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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 3 차 대전 이미 시작됐다

매일노동뉴스에 연재되고 있는 김승호의 노동세상(10월 17일자) 글입니다.

  

                           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됐다

 

                    김승호(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 노동대학 대표)

  

“3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고 말하는 것은 뒤늦은 깨달음에 불과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8개월여가 지난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3차 세계대전은 이미 지난 2월에 시작됐다. 물론 이 전쟁은 아직 전면화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냉전은 말할 것도 없고, 열전 또한 이미 점점 확대·격화하고 있다.

  

지난 7일자 한겨레신문에 재일교포 지식인인 도쿄경제대 서경석 명예교수의 ‘나쁜 예감’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70여년의 인생을 통해 보아 온 세계가 이제 확실히 크게 바뀌려 하고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더 나쁜 쪽으로. (중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장기화되고, 엄청난 희생자, 파괴, 난민을 양산하면서 끝날 전망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 지역의 내전 상태를 훨씬 넘어서 준세계대전이라고나 할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중략) 유럽에서도, 또는 동아시아에서도 수십 년간 봉인돼 온 핵무기가 사용될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나의 나쁜 예감은 그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고하고 있다.”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런 암울한 현실이 법칙적이라는 점이다. 자본주의 생산양식하에서 1차 세계대전이나 2차 세계대전의 발발이 법칙적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자본주의는 때가 되면 독점단계에 이르고, 독점단계에 도달하면 제국주의로 나아간다. 그리고 제국주의 단계에 이른 자본주의 국가들은 자본주의 불균등발전 법칙에 따라 주기적으로 패권쟁탈전과 영토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지금 이 법칙이 관철돼 3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대전은 선발 제국주의 세력과 후발 제국주의 세력 사이에 주도권과 패권의 향방이 동요할 때 일어난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은 후발 제국주의 세력이 공세적으로 영토재분할을 요구하면서 일어났다.

 

그 두 번의 전쟁에서 모두 선발 제국주의 세력이 승리했다. 후발주자 독일은 두 번이나 참패했다. 한편 세계대전은 자본주의가 축적 위기에 처할 때 일어난다. 자본축적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모든 자본주의 나라들이 국제협력으로 이득을 볼 수 있지만 공황이나 불황으로 파이가 줄어드는 상황이 조성되면 그들의 태도는 180도 달라진다. 1930년대 세계대공황으로 역대급 축적 위기에 처한 제국주의 나라들은 하나같이 전쟁을 원했다. 불황극복을 위해. 전쟁은 전쟁경기를 활성화해 자본축적을 돕고, 전쟁 후 파괴 복구를 통해 자본축적을 돕는다. 세계대전은 세계적 자본축적 위기의 산물인 것이다.

  

이번 경우는 어떤가. 부르주아 정치세력과 언론에서는 자본주의가 지금 장기불황 중이라는 사실을 은폐한다. 그들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극복됐다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다시 경기침체를 맞았다고 왜곡한다. 그리고 2021년 침체에서 회복되다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앙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았고, 물가를 잡으려고 긴축을 하니까 다시 경기침체가 오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하나같이 진실을 은폐·왜곡하는 이데올로기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선발 자본주의 나라들은 장기불황에서 탈출한 적이 없다.

  

이 나라들에 관한 한 그때부터 지금까지 제로금리·제로성장이 ‘정상’이 돼 있다. 자본이 축적하지 못하고 화폐가 이자를 획득하지 못하는 상태, 이것이 자본축적의 위기가 아니고 무엇인가. 자본주의는 왜 이런 위기에 처하게 됐는가?

  

첫째, 자본주의 생산양식에서 자본은 숙명적으로 확대재생산, 즉 자본축적을 추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자본은 축적 과정에서 노동자의 실질임금을 개선해야만 한다. 그래야 자본의 탐욕도 충족시키면서 노동계급을 체제 내로 포섭, 무력화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축적 과정에서 기술혁신으로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야만 한다. 그런데 그 노동생산성 향상은 본의 아니게 자본의 이윤율을 저하시킨다. 이것이 ‘이윤율 저하 경향 법칙’이다. 이 법칙은 장기에 걸쳐서 석유·천연가스와 곡물의 상대가격이 오르는 데서 보듯이, 일차산품의 노동생산성이 여타 산업에 비해 느리게 향상되거나 오히려 저하하기 때문에 더욱 재촉된다. 이렇게 이윤율이 저하하면 자본은 투자할 유인을 잃는다. 자본은 자신의 모국인 선진자본주의 나라를 떠나 임금이 싼 이른바 신흥시장으로 이전한다.

  

한편 선진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인구가 감소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30년간의 자본주의 황금기를 거치고 나서 선진자본주의 나라들에서는 출산율 저하로 인구감소 시대가 도래했다. 자본주의의 인구법칙이 변한 것이다. 선발 자본주의 나라들은 이민노동자를 받아들여 인구감소를 상쇄하려 했다. 하지만 이민노동자들도 임금노예에 불과한 자본주의 현실을 경험하면서 자녀를 많이 낳지 않게 됐다. 이렇게 인구가 감소하면 노동력 부족이 문제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소비부족 문제가 악화한다. 이윤율 저하와 인구감소, 이 두 요인이 중첩되면서 성장은 역성장으로 전환된다.

  

이런 기저적 요인들에 의해 장기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지금 지속 불가능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게다가 이 장기불황 속에서 선발 자본주의·제국주의 세력은 쇠퇴하는 반면 신흥시장이라 불리는 후발 자본주의 강대국들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이런 추세가 계속돼 선발 자본주의·제국주의 세력이 패권·주도권을 상실한다면 이 나라들의 경제는 더욱 쇠퇴할 것이고, 이는 이 나라들에서 사회혁명을 재촉할 것이다. 이 나라들에서 극우세력이 득세하는 것은, 관점을 바꿔서 보면 그곳에서 사회혁명이 멀지 않음을 보여준다.

  

3차 세계대전은 법칙적이다. 이 전쟁은 자본주의가 사멸단계에 이르러 자멸을 무릅쓰고 저지르는 모험사업이다. 그러나 그 모험은 인류의 절멸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전쟁에 단호하게 반대하면서, 이 흉악한 전쟁에 대한 책임을 물어 혁명으로 자본가계급의 정치·경제적 지배와 착취를 타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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