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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변형생물체 개발 및 실험과 이중용도 연구 안전관리 제도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생물안전평가과
유민수, 신행섭, 강연호*
*교신저자: slowpc@korea.kr, 043-719-8040
Abstract
Dual-use research of concern and genetically modified experiment management policy in Korea
Yu minsu, Shin Haeng-Seop, Kang Yeon-Ho
Division of Biosafety Evaluation and Control, KNIH, KCDC
Background: Recent emerging biotechnologies such as synthetic biology are making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easily and accurately at a low cost. However these new biotechnologies have generated dual-use research of concern (DURC) between technology development and bioterrorism resulting in changes in the global governance of security.
Current status: New technologies may be used to develop new diseases or produce pathogens as weapons. The WHO and US have been leading the response to the DURC issue and the BWC, UNESCO, and Europe have also shown interest in these issues. However, the institutionalization of general laws for DURC has not yet been achieved. The Republic of Korea manages this problems by law.
Future perspective: DURC is currently being discussed as a core concept in the security for new biotechnology. Therefore, there is a need to improve related laws and regulations developing autonomous institutional policies for biosafety management systems.
들어가는 말
지난 50여 년간 생명공학기술은 크게 성장하여 사회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였으며, 특히 의료분야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생명공학기술은 인류의 생존에 치명적일 수 있는 생물무기를 만드는데 이용할 수 있으므로, 생명공학기술은 ‘발전’과 ‘테러’라는 이중용도 연구(Dual-use research of concern, DURC)의 딜레마에 놓이게 되었다[1].
이중용도(Dual-use)란 용어는 본래 군사적 연구에 민간 지식을 적용하는 것과 관련된 개념으로, 민간과 군대 간의 기술 이전에 대한 논의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사례가 점차 증가하였다. 최근 이 용어는 수출통제체제 이행을 위한 수출통제법과 같은 군축⋅비확산(Non-proliferation legislation)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는 첨단 기술이나 지식이 평화로운 응용 목적이 아닌 생물학적/화학적/핵물리학적 무기의 불법 생산을 위해 악용 될 수 있다는 문제를 다루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군축⋅비확산 분야(주석1)에는 제네바 의정서(1925),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1970), 생물무기금지조약(Biological and Toxin Weapons Convention, BWC)(1972), 화학무기금지협약(Chemical Weapons Convention on non-proliferation of nuclear chemical and biological weapon, CWC)(1997)이 있다(Figure 1).
외교・안보 영역에서 생명공학 신기술 분야는 위협 전달 경로(Generation method), 위협의 행위자(Threat body)와 대응주체(Response body), 관련 거버넌스에 따라 Table 1과 같은 유형으로 분류된다[3].
이 중 감염병 분야의 안보적 위협은 글로벌 거버넌스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는 최근에 생물보안에 대한 이슈를 다루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발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미국은 WHO와 별도로 안보 관점에서 감염병 대응을 위해 2014년 ʻ글로벌 보건안보 구상(Global Health Security Agenda, GHSA)ʼ을 발족시키기도 하였다.
합성생물학과 같은 생명공학 신기술은 유전자 재조합을 보다 쉽고 정확하고 저렴하게 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우려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서 다양한 이슈로 논의되었으며, ‘글로벌 위험 보고서 2016’에서 생명공학기술의 이중용도 위험성을 강조하는 근거가 되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생명공학의 이중용도에 대한 사례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국제기구 및 해외의 시각을 소개한 후 우리나라의 이중용도 연구를 관리하기 위해 ‘유전자 재조합 실험에 대한 개발실험 승인’제도의 현황 및 향후 추진 방향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몸 말
1) 생물학적 이중용도 연구 우려 사례
오늘날 급속도로 발전한 생명공학 신기술을 통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조작하여 손쉽게 새로운 질병을 개발하거나 무기로 활용도가 높은 병원균 생산이 용이한 수준에 이르렀다[4]. 이러한 위험은 의도적으로 또는 비의도적으로 발생한다.
가. 유전자변형 엑트로메리아 바이러스 연구사례
1998년 호주의 과학자 Ronald J. Jackson과 lan Ramshaw는 설치류 매개 질병 확산을 방지할 목적으로 쥐를 불임상태로 유도하여 개체군의 수를 줄이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들은 쥐(Mice)에 경미한 감염을 일으키는 엑트로메리아 바이러스(Ectromelia virus)에 쥐의 난각단백질(egg shell protein) Zona pellucida sperm-binding protein 3(ZP3)을 도입하는 유전자변형(Living Modified, LM) 실험을 진행하였다. 연구자들은 LM 바이러스에 감염된 암컷 쥐의 난소와 난자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켜 불임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연구결과, 일부 쥐 계통에만 잘 작동하였다. 이에 연구자들은 모든 쥐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ZP3 대신 면역 조절제인 인터루킨-4(IL-4)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를 엑트로메리아 바이러스에 대신 삽입하여 실험하였다. 그러나 이 LM 바이러스는 모든 쥐를 죽게 할 정도로 치명적이었으며[5], 백신 접종을 받은 쥐 조차도 LM 바이러스에 의해 죽었다[6]. 엑트로메리아 바이러스는 Poxviridae에 속하는 바이러스로 마우스에서 피부병변과 일반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mousepox 원인균으로, 이 연구 결과가 사람에게 감염을 유발하는 천연두 바이러스의 병독성을 높여 백신조차 무력화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결국 연구가 중단되었다[5].
나. 독감 균주 재현 연구사례
2005년 미국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의 연구진은 1918년 스페인 독감의 대유행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 당시 독감 유행주로부터 유전물질 샘플을 수집하여 “1918년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H1N1)”를 재현하였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의 사상자를 냈던 바이러스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밝혀지면 생물학적 무기로 개발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논란이 발생하였다.
다. 포유류 공기전파 LM H5N1 바이러스 연구사례
2012년 Nature 및 Science 저널에 포유류에서 H5N1 바이러스의 전염 가능성에 관한 두 가지 연구가 보고되었다. 고위험성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vian influenza A virus H5N1)는 조류 사이에서만 전염 될 수 있지만, 과다 노출될 경우 간혹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가 감염 될 수 있다. 이러한 H5N1이 돌연변이 되어 포유류 사이에서 전염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기능획득(Gain-of-Function, GOF) 실험을 페렛(ferrets)을 이용하여 수행하였다. 그 결과, H5N1 바이러스가 포유류에게 공기로 전파될 수 있도록 변형되었다는 결과를 얻었지만 그 과정은 달랐다[7, 8].
네덜란드 에라스뮈스 메디컬센터의 Ron Fouchier 팀은 야생형 H5N1 변종에 유전자변형을 실시한 후 페렛에 연속적으로 계대하여, 포유류에 공기로 전파되는 LM 바이러스를 만들었다[7]. 비슷한 시기에 미국 위스콘신-메디슨 의대의 Yoshihiro Kawaoka 팀도 H5N1-H1N1 키메라 바이러스를 만들고, 여기에 특정 유전자를 추가하여 공기로 전파되는 LM 바이러스를 만들었다[8]. 이러한 LM H5N1 바이러스 연구결과가 발표되면, 제작된 인체감염성 인플루엔자 병원체가 테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본 연구는 원래 평화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실에서 인간에게 전파 될 수 있는 LM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면 잠재적으로 위험할 수 있어 생물보안 측면에서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미국의 생물보안 국가과학자문위원회(National Science Advisory Board for Biosecurity, NSABB)에서는 중요한 사항을 논문에 게재하지 않도록 권고하기도 하였다.
라. 신종 보툴리눔 균주 분리 연구사례
2014년, 지금까지 보고되지 않았던 새로운 독소 유전자(H형)를 가진 Clostridium botulinum균 분리에 관한 논문발표가 있었다[9]. 이 세균은 환자로부터 분리된 자연 균주이며 유전자 재조합 생물체는 아니었지만 해독제 개발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유전자 염기서열 결과 없이 발표되었으며, 해독제가 개발된 이후 해당 염기서열이 공개되었다[10, 11]. 이렇게 유전자변형생물체가 아닌 새로운 야생주(wild type)의 위해여부에 따른 논문의 공개범위에 대한 적절성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12].
이중용도 연구로 간주되는 민감한 생물학적 결과의 공개발표는 여전히 중요한 쟁점이며 국가 규칙 및 지침에 의해 다루어져야 하는 사안으로 여러 국가에서 검토되고 있다[13].
2) 해외의 이중용도 연구에 대한 시각
생명공학(Life science or biotechnology) 기술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연구가 이중용도 연구에 해당되는지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현재 세계적으로 생명공학기술의 이중용도 연구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WHO에서는 기능획득(GOF) 연구부분에서 윤리적, 사회적, 과학적, 보안 및 안전성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중용도 연구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였으나 회원국의 참여가 저조하여 좀 더 명확하고 폭 넓은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생물무기금지조약에서 이중용도라는 용어는 2008년 당사국회의 보고서에서 처음 나타난 이후 이중용도 연구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어왔다. 2012년에서 2014년의 생산적인 논의 이후 2015년에는 관심이 좀 줄었고, 2016년 제8차 평가회의에서는 최소한의 역할만 하였다. 일부 개발도상국들은 이중용도 연구에 대한 논의가 과학기술의 이중 용도성을 이유로 정보 및 기술교류를 저해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어 논의의 진전에 있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UNESCO(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는 이중용도 연구에 대해 인식은 하고 있으나, 생명윤리 문제에 집중하는 조직의 특성과 자금 조달 문제로 인하여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14].
유럽의 경우, 법률에 따라 이중적 사용 가능성이 있는 기술(연구)을 통제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는 이중용도 연구결과 게재 및 연구내용의 전자적 전달도구(팩스, 전화, 전자우편) 등이 포함된다[15].
네덜란드 정부에서는 Ron Fouchier 교수의 H5N1 바이러스 연구와 관련하여 이중용도 연구에 대한 감시, 정보공유 및 보안기준 등 생물보안을 위해 관련법을 강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는 1994년에 간주수출(주석2) 규정(Deemed exports regulation)을 마련하여 수출관리규정 적용대상 기술의 공개를 통제하였으며 2001년 편지봉투 탄저균 테러 이후 생물보안정책을 강화하여, 정부에서 투자하거나 수행하고 있는 고위험병원체 및 독소와 관련된 이중용도 연구에 대한 정기적인 감시정책을 운영하고 있다[16]. 이 정책은 지식과 정보, 제품 및 기술의 오용에 대한 위험성을 최소화하고 연구를 통해 얻어지는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이중용도 연구의 감시정책 개발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미국 국립연구위원회(National Research Council)의 Fink 보고서(2004년)에서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우려되는 이중용도 연구의 7가지 예를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17].
• 백신을 효과 없게 만드는 방법(How to render a vaccine ineffective)
• 치료에 유용한 항생제 또는 항바이러스제에 내성 부여 방법(How to confer resistance to therapeutically useful antibiotics or antiviral agents)
• 병원균의 독력을 높이거나 비병원체에 독력 부여 방법(How to enhance the virulence of a pathogen or render a non-pathogen virulent)
• 병원체의 전파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방법(How to increase the transmissibility of a pathogen)
• 병원균의 숙주 범위 변경 방법(How to alter the host range of a pathogen)
• 진단/검출기법의 회피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How to enable the evasion of diagnostic/detection modalities)
• 생물학적 제제 또는 독소의 무기화 방법(How to enable the weaponization of a biological agent or toxin)
미국 정부에서 2001년 설립한 NSABB(고위험병원체 생물보안 관리에 대한 연방 자문기구)는 생명과학 이중용도 연구의 관리를 위한 프레임워크 초안을 2007년에 발표하였고, 다양한 이중용도 이슈에 관련한 지침과 이중용도 연구 감시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중용도 연구에 대한 총괄적인 연방정책이나 법률에 의한 제도화는 이루지 못하고 있다[18].
3) 우리나라의 유전자변형생물체 개발실험 안전관리 정책과 이중용도 연구 관리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이하 유전자변형생물체법)이 시행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생명공학기술의 이중용도 연구를 통제하기 위해 ‘유전자 재조합 실험의 위해성 평가’와 ‘국가승인’제도를 마련하여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전자 재조합 실험의 위해성 평가’는 「생명공학육성법」에 의한 국가적인 생물공학기술 이용 장려와 유전자변형생물체법에 의한 안전관리의 접점인 1997년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전자 재조합 실험을 위해성에 따라 기관신고, 기관승인, 국가승인으로 구분하였고, 기관생물안전위원회(Institutional Biosafety Committee, IBC)의 승인 및 신고 또는 질병관리본부의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1997년 당시, IBC 설치는 권고사항이었으나 2008년에는 생물안전 3등급 이상의 실험실을 설치한 연구기관에서는 의무로 변경되었고, 2014년에는 생물안전 2등급 이상의 실험실을 설치한 연구기관까지 의무사항이 확대되었다. IBC는 유전자 재조합 실험의 위해성을 기관 내부에서 심사하고 그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기관 차원에서 생물안전의 자율성 확보를 위한 안전관리체계의 핵심기구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중용도 연구의 기관 차원의 관리가 가능해졌다.
질병관리본부의 승인은 일반적으로 ‘국가승인’으로 불리며, 승인내용으로는 미확인 생물체 이용, 단백성 독소유전자 이용, 약제내성 유전자 이용, 국가관리 병원성 미생물이나 유전자를 이용하는 유전자 재조합 실험을 하는 경우로 제한된다. 이 제도는 위해 가능성이 큰 유전자변형생물체를 개발하거나 이용하는 실험의 국가적 안전관리를 위한 것으로, 반드시 IBC의 심사결과를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각 기관의 IBC에서 수집된 정보가 질병관리본부로 보고되며, 국가 차원에서 이중용도 연구의 관리가 이루어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유전자 재조합 실험의 위해성 평가’는 실험에 적절한 밀폐수준과 실험실 생물안전등급을 결정하기 위하여 수행되며, 일반적으로 병원체의 위해성을 감염성, 독성, 심각성, 치료가능성 등에 따라 국제적으로 4단계로 구분한 병원체 위험군을 고려하여 취급가능 실험실 생물안전등급이 결정된다. 그러나 유전자 재조합 실험은 실험 생물체에 대한 의도적/비의도적 기능획득(GOF) 돌연변이나 기능손실(Loss-of-Function, LOF) 돌연변이를 유발하기에 병원체 위해성에 영향을 미치고, 이는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병원체 위험군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실험 생물체가 유전자 재조합 실험의 영향을 받아 주요 특징을 획득하거나 상실하는 영향을 확인하고 이에 따라 상당하는 실험실 생물안전등급도 변경된다. 이에 2014년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유전자 재조합 실험의 위해성 평가 및 심사체계 모델”을 개발하여 적용함으로써, 체계적인 유전자변형생물체 개발실험 안전관리 정책을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재조합 실험의 위해성 평가’를 통해 이중용도 연구에 대한 안전관리 측면의 평가는 이루어지고 있지만, 오용, 악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기술 등 민감한 정보에 대한 보안관리, 실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배경과 보안평가, 실험결과를 공개하기에 앞서 민감한 방법론 삭제 권고 등을 위한 보안위협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또한, 국가예산으로 지원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국가 핵심기술이나 산업통상자원부의 「대외무역법」에 따른 수출허가 등의 제한이 필요한 기술과 관련된 연구개발과제는 보안과제로 분류하고 있다. 보안과제의 연구개발 결과는 정해진 기간 동안 공개하지 못하게 되어 있으며, 보안과제의 연구내용과 관련하여 외국기관에 방문하거나 방문을 받을 경우 방문계획에 대한 사항을 중앙행정기관과 국가정보원에 사전에 통보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맺는 말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생물보안 위험들은 복합적인 특성을 가지며, 전통적인 보안(Traditional security)의 발상과 개념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문제들이 많다. 이러한 새로운 안보 이슈는 거시적 차원의 문제이며 과학․기술․지식․정보 집약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3]. 특히 합성생물학 등 생명공학 신기술과 일반인에게 무료로 개방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유전자 재조합을 쉽고 정확하고 저렴하게 만들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중용도 연구는 ‘기술발전’과 ‘생물테러’라는 딜레마에 놓인 생명공학기술의 역할을 자리매김하는 요인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실험실 생물보안은 IBC 설치가 의무화된 2014년 이후, IBC가 기관 차원의 자율적 생물안전 확보체계의 핵심기구로 기능하면서 기관 차원의 이중용도 연구 관리가 가능해졌다. 그리고 ‘유전자 재조합 실험의 위해성 평가’와 ‘국가승인’제도를 통해 각 IBC의 정보가 질병관리본부로 수집되므로 국가 차원의 이중용도 연구 관리가 이루어진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자율적 안전관리’를 이행하기 위한 역량 개발과 제도적 토대 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실험실 생물안전관리는 1차적으로 실험시설에서 병원체의 접촉․노출․이동․확산 경로에 대한 위해성 제어 및 차단을 위한 밀폐형 구조형태의 유지․제어를 확보하면서, 기관생물안전관리책임자(Institutional Biosafety Officer, IBO) 등에 의해 안전관리 현황을 상시적으로 점검(Monitoring)하는 정보교환체계를 구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교환체계의 중심에는 생물안전정보를 문서화하도록 유도하는 위해성 평가서의 작성과 활용이 필수적이다.
즉, 연구책임자가 실험실의 위해요소에 대한 사전 유해인자 위험분석 또는 실험의 위해성 평가를 통한 위해성 평가서를 IBC에 제출하면, IBC는 전문적인 자문을 통해 보완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판단결과 위해성 평가서의 보완이 필요한 경우에는 신청자에게 해당 내용을 보완하게 하고, 보완사항이 없을 경우 심사결과서를 발급한다. 심사결과서는 유전자변형생물체 실험의 심사결과를 승인, 불승인, 조건부승인으로 발급하는데, 이때 불승인 및 조건부승인의 경우 해당 사유를 통지하여 개선하도록 하고 있다.
IBC에서는 기관 내 위해성관리 항목을 기관 내 생물안전 관리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기 위하여, 위해성 평가서와 심사서를 바탕으로 IBO 및 연구책임자와의 회의 및 논의를 통해, 확인된 관리상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이행한다. 그리고 개선 결과는 차후 유전자변형생물체 실험신청서에 반영되어 관계중앙행정기관에 보고된다. 이러한 과정과 결과에 대한 문서는 기관 내 구성원이 공유함으로써 생물안전 관련 이해관계자의 지식이 점진적으로 진화되도록 하는 구조로 생물안전 정책이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현행 자율적 생물안전 관리시스템의 순환체계 내에서 생물보안(Biosecurity)에 대한 논의를 함께 규정함으로써 진화하는 안보 위협들에 대한 사항을 검토할 수 있다면, 다양한 안보 분야의 이슈별 위협의 성격을 정확히 이해하고 구체적인 대응방식 모색이 용이해질 수 있을 것이다. 즉, 자율적 생물안전 관리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연구기관이 생물보안 관리정책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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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WHO. 2016. Joint External Evaluation of United States of America.
(주석1) 군축이라는 용어는 이미 만들어진 무기를 감축 또는 폐기시킨다는 의미이며, 비확산은 폐기는 하지 않고 어떠한 무기의 확산(한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전파되거나, 무기의 성능과 질이 향상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의미임. 제네바 의정서, NPT, CWC, BWC 모두 비확산체제의 개념뿐만 아니라, 이보다 폭넓은 군축의 개념과 내용을 포함하고 있음.
(주석2) 간주수출(Deemed export) : 기술자료 등을 미국에 있는 외국인에게 공개(release)하는 행위를, 그 외국인의 모국으로 수출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 간주수출은 기업에 의한 외국국적 보유자의 고용, 타사의 외국국적 종업원과의 협업 또는 기업 방문·연수로 방문한 외국적보유자에 대한 기술 제공 시 항상 일어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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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로 무장한 ‘생물무기’
제344호
등록 : 2001-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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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되는 DNA 재조합 바이러스의 위험… 치명적인 파국 부를 가능성 높아
사진/유전자에 악성 바이러스를 손쉽게 끼워넣을 수 있다. 위의 녹색 부분이 운반체를 끼운 바이러스이다.
지난 70년대 중반 처음 DNA 재조합 기술이 실현되었을 때, 많은 분자생물학자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기술에 스스로 놀랐다. DNA 재조합이란 말 그대로 한 생물의 DNA 일부를 잘라서 다른 생물의 DNA에 삽입하거나 접합하는 기술을 뜻한다. 당시 과학자들은 그 기술의 엄청난 힘을 감지하고 그 영향력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있기까지 일시적으로 실험을 중단하는 조처, 즉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그뒤 25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 DNA 재조합 기술은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발전했고, 많은 나라들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견되는 이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여념이 없다. 그렇다면 그동안 기술발전과 함께 ‘판도라의 상자’, ‘호리병 속에 든 거인’ 등 무수한 별명을 얻은 DNA 재조합 기술의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그에 따른 조처는 이루어졌는가?
너무 성급하게 열린 판도라의 상자
영국에서 발간되는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 최근호의 보도 내용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유전자 조작에 대해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등장이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과학자팀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자연상태에서 발견되는 어떤 바이러스보다도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만들어냈다.
오스트리아 국립대학의 이언 럼쇼(Ian Ramshaw)와 그의 동료는 페스트의 전염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쥐를 불임(不姙)으로 만드는 백신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쥐의 사지(四肢)에 손상을 일으키는 마우스팍스(mousepox) 바이러스에 인터루킨-4(IL-4)를 다량으로 생성하는 유전자를 삽입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인터루킨이란 단백질의 일종으로 면역계통의 조정인자 역할을 한다. 그들이 이런 실험을 한 까닭은 쥐의 난자를 생성시키지 못하게 하는 항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여기에서 마우스팍스 바이러스는 단지 난자의 단백질을 옮겨주어 항체 반응을 촉발시키는 구실밖에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터루킨-4 유전자를 삽입한 이유는 그 단백질이 항체 생성을 촉진시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유전자 조작의 결과는 전혀 예상치 않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것은 인터루킨-4 유전자가 삽입되어 유전자 조작된 바이러스가 쥐의 면역체계를 완전히 무력화시켰고, 결국 실험 대상이었던 쥐가 모두 몰살한 것이다. 문제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변형된 바이러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쥐들에게 백신을 주사했지만 백신 효과는 절반밖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변형 바이러스가 테러집단 손에 들어간다면…
사진/유전자 구조와 움직임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에 의하면 이 바이러스는 인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변형된 마우스팍스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염되는 천연두의 사촌뻘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기술이 테러 집단이나 범죄자들의 손에 들어가게 되는 사태를 우려한다. 날로 발전하는 생물공학 기술 덕분에 과거에는 거대한 연구시설과 많은 인원을 필요로 했던 유전자 조작이 소수의 인원과 간단한 설비만으로도 가능하다는 점도 우려의 현실적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생물학자들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하는 악성 바이러스가 백신을 무력화시키는 치명적인 생물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가령 사람의 인터루킨-4 유전자를 천연두 바이러스에 삽입시킬 경우 천연두로 인한 사망률이 급격하게 높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무수한 실험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조작 실험에서 우연히 악성 변종 바이러스가 태어날 가능성이다. 특히 암과 같은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실험에서 예측하지 못한 사태로 사람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출현하게 된다면 인류 전체에 비극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더구나 예상치 못한 악성 바이러스의 등장이 여러 가지 이유로 보고되지 않고 은폐될 가능성도 높다. 관계자들이 자신의 연구소에서 악성 바이러스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나쁜 평판을 불러일으키고 급기야 연구비 지급 중단으로 이어지는 사태를 꺼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실 내에서의 조기발견이 중요
사진/유전자 조작된 바이러스는 생물체와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사진은 실험용 쥐들.
이번에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진에서 나타난 사례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훨씬 더 심각한 사태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의 관계자들은 수많은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를 일일이 감독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연구의 투명성을 높이고 엄격한 규제 장치를 도입하는 것 이외에 실험실에서 연구자들 스스로 예상치 못한 변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처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고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수적이다. 실험실 내에서의 조기발견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중요한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험을 직접 담당하는 연구자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생물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에 내포된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받기 전에는 박사학위를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생물무기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연구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처는 과학 연구의 공유와 발표의 자유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성을 띠기 힘들 것이다. 이 문제처럼 타율적인 규제보다 연구자들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한 경우는 없을 것이다.
김동광/ 과학평론가·과학세대 대표 kwahak@byulnow.com
출처: https://isogai.kr/1188 [고관절 바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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