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불안정하지만, 신변이 점차 정리되어 간다.

어디선가 일을 시작할 것 같고-

그럼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생활의 시작이다.

아침마다 꼬박꼬박 늦지 않게 일어나야 하고, 매일 퇴근 시간을 기다리며 시계를 간절히 바라보겠지.

 

여러 곳에 지원했지만 맘에 꼭 드는 자리는 없다. 어쨋든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안되니, 먼저 연락 오는 곳에 우선 응해야 한다. 이게 참 번민하게 만든다. 다른 곳에서 늦게라도 연락이 오지 않을까, 신경쓰이고 여러 경우의 수를 계산하며 재게 된다. 어느 곳이 괜찮을 것 같다가도, 막상 연락이 오고 나니 다른 곳이 더 괜찮을 것 같아진다.

갑과 을의 관계라는 거, 참 위축되고 불편하다. 자신의 일터에서 노동조합도 가입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정치적인 이야기도 건네고.. 말은 쉽게 해왔지만 정작 을의 위치에 서보니 내 정치적 신념은 발끝에 채이는 먼지만 하다. 내가 이런 말 하는 것도 어쩌면, 참 고깝고 우스운 일일텐데, 노예가 되기 위해 자신을 깎아 먹어야 하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아픔을 난 어느만큼이나 이해하고 있을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자신을 움츠리고 주눅들어야 하지 않는 세상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