바쁠때 그런 게 하고 싶냐고?

"아~무 이유 없어"

 

좋았던 기억도 나빴던 기억도 하나하나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

물론 너와 함께였단 기억도 잊지 않을 거야.

 

오늘 글을 올리려고 했더니 구워놓은 사진이 말을 듣질 않네!

젠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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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나

아오 진짜

승질같아선 한 번 받아버릴까 하다가

그냥 말았다

인간에 대한 포기가 빨라졌다

이젠 화내지 않고 안쳐다본다

 

사람 사이에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살면 좋겠다

말은 졸라 뻔지를르르 하게

진보적이고 소통을 중시한다고 하지만

니뿡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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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 2

돕헤드님의 [앨범이 나왔습니다] 에 관련된 글.

 

그제였나,

여하튼 설 연휴 하루 전날,

돕이 자전거를 타고 와 앨범을 건네주었다.

나는 싸인을 하지 않는다는 그에게 싸인을 강요해가며 ㅋ

"아름다운-"

으로 시작되는 멋진 싸인을 받았다. ㅎㅎ

 

그리고 앨범을 들었다.

 

처음에 돕을 봤을 땐

좀 무섭다고 생각했다.

블로그에선 너무 올바른(?) 사람 같아서 무서웠고

공연하는 걸 처음 봤을 땐 표정이 무서웠다. ㅋ

아마 삼성 문화제여서 그랬나...ㅎㅎ

여하튼 그 때 보면서 관객도 많지 않고 노래도 못 부르는데

참 열심히 한다는 생각은 한 거 같다. 크크

 

민중가요 울렁증(?)

이라기보다 장조에 밝은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 나의 성향 때문에

돕의 노래 중에서도 아무 것도 아닌 일 같은 노래를 좋아했는데

이번엔 일하면서 씨디를 주-욱 틀어놓았다.

 

근데 이상하게도 어찌나 마음이 좋은지

일 때문에 스트레스 만땅인 상태인데도

어떤 부분에선 눈물이 방울방울하고

어디선 웃음이 나고

또 어디선 노래를 따라부르게 되면서

이상하게도 마음이 따땃해졌다.

위로가 됐다.

앨범 안에서 말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럴리가 없는데도

다들 나에게 힘내라고, 괜찮다고 어깨를 투닥거려주는 것 같았다.

유치하게도 이렇게 밖에 쓸 수 없는 게 안타깝지만 정말 그랬다.

그래서 성능 떨어지는 내 컴퓨터가 색색거리며 노래를 끊어먹을 때조차

용서가 되더라 이 말이다.

 

노래하고 연주하고 그러고 싶어졌다.

디게 오랜만에.

오래전 꿈들이, 새록새록.

돕에게 따로 메일을 보낼까 하다가

옆집 레이블 홍보요원으로서

앨범 홍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ㅋㅋ

이렇게 써 본다.

돕에게 사실 되게 고맙다고 하고 싶었다.

 

앨범 구입하실 분들은

1. 경기도 수원 부근 '다산인권센터' (031) 213-2105 http://www.rights.or.kr/
2. 경기도 평택 부근 - 대추리로 직접 들어오시면 2007년 3월 31일까지 대추리 찻집에서 판매합니다. http://cafe.daum.net/vigil
3. 전라북도 부안군 - 계화도에 있는 갯벌배움터 '그레'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063) 583-3985 http://nongbalge.or.kr/
4. 대구 부근 '녹색평론사' (053) 742-0663 http://www.greenreview.co.kr/
3. 서울 대학로, 성균관대 부근 '풀무질' 서점 (02) 745-8891
4. 서울 종로3가 부근 '문화연대' (02) 773-7707
http://www.culturalaction.org/
5. 서울 서대문 부근 '피자매연대' (02) 6406-0040 http://bloodsisters.or.kr
6. 서울 합정동, 망원동 부근 '대항지구화행동' (02) 3141-6950 http://cgakorea.org/
7. 서울 충정로 부근 '인권운동사랑방' (예정) (02) 365-5363 http://www.sarangbang.or.kr

위 곳에서 사시거나

dopehead@jinbo.net로 구입메일을 보내셔도 됩니다요~ 후후

 

+) 오른쪽 상단의 배너를 클릭하셔도 알 수 있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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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

요즘 나는

이라부 종합병원 신경과의 환자들처럼

알 수 없는 자괴감과 무력감에 휩싸이곤 한다.

길거리에서 퍽 하고 울음이 터지질 않나

지저분한 집을 보고도 폭발하듯 통곡을 하질 않나

애인에게 매일 같이 나는 잘 하는 게 없어라고 말하고 있다.

 

공중그네와 인더풀을 연달아 읽고 나니

나와 비슷한 인간들을 만나 반갑고

나도 이라부 선생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어린아이처럼 가볍게

다른 사람들의 눈치 볼 것 없이 재미있게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살면 좋겠다,

고 생각하지만

역시.

 

그래도 그들의 작은 일탈이

내게도 미세하게 퍼졌다.

 

오쿠다 히데오의 글은 때로 옮겨 적어놓고 싶기도 한데

그러려면 얘기 전체를 옮겨야 할 것 같다.

난 이야기꾼들이 정말 좋다.

 

다음엔 얀 마텔에게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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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입니다.

엄마랑 새해를 보낸 건

거의 13년만이다.

아주 색다를 줄 알았지만 별로 그렇진 않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명절에 할아버지댁에 안 간 적이 없던,

아주 착실한 나는

그냥 내가 없어도 모든 건 잘 돌아간다,

라는 명쾌한 진실을

또 다시 깨닫는다.

엄마는 엄마의 엄마와 새해를 보냈고

나는 새해 직전에 집으로 기어들어가

늦은 밤까지 엄마와 수다를 떨다 잠들었다.

그리고 새해 직전까지는 그와 함께 있었다.

그랬던 적이 있었나.

문득

새롭다고 생각했다.

 

 



2002년 2월,

설이라고 지방으로 내려가기 하루 전날,

나는 정말 술을 옴팡지게 마셨다.

정말 지겹고 지겨웠던 한 학회의 차장자리를

후배한테 넘겨주던 날이었다.

나이가 졸라게 많던 한 선배가 술을 사겠다며 나와 그 후배를 불렀는데

나에겐 소주를, 그 애에겐 콜라를 주었다.

평소 같음 개기고 안 먹었을 것을 나는 주는대로 족족 잘도 받아 먹었다.

그 때까지만해도 나는 나만의 명절 증후군 같은 게 있었고

그런 방식으로 도망치곤 했다.

후배는 집으로 갔고

나와 그 선배는 소주 4-5병을 마셨다.

그 선배는 갑자기 그를 불러냈다.

그는 내 앞에 앉았고

나는 취했고 그가 내 앞에 보였고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의 마음을 찢어놓았으며

나를 데려다 준다고 나선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는 이후에 내가 되게 무서웠다고 했다..ㅋㅋ)

 

집에 들어간지 한 시간도 안 되어 아부지 차는 할아버지댁으로 향했다.

술냄새를 풍기며

나는 고속도로 휴게실을 3-4번을 들르며 토 해댔고

결국 카키색 쓸개즙까지 토해낸 후에야 잠이 들었다.

 

영화 원더풀라이프처럼

죽을 때 어떤 하나의 기억만 가지고 평생을 가져가야 한다면

난 어쩐지 그 때의 불쌍한 나를 선택할 거 같다고

그 영화를 보며 생각했었다.

엄마에겐 미안했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편해졌고

당시 만나던 사람에겐 미안했지만 마음이 들떴던 날.

 

이제 오래된 얘기다.

그는 더이상 나를 무서워하지 않고

엄마도 나도 서로 덜 미안해하며 살고 있다.

나는 그 이후로 명절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고

어른들에게도 굉장히 싹싹하게 굴고 있다.

그래도 설이 되면 나는

그 날이 떠오른다.

 

이번 설에는 엄마와 엄마의 엄마와 엄마가 낳은 두 딸,

이렇게 삼대의 네 여자가 함께 앉았다.

아, 우리 또또도 있었으니 다섯 여자로구나.

외할머니는 수다쟁이고

엄마는 그걸 말리느라 바쁘고

나와 동생은 그걸 구경하느라 웃고

또또는 집에 손님이 많아 좋은데 좋은 척 안 하느라 바빴다.

 

외할머니는 일찍간 외할아버지 얘길하다가

외할아버지를 아끼던 외할머니의 엄마 얘기가 나왔고

그러다 그 분이 나를 한 번 보러 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엄마는 산모라 누워있고, 나는 아기라 그 옆에 누워있고

외할머니와 당시 약간 치매기가 있던 외할머니의 엄마는

힘이 들어 그 옆에 잠깐 누웠더란다.

고 와중에 엄마가 생각하니,

아이고, 4 대의 장녀들이 나란히 누웠고나 싶어

그 얘길하니 나 빼고 셋이서 호호 웃었다는

훈훈한 이야기였다.

안토니아스 라인 같다고 얘기하고 싶었는지

엄마는 안데라스 라인이란다..ㅋㅋ

이름바꾸기 대마왕.

여하튼 간만에 편안한 설이었다.

 

물론 진짜 못 내려간 이유인 일은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을 누르고 있었지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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