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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성은 인정되어야하지만, 그들의 어긋난 욕망까지도 받아들여져선 안됀다.

장애인의 성은 인정되어야하지만, 그들의 어긋난 욕망까지도 받아들여져선 안됀다.

<핑크 팰리스>

김현지

“한번 태어나서 죽으면 언제 다시 태어날지 모르는데, 숫총각으로 죽으면 진짜 억울하다. 억울해!”

핑크 팰리스는 장애인의 성에 대한 얘기이다. 대체로 전신, 혹은 하반신이 마비된 척수 장애인, 언어장애와 경직이 심한 뇌성마비 장애인, 그리고 시각, 청각, 소아마비 등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나와 성에 대한 경험과 욕구, 다양한 생각들을 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주인공 “한번 태어나서 죽으면 언제 다시 태어날지 모르는데, 숫총각으로 죽으면 진짜 억울하다. 억울해!”라는 말을 한 48세의 중증뇌성마비 장애인, 최동수 아저씨의 얘기가 주를 이룬다. 최동수씨의 평생 소원은 ‘섹스 한 번 해보는 것’ 몇 년 전 청량리 성매매업소를 찾아 한 번 시도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한다. 그리고 감독은 이런 최동수씨의 욕구를 해소해주기 위해 (소원 한번 풀어주기 위해) 성매매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두 번째 시도를 돕는다. 감독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 잘, 잘못을 떠나서 그들이 느끼는 성에 대해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들의 욕구가 인정 되어야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이 성욕을 갖고 있는 인간이다.” 결국 우리 모두 동등하게 욕구가 인정 되어져야하고, 받아들여 져야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나는 감독이 이 영화를 감상할 때 제시한 금기를 어겼다. 잘, 잘못을 떠나서라고 감독의 의사를 분명히 밝힌바 있으나 왜곡된 성에 대한 시각과 여성의 상품화 등등이 영화를 보는 내내 불쾌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나는 함부로 말 할 수 없다. 웃기지만 나는 사지가 멀쩡한 여자이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결핍이 되면 그것 밖에 안보이게 되는데 하다못해 장애인 남성이 갖는 성욕의 거세됨이 그것 밖에 안보 이는 게 당연 한 것 아닌가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감독이 정말 말하고 싶은 부분은 장애인들의 성이 인정되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간간히 장애인 부부, 여성, 다양한 층의 남성들이 말하는 성에 대한 얘기는 훈훈하기도 하고, 애틋하기 까지 했다. 그러나 최동수씨가 말하는 성에 대해 듣고, 그것을 받아주고 카메라에 담아내는 감독의 태도를 보면서 나는 그 곳에서 또 하나의 차별거리, 또 하나의 타자를 보게 된 기분이여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정상인들은 맘껏 즐기면서 자신은 그렇게 못하게 한다고 성매매 금지법에 대한 분개심을 표출했다. 그런 그의 시각에서 사회적 약자 혹은 희생물이 되는 여성을 바라보며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을 때 만들려고 했던 의도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최동수씨가 한 성매매 소로 들어가는 장면으로 끝나는 이 영화의 끝은 그저 다른 약자를 만들어내는 부당한 욕구 분출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핑크 팰리스에서 장애인들만의 성에 대한 잔잔한 얘기만으로도 충분히 감독의 의사가 전달되었을 것인데 내게 이런 혐오감을 자아내게까지 정직하게? 끝까지 최동수씨 의 얘기를 담아낸 감독의 의사가 궁금하다. 이럴 수밖에 없는 그를 동정하라는 건가. 핑크팰리 스의 끝은 내게 비겁한 자멸로 여겨졌고, 굉장한 찝찝함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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