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의 제안으로 지리산에 또 다녀왔다.

이번엔 백무동에서 올라 중산리로 내려갈 계획이었다.

 

30년만의 한파가 닥쳤다는 그날.

겁을 먹고 옷을 잔뜩 껴입고 갔는데, 장터목 대피소까지 오르는 동안은 오히려 덥게 느껴져 괜히 껴입었다 싶기도 했다. 장터목에 오르니 산이 굽굽이 내려보였다. 바람이 세차게 불었지만 해가 또렷이 보여 다음날 일출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됐다. 산 위의 기온은 영하 20도 아래였지만, 저녁먹는 동안만 해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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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떨어지자 별도 잘 보였다.(사진엔 잘 나오지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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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녁 8시나 됐을까, 대피소 쓰러트릴 듯이 불어대는 무서운 바람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을 다녀오러 밖에 나가니 바람 때문에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진눈깨비와 함께 눈보라가 몰아친다. 맨손으로 나가니 5분도 안돼서 손이 터질 듯이 아프고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아침이 되면 다 개고 맑은 하늘과 해를 볼수 있기를 바라며 잠을 청했다.

 

새벽에 일어나니 바깥 상황은 전날 밤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어쨋든 천왕봉을 향해 올라가보자고 대피소를 나섰지만, 천왕봉까지 1/3정도나 갔을까.. 더 이상 나갈 수가 없었다. 바람이 너무 거세 걷는게 아니라 한발짝 한발짝을 내딛어야 했고, 장갑을 끼고 있어도 손 끝은 잘라내고 싶을 정도로 아파왔다. 입김은 나오자마자 안경에 붙어 얼어버려 앞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다시 대피소로 돌아왔다.

 

날이 밝아져도 바깥 상황은 그리 좋아지지 않아 천왕봉은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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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내려오는데, 온 세상이 하얗다. 얼음 궁전 같다. 나무도, 땅도 모두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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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이리도 가보고, 저리도 가봤으니. 다음엔 더 쉽게 떠날 수 있겠지?

다시 간다면, 겨울은 피할테다. 추운 건, 너무 힘들고 괴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