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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20/03

[토막소리] 성운선의 장판개제 흥보가와 박봉술의 송판 흥보가

 

박봉술 1977년 제비 후리는 데 ~ 놀보 제비 노정기

브리태니커의 뿌리깊은 나무 판소리 감상회 실황

 

 

 

https://nl.go.kr/NL/contents/search.do?resultType=&pageNum=1&pageSize=10&order=&sort=&srchTarget=total&kwd=%EB%B0%95%EB%B4%89%EC%88%A0&systemType=&lnbTypeName=%EC%9D%8C%EC%95%85%EC%9E%90%EB%A3%8C&category=%EB%A9%80%ED%8B%B0%EB%AF%B8%EB%94%94%EC%96%B4&hanjaFlag=&reSrchFlag=&licYn=&kdcName1s=&manageName=&langName=&ipubYear=&pubyearName=&detailSearch=&mediaCode=&offerDbcode2s=&f1=&v1=&f2=&v2=&f3=&v3=&f4=&v4=&and1=&and2=&and3=&and4=&and5=&and6=&and7=&and8=&and9=&and10=&and11=&and12=&isbnOp=&isbnCode=&guCode2=&guCode3=&guCode4=&guCode5=&guCode6=&guCode7=&guCode8=&guCode11=&gu2=&gu7=&gu8=&gu9=&gu10=&gu12=&gu13=&gu14=&gu15=&gu16=&subject=&sYear=&eYear=&sRegDate=&eRegDate=&typeCode=&acConNo=&acConNoSubject=#viewKey=CNTS-00109029930&viewType=C&category=멀티미디어&pageIdx=6

 

박봉술 1960년대 박타령

 

 

 

 

 

https://www.youtube.com/watch?v=-2SueP8QfAk

 

한국전통소리문화 자료마당 검색터 녹음자료

제목 - 흥보가, 주공연자 - 박봉술 검색

 

 

 

 


http://www.koreamusic.org/contents/sound_recording_data_list.do?menucode=008030400

 

성운선의 장판개제 흥보가

 

 

 

 

 

 

 

 

 

http://www.koreamusic.org/contents/sound_recording_data_list.do?menucode=008030400

 

브리태니커 판소리 다섯 마당

다섯 마당, 흥보가, 대목별 소리 듣기

 

 


http://pansori.britannica.co.kr/pa_5madang.htm

 

 

 

[박봉술 브리태니커 1 1.MP3 (37.71 MB) 다운받기][박봉술 브리태니커 1 2.mp3 (4.24 MB) 다운받기][박봉술 브리태니커 1 3.MP3 (37.00 MB) 다운받기][박봉술 브리태니커 2 1 매맞는 대목.mp3 (32.76 MB) 다운받기][뿌리깊은나무 2 02 트랙 2 박봉술 흥보가.mp3 (17.94 MB) 다운받기][성운선 1 사철가 저 아전 사랑가.mp3 (36.44 MB) 다운받기][성운선 2 호남가 저 아전.mp3 (16.58 MB) 다운받기][성운선 3 시민회관 제비 점고.mp3 (32.62 MB) 다운받기][성운선 4 강상풍월 제비 점고.mp3 (37.70 MB) 다운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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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단가 호남가 모음

김금암(김병호), 이중선, 주난향, 하농주

 

이진원(한예종), 「단가 호남가 형성과 변화 연구」(이진원, 『한국음반학』제10집, 한국고음반연구회, 2000

 

임방울 호남가 일제시대 콜럼비아, 오케 등

 

단가 <호남가>의 음악적 특징과 전승양상* 서정민 | 국립국악원 | 국악원논문집 | pp.243~274 | 2019.06

 

[서정민 호남가 KCI_FI002481492.pdf (3.02 MB) 다운받기]

 

https://www.kci.go.kr/kciportal/po/search/poTotalSearList.kci

 

임방울 호남가 콜럼비아

 

https://nl.go.kr/NL/contents/search.do?resultType=&pageNum=1&pageSize=10&order=&sort=&srchTarget=total&kwd=%EC%9E%84%EB%B0%A9%EC%9A%B8+%ED%98%B8%EB%82%A8%EA%B0%80&systemType=&lnbTypeName=&category=%EB%A9%80%ED%8B%B0%EB%AF%B8%EB%94%94%EC%96%B4&hanjaFlag=&reSrchFlag=&licYn=&kdcName1s=&manageName=&langName=&ipubYear=&pubyearName=&detailSearch=&mediaCode=&offerDbcode2s=&f1=&v1=&f2=&v2=&f3=&v3=&f4=&v4=&and1=&and2=&and3=&and4=&and5=&and6=&and7=&and8=&and9=&and10=&and11=&and12=&isbnOp=&isbnCode=&guCode2=&guCode3=&guCode4=&guCode5=&guCode6=&guCode7=&guCode8=&guCode11=&gu2=&gu7=&gu8=&gu9=&gu10=&gu12=&gu13=&gu14=&gu15=&gu16=&subject=&sYear=&eYear=&sRegDate=&eRegDate=&typeCode=&acConNo=&acConNoSubject=#viewKey=CNTS-00109953076&viewType=C&category=멀티미디어&pageIdx=7

 

임방울 호남가 오케

 

https://nl.go.kr/NL/contents/search.do?resultType=&pageNum=1&pageSize=10&order=&sort=&srchTarget=total&kwd=%EC%9E%84%EB%B0%A9%EC%9A%B8+%ED%98%B8%EB%82%A8%EA%B0%80&systemType=&lnbTypeName=&category=%EB%A9%80%ED%8B%B0%EB%AF%B8%EB%94%94%EC%96%B4&hanjaFlag=&reSrchFlag=&licYn=&kdcName1s=&manageName=&langName=&ipubYear=&pubyearName=&detailSearch=&mediaCode=&offerDbcode2s=&f1=&v1=&f2=&v2=&f3=&v3=&f4=&v4=&and1=&and2=&and3=&and4=&and5=&and6=&and7=&and8=&and9=&and10=&and11=&and12=&isbnOp=&isbnCode=&guCode2=&guCode3=&guCode4=&guCode5=&guCode6=&guCode7=&guCode8=&guCode11=&gu2=&gu7=&gu8=&gu9=&gu10=&gu12=&gu13=&gu14=&gu15=&gu16=&subject=&sYear=&eYear=&sRegDate=&eRegDate=&typeCode=&acConNo=&acConNoSubject=#viewKey=CNTS-00109953078&viewType=C&category=멀티미디어&pageIdx=6

 

임방울 호남가

 

http://www.koreamusic.org/contents/sound_recording_data_list.do?menucode=008030400

 

 

 

임방울 호남가 실황

 

오비취 호남가(태평천지) 가야금 병창

 

박송희 문화재님 호남가

 

정정렬 호남가

 

김종기 호남가 가야금 병창

 

https://www.youtube.com/watch?v=49t9rx7narU

 

 

 

김화선 호남가

 

http://www.gugakcd.kr/music_detail.asp?cd_num=CKJCD-012&page=1

 

 

 

박귀희 문화재님 호남가

 

박홍남 호남가

 

http://www.gugakcd.kr/music_detail.asp?cd_num=CKJCD-007&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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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6] 강산제 심청가 사설

 

[20221116_강산제 심청가 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 정오표.pdf (151.57 KB) 다운받기]

 

http://blog.jinbo.net/jayul/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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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4_박동실제 유관순 열사가.pdf (238.45 KB) 다운받기]

 

http://blog.jinbo.net/jayul/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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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3_강산제 심청가 사설.pdf (902.20 KB) 다운받기]

 

강산제 심청가 사설 dolmin98@hanmail.net 돌민

 

[아니리]
송나라 원풍(元豐) 말년에 황주(黃州) 도화동(桃花洞) 사는 봉사 한 사람이 있난디, 성은 심이오, 이름은 학규였다. 누대명문거족(累代名門巨族)으로 명성이 자자터니, 가운이 불행하여 삼십 전 안맹이라, 낙수청운(落水淸雲)에 발자취 끊어지고 일가친척 멀어져 뉘라서 받드리오? 그러나, 그의 아내 곽씨 부인이 있난디, 주남(周南) 소남(召南) 관저시(關雎詩)를 모르난 것 전혀 없고, 백집사가감(百執事可堪)이라 곽씨 부인이 몸을 버려 품을 팔 제,

 

[단중모리]
삯바느질 관대(冠帶) 도복(道服) 행의(行衣) 창의(氅衣) 직령(直領)이며, 협수(夾袖) 쾌자(快子) 중치막과, 남녀의복(男女衣服)의 잔누비질 상침(上針)질 꺽음질과 외올뜨기 꾓담이며 고두 누비 솔 올리기 망건 꾸미기 갓끈 접기 배자(褙子) 토시 버선 행전(行纏) 포대(布帶) 허리띠 다님 줌치 쌈지 약낭(藥囊) 필낭(筆囊) 휘양 볼끼 복건(幅巾) 풍차(風遮)이며, 천의(薦衣) 주의(周衣) 갖은 금침(衾枕) 베갯모 쌍원앙(雙鴛鴦) 수(繡)도 놓고, 오색(五色) 모사(毛絲) 각대(角帶) 흉배(胸背) 학(鶴) 기리기, 궁초(宮綃 공단(貢緞) 수주(水紬) 선주(線紬) 낭릉(浪綾) 갑사(甲紗) 운문(雲紋) 토주(吐紬) 갑주(甲紬) 분주(盆紬) 표주(表紬) 명주(明紬) 생초(生綃 통견(通絹) 조포(造布) 북포(北布) 황저포(黃苧布) 춘포(春布) 문포(門布) 계추리며 삼베 백저(白苧) 극상(極上) 세목(細木) 삯을 받고 맡아 짜기, 청황(靑黃) 적백(赤白) 침향(沈香) 오색(五色) 각색(各色)으로 다 염색(染色)허기, 초상(初喪)난 집 원삼(圓衫) 제복(祭服), 혼장대사(婚葬大事) 음식(飮食) 숙정(熟正), 갖은 제(祭)편 중계(中桂) 약과(藥果), 박산(薄饊 과잘 다식(茶食) 정과(正果) 냉면(冷麪) 화채(花菜) 신선로(神仙爐)며, 각각 찬수(饌需) 약주(藥酒)빚기 수파련(水波蓮) 봉오림과 배상(排床)허기 고임질을 잠시도 놓지 않고 수족(手足)이 다 진(盡)토록, 품 팔아 모일 적에 푼 모아 돈 짓고 돈 모아 냥(兩) 만들어 냥을 지어 관(貫)돈 되니, 일수(日收) 체계(遞計) 장리변(長利邊)에 이웃집 사람들께 착실한 곳 빚을 주어 실수 없이 받아들여 춘추시향(春秋時享)에 봉제사(奉祭祀), 앞 못 보는 가장(家長) 공경 시종(始終)이 여일(如一)허니, 상하 인리(鄰里)의 사람들,

 

[아니리]
곽씨 부인 어진 마음, 뉘 아니 칭찬허리. 하로난 심 봉사 먼눈을 뻔덕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는 전생에 무삼 죄로 이생에 나를 만나 날 이렇게 공대(恭待)허니 나는 편타 할지라도 마누라 고생살이 도리어 불안하오. 그러나 어쩔 것이오. 사는 대로 살아가되 오늘은 지원(至願) 할 일이 있소. 우리 연장 사십이나 슬하 일점혈육(一點血肉) 없어 조상 향화(香火) 끊게 되고, 우리 내외 사후라도 초종장사(初終葬事) 소대기(小大朞)며, 연년이 오난 기일, 어느 뉘라서 받들리까. 우리가 사십이 지났으나, 명산대찰(名山大刹) 신공(申供)이라도 드려, 남녀 간에 낳어 보면 평생 한(恨)을 풀겠구만.” 곽씨 부인 이 말 듣고 공손히 대답허되

 

[창조]
“가군(家君)의 정대(正大)하신 마음 몰라 발설치 못하였더니,

 

[아니리]
지금 말씀 그리허오니 지극 신공(申供)하오리다.”

 

[창조]
“옛글에 허였으되 불효삼천(不孝三千) 무후위대(無後爲大)라 하였으니

 

[아니리]
품을 팔고 뼈를 간들 무슨 일을 못 하오리까. 거 정성껏 빌어 보오.”

 

[중모리]
곽씨 부인 그날부터 품 팔아 모인 제물 왼갖 공을 다 드릴 제, 명산대찰 영신당(靈神堂)과 고묘(古廟) 총사(叢祠) 석왕사(釋王寺)며, 석불(石佛) 미륵(彌勒) 서 계신 디 허유허유 다니시며, 가사시주(袈裟施主) 인등시주(引燈施主), 창호시주(窓糊施主) 십왕(十王) 불공(佛供), 칠성불공(七星佛供) 나한(羅漢) 불공(佛供), 가지가지 다 하오니, 공(功)든 탑(塔)이 무너지며, 심든 남기 꺾어지랴? 갑자(甲子) 사월(四月) 초파일야(初八日夜), 한 꿈을 얻은지라. 서기반공(瑞氣蟠空) 하고 오색(五色) 채운(彩雲) 영롱터니, 하날의 선녀(仙女) 하나 옥경(玉京)으로 내려올 제, 머리 위에 화관(花冠)이요 몸에난 원삼(圓衫)이라. 계화(桂花) 가지 손에 들고 부인(夫人) 전(前) 배례(拜禮)허고, 곁에 와 앉는 거동 뚜렷한 달 정신(情神)이 산상(山上)에 솟아난 듯, 남해관음(南海觀音)이 해중(海中)에 다시 온 듯 심신(心身)이 황홀(恍惚)하여, 진정키 어렵더니 선녀(仙女)의 고운 태도(態度), 호치(皓齒)를 반개(半開)허고 쇄옥성(碎玉聲)으로 말을 헌다. “소녀는 서왕모(西王母) 딸이려니 반도(蟠桃) 진상(進上) 가는 길에, 옥진(玉眞) 비자(妃子) 잠깐 만나 수어(數語) 수작(酬酌)을 허옵다가, 시가 조끔 늦은 고로 상제(上帝)께 득죄(得罪)허여, 인간(人間)에 내치심에 갈 바를 몰랐더니, 태상노군(太上老君) 후토부인(后土夫人), 제불(諸佛) 보살(菩薩) 석가(釋迦)님이 댁(宅)으로 지시(指示)허여 이리 찾아 왔사오니 어여삐 여기소서.” 품 안에 달려들어 놀래어 깨달으니,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

 

[아니리]
양주(兩主) 몽사(夢事) 의논(議論)허니, 내외(內外) 꿈이 꼭 같은지라. 그달부터 태기(胎氣)가 있난디,

 

[단중모리]
석부정부좌(席不正不坐), 할부정불식(割不正不食), 이불청음성(耳不聽淫聲) 목불시악색(目不視惡色) 좌불중석(坐不中席) 십 삭일(朔日)이 찬 연후(然後)에

 

[중중모리]
하루난 해복(解腹) 기미(幾微)가 있구나.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심 봉사 좋아라고, 일변(一邊)은 반갑고 일변은 겁(怯)을 내어 밖으로 우르르 나가더니, 짚 한 줌 쑥쑥 추려 정화수(淨華水) 새 소반(小盤)에 받쳐 놓고, 좌불안석(坐不安席) 급(急)한 마음, 순산(順産) 허기를 기다릴 제, 향취(香臭)가 진동(震動)허고, 채운(彩雲)이 두르더니 혼미(昏迷) 중 탄생(誕生)하니, 선인(仙人) 옥녀(玉女) 딸이라.

 

[아니리]
곽씨 부인 정신 차려, 순산(順産)은 하였으나, “남녀 간에 무엇이오?” 심 봉사가 눈 밝은 사람 같고 보면, 아이를 낳을 때 분간(分揀)을 하련만은 앞 못 보는 맹성(盲姓)이라 거 보아 알 수가 있나, 아이를 만져보려 헐 제, 꼭 유장꾼 종장(終張) 조려 내려가듯 허겄다. “자 어디 보자, 어디, 어이쿠.” 거침새 없이 미끈덕 넘어가니, “아마도 마누라 같은 사람 났는가 보오.”

 

[창조]
“만득(晩得)으로 낳은 자식(子息), 딸이라니 원통(冤痛)하오.”

 

[아니리]
“여보 마누라, 그런 말 마오. 아들도 잘못 두면, 욕급선영(辱及先塋) 하는 것이고 딸도 잘만 두면 아들 주고 바꾸리까? 우리 이 딸 고이 길러, 예절(禮節) 범절(凡節) 잘 가르치고 침선(針線) 방적(紡績) 잘 시켜, 요조숙녀(窈窕淑女) 군자호구(君子好逑) 좋은 배필, 부귀다남(富貴多男)하고 보면 외손봉사(外孫奉祀)는 못하리까? 그런 말 마오.” 심 봉사 좋아라고 첫국밥 얼른 지어, 삼신상(三神床)에 받쳐놓고 비난디, 이런 사람 같으면 오죽 조용히 빌련마는, 앞 못 보는 맹인이라, 팩성질이 있든가 보더라. 삼신제왕(三神帝王)님이 깜짝 놀라 삼 천 구만리(九萬里)나 도망가게 빌어 보는디,

 

[중중모리]
“삼십삼천(三十三天) 도솔천(兜率天) 삼불(三佛) 제석(帝釋) 삼신제왕(三神帝王)님네 화위동심(化爲動心) 하여, 다 굽어보옵소서. 사십(四十) 후(後)에 낳은 자식, 한 달 두 달 이슬 맺어, 석 달의 피 어리고, 넉 달의 인형(人形) 삼겨, 다섯 달 오포(五胞) 나고, 여섯 달 육정(六精) 삼겨, 일곱 달 칠규(七竅) 열려, 여덟 달에 팔 만 사 천 털이 나고, 아홉 달에 구규(九竅) 열려, 열 달 만의 찬김 받어, 금강문(金剛門) 해탈문(解脫門) 고이 열어 순산(順産)허니, 삼신(三神)님 넓으신 덕택 백골난망(白骨難忘) 잊으리까? 다만 독녀(獨女) 딸이오나, 동방삭(東方朔)의 명(命)을 주고 태임(太任)의 덕행(德行)이며 대순(大舜) 증자(曾子) 효행(孝行)이며, 기량(杞梁)의 처(妻) 절행(節行)이며, 반희(班姬)의 재질(才質)이며, 곽분양(郭汾陽)의 복(福)을 주어, 외 붇듯 달 붇듯 잔병 없이 잘 가꾸어 일취월장(日就月將)허게 하옵소서.”

 

[아니리]
그때의 곽씨 부인은 산후 손데 없이 찬물에 빨래를 하였드니, 뜻밖에 산후별증(産後別症)이 일어나는디, 전신을 꼼짝달싹 못하고,

 

[창조]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머리야, 사대삭신 육 천 마디 아니 아픈 데가 전혀 없네.”

 

[아니리]
곽씨 부인 생각허니, 아무리 허여도 살길이 없는지라.

 

[진양조]
가군(家君)의 손길 잡고, 유언(遺言)허고 죽더니라. “아이고 여보, 가장님, 내 평생(平生) 먹은 마음, 앞 못 보는 가장님을, 해로백년(偕老百年) 봉양(奉養)타가, 불행만세(不幸晩歲) 당하오면, 초종장사(初終葬事) 마친 후에 뒤를 좇아 죽자 터니, 천명(天命)이 이뿐인지 인연(因緣)이 끊쳤는지 하릴없이 죽게 되니, 눈을 어이 감고 가며 앞 어둔 우리 가장(家長) 헌옷 뉘라 지어주며, 조석공대(朝夕恭待) 뉘라 하리. 사고무친(四顧無親) 혈혈단신(孑孑單身) 의탁(依託)할 곳 바이없어 지팽막대 흩어 짚고 더듬더듬 다니시다, 구렁에도 떨어지고 돌에 채여 넘어져서, 신세자탄 우는 모양 내 눈으로 본 듯허고, 기한(飢寒)을 못 이기어 가가문전(家家門前) 다니시며, 밥 좀 주오, 슬픈 소리 귀에 쟁쟁 들리난 듯, 나 죽은 혼백(魂魄)인들 차마 어이 듣고 보리, 명산대찰(名山大刹) 신공(申供)드려, 사십 후에 낳은 자식, 젖 한 번도 못 먹이고 얼굴도 채 모르고 죽단 말이 웬 말이오. 이 일 저 일을 생각하니, 멀고 먼 황천(黃泉)길을 눈물 겨워 어이 가며, 앞이 막혀 어이 가리. 여보시오, 가장님. 뒷마을 귀덕 어미, 정친(情親)하게 지냈으니, 저 자식을 안고 가서 젖 좀 먹여 달라허면, 괄세 아니 허오리다. 이 자식이 죽지 않고, 제 발로 걸커들랑 앞을 세고 길을 물어 내 묘(墓) 앞에 찾아와겨 아가, 이 무덤이 너의 모친 분묘로다, 가르쳐, 모녀(母女) 상면(相面)을 허게 허오. 할 말은 무궁(無窮)허나 숨이 가퍼 못 하겄소.”

 

[아니리]
앞 어둔 가장에게 어린 자식 제쳐두고 유언하고 돌아눈다.

 

[중모리]
“아차, 아차, 내 잊었소. 저 아이 이름일랑 청(淸)이라고 불러주오. 저 주랴 지은 굴레, 오색비단(五色緋緞) 금자(金字) 박어, 진옥판(眞玉板) 홍사(紅絲) 수실, 진주(眞珠) 느림 부전 달아 신행(新行) 함(函)에 넣었으니, 그것도 씌어주고, 나라에서 하사(下賜)하신, 크나큰 은(銀)돈 한 푼, 수복강녕(壽福康寧) 태평안락(泰平安樂) 양편에 새겼기로, 고운 홍전(紅氈) 괴불줌치, 끈을 달아 두었으니, 그것도 채여주고, 나 찌던 옥지환(玉指環)이 손에 적어 못 찌기로 농 안에 두었으니, 그것도 찌여주오.” 한숨 쉬고 돌아누워 어린아이를 끌어다 낯을 한테 문지르며, “아이고, 내 새끼야. 천지도 무심(無心)허고 귀신(鬼神)도 야속허지, 네가 진작 삼기거나, 내가 조끔 더 살거나, 너 낳자 나 죽으니, 가이없는 궁천지통(窮天之痛)을 널로 허여 품게 되니, 죽난 어미 산 자식이, 생사(生死) 간(間)의 무슨 죄냐. 내 젖 망종(亡終) 많이 먹어라.” 손길을 스르르 놓고, 한숨 기워 부는 바람 삽삽비풍(颯颯悲風) 되어 불고, 눈물 맺어 오는 비는 소소세우(蕭蕭細雨) 되었어라. 포깍질 두세 번에, 숨이 덜컥 지는구나.

 

[아니리]
그때의 심 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여보 마누라. 사람이 병(病)든다고 다 죽을 리가 있겠소. 나 의가(醫家)에 가서 약(藥)지어 올 터이니, 부디 안심허오.” 심 봉사 급한 마음에 의가에 가서 약을 지어 돌아와, 수일승전반(水一升煎半)에 얼른 짜들고 방으로 들어가서 “여보 마누라, 일어나 약 자시오. 이 약 자시면 즉효(卽效)허리라 허옵디다.” 아무리 부른들 죽은 사람이 대답이 있으리오. “어! 식음을 전폐(全廢)터니 기허(氣虛)허여 이러는가?” 양팔에 힘을 주어 일으키려 만져보니, 허리는 뻣뻣하고 수족은 늘어져 콧궁기 찬김 나니, 그제야 죽은 줄 알고 심 봉사가 뛰고 미치는디, 서럼이라는 게 어지간해야 울음도 울고 눈물도 나는 것이지, 사뭇 아람이 차노면 울도 못허고 뛰고 미치는 법이었다.

 

[중중모리]
심 봉사 기가 막혀 섰다 절컥 주잕지며 들었던 약그릇을 방바닥에다 내던지고, “아이고, 마누라. 허허, 이것이 웬일이요? 약 지러 갔다 오니 그새에 죽었네. 약능활인(藥能活人)이요, 병불능살인(病不能殺人)이라더니, 약이 도리어 원수로다. 죽을 줄 알았으면 약 지러도 가지 말고 마누라 곁에 앉어, 서천서역(西天西域) 연화세계(蓮花世界) 환생차(環生次)로 진언(眞言) 외고 염불(念佛)이나 허여 줄걸 절통(切痛)하고 분하여라.” 가삼 쾅쾅 뚜다려, 목제비질을 떨컥, 내리둥굴 치둥굴며, “아이고, 마누라, 저걸 두고 죽단 말이요? 동지(冬至)섣달 설한풍(雪寒風)에 무얼 입혀 길러내며 뉘 젖 먹여 길러낼거나. 꽃도 졌다 다시 피고, 해도 졌다 돋건마는, 마누라 한번 가면 어느 년(年) 어느 때 어느 시절에 오랴나. 삼천벽도(三千碧桃) 요지연(瑤池宴)의 서왕모(西王母)를 따라가, 황릉묘(黃陵廟) 이비(二妃) 함께 회포(懷抱) 말을 허러가, 천상(天上)에 죄(罪)를 짓고, 공(功)을 닦고 올라가. 나는 뉘를 따라 갈거나.” 밖으로 우루루 나가더니 마당에 엎드려지더니, “아이고, 동네사람들! 차소위(此所謂) 계집 추는 놈은 미친놈이라 허였으되, 현철(賢哲)하고 얌전한 우리 각시가 죽었소!” 방으로 더듬더듬 더듬더듬 들어가 마누라 목을 덥석 안고 낯을 대고 문지르며, “아이고, 마누라, 재담(才談)으로 이러나, 농담(弄談)으로 이러나. 실담(失談)으로 이러는가. 이 지경이 웬일이여. 내 신세는 어쩌라고 이 죽엄이 웬일이오!”

 

[아니리]
동리사람들이 모여들어 “여보시오, 봉사님, 사자(死者)는 불가부생(不可復生)이라, 죽은 사람 따라 가면 어린 자식 어쩌시랴오?” 곽씨 부인 어진 마음 동리 남녀노소 모아들어 초종지례(初終之禮)를 마치난디, 곽씨 시체 소방상(小方牀) 대뜰 위에 덩그렇게 올려놓고, 명정(銘旌) 공포(功布) 삽선(翣扇) 등물(等物) 좌우로 갈라 세우고 거리제를 지내는디,

 

[창조]
영이기가(靈輀旣駕) 왕즉유택(往卽幽宅) 재진견례(載陳遣禮) 영결종천(永訣終天) 관음보살(觀音菩薩). 춘초(春草)는 연년이 푸르건만 왕손(王孫)도 귀불귀(歸不歸)라. 관음보살.

 

[중모리]
요령은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어허 넘차 너화너. 어너 어허 너엄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북망산천(北邙山川)이 멀다더니 저 건너 안산(案山)이 북망이로구나. 어 넘차 너화너. 새벽 종다리 쉰 길 떠  서천(西天) 명월(明月)이 다 밝아온다. 어 넘차 너화너, 인제 가면 언제나 올라요 오시난 날을 일러 주오. 어너 어허 너엄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물가 가재는 뒷걸음치고 다람쥐 앉아서 밤을 줍는디, 원산(遠山) 호랑이 술주정을 허네. 어 넘차 너화너. 인경 치고 파루(罷漏)를 치니 각댁(各宅) 하님이 개문(開門)을 헌다. 어 넘차 너화너. 어너 어너 어허너 어허너 어너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그때의 심 봉사는 어린 아이를 강보(襁褓)에 싸 귀덕 어미에게 맡겨두고, 곧 죽어도 굴관제복(屈冠祭服) 지어 입고, 상부 뒤채를 검쳐 잡고, “아이고 마누라,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나허고 가세, 나허고 가세! 산첩첩(山疊疊) 노망망(路茫茫)에 다리가 아퍼서 어이 가며, 일침침(日沈沈) 운명명(雲冥冥)에 주점(酒店)이 없어서 어이 가리. 부창부수(夫唱婦隨) 우리 정분(情分) 날과 함께 가사이다.” 상여(喪輿)는 그대로 나가며 어허 넘차 너화너.

 

[중중모리]
어너 어너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여보소 친구네들, 세상사가 허망허네. 자네가 죽어도 이 길이요 내가 죽어도 이 팔자로다. 어넘차 너화너. 현철허신 곽씨 부인 불쌍허게 떠나셨네. 어넘차 너화너. 어너 어허 너어,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아니리]
산천에 올라가 깊이 파고 안장(安葬) 후에 평토제(平土祭)를 지낼 적에, 심 봉사가 이십 후 안맹(眼盲)이라 배운 것이 있어 그전 글이 문장(文章)이었든가 보더라. 축문(祝文)을 지어 신세 자탄으로 독축(讀祝)을 허는디.

 

[창조]
“차호부인(嗟乎夫人), 차호부인, 요차요조숙녀혜(邀此窈窕淑女兮)여, 상불고이고인(尙不孤而故人)이라, 기백년이해로(期百年而偕老)터니 홀연몰혜언귀(忽然沒兮焉歸)오. 유치자이영서(有稚子而永逝)허니, 이걸 어이 길러 내며, 누삼삼이첨금혜(淚滲滲而沾襟兮)여, 지는 눈물 피가 되고, 심경경이소혼혜(心耿耿而消魂兮)여, 살길이 전이 없네.

 

[진양조]
주과포혜(酒果脯醯) 박전(薄奠) 허나, 만사(萬事)를 모두 잊고 많이 먹고 돌아가오.” 무덤을 검쳐 안고, “아이고, 여보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마누라는 나를 잊고 북망산천 들어가 송죽(松竹)으로 울을 삼고 두견이 벗이 되어 나를 잊고 누웠으나, 내 신세를 어이허리. 노이무처(老而無妻) 환부(鰥夫)라니, 사궁(四窮) 중에 첫머리요, 아들 없고 눈 못 보니, 몇 가지 궁(窮)이 되단 말가?” 무덤을 검쳐 안고 내리둥굴 치둥굴며, 함께 죽기로만 작정을 헌다.

 

[아니리]
동네사람들이 만류하며, “죽은 사람 따라가면, 어린 자식 어쩌랴오. 어서어서 가옵시다.”

 

[창조]
심 봉사 하릴없어, 동인(洞人)들께 붙들리어

 

[중모리]
집이라고 들어오니, 부엌은 적막허고, 방안은 텅 비었난디. 심 봉사 실성발광(失性發狂) 미치는디, 얼싸덜싸 춤도 추고, 허허, 웃어도 보며, 지팽막대 흩어 짚고 이웃집 찾어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혹 우리 마누라 여기 안 왔소?” 아무리 부르고 다녀도 종적(蹤迹)이 바이없네. 집으로 돌아와서 부엌을 굽어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 마누라!” 방으로 들어가서 쑥내 향내 피워 놓고 마누라를 부르면서 통곡으로 울음 울 제. 그때의 귀덕 어미 아이를 안고 돌아와서, “여보시오, 봉사님. 이 아이를 보시드래도, 그만 진정 하시오.” “허허, 귀덕 이넨가? 이리 주소 어디 보세. 종종 와서 젖 좀 주소.” 귀덕 어미는 건너가고, 아이 안고 자탄할 제. 강보(襁褓)에 싸인 자식은 배가 고파 울음을 우니, 심 봉사 기가 막혀, “아이고 내  새끼야, 너의 모친 먼 디 갔다. 낙양동촌이화정(洛陽東村梨花亭)에 숙(淑) 낭자(娘子)를 보러 갔다. 죽상체루(竹上涕淚) 오신 혼백(魂魄) 이비(二妃) 부인(夫人) 보러 갔다. 가는 날은 안다마는 오마는 날은 모르겠다. 우지마라, 우지마라. 너도 너의 모친이 죽은 줄을 알고 우느냐, 배가 고파 울음을 우느냐? 강목수생(剛木水生)이로구나. 내가 젖을 두고 안 주느냐, 그저 응아, 응아, 응아!” 심 봉사 화가 나서 안었던 아이를 방바닥에다 밀어 놓고 “죽거라, 썩 죽어라! 네 팔자가 얼마나 좋으면, 아 그 초칠(初七) 안에 어미를 잃어야? 너 죽으면 나도 죽고, 나 죽으면 너도 못 살리라.” 아이를 도로 안고, “아가 우지마라, 어서어서 날이 새면 젖을 얻어 먹여주마. 우지마라 내 새끼야.”

 

[아니리]
그날 밤을 새노라니, 어린아이는 기진(氣盡)허고, 어둔 눈은 더욱 침침하여 날 새기를 기다릴 제, 

 

[중중모리]
우물가 두레박 소리 얼른 듣고 나설 적에, 한 품에 아이를 안고 한손에 지팽이 흩어 짚고 더듬더듬 더듬더듬 우물가 찾아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이 애 젖 좀 먹여 주오. 초칠 안에 어미 잃고 기허(氣虛)허여 죽게 되니,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우물가에 오신 부인 철석(鐵石)인들 아니 주며, 도척(盜跖 인들 아니 주랴. 젖을 많이 먹여주며, “여보시오, 봉사님.” “예.” “이 집에도 아기가 있고, 저 집에도 아기가 있으니, 어려이 생각 말고 자주자주 다니시면 내 자식 못 먹인들 차마 그 애 굶기리까?” 심 봉사 좋아라고, “허허, 고맙소, 수복강녕(壽福康寧)허옵소서.” 이 집 저 집 다닐 적에 삼베길쌈 허노라고 흐히 하히 웃음소리 얼른 듣고 들어 가 “여보시오, 부인님네. 인사는 아니오나,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오뉴월 뙤약볕에 기음 매는 부인들께 더듬더듬 찾아가서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백석청탄(白石淸灘) 시냇가에 빨래하는 부인들께 더듬더듬 찾아가서, “이 애 젖 좀 먹여주오.” 젖 없는 부인들은 돈 돈씩 채워주고, 돈 없는 부인들은 쌀 되씩 떠 주며 “맘 쌀이나 허여주오.” 심 봉사 좋아라고 “어허 고맙소. 수복강녕(壽福康寧)허옵소서.” 젖을 많이 먹여 안고 집으로 돌아 올 제, 어덕 밑에 쭈푸려 앉어 아이를 어룬다. “아이고, 내 딸 배부르다. 배가 뺑뺑하구나! 이 덕이 뉘 덕이냐 동네 부인의 덕이라. 어려서 고생을 하면 부귀다남(富貴多男)을 한다더라. 너도 어서어서 자라나서, 너의 모친 닮아 현철허고, 얌전허여 애비 귀염을 보이어라.

 

[단중모리]
둥둥둥, 내 딸이야. 어허 둥둥 내 딸이야. 둥둥둥 어허 둥둥 내 딸이야. 금을 준들 너를 사며, 옥을 준들 너를 사랴. 백미(白米) 닷 섬에 뉘 하나, 열 소경 한 막대로구나. 둥둥 내 딸이야. 어덕 밑에 귀남(貴男)이 아니냐. 슬슬 기어라. 어허 둥둥 내 딸이야. 둥둥둥, 어허 둥둥 내 딸이야.

 

[자진모리]
둥둥둥, 내 딸, 어허, 둥둥 내 딸. 어허 둥둥 내 딸. 이리 보아도 내 딸, 저리 보아도 내 딸. 엄마 아빠 도리도리, 쥐엄쥐엄, 자깡자깡 섬마 둥둥 내 딸. 서울 가 서울 가 밤 하나 얻어다, 두룸박 속에 넣었더니, 머리감은 새앙쥐가 들랑날랑 다 까먹고 다만 한쪽이 남았기에 한쪽은 내가 먹고 한쪽은 너를 주마, 우루루루루루 둥둥둥, 어허 둥둥 내 딸이야.”

 

[아니리]
아이 안고 집으로 돌아와 보단 덮어 뉘어 놓고, 동냥 차로 나갈 적에,

 

[단중모리]
삼베 전대(纏帶) 외동 지어 왼 어깨 들어 메고, 동냥 차로 나간다. 여름이면 보리동냥, 가을이면 나락동냥, 어린아이 맘죽 차로 쌀 얻고 감을 사, 허유허유 돌아올 제. 그때의 심청이난, 하늘의 도움이라 일취월장(日就月將) 자라날 제, 십여 세가 되어가니, 모친의 기제사(忌祭祀)를 아니 잊고 헐 줄 알고, 부친(父親)의 공양사(供養事)를 의법(依法)이 허여가니, 무정세월(無情歲月)이 아니냐.

 

[아니리]
하로난 심청이 부친 전에 단정(端正)히 앉아, “아버지!” “왜야?” “아버지 오날부터는 아무 데도 가지 마옵시고 집에 가만히 계시오면, 제가 나가 밥을 빌어 조석공양(朝夕供養)하오리다.” “여보아라, 청아. 내 아무리 곤궁헌들 무남독녀 너 하나를 밥을 빈단 말이 될 말이냐? 워라 워라, 그런 말 마라.”

 

[중모리]
“아버지 듣조시오. 자로(子路)난 현인(賢人)으로, 백리(百里)에 부미(負米) 허고, 순우의(淳于意) 딸 제영(緹縈 이난 낙양옥(洛陽獄)에 갇힌 아비, 몸을 팔아 속죄(贖罪)허고, 말 못하는 까마귀도 공림(空林) 저문 날에 반포보은(反哺報恩) 헐 줄 아니, 하물며 사람이야 미물(微物)만 못하리까. 다 큰 자식 집에 두고 아버지가 밥을 빌면 남이 욕도 할 것이요, 바람 불고 날 치운디 행여 병이 날까 염려오니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아니리]
“여봐라, 청아. 너 이제 허는 말은 어디서 들었느냐? 너의 어머니 뱃속에서 배워가지고 나왔느냐, 네 성의가 그럴진대, 한 두어 집만 다녀오너라.”

 

[늦은 중모리]
심청이 거동 봐라. 밥 빌러 나갈 적에, 헌 베 중의(中衣) 다님 매고 말만 남은 헌 초마에, 깃 없난 헌 저고리, 목만 남은 질 보선에, 청목(靑木) 휘양 눌러 쓰고, 바가지 옆에 끼고 바람맞은 병신처럼 옆걸음 쳐 나갈 적에, 원산(遠山)의 해 비치고, 건너 마을 연기(煙氣) 일 제, 주적주적 건너가 부엌문전 다다르며 애근이 비는 말이 “우리 모친 나를 낳고 초칠 안에 죽은 후에, 앞 못 보는 우리 부친 저를 안고 다니시며, 동냥젖 얻어 먹여, 요만큼이나 자랐으나, 앞 못 보는 우리 부친 구완헐 길 전혀 없어 밥 빌러 왔사오니 한 술씩만 덜 잡숫고, 십시일반(十匙一飯) 주옵시면, 치운 방 우리 부친 구완을 허겄네다.” 듣고 보는 부인들이 뉘 아니 슬퍼허리. 그릇 밥 김치, 장을 애끼잖고 후히 주며, 혹은 먹고 가라 허니, 심청이 여짜오되, “치운 방 우리 부친 날 오기만 기다리니 저 혼자만 먹사리까, 부친 전에 가 먹겄내다.” 한두 집이 족헌지라, 밥 빌어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 올 제, 심청이 허는 말이 “아까 내가 나올 때는 원산(遠山)의 해가 조금 비쳤더니 벌써 해가 둥실 떠 그새 반일(半日)이 되었구나.”

 

[자진모리]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칩긴들 아니 허며 시장킨들 안 허리까. 더운 국밥 잡수시오. 이것은 흰 밥이요, 저것은 팥밥이요, 미역튀각 갈치자반, 어머니 친구라고 아버지 갖다 드리라 허기로, 가지고 왔사오니, 시장찮게 잡수시오.” 심 봉사 기가 막혀 딸의 손을 부여다 입에 대고 훅, 훅, 훅 불며 “아이고, 내 딸 칩다. 불 쬐어라.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 지경이 웬일이냐. 너의 모친이 살았으면, 이런 일이 있겠느냐?”

 

[아니리]
부친을 위로허여 진지를 잡수시게 한 후, 세월(歲月)이 여류(如流)허여, 심청 나이 벌써 십오 세가 되었구나. 효행(孝行)이 출천(出天)하고 얼굴이 일색(一色)이라, 이렇단 소문이 원근(遠近)에 낭자(狼藉)허니, 하로난 무릉촌(武陵村) 장 승상(丞相) 댁 부인이 시비(侍婢)를 보내어 심청을 청(請)하였구나. 심청이 부친 전 여짜오되, “아버지.” “왜야?” “무릉촌, 장 승상 댁 부인이 시비를 보내어 저를 청하였사오니 어찌 하오리까?” 심 봉사 좋아라고 “이 애 청아, 그 댁 부인과 너의 모친과는 별친(別親)하게 지내었다. 네가 진즉(趁卽) 가서 뵈올 것을 이제 청하도록 있었구나. 어서 건너가되, 아미(蛾眉)를 단정히 숙이고 묻는 말이나 대답허고 수이 다녀오너라.” 부친의 허락을 받고,

 

[진양조]
시비 따라 건너간다. 무릉촌을 당도허여, 승상 댁을 찾어가니, 좌편(左便)은 청송(靑松)이요, 우편(右便)은 녹죽(綠竹)이라. 정하(庭下)의 섰난 반송(盤松) 광풍(狂風)이 건듯 불면, 노룡(老龍)이 굼니난 듯. 뜰 지키는 백두루미 사람 자취 일어나서 나래를 땅의다 지르르르르 끌며, 뚜루루루 낄룩 징검징검 알연성(戛然聲)이 거이허구나.

 

[중중모리]
계상(階上)의 올라서니, 부인이 반기허여 심청 손을 부여잡고 방으로 들어가 좌(座)를 주어 앉힌 후에 “네가 과연 심청이냐?” 듣던 말과 같은지라, “무릉에 내가 있고 도화동(桃花洞)에 네가 나니, 무릉에 봄이 들어 도화동 개화(開化)로다. 니 내 말을 들어봐라. 승상 일찍 기세(棄世)허고, 아들이 삼형제나 황성(皇城) 가 미환(未還) 허고 어린 자식 손자 없어, 적적(寂寂)한 빈 방안에 대하나니 촛불이요, 보는 것 고서(古書)로다. 네 신세를 생각허면 양반의 후예(後裔)로 저렇듯 곤궁(困窮)허니, 나의 수양딸이 되어 여공(女功)도 숭상(崇尙)허고, 문필(文筆)도 학습허여 말년(末年) 재미를 볼까 허니 너의 뜻이 어떠허뇨?”

 

[아니리]
심청이 여짜오되, “모친 별세한 후, 앞 못 보는 아버지는 저를 아들 겸 믿사옵고, 저는 부친을 모친 겸 믿사오니, 분명 대답 못하겠내다.” “기특타, 내 딸이야. 나는 너를 딸로 아니, 너는 나를 어미로 알아다오.” 심청이 여짜오되,

 

[창조]
“치운 방 우리 부친 저 오기만 기다리니, 어서 건너 가겼네다.”

 

[아니리]
부인이 허락허고, 비단과 양식을 후히 주어 시비 함께 보내겄다. 그때의 심 봉사는 딸 오기만 기다릴 제,

 

[진양조]
배는 고파 등에 붙고, 방은 추워 한기(寒氣) 들 제, 먼 데 절 쇠북 소리, 날 저문 줄 짐작하고, 딸 오기만 기다릴 제, “어찌하여 못 오느냐, 부인이 잡고 만류(挽留)허느냐, 길에 오다 욕(辱)을 보나? 백설은 펼펄 흩날린디, 후후 불고 앉었느냐?” 새만 푸루루루, 날아들어도 “내 딸 청이 네 오느냐?” 낙엽만 버썩, 떨어져도 “내 딸 청이 네 오느냐?” 아무리 부르고 기다려도 적막공산(寂寞空山)에 인적이 끊쳤으니, “내가 분명 속았구나.” 이놈의 노릇을 어찌를 할거나, 신세(身世) 자탄(自歎)으로 울음을 운다.

 

[자진모리]
“이래서는 못 쓰겄다.” 닫은 방문 펄쩍 열고 지팽이 흩어 짚고, 더듬더듬 더듬더듬, 더듬더듬 나가면서 심청을 부르난디 “청아, 오느냐? 어찌허여 못 오느냐?” 그때의 심 봉사는 딸의 덕에 몇 해를 가만히 앉아 먹어노니, 도랑 출입이 서툴구나. 지팽이 흩어 짚고 이리 더듬 저리 더듬 더듬더듬 나가다가, 길 넘어 개천 물에 한 발 자칫 미끄러져 거꾸로 물에가 풍! “아이고, 사람 살려! 어푸, 도화동 사람들 심학규 죽네!” 나오랴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나오랴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나오려면 미끄러져 풍 빠져 들어가고 그저 점점 들어가니, “아이고 잘 죽는다. 정신도 말끔허고 숨도 잘 쉬고 아픈 데 없이 잘 죽는다.”

 

[아니리]
한참 이리 요란헐 제.

 

[엇모리]
중 하나 올라간다. 중 하나 올라간다. 다른 중은 내려온디, 이 중은 올라간다. 이 중이 어디 중인고, 몽은사(夢恩寺) 화주승(化主僧)이라. 절을 중창(重創)허랴 하고 시주(施主) 집 내려왔다, 날이 우연히 저물어져 흔들흔들 흔들거리고 올라갈 제, 저 중의 맵시 보소. 굴갓 쓰고, 장삼(長衫) 입고, 백팔염주(百八念珠) 목에 걸고, 단주(短珠) 팔에 걸어, 용두(龍頭) 새긴 육환장(六環杖), 쇠고리 많이 달아, 처절철 툭탁 짚고, 흔들흔들, 흔들거리고 올라갈 제. 중이라 허는 게 속가(俗家)에 가도 염불, 절에서도 염불. 염불을 많이 허면 극락세계(極樂世界) 간다더라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 원산(遠山)은 암암(暗暗)허고 설월(雪月)이 돋아오는디, 백저포(白紵布) 장삼은 바람결에 펄렁펄렁 염불을 허는디, “아, 어허, 아, 아. 상래소수불공덕(上來所修佛功德) 회향삼처실원만(回向三處悉圓滿) 원왕생(願往生) 원왕생 제궁종실각안녕(諸宮宗室各安寧)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염불허고 올라갈 제, 한곳 당도하니, 어떠한 울음소리 귀에 얼른 들리거늘. 저 중이 깜짝 놀래 “이 울음이 웬 울음, 이 울음이 웬 울음? 마외역(馬嵬驛) 저문 날의 하소대로 울고 가는 양태진(陽太眞)의 울음이냐, 이 울음이 웬 울음, 여호가 변화하여 날 홀리는 울음인거나, 이 울음이 웬 울음?” 죽장(竹杖)을 들어 메고 이리 끼웃, 저리 끼웃 끼웃거리고 올라갈 제 한곳을 바라보니, 어떠한 사람이 개천물에 풍덩 빠져 거의 죽게 되었구나. 

 

[자진엇모리]
저 중의 급한 마음, 저 중의 급한 마음, 굴갓, 장삼 훨훨 벗어 되는 대로 내던지고, 버선, 행전, 다님 끄르고, 고두 누비바지 가래 따달 딸딸 걷어 자개미 딱 붙여, 무논의 백로(白鷺) 격으로, 징검징검 징검거리고 들어가 심 봉사 꼬드래 상투를 에뚜루미 쳐 건져 놓고 보니 전에 보던 심 봉사라.

 

[아니리]
심 봉사 정신 차려, “죽을 사람을 살려주니 은혜 백골난망(白骨難忘)이오. 거 뉘가 날 살렸소?” “소승은 몽은사 화주승(化主僧)이온데, 시주 집 내려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다행히 봉사님을 구하였소.” “허허, 활인지불(活人之佛)이라더니 대사가 나를 살렸소그려.” “그 중이 허는 말이 여보 봉사님. 꼭 내 말을 들으면 두 눈을 뜰 것이오마는······.” 심 봉사가 눈 뜬다는 말을 듣더니 “아니 그 어쩐 말이오?” “공양미(供養米) 삼백 석만 우리 절에 시주하면 삼 년 내로 눈을 뜨오리다.” 심 봉사가 눈 뜬단 말에 후사(後事)는 생각지 않고 대번 일을 저지르난디, “여, 대사, 자네 말이 그러할진대, 공양미 삼백 석을 권선문(勸善文)에 적소 적어.” 저 중이 어이없어 “봉사님 세력을 헤아리면 삼백 석은 말고 삼백 주먹이 없는 이가 함부로 그런 말을 하오?” 심 봉사 화를 내어 “자네가 내 수단을 어찌 아는가, 잔말 말고 적게 적어!” 저 중이 권선에 적은 후에 “여보시오 봉사님, 부처님을 속이면 앉은뱅이가 될 것이니 부디 명심(銘心)하오.”

 

[창조]
중은 올라가고 심 봉사는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허니 이런 실(實)없는 일이 없든가 보드라.

 

[중모리]
“허허, 내가 미쳤구나. 정녕 내가 사(邪) 들렸네. 공양미 삼백 석을 내가 어찌 구하리오. 살림을 팔자 허니 단돈 열 냥을 누가 주며, 내 몸을 팔자 허니, 앞 못 보는 병신 몸을 단돈 서푼을 누가 주리. 부처님을 속이면은 앉은뱅이가 된다는디, 앞 못 보는 봉사 놈이 앉은뱅이가 되거드면, 꼼짝없이 내가 죽었구나. 수중고혼(水中孤魂)이 될지라도 차라리 죽을 것을 공연한 중을 만나 도리어 내가 후회로구나, 저기 가는 대사, 권선의 쌀 삼백 석 에우고 가소, 대사!” 실성발광(失性發狂) 기가 막혀 혼자 앉어 탄식헌다. 

 

[자진모리]
심청이 들어온다. 문전에 들어서며 “아버지.” 저의 부친 모양 보고 깜짝 놀라 발 구르며 “이것이 웬일이오? 살 없는 두 귀 밑에 눈물 흔적 웬일이며, 솜 없는 헌 의복에 물 흔적이 웬일이오. 나를 찾아 나오시다, 개천에 넘어져서 이 지경을 당하였소. 승상 댁 노부인(老婦人)이 굳이 잡고 만류허여 어언간(於焉間) 더디었소. 말을 허오 말을 허오 말을 허여, 답답허여 못 살겄소.”

 

[아니리]
심 봉사 하릴없어 “여보아라, 청아. 너를 기다리다 못하여 더듬더듬 나가다가 이 앞 개천 물에 빠져 거의 죽게 되었난디, 뜻밖에 몽은사 화주승이 올라가다 나를 구해주고, 날더러 공양미 삼백 석만 몽은사 불전(佛前)에 시주(施主)하면 삼 년 내로 눈을 뜬다 허더구나. 그리하여 후사는 생각지 않고 공양미 삼백 석을 권선에 적어 주었으니 이를 어쩔거나. 아무리 생각허여도 백계무책(百計無策)이로구나.”

 

[중모리]
“아버지 듣조시오. 왕상(王祥)은 고빙(叩氷) 허여 얼음 궁기 잉어 얻고, 맹종(孟宗)은 읍죽(泣竹) 허여 눈 속에 죽순 얻어 양친(兩親) 성효(誠孝)를 하였으며, 곽거(郭巨)라는 옛 사람은 부모 반찬허여 놓으면, 제 자식이 먹는다고 산 자식을 묻으랴고 땅을 파다 금을 얻어 부모봉양을 허였으니, 사친지효도(事親之孝道)가 옛사람만 못하여도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 그런 말씀을 마옵소서.”

 

[아니리]
부친을 위로하고 그날부터 목욕재계(沐浴齋戒) 정(淨)히 허고 지극정성(至極精誠)을 드리난디,

 

[진양조]
후원(後園)에 단을 뭇고 북두칠성횡야반(北斗七星橫夜半)에 촛불을 돋워 켜고, 정화수를 받쳐 놓고, 두 손 합장 무릎을 꿇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느님 전 비나이다. 천지지신(天地之神) 일월성신(日月星辰) 화의동심(和議動心) 하옵소서. 무자(戊子) 생(生) 소녀 아비, 삼십 전 안맹(眼盲)허여 오십이 장근(將近)토록 시물(視物)을 못하오니, 아비의 허물은 심청 몸으로 대신허고, 아비 눈을 밝히소서. 인간의 충효지심(忠孝之心) 천신(天神) 어이 모르리까. 칠 일 안에 어미 잃고 앞 어둔 부친에게 겨우겨우 자라나서 십오 세가 되었으나, 욕보지덕(慾報之德)인데 호천망극(昊天罔極)이라, 공양미 삼백 석만 불전에 시주허면 부친 눈을 뜬다허니, 명천(明天)이 감동허여 공양미 삼백 석을 지급(支給)허여 주옵소서.” 

 

[아니리]
이렇다시 빌어갈 제,

 

[중중모리]
하루난 문전의 웨난 소리 “우리는 남경(南京) 장사 선인으로 인당수(印塘水) 인(人) 제수(祭需)를 드리고저, 십오 세나 십육 세나 먹은 처녀(處女)를 사려허니, 몸 팔 일이 뉘 있습나? 있으면 있다 대답을 허시오. 아 아”

 

[아니리]
심청이 이 말을 듣더니 천재일시(千載一時)의 좋은 기회(機會)로구나, 이웃사람 알지 않게 몸을 은신(隱身)하고, 선인 한 사람을 청(請)하여 여짜오되,

 

[창조]
“소녀난 당년(當年) 십오 세인데 부친을 위하여 몸을 팔려 하오니

 

[아니리]
나를 사 가심이 어떠하오?” 선인이 좋아라고, “출천지대효(出天之大孝)로고, 값은 얼마나 주오리까?”

 

[창조]
“더도 덜도 말고 공양미 삼백 석만 내월(來月) 십오일 내로 몽은사로 올려주오.”

 

[아니리]
“참으로 효녀로고, 그리하오, 염려 마오. 그러나 우리도 내월 십오일이 행선(行船) 날이오니 어찌 하오리까?”

 

[창조]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내 뜻대로 하오리까?”

 

[아니리]
피차(彼此) 약속을 정하고 방으로 들어와 생각허니, 아무리 허여도 부친을 아니 속일 수가 없는지라, 심청 같은 효녀가 부친을 속일 리가 있으리오마는, 속인 것도 또한 효성이라, 부친을 속이는디, “아버지, 오늘 공양미 삼백 석을 몽은사로 올리게 되었으니 아무 염려 마옵소서.” 심 봉사 깜짝 놀라 “아가, 거 웬 말이냐?” “아버지, 전일에 승상 댁 부인께서 저를 수양딸로 말씀한 걸 분명 대답 못 했지요.” “그래서?” “오날 제가 건너가 아버지 사정을 여쭈오니 공양미 삼백 석을 몽은사로 올리시고 저를 수양딸로 데려간다 하옵디다.” “아가, 그 일 참 잘되었다. 그러면 언제 가기로 하였느냐?” “내월 십오 일에 가기로 하였네다.” “그러면 나는 어쩌고?” “아버지도 모시고 가기로 하였네다.” “그렇지, 눈먼 놈 나 혼자만 둘 것이냐, 잘되었다. 아따, 야야, 그 일 참 잘되었다.” 부친의 맺힌 근심을 위로하고 행선 날을 기다릴 제, 

 

[진양조]
눈 어둔 백발(白髮) 부친 생존 시에 죽을 일과 사람이 세상에 나 십오 세의 죽을 일을 생각허니, 정신이 막막허고 흉중(胸中)이 답답허여 하염없는 서름이 간장(肝腸)으로 솟아난다. 부친의 사시(四時) 의복 빨래허여 농 안에 담어두고, 갓 망건 다시 꾸며 쓰기 쉽게 걸어놓고, 행선 일을 생각허니, 하룻밤이 격(隔)한지라, 모친 분묘(墳墓) 찾어가서, 주과포혜 차려놓고, “아이고, 어머니. 불효(不孝) 여식(女息) 심청이난 부친 눈을 띄우랴고 삼백 석 몸이 팔려 제수로 가게 되니, 불쌍헌 아버지를 차마 어이 잊고 가며, 분묘의 돋난 풀을 뉘 손으로 벌초(伐草)하며, 연년(年年)이 오난 기일(忌日) 뉘라서 받들리까? 내 손으로 부은 술을 망종(亡終) 흠향(歆饗)허옵소서.” 사배하직(四拜下直)허고 집으로 돌아와, 부친을 위로하고 밤 적적(寂寂) 삼경이 되니, 부친이 잠든지라 후원으로 돌아가서 사당 문을 가만히 열고 분향사배 우난 말이 “불효여식 청이는 선영향화(先塋香火)를 끊게 되니 불승영모(不勝永慕) 허옵니다.” 방으로 들어오니, 부친이 잠들어 아무런 줄 모르거날 심청이 기가 막혀 크게 울든 못허고 속으로 느끼난디 “아이고 아버지, 아버지를 어찌허고 가리. 이내 한 몸 없어지면 동네 걸인이 또 될 것이니, 어찌 잊고 돌아가리, 아이고, 아버지, 날 볼 밤이 몇 밤이며, 날 볼 날이 몇 날이오.” 얼굴도 대어보고 수족(手足)도 만지면서 “아버지, 오늘밤 오경(五更) 시를 함지(咸池)에 머무르고, 내일 아침 돋는 해를 부상(扶桑)에다 맬 양이면, 불쌍허신 아부지를 일시라도 더 뵈련마는 인력(人力)으로 어이 허리.” 천지가 사정이 없어 벌써 닭이 “꼬끼오.” “닭아 우지마라. 반야(半夜) 진관(秦關)의 맹상군(孟嘗君)이 아니어든 니가 울면 날이 새고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기는 섧지 않으나 의지 없는 우리 부친을 차마 어이 잊고 가리.”

 

[중모리]
하량낙일수운기(河梁落日愁雲起)는 소통국(蘇通國)의 모자 이별, 용산(龍山)의 형제 이별, 서출양관무고인(西出陽關無故人)이라. 상봉(相逢)헐 날이 있건마는 우리 부친 이별이야 어느 때나 다시 보리.

 

[아니리]
벌써 동방(東方)이 밝아지니, 심청이 하릴없어 정신을 다시 차려 “이래서는, 못쓰겠다. 부친 망종이나 지으리라.” 부엌으로 나오니 벌써 문밖에 선인들이 늘어섰거늘, 심청이 빨리 나가 “여보시오 선인네들, 부친 진지나 잡수시게 허고 떠나는 게 어떠하오.” 선인이 허락허니 아침밥을 얼른 지어 소반(小盤) 위에 받쳐 들고 방으로 들어가 “아버지 일어나 진지 잡수세요.” “얘, 오늘 아침밥은 매우 일구나. 그런데 청아 간밤에 내가 묘한 꿈을 꾸었느니라. 니가 수레를 타고 끝없는 바다로 한없이 가 보이드구나. 그래서 내가 뛰고 궁글고 야단(惹端)법석을 쳤는디, 수레라 허는 것은 귀인이 타는 것이여. 내가 꿈 해몽을 허여 보았지. 꿈에 눈물은 생시에 술이라. 오늘 장 승상 댁 부인이 너를 다려 가려고 가마를 보내실란가 보다. 오늘 장 승상 댁에서 술에다 고기에다 떡에다 잘 먹을 꿈인가부다.” 심청이 저 죽을 꿈인 줄 짐작허고, “아버지 그 꿈이 장(壯)히 좋습니다. 진지 잡수세요.” “아가, 오늘 아침 반찬이 매우 걸구나, 뉘댁에 제사 지냈더냐?” 진지 상을 물리치고, 담배 붙여 올린 후에,

 

[창조]
심청이 아무 말도 못하고 우두머니 앉었다가,

 

[아니리]
아무리 생각하여도 이제는 부친을 더 속일 수가 없는지라.

 

[자진모리]
심청이 거동 봐라. 부친 앞으로 우르르르 “아이고, 아버지!” 한 번 부르더니 말 못 허고 기절한다. 심 봉사 깜짝 놀라 “아이고, 이거 웬일이냐. 어허, 이거 웬 일이여. 아니 얘가 급체(急滯)하였는가, 아가 정신 차려라, 누가 봉사 딸이라고 정가하드냐.” “아이고, 아버지 불효여식은 아버지를 속였소.” “아, 이놈아, 속였으면 무슨 큰일을 속였난디 이렇게 아비를 놀라게 한단 말이냐? 말하여라, 답답허다. 말하여라.” “아이고 아버지 공양미 삼백 석을 누가 저를 주오리까. 남경장사 선인들께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의 제수로 오늘이 행선 날이요. 어느 때나 뵈오리까.”

 

[아니리]
그때의 심 봉사는 눈 뜨기는커녕, 눈 빠질 말을 들었으니, 이 일이 어찌 되겄느냐? 심 봉사가 이 말을 듣더니 어쩔 줄을 모르고 “에이”

 

[휘중중모리]
“허허 이것 웬 말이냐? 못 허지야 못 하여 아이고 청아! 애비보고 묻도 않고, 너 이것이 웬일, 못 허지야 못 하여, 눈을 팔아 너를 살디 너 팔아 눈을 뜬들 무엇 보자 눈을 뜨랴. 철모르는 이 자식아, 애비 설움을 너 들어라. 너의 모친 너를 낳고 칠 일 안에 죽은 후에 앞 못 본 늙은 애비가 품안에 너를 안고 이 집 저 집 다니며 동냥젖 얻어 먹여 이만큼이나 장성(長成) 묵은 근심 햇근심을 널로 하여 잊었더니, 이것이 웬일이냐. 나를 죽여 묻고 가면 갔지, 살려두고는 못 가리라.” 그때의 선인들이 문밖에 늘어서 “심 낭자 물때 늦어 가오.” 성화같이 재촉허니 심 봉사 이 말 듣고 밖으로 우루루 “에이, 무지한 놈들아! 장사도 좋거니와 사람사서 제지낸 디 어디서 보았느냐? 옛글을 모르느냐? 칠년대한(七年大旱) 가물 적에 탕 임군 어진 마음 사람 잡아 빌랴허니 내 몸으로 대신 가리라, 몸으로 희생되어 전조단발(剪爪斷髮) 신영백모(身嬰白茅) 상림(桑林) 뜰에 빌었더니 대우방수천리(大雨方數千里)에 풍년이 들었단다. 나도 오늘 내 몸으로 대신 가리라. 아이고, 동네 사람들, 저런 놈들을 그저 둬, 내 딸 심청 어린 것을 꼬염 꼬염 꼬여다가 인당수 제수 허면 네 이놈들 잘될쏘냐?” 목제비질을 떨컥 내리둥굴 치둥굴며 “아이고, 이게 웬일이여?” 심청이 기가 막혀 부친을 부여안고 “아이고 아버지, 지중한 부녀(父女) 천륜(天倫) 끊고 싶어 끊사오며 죽고 싶어 죽사리까? 아버지는 눈을 떠서 대명천지(大明天地) 다시 보고 좋은 디 장가들어 칠십 생남(生男) 하옵소서. 아이고 아버지, 아이고 아버지!”

 

[아니리]
선인들이 이 정상(情狀)을 보고, 전곡(錢穀)을 따로 내여 동인들께 부탁허되, 심 봉사 평생 먹고 입을 것을 내어 주었구나. 그때에 무릉촌 장 승상 댁 부인이 이 소식을 듣고 시비를 보내어 심청을 청하였거날 심청이 부친 전 여짜오되 “아버지 장 승상 댁 부인이 청하였사오니 어찌하오리까?”

 

[창조]
“어따, 그 댁에난 열 번이라도 가고 백 번이라도 가거라.”

 

[아니리]
선인들께도 말허고 무릉촌을 건너갈 제,

 

[세마치]
시비 따라 건너간다. 울며불며 건너갈 제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어떤 사람은 팔자 좋아 양친(兩親)이 구존(俱存)허여 부귀영화로 잘사는디, 내 신세는 어이허여 십오 세의 이 세상을 떠나는고.” 그렁저렁 길을 걸어 무릉촌을 당도허니, 부인이 영접하여 “예이 천하 무정한 사람아! 나는 너를 딸로 여기는디 너는 나를 속였느냐? 효성은 지극허나 앞 못 본 너의 부친 뉘게 의탁(依託)허랴느냐? 공양미 삼백 석을 지금 내가 줄 터이니, 선인들과 해약(解約)하라.” 심청이 여짜오되, “장사하는 선인들께 수삭(數朔) 만의 해약허면 선인들도 낭패오니, 이제 후회 쓸데 있소. 값을 받고 팔린 몸이 이제 두말 허오리까?” 부인이 심청의 기색을 보고 다시 두말 못허시고 “니 진정 그럴진대, 너의 화상이나 그려 널 본 듯이 보겠노라.” 화공을 즉시 불러 심 낭자 생긴 형용 역력(歷歷)히 잘 그려라. 화공이 영을 듣고 오색단청 풀어놓고 화용월태(花容月態) 고운 얼굴 모란화 한 송이가 세우 중에 젖인 듯이, 난초 같은 푸른 머리 두 귀밑에 따인 것과 녹의홍상 입은 태도 낱낱이 그려내어 족자(簇子) 떨어 걸어 놓으니, 심청이가 둘이로다. 부인이 화제(畵題)를 쓰시난디, 생기사귀일몽간(生奇死歸一夢間)허여 연장하필누삼삼(姸粧何必淚滲滲 고 세간(世間)의 최유단장처(最有斷腸處)에 초록강남인미환(草綠江南人未歸)이라. 부인이 심청을 부여안고 “인제 가면 언제나 올거나 오는 날이나 일러다오.”

 

[아니리]
심청이 일어서며

 

[창조]
“물때가 늦어가니 어서 건너가겄네다.”

 

[아니리]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선인들은 재촉하고 부친은 뛰고 우니, 심청이 하릴없이 동네 어른들께 부친을 의탁허고 길을 떠나는디.

 

[중모리]
따라간다. 따라간다. 선인들을 따라간다. 끌리는 치마 자락을 거듬거듬 걷어안고 비같이 흐르난 눈물 옷깃에 모두 다 사무친다. 엎더지며 넘어지며 천방지축(天方地軸) 따라갈 제, 건넛마을 바라보며 “이진사댁 작은 아가 작년 오월 단오야(端午夜)의 앵두 따고 노던 일을 니가 행여 잊었느냐. 금년 칠월 칠석야(七夕夜)의 함께 걸교(乞巧)하잤드니 이제는 하릴없다. 상침질 수놓기를 뉠과 함께 허랴느냐. 너희는 양친이 구존허니 모시고 잘 있거라. 나는 오날 우리 부친 슬하(膝下)를 떠나 죽으러 가는 길이로다.” 동네 남녀노소(男女老少) 없이 눈이 붓게 모도 울고 하느님이 아옵신지 백일(白日)은 어디 가고 음운(陰雲)이 자욱허여 청산(靑山)도 찡그난 듯 초목(草木)도 눈물진 듯 휘늘어져 곱던 꽃이 이울고저 빛을 잃고 춘조(春鳥)는 다정(多情)허여 백반제송(百般啼送) 허는 중에 묻노라 저 꾀꼬리 뉘를 이별허였간디 환우성(喚友聲) 지어 울고, 뜻밖의 두견(杜鵑)이난 귀촉도(歸蜀道) 귀촉도 불여귀(不如歸)라. 가지 위에 앉어 울겄마는 값을 받고 팔린 몸이 내가 어이 돌아오리. 한곳을 당도허니, 광풍이 일어나며 해당화(海棠花) 한 송이가 떨어져 심청 얼굴에 부딪치니 꽃을 들고 하는 말이 “약도춘풍불해의(若道春風不解意)면 하인취송낙화래(何因吹送落花來)라, 송(宋) 무제(武帝) 수양공주(壽陽公主) 매화장(梅花粧)은 있건마는 죽으러 가는 몸이 언제 다시 돌아오리. 죽고 싶어 죽으랴마는 수원수구(誰怨誰咎) 어이허리.” 걷는 줄을 모르고 울며불며 길을 걸어 강변을 당도허니, 선두(船頭)에다 도판(渡板)을 놓고 심청을 인도허는구나.

 

[아니리]
이때의 심청이는 세상사(世上事)를 하직허고 공선(供船)의 몸을 싣고 동서남북 지향 없이 만경창파(萬頃蒼波) 높이 떠서 영원히 돌아가는구나.

 

[진양조]
범피중류(泛彼中流) 둥덩실 떠나간다. 망망(茫茫)한 창해(滄海)이며, 탕탕(蕩蕩)헌 물결이라.  백빈주(白蘋洲) 갈매기는 홍료안(紅蓼岸)으로 날아들고 삼강(三江)의 기러기는 한수(漢水)로만 돌아든다. 요량(嘹喨)한 남은 소리 어적(魚笛)이언마는 곡종인불견(曲終人不見)의 수봉(數峰)만 푸르렀다. 관내성중만고심(欵乃聲中萬古心)은 날로 두고 이름인가, 장사(長沙)를 지내가니 가태부(賈太傅) 간 곳 없고 멱라수(泊羅水)를 바라보니 굴삼려(屈三閭) 어복충혼(魚腹忠魂) 무양(無恙)도 허시든가. 황학루(黃鶴樓)를 당도(當到)하니 일모향관하처시(日暮鄉關何處是)요 연파강상사인수(煙波江上使人愁)는 최호(崔顥) 유적(遺跡)인가. 봉황대(鳳凰台)를 돌아드니 삼산반락청천외(三山半落青天外)요 이수중분백로주(二水中分白鷺洲)는 태백(太白)이 노던데요. 심양강(潯陽江)을 당도허니 백낙천(白樂天) 일거(一去) 후(後)에 비파성(琵琶聲)도 끊어지고 적벽강(赤壁江)을 돌아드니 소동파(蘇東坡) 노던 풍월(風月) 의구(依舊)허여 있다마는 조맹덕(曹孟德) 일세지웅(一世之雄) 이금(而今)에 안재재(安在哉)요. 월락오제(月落烏帝) 깊은 밤에 고소성외(姑蘇城外) 배를 매니 한산사(寒山寺) 쇠북소리 객선(客船)에 뎅 뎅 들리거늘, 진회수(秦淮水)를 바라보니 격강(隔江)의 상녀(商女)들은 망국한(亡國恨)을 모르고서 연롱한수(煙籠寒水) 월롱사(月籠沙)에 후정화(後庭花)만 부르더라. 악양루(岳陽樓) 높은 집이 호상에 솟아난 듯 무산(巫山)의 돋는 달은 동정호(洞庭湖)로 비쳐오니 상하천광(上下天光)이 거울 속에 푸르렀다. 창오산(蒼梧山)이 아득허니 황릉묘 잠겼어라. 삼협(三峽)의 잔나비는 자식 찾는 슬픈 소리 천객(遷客) 소인(騷人)이 눈물을 몇몇이나 뿌렸든고. 팔경(八景)을 다 본 후에,

 

[중모리]
한곳을 당도허니 향풍(香風)이 일어나며, 죽림(竹林) 사이로 옥패(玉佩) 소리 들리더니 어떠한 두 부인(婦人)이 선관(仙冠)을 높이 쓰고 신음(呻吟) 거려 나오면서 “저기 가는 심 소저야, 슬픈 말을 듣고 가라. 창오산붕상수절(蒼梧山崩湘水絕) 허여 죽상지루내가멸(竹上之淚乃可滅)이라. 천추(千秋)에 깊은 한을 하소할 곳 없었더니 오늘날 출천대효(出天大孝) 너를 보니 오죽이나 흠전(欽傳)허랴. 요순(堯舜) 후(後) 기천(幾千) 년(年)의 지금의 천자(天子) 어느 뉘며 오현금(五絃琴) 남풍시(南風詩)를 이제까지 전하더냐. 수로(水路) 먼먼 길을 조심허여 잘 가거라.” 이는 뉜고 허니, 요녀순처(堯女舜妻) 만고열녀(萬古烈女) 이비(二妃)로다. 소상강을 바삐 건너 오강(烏江)을 당도허니 한사람이 나오난디, 키는 구 척(尺)이나 되고 면여거륜(面如車輪)허여 미간이(眉間) 광활(廣闊)허고 두 눈을 감고 가죽을 무릅쓰고 우루루루 나오더니 “저기 가는 심 소저야, 슬픈 말을 듣고 가라. 슬프다. 우리 오왕(吳王)! 백비(伯嚭) 의 참소(讒訴) 듣고 촉루검(屬鏤劍) 나를 주어 목 찔러 죽은 후에 가죽으로 몸을 싸서 이 물에 던졌더니, 장부의 원통함이 월(越) 범려(范蠡) 멸오(滅吳) 함을 내 일찍 눈을 빼어 동문 상에 걸고 왔네. 세상에 나가거든 내 눈 찾어 전해다오, 천추에 원통함이 눈 없는 것이 한이로세.” 이는 뉜고 허니 오(吳)나라 충신 오자서(伍子胥)로다. 오강을 바삐 건너 멱라수를 당도허니 어떠한 두 사람이 택반(澤畔)으로 나오드니 슬피 탄식 우는 말이 진(秦)나라 속임 입어 삼 년 무관(武關)에 고국을 바라보며 미귀혼(未歸魂)이 되었더니 박랑퇴성(博浪槌聲) 반기 듣고 속절없는 동정(洞庭) 달에 헛춤만 추었노라. 뒤에 오난 한 사람은 안색(顔色)이 초췌(憔悴)하고 형용(形容)이 고고(枯槁)허니 이난 초(楚)나라 굴원이라. 죽은 지 수천 년의 정백(精魄)이 남아 있어, 사람의 눈에 와 보이니 이도 또한 귀신이라 나 죽을 징조로다.

 

[진양조]
배의 밤이 몇 밤이며 물의 날이 몇 날이나 되든고, 무정한 사오(四五) 삭(朔)을 물과 같이 흘러가니, 추풍삽이석기(秋風颯以夕起)하고 옥우곽기쟁영(玉宇廓其崢嶸)이라. 낙하(落霞)는 여고목제비(與孤鶩齊飛)허고 추수(秋水)는 공장천일색(共長天一色)이라. 강한(江漢)에 귤농(橘濃) 황금(黃金)이 천편(千片) 노화(蘆花)의 풍기(風起)허니 백설(白雪)이 만점(滿點)(萬霑)이라. 신포세류(新蒲細柳) 지는 잎은 만강추풍(滿江秋風) 흐날리고 옥로청풍(玉露靑楓)은 불었난디, 외로울사 어선(漁船)들은 등불을 돋워 켜고 어가(漁歌)로 화답(和答)허니 돋우난이 수심(愁心)이요, 해반청산(海畔靑山)은 봉봉(峰峰)이 칼날되어 베이나니 간장(肝腸)이라. 일락장사추색원(日落長沙秋色遠)하니, 부지하처조상군(不知何處吊湘君)고 송옥(宋玉)의 비추부(悲秋賦)가 이에서 슬프리요. 동녀(童女)를 실었으니 진시황(秦始皇)의 채약(採藥) 밴가, 방사(方士)는 없었으나 한(漢) 무제(武帝)의 구선(求仙) 밴가. 지레 내가 죽자 허니 선인들이 수직(守直)하고, 살아 실려 가자하니 고국(故國)이 창망(蒼茫)이라. 죽도 살도 못 허는 신세야, 아이고 이 일 어찌허리.

 

[엇모리]
한곳 당도허니 이는 곧 인당수(印塘水)라. 대천(大川)바다 한 가운데 바람 불고 물결쳐 안개 뒤섞여 잦아진 날, 갈 길은 천리만리(千里萬里)나 남고 사면(四面)이 검어 어둑 점글어져 천지(天地) 적막(寂寞)헌디 간치뉘 떠 들어와 뱃전 머리 탕탕 물결은 와르르르 출렁출렁. 도사공(都沙工) 영좌(領座) 이하 황황급급(遑遑急急)허여 고사(告祀) 기계(器械)를 차릴 제, 섬쌀로 밥 짓고 온 소 잡고 동우 술 오색탕수(五色湯水) 삼색실과(三色實果)를 방위(方位) 찾어 갈라놓고 산 돝 잡어 큰칼 꽂아 기는 듯이 바쳐 놓고 도사공 거동(擧動)봐라. 의관(衣冠)을 정제(整齊)허고 북채를 양손에 쥐고

 

[자진모리]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헌원씨(軒轅氏) 배를 모아 이제불통(以濟不通)한 연후에 후생(後生)이 본을 받어 다 각기 위업(爲業)하니 막대(莫大)한 공이 아니냐. 하우씨(夏禹氏) 구년지수(九年之水) 배를 타고 다스릴 제 오복(五服)에 정한 공수(貢輸) 구주(九州)로 돌아들고 오자서(吳子胥) 분오(奔吳) 헐 제 노가(蘆歌)로 건네주고, 해성(垓城)에 패(敗)한 장수(將帥) 오강으로 돌아들어 의선대위(檥船待謂) 건네주고 공명(孔明)의 탈조화(奪造化)는 동남풍(東南風) 빌어 내어 조조(曹操)의 백만(百萬) 대병(大兵) 주유(周瑜)로 화공(火攻)허니 배 아니면 어이하리. 그저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주요요이경양(舟遙遙以輕颺 허니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歸去來) 해활(海闊) 허니 고범지(孤帆遲)난 장한(張翰)의 강동거(江東去)요, 임술지추(壬戌之秋) 칠월(七月)의 소동파 놀아 있고 지국총 총 어사와 허니 고예승류무정거(鼓枻乘流無定居)난 어부(漁父) 질검 계도란요하장포(桂棹蘭橈下長浦)는 오희월녀(吳姬越女) 채련주(採蓮舟)요 타고발선하군랑(打鼓發船何郡郞)의 상고선(商賈船)이 이 아니냐. 우리 선인 스물네 명 상고(商賈)로 위업(爲業)허여 경세우경년(經歲又經年)의 표박서남(漂泊西南)을 다니더니 오늘날 인당수(印塘水)에 인 제수를 드리고저 동해신(東海神) 아명(阿明)이며 서해신(西海神) 축량(祝良)이며 남해신(南海神) 축융(祝融)이며 북해신(北海神) 옹강(禺强)이며 강한지장(江漢之將)과 천택지군(川澤之君)이  하감(下瞰)허여 보옵소서. 그저 북을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두리둥 두리둥 둥둥둥 비렴(飛廉)으로 바람 주고 해약(海若)으로 인도허여 환난(患難)없이 도우시고 백천만금(百千萬金) 퇴(退)를 내어 돛대 위에 봉기(鳳旗) 꽂고 봉기 우에 연화(蓮花) 받게 점지허여 주옵소서. 고사를 다 지낸 후에 “심 낭자 물에 들라.” 심청이 죽으란 말을 듣더니마는 “여보시오 선인님네, 도화동이 어디쯤이나 있소?” 도사공이 나서더니 손을 들어서 가르키난디 “도화동이 저기 운애(雲靉 만 자욱한 디가 도화동일세.” 심청이 기가 막혀 사배(四拜)하고 엎드려지더니 “아이고 아버지, 불효여식은 요만끔도 생각마옵시고 사시는 대로 사시다가 어서어서 눈을 떠서 대명천지 다시 보고 좋은데 장가들어 칠십(七十) 생남(生男)허옵소서. 여보시요 선인님네 억십만금(億十萬金) 퇴(退)를 내어 본국(本國)으로 돌아가시거든 불쌍헌 우리 부친 위로허여 주옵소서.” “글랑은 염려 말고 어서 급히 물에 들라.” 성화같이 재촉허니 심청이 거동봐라. 샛별 같은 눈을 감고 초마폭을 무릅쓰고 뱃전으로 우루루루 만경창파(萬頃蒼波) 갈매기 격(格)으로 떴다 물에가 풍!

 

[진양조]
해당(海棠)은 광풍(光風)의 날리고 명월(明月)은 해문(海門)에 잠겼도다. 영좌도 울고 사공(沙工)도 울고, 격군(格軍) 화장(火匠)이 모두 운다. 장사도 좋거니와, 우리가 연년(年年)이 사람을 사다가 이 물에다 넣고 가니  후사(後事)가 어이 좋을 리가 있겠느냐. 닻 감어라 어기야, 어기야, 어기어. 어기야, 어허기야, 우후청강(雨後淸江) 좋은 흥(興)을 묻노라 저 백구(白鷗)야 홍료월색(紅蓼月色)이 어느 곳고, 일강소우노평생(一江疎雨鷺平生)의 너는 어이 한가허드냐, 범피창파(泛彼蒼波) 높이 떠서 도용도용(滔溶滔溶) 떠나간다. 

 

[아니리]
그때에 이러한 출천지대효녀(出天之大孝女)를 하늘이 그저 둘 리 있겠느냐? 옥황상제(玉皇上帝)께서 사해용왕(四海龍王)을 불러 하교(下敎)하시되 “오늘 묘시(卯時)에 유리국(琉璃國) 심 소저가 인당수에 들 터이니 착실히 뫼셨다가 인당수로 환송하라.” 용왕이 수명(受命)하고 내려와 용궁(龍宮) 시녀(侍女)들을 불러 “너 이제 백옥교(白玉轎)를 가지고 인당수 빨리 나가 묘시를 기다리면 인간의 심 소저가 들 터이니 착실히 모셔 오너라.” 각궁(各宮) 선녀(仙女)들이 수명허고 인당수를 당도허니 때마침 묘시 초라. 그때의 심 소저는 물에 들듯 말듯 천지 명랑(明朗)허고 일월이 조림(照臨)커날 뜻밖에 팔선녀(八仙女)들이 백옥교를 앞에 놓고 예(禮)하며 여짜오되 “저희들은 용궁(龍宮) 시녀로서 부왕(父王)의 분부(分付) 듣고 소저를 뫼시고자 왔사오니 옥교를 타옵소서.” 심청이 여짜오되 “인간의 미천한 사람으로 어찌 옥교를 타오리까?” “만일 아니 타면 상제께서 수궁(水宮) 대죄(大罪)를 내릴 테니 사양치 마옵소서.” 심 소저 마지 못허여 옥교에 앉으니 수궁 풍류(風流)가 낭자(狼藉)헐 제

 

[엇모리]
위의(威儀)도 장할시구, 천상(天上) 선관(仙官) 선녀들이 심 소저를 보려 허고 태을진(太乙眞) 학(鶴)을 타고 안기생(安期生) 난(鸞) 타고 고래 탄 이적선(李謫仙) 청의동자(靑衣童子) 황의동자(黃衣童子) 쌍쌍(雙雙)이 모였네. 월궁항아(月宮姮娥) 마고선녀(麻姑仙女) 남악부인(南岳夫人) 팔선녀들이 좌우로 벌렸는듸, 풍악(風樂)을 갖추울 제 왕자진(王子晋)의 봉(鳳) 피리 니나니나 니나누, 곽(郭) 처사(處士) 죽장구 찌지렁 쿵 쩡 쿵, 장자방(張子房)의 옥(玉)퉁소 띳띠루 띠루, 성련자(成連子) 거문고 슬기덩지 둥덩덩, 혜강(嵆康)의 혜금(嵆康)이며 수궁이 진동헌다. 괘룡골이위량(挂龍骨以爲梁)허니 영광(靈光)이 요일(耀日)이요, 집어린이작와(緝魚鱗而作瓦)허니 서기반공(瑞氣蟠空)이라. 주궁패궐(珠宮貝闕)은 응천상지삼광(應天上之三光)이요, 곤의수상(袞衣繡裳)은 비인간지오복(備人間之五福)이라. 산호(珊瑚) 주렴(珠簾) 백옥 안상(白玉案床) 광채(光彩)도 찬란허구나. 주찬(酒饌)을 드릴 적에 세상 음식이 아니라 유리잔(琉璃盞) 호박병(琥珀甁)의 천일주(千日酒) 가득 담고 한가운데 삼천벽도(三千碧桃)를 덩그렇게 괴었으니 세상의 못 본 바라, 삼일(三日)의 소연(小宴)허고, 오일(五日)에 대연(大宴)허여 극진히 봉공(奉供) 헌다.

 

[아니리]
하루는 천상에서 옥진부인(玉眞夫人) 내려오난디, 이는 뉜고 하니 심 봉사 아내 곽씨 부인이 죽어 천상의 광한전(廣寒殿) 옥진부인이 되었난디, 심청이가 수궁에 왔단 말을 듣고 모녀 상봉 차로 하강하시것다.

 

[진양조]
오색(五色) 채단(彩緞)을 기린(麒麟)의 가득 싣고 벽도화(碧桃花) 단계화(丹桂花)를 사면에 내려 꼽고 청학(靑鶴) 백학(白鶴)은 전배(前倍) 서고 수궁에 내려오니 용왕도 황겁(惶怯)하여 문전(門前)에 배회(徘徊)할 제, 옥진부인이 들어와 심청 손을 부여잡고 “네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세상에서 너를 낳은 곽씨로다. 너의 부친 많이 늙었으리라. 나는 죽어 귀인(貴人) 되어 광한전 옥진부인이 되었으나 너는 부친 눈을 띄우랴고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이곳으로 들어왔다 허기로 너를 보러 내 왔노라. 세상에서 못 먹던 젖 이제 많이 먹어 보아라.” 심청 얼굴 끌어다 가슴에다 문지르며 “아이고 내 자식아, 꿈이면 깰까 염려로다.” 심청이 그제야 모친인 줄 짐작(斟酌)허고 부인 목을 부여안고 “아이고 어머니, 어머니, 이것이 꿈이요 생시요. 불효여식 심청이는 앞 어둔 백발 부친 홀로 두고 나왔는디, 외로우신 아버지는 뉘를 의지허오리까?” 부인이 만류(挽留)허며 “내 딸 청아 우지마라. 너는 일후(日後)에 너의 부친 다시 만나 즐길 날이 있으리라.” 광한전 맡은 일이 직분(職分)이 허다(許多)하여 오래 지체(遲滯) 어려워라. 요령(鐃鈴) 소리가 쟁쟁(錚錚) 나더니 오색(五色) 채운(彩雲)으로 올라가니 심청이 하릴없어 따라 갈 수도 없고 가는 모친을 우두머니 바라보며 모녀 작별이 또 되는구나.

 

[아니리]
하루는 옥황상제께서 사해용왕(四海龍王)을 불러 하교(下敎)하시되, 심 소저 방연(芳緣)이 가까오니 인당수로 환송(還送)허여 인간의 좋은 배필(配匹)을 정해 주라. 용왕이 수명(受命)하고 심청을 환송헐 제, 꽃 한 봉을 조화(調和)있게 만들어 그 가운데 뫼시고 양대 선녀로 시위(侍衛)하고, 조석지공(朝夕之供)과 찬수(饌需) 범절(凡節), 금주보패(金珠寶貝)를 많이 넣고 용왕과 각궁 선녀 모두를  나와 작별허고 돌아서니 이는 곧 인당수라. 용왕의 조화인지라 꿈같이 번뜻 떠서 바람이 분들 흔들리며  비가 온들 젖을소냐. 주야로 덩실 떠 있을 때, 그때의 남경(南京) 갔던 선인들이 억십만금 퇴를 내어 본국(本國)으로 돌아 올 제, 인당수를 당도하니 심 소저의 효행이 홀연히 감동(感動)되는지라. 제물을 정히 차려놓고, 심 소저의 넋을 위로(慰勞)하는디,

 

[중모리]
북을 두리둥 둥 울리면서 슬픈 말로 제(祭) 지낸다. “넋이야 넋이로다. 이 넋이 뉘 넋이냐. 오장원(五丈原)의 낙성(落星)허던 공명(孔明)의 넋도 아니요, 삼 년 무관의 초 회왕의 넋도 아니요, 부친 눈을 띄우라고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 되신 심 낭자의 넋이로다. 넋이라도 오셨거던 많이 흠향(歆饗)하옵소서.” 제물(祭物)을 물에 풀고 눈물 씻고 바라보니 무엇이 떠 있는디, 세상의 못 본 바라. 도사공이 허는 말이 “저것이 무엇이냐, 금(金)이냐?” “금이란 말씀 당치 않소. 옛날 진평(陳平)이가 범아부(范亞夫)를 잡으랴고 황금 사만 근(斤)을 흩었으니 금 한쪽이 있으리까?” “그러면 저게 옥(玉)이냐?” “옥이란 말이 당치 않소. 옥출곤강(玉出崑崗) 아니어든 옥 한쪽이 있으리까?” “그러면 저게 해당화(海棠花)냐?” “해당화란 말씀 당치 않소. 명사십리(明沙十里)가 아니거든 해당화 어이 되오리까?” “그러면 저게 무엇이냐? 가까이 가서 보자. 저어라 저어라, 어기여 어기여 어기여 차.” 가까이 가서 보니 향기(香氣) 진동(振動)허고 오색(五色) 채운(彩雲)이 어렸거날,

 

[아니리]
배에 건져 싣고 보니 크기가 수레 같고 향기가 진동커날 본국으로 돌아와 허다히 남은 재물(財物) 각기 저 쓸 만큼 나눌 제 도선주 무슨 마음인지 재물은 마다허고 꽃봉만 차지하였구나. 그때는 어느 땐고 허니, 송(宋) 천자(天子)께서 황후(皇后) 홀연(忽然) 붕(崩)하신 후 납비(納妃)를 아니 허시고 세상의 기화요초(琪花瑤草)를 구하여 황극전(皇極殿) 넓은 뜰에 가득히 심어 두고 조석(朝夕)으로 화초를 구경허실 제,

 

[중중모리]
화초(花草)도 많고 많다. 팔월 부용(芙蓉)의 군자용(君子容), 만당추수(滿塘秋水)에 홍련화(紅蓮華), 암향부동월황혼(暗香浮動月黃昏) 소식(消息) 전(傳)튼 한매화(寒梅花), 진시유랑거후재(儘是劉郎去後栽)는 붉어 있다고 복성꽃, 구월구일용산음(九月九日龍山飮) 소축신(笑逐臣) 국화꽃, 삼천제자(三千弟子)를 강론(講論)하니 행단춘풍(杏壇春風)의 은행(銀杏)꽃. 이화만지불개문(梨花滿地不開門)허니 장신궁(長信宮) 중(中) 배꽃이요, 천태산(天台山) 들어가니 양변개(兩邊開) 작약(芍藥)이요, 원정(怨情) 부지(不知) 이별(離別)허니 옥창오견(玉窓五見)의 앵도화(櫻桃花). 촉국한(蜀國恨)을 못 이기어 제혈(啼血)허던 두견화(杜鵑花), 이화(李花) 도화(桃花) 계관화(鷄冠花) 홍국(紅菊) 백국(白菊) 사계화(四季花) 동원도리편시춘(東園桃李片時春) 목동요지행화촌(牧童遙指杏花村), 월중단계(月中丹桂) 무삼경(無三更) 달 가운데 계수(桂樹)나무 백일홍(百日紅) 영산홍(映山紅) 왜(倭)철쭉 진달화 난초(蘭草) 파초(芭蕉) 오미자(五味子) 치자(梔子) 감자(柑子) 유자(柚子) 석류(石榴) 능낭 능금 포도 머루 어름 대추 각색(各色) 화초 갖은 향과(香果) 좌우(左右)로 심었난디 향풍(香風)이 건듯 불며 벌 나비 새 짐생들이 지지 울며 노닌다.

 

[아니리]
이때의 도선주는 천자께서 화초를 구하신단 소문을 듣고 인당수에 떴던 꽃을 어전(御前)에 진상(進上)허니 천자(天子) 보시고 세상(世上)에는 없는 꽃이라 선인을 입시하여 치하(致賀)하시고  무릉 태수(太守)를 봉하였구나. 그 꽃을 후궁(後宮) 화계(花階) 상(上)에 심어 놓고 조석(朝夕)으로 화초를 구경하실 제,

 

[중모리]
천자 보시고 반기허여 요지(瑤池) 벽도화(碧桃花)를 동방삭(東方朔)이 따온 지가 삼천 년이 못 다되니 벽도화(碧桃花)도 아니요, 극락세계(極樂世界) 연화(蓮花) 꽃이 떨어져 해상의 떠왔던지 그 꽃 이름은 강선화(降仙花)라 지으시고 조석으로 화초를 구경할 제 일야(一夜)는 천자 심신(心身)이 황홀하야 화계 상을 거니난디 뜻밖에 강선화 벌어지며 선녀들이 서 있거날 천자 괴이 여겨 “너희가 귀신이냐 사람이냐?” 선녀 예하고 여짜오되 “남해용궁(南海龍宮) 시녀로서 심 소저를 모시고 세상(世上)에 나왔다가 불의(不意)에 천안(天顔)을 범(犯)하였사오니 황공무지(惶恐無地)하오이다.” 인홀불견(因忽不見) 간 곳 없고 한 선녀 서 있거날

 

[아니리]
황제 반신반의(半信半疑) 하야 대강 연유(緣由)를 탐문(探問)한 바 세상의 심 소저라. 궁녀로 시위(侍衛)하여 별궁(別宮)으로 모셔놓고 이튿날 조회(朝會) 끝에 만조백관(滿朝百官)에게 간밤 꽃봉 사연(事緣)을 말씀하니 만조제신(滿朝諸臣)이 여짜오되 “국모(國母) 없음을 하느님이 아옵시고 배필을 인도하심이니 천여불취(天與不取)면 반수기구(反受其咎)이라. 인연으로 정하소서.” 그 말이 옳다 허고 그 날로 택일(擇日)허여 놓으니 오월(五月) 오일(五日) 갑자(甲子) 시(時)라. 심 황후 입궁 후에 연년(年年)이 풍년이요, 가가(家家)이 태평(太平)이라.

 

[창조]
그때여 심 황후 부귀 무쌍(無雙)허나 다만 부친 생각뿐이로다.

 

[아니리]
하루는 옥난간(玉欄干)에 높이 앉어,

 

[진양조]
추월(秋月)은 만정(滿庭)허여 산호(珊瑚) 주렴(珠簾) 비쳐들 제, 청천(靑天)의 외기러기는 월하(月下)에 높이 떠서 뚜루루 낄룩 울음을 울고 가니, 심 황후 반기 듣고 기러기 불러 말을 헌다. “오느냐 저 기럭아, 소중랑 북해상(北海上)에 편지 전턴 기러기냐. 도화동을 가거들랑 불쌍헌 우리 부친 전에 편지 일 장(張) 전하여라.” 편지를 쓰랴 헐 제. 한 자(字) 쓰고 눈물짓고 두 자 쓰고 한숨 쉬니 눈물이 먼저 떨어져서 글자가 수묵(水墨)이 되니 언어(言語)가 도착(倒錯)이로구나. 편지 접어 손에 들고 문을 열고 나서보니 기럭은 간 곳 없고 창망(滄茫)헌 구름 밖에 별과 달만 뚜렷이 밝았구나.

 

[아니리]
이때에 황제 내궁(內宮)에 들어와 황후(皇后)를 살피시니 수심이 띄었거늘 황제 물으시되 “무슨 근심이 있나이까?” 심 황후 여짜오되 “솔토지빈(率土之濱)이 막비왕신(莫非王臣)라, 이 세상에 불쌍한 게 맹인이라 천지일월(天地日月)을 못 보니 적포지한(積抱之恨)을 한때라도 풀어 주심이 신첩(臣妾)의 평생 원(願)이로소이다.” 황제 칭찬하시고, 맹인 잔치를 여시는디 “각도각읍(各道各邑)으로 행관(行關)하되 대소(大小) 인민(人民) 간의 맹인 잔치에 참여하게 하라, 만일 빠진 맹인(盲人)이 있으면 그 고을 수령(守令)은 봉고파직(封庫罷職) 하리라”하고 각처(各處)로 전하였구나.

 

[진양조]
그때의 심 봉사는 모진 목숨 죽지도 않고 근근도생(僅僅圖生) 지내갈 제 무릉촌 승상 부인이 심 소저를 보내시고 강두(江頭)에 망사대(望思臺)를 지어 놓고 춘추로 제향헐 제, 도화동 사람들도 심 소저의 효성이 감동되어 망사대 곁에 타루비(墮淚碑)를 세워놓니 비문(碑文)에 허였으되 “지위노친평생한(至爲老親平生恨)허여 살신성효행선거(殺身成孝行船去)라, 연파만리상심벽(煙波萬里傷心碧)허니 방초년년환불귀(芳草年年還不歸)라.” 이렇다 비를 허여 세워놓니, 오고가는 행인들도 뉘 아니 슬퍼하리. 심 봉사도 딸 생각이 나거드면 지팡막대 흩어 짚고 더듬더듬 찾아가서 비문을 안고 우드니라. 일일(一日)은 심 봉사 마음이 산란하여 딸의 비를 찾아가서 “후유 후유 아이고 내 자식아, 내가 왔다. 너는 아비 눈을 띄우랴고 수중고혼(水中孤魂)이 되고 나는 모진 목숨이 죽지도 않고 이 지경이 웬일이란 말이냐. 날 다려 가거라, 나를 다려 가거라. 산신(山神) 부락귀(部落鬼)야, 날 잡어 가거라 살기도 나는 귀찬허고, 눈 뜨기도 내사 싫다.” 비문 앞에 가 엎더져 내려둥글 치둥굴며 머리도 찧고 가삼 꽝꽝 두발을 굴러 남지서지(南之西之)를 가리키는구나.

 

[창조]
낮이면 강두(江頭)에 가 울고, 밤이면 집에 와 울고

 

[아니리]
눈물로 세월을 보낼 적에 심 봉사가 의식은 겨우 견디나 사고무친 수족(手足) 없어 사람하나를 구하랴 헐 제 마침 본촌에 뺑덕이라는 여자가 있어 심 봉사가 전곡(錢穀) 있단 말을 듣고 동네사람도 모르게 살짝 자원(自願) 출가(出嫁)하였난디 이 뺑덕이네가 심 봉사 재산을 꼭 먹성질로 망허겄다.

 

[자진모리]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떡 잘 먹고, 양식 주고, 술 사먹고, 벼 퍼주고, 고기 사먹고, 동인 잡고 욕 잘 허고, 행인 잡고 패악(悖惡)허고 이웃집에 밥 붙이기 잠자면 이 갈기와 배 끓고 발목 떨고, 한밤중 울음 울고, 오고가는 행인들께 담배 달라 실랑허고, 정자 밑에 낮잠 자고, 남이 혼인허랴 허고, 단단히 믿었는디 해담(害談)을 잘 허기와 신부 신랑 잠자는디 가만가만 가만가만 뒤로 살짝 돌아가 봉창(封窓)에 입을 대고 “불이여!” 힐끗허면 핼끗허고, 핼끗허면 힐끗하고, 삐쭉허면 빼쭉허고, 빼쭉하면 삐쭉허고, 이년의 행실이 이러허여도 심 봉사는 아무런 줄을 모르고 아조 뺑파에게 콱 미쳤겄다.

 

[아니리]
하로난 관가에서 심 봉사를 불러 들어가니, 사또 허신 말씀 “지금 황성서 맹인 잔치가 있는디 잔치 참여 아니 하면 그 고을 수령을 봉고파직한다고 관자(關子)가 내렸으니 즉시 올라가라.” 노자(路資)까지 후이 주겄다. 심 봉사 대답허고 집으로 돌아와 “여보 뺑덕이네, 오늘 관가에 가니 황성 맹인 잔치를 가라허니 나 혼자 어찌 갈게.”

 

[창조]
“아이고 여보 영감, 황성 천리 먼먼 길을

 

[아니리]
영감 혼자 어찌 가신단 말이요.

 

[창조]
여필종부(女必從夫)라니 천리라도 가고 만 리라도 같이 가지요.”

 

[아니리]
“열, 열, 열녀로다. 그렇지, 아 다 보아도 우리 뺑파 같은 사람은 못 보았고, 그러면 돈 냥이나 있는 것 뉘게다 맡기고 갈꼬?” “아이고 저러기에 외정(外丁)은 살림 속을 몰라. 낳도 못허는 아이 선다고 살구 값, 팥죽 값, 떡 값, 그리저리 제하면 무슨 돈 있겄소?” “그래 잘 먹었다. 계집 먹은 것 쥐 먹은 것이라니 그만두고 황성길이나 떠나세.” 심 봉사가 뺑덕이네 앞세우고 길을 떠나는디,

 

[중모리]
“도화동아 잘 있거라. 이제 내가 떠나가면 어느 년 어느 때 오라느냐.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 황성 천리를 어이 가리. 오날은 가다가 어디가 자며 내일은 가다가 어데 가 잘고. 유황숙(劉皇叔)의 단계(檀溪) 뛰던 적로마(的盧馬)나 있거드면 이날 이 시(時)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병신 몸이 몇 날을 걸어 황성을 가리.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 자룡(子龍) 타고 월강(越江)허던 청총마(靑驄馬)나 있거드면 이날 이 시로 가련마는 몇 날 걸어 황성 가리 여보소 뺑덕이네.” “예.” “길소리나 좀 메겨 주소. 다리 아퍼 못 가겄네.” 뺑덕이네가 길소리를 메기난디 어디서 들었다던지 전라도 김매기 반 경상도 메나리조(調)로 한번 메겨 보난디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 황성 천리를 어이 가리. 날개 돋친 학이나 되면 펄 펄 수루루 날아 이날 이 시로 가련마는 몇 날 걸어 황성 가리. 어이 가리너 어이를 가리.”

 

[아니리]
한곳을 당도허니 봉사 수십 명이 모였거늘 “자, 우리가 이렇게 모였으니 벽돌림 시조나 한 장씩 불러 봅시다.” 심 봉사가 시조를 시주로 잘못 알아듣고 “아이고 내 앞에서 시주 말 내도 마시오. 내 딸 심청이가 시주 속으로 죽었소.” 여러 봉사 대소(大笑)허고 길을 떠나 갈 제,

 

[중모리]
이렇다시 길을 가다 주막에 들어서 잠을 잘 제, 근처 사는 황 봉사라는 봉사가 주인과 약속을 하고 뺑덕이네를 꼬여 밤중에 도망을 하였난디, 심 봉사는 아무 물색을 모르고 첫 새벽에 일어나서 뺑덕이네를 찾는구나.

 

[아니리]
심 봉사가 깜짝 놀라 방 네 구석을 더듬어 보니 뺑덕이네가 가고 없네. “여보 주인, 혹 우리 마누라 안에 들어갔소?” “밤중쯤 되어서 새파란 봉사 한 사람하고 새벽질 떠난다고 벌써 갔소.”

 

[창조]
심 봉사가 그제야 뺑덕이네가 도망친 줄 짐작허고

 

[진양조]
“허허, 뺑덕이네가 갔네 그려. 덕이네,덕이네, 덕이네, 뺑덕이네. 뺑덕이네가 도망을 갔네. 당초에 니가 버릴 테면 있던 곳에서 마다허지, 수백 리 타향에다가 나를 두고 니가 무엇이 잘 되겠느냐. 귀신이라도 못 되리라 요년아, 너 그런 줄 내몰랐다. 아서라, 니까짓 것 생각하는 놈이 시러베아들 놈이제. 현철허신 곽씨도 죽고 살고 출천대효 내 딸 청이도 생이별을 하였는디, 너까짓 년 생각하는 내가 미친놈이로구나.”

 

[중모리]
날이 차차 밝아지니 황성 길을 올라간다. 주막 밖을 나서더니 그래도 생각나서 “뺑덕이네 덕이네,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눈뜬 가장 배반키도 사람치고는 못 할 터인데, 눈 어둔 날 버리고 니가 무엇이 잘 되겠느냐. 새서방 따라서 잘 가거라.” 새만 푸르르르 날아가도 뺑덕이넨가 의심을 허고 바람만 우루루루 불어도 뺑덕이넨가 의심을 허네. 그렁저렁 올라갈 제, 이때는 어느 땐고. 오뉴월 삼복(三伏) 성염(盛炎)이라. 태양은 불볕 같고 더운 땀을 휘뿌릴 제, 한곳을 점점 내려가니

 

[중중모리]
시내 유수는 청산으로 돌고 이 골 물이 쭈르르르 저 골 물이 꽐꽐, 열에 열두 골물이 한데로 합수(合水)쳐 천방(天方)자 지방(地方)자 월턱져 구부져 방울이 버끔져 건넌 병풍석(屛風石)에다 마주 쾅쾅 마주 쌔려 산이 울렁거려 떠나간다. 이런 경치(景致)가 또 있나. 심 봉사 좋아라고 물소리 듣고 반긴다. 더듬더듬 더듬더듬 더듬더듬 내려가서 의복을 훨훨 벗어 놓고 물에 가 풍덩 들어앉으며 “에이, 시원하고 장히 좋다.” 물 한주먹을 덥석 쥐어 양치질도 퀄퀄하고 또 한주먹을 덥석 집어 겨드랑도 문지르며 “에이 시원하고 장히 좋다. 삼각산(三角山)을 올라선들 이어서 시원하며 동해(東海) 유수(流水)를 다 마신들 이어서 시원허리.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툼벙툼벙 좋을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아니리]
목욕허고 나와 보니 의관(衣冠) 행장(行裝)이 없거날

 

[창조]
심 봉사 기가 막혀 “아 이 좀도둑놈들아 내 옷 가져 오너라. 내 옷 갖다 입은 놈들은 열두 대 떼 봉사 날 것이다.

 

[중모리]
허허 이제는 영 죽었네. 허허 이게 웬일이여,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백수(白首) 풍신(風神) 늙은 몸이 의복이 없었으니 황성길을 어이 가리.” 위아래를 훨씬 벗고 더듬더듬 올라갈 제, 체면 있는 양반이라 두 손으로 앞가리고 “내 앞에 부인네 오시거든 돌아서서 가시오, 나 벗었소.”

 

[아니리]
한곳을 당도허니

 

[창조]
에이찌루 에이찌루 어라.

 

[아니리]
심 봉사 반기 여겨 “옳다 어디서 관장이 오나부다 관(官)은 민지부모(民之父母)라니, 억지나 좀 써보리라.” 두 손으로 앞을 가리고 기엄기엄 들어가며 “아뢰어라, 아뢰어라 급창(及唱) 아뢰어라. 황성 가는 봉사로써 배알(拜謁) 차로 아뢰어라.” 행차가 머물드니 “어데 사는 소경이며 어찌하여 옷을 벗었으며 무슨 말을 하랴는고?”

 

[창조]
“예, 소맹은 황주 도화동 사옵는디 황성 잔치 가는 길에 날이 하 더웁기로 이곳에서 목욕을 허다 의관의복을 잃었으니

 

[아니리]
찾아주고 가옵거나 별반(別般) 처분(處分)을 하옵소서.”

 

[중모리]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라 하였으니 태수장(太守丈) 덕택의 살려주오.”

 

[아니리]
이 행차는 무릉 태수라 수배(隨陪) 불러 의복 한 벌 내어주라, 급창 불러 갓 망근 내어주라. 노비(路費)까지 후이 주며 잘 가라 하니, “황송한 말씀이오나, 그 무지한 놈들이 담뱃대까지 가져갔사오니 어찌 하오리까.” 태수 허허 웃고 담뱃대까지 내어 주었것다. 심 봉사가 좋아라고 “은혜 백골난망(白骨難忘)이오.” 백배사례(百拜謝禮) 하직허고 황성 길을 올라갈 제, 녹수경(綠樹京)을 지내어 낙수교(洛水橋)를 건너, 한곳을 다다르니 방아집이 있거늘 여인들이 모여 방아를 찧는디 심 봉사를 보고 조롱을 허겄다. “근래 봉사들 한 시기 좋더구. 저 봉사도 황성 잔치에 가는 봉사인가부지. 거기 앉어 있지 말고 이리 와서 방아나 좀 찧어주고 가시오.” 심 봉사가 그 말 듣고 “점심만 줄 테면 방아 찧어주지요.” “아, 드리고말고요. 술도 주고 밥도 주고 고기도 줄 터이니 방아나 좀 찧어 주시오.” “허, 실없이 여러 가지 것 많이 준다.” 심 봉사가 점심을 얻어먹을 양으로 방아를 한번 찧어 보는디,

 

[중중모리]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떨크렁 떵 잘 찧는다 어유화 방아요. 태고(太古)라 천황씨(天皇氏)는 이목덕(以木德)으로 왕하였으니 남기 아니 중헐소냐 어유화 방아요. 유소씨(有巢氏) 구목위소(構木爲巢) 이 남기로 집지셨나. 어유화 방아요. 신농씨(神農氏) 만든 쟁기 이 남기로 따부 했나. 어유화 방아요. 이 방아가 뉘 방아냐 강태공(姜太公)의 조작(造作)이로다 어유화 방아요. 방아 만든 태도를 보니 사람을 비양(比樣)튼가 이상하고도 맹랑하다 어유화 방아요. 옥빈홍안(玉鬢紅顔) 태도(態度)런가 가는 허리에 잠(簪)이 질렸구나 어유화 방아요. 길고 가는 허리를 보니 초왕(楚王) 궁인(宮人) 허리런가 어유화 방아요. 덜크덩 떵 잘 찧는다 어유화 방아요. 머리 들어 오르는 양 창해(滄海) 노룡(老龍)이 성을 낸듯 어유화 방아요. 머리 숙여 내리는 양 주(周) 난왕(赧王)의 돈수(頓首)런가 어유화 방아요. 오고대부(五羖大夫) 죽은 후에  방아 소리를 끊쳤더니, 우리 성상(聖上) 즉위(卽位)허사 국태민안(國泰民安) 하옵시니 하물며 맹인 잔치 고금(古今)에 없는지라. 우리도 태평성대(太平聖代) 방아소리나 하여보자. 어유화 방아요.”

 

[자진모리]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한 다리 치어 들고, 한 다리 내려딛고, 오리락내리락 허는 모양 사람보기 이상허구나. 어유화 방아요. 황성천리 가는 길에 이 방아를 만들었나. 어유화 방아요. 고소하구나 깨방아, 찐득찐득 찰떡 방아. 어유화 방아요. 재채기난다 고추 방아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어유화 방아요 보리쌀 뜨물에 풋호박 국 끓여라. 우리 방애꾼 배 충분허자 어유화 방아요. 떨크덩 떵떵 자주 찧어라. 점심때가 늦어간다. 어유화 방아요.

 

[아니리]
이렇다 방아를 찧고 점심밥 얻어먹은 후에 그렁저렁 길을 걸어 한곳을 당도허니 어떠한 여인이 문밖에 섰다. 심 봉사를 청하거늘 심 봉사 내념(內念)의 이곳은 나 알 이가 없겄마는 이상한 일이로다. 여인을 따라가니 외당(外堂)에 앉히고 저녁밥을 드리거날 석반(夕飯) 먹고 있노라니 여인이 다시 나와 “봉사님 내당(內堂)으로 좀 들어 가옵시다.” 심 봉사 깜짝 놀래 “댁이 무슨 의단(疑團) 있소. 나는 독경(讀經) 못하는 봉사요.” “다른 걱정 말으시고, 내당으로 좀 들어 가옵시다.” 여인을 따라 내당으로 들어가니 어떠한 부인이 좌를 주어 앉히면서 그 부인 하는 말이 “당신이 심 봉사요?” “어찌 아시니까?” “아는 도리가 있나이다.”

 

[중모리]
이 부인이 말씀허되 “저는 안 가(家)로써 황성에 사옵더니 부모 일찍 기세(棄世)허고 저도 또한 맹인이 되어 복술(卜術)을 배워 평생을 아자지(我自知)라. 이십오 세에 길연(吉緣)이 있는디, 지금 제가 이십오 세일 뿐더러 간밤에 꿈을 꾸니 하늘에 일월(日月)이 떨어져 물에 잠겨 보이니 심 씨 맹인 만날 줄을 짐작허고 지내는 맹인을 차례로 물어 가옵더니 천우신조하여(天佑神助) 이제야 만났으니 인연(因緣)인가 하옵니다.”

 

[아니리]
심 봉사 좋아라고 맘이야 좋건마는 천부당만부당(千不當萬不當)허는 소리 내게는 하나도 불관(不關)이오. 어찌되었든 간에 그날 밤 동방화촉(洞房華燭)에 호접몽(蝴蝶夢)을 이뤘것다.

 

[진양조]
그때여 심 황후는 부친 생각 간절허여 자탄(自歎)으로 울음을 울 제, "이 잔치를 배설(排設)키는 부친을 위함인디 어찌하여 못 오신고? 내가 영영 인당수에 죽은 줄 알으시고 애통(哀痛)허시다, 세상을 버리셨나? 부처님의 영험(靈驗)으로 완연(宛然)히 눈을 떠 맹인 축에 빠지신가? 당년(當年) 칠십 노환(老患)으로 병이 들어 못 오신거나? 오시다가 노변(路邊)에서 무슨 낭패(狼狽) 당허신가? 오늘 잔치 망종(亡終)인디 어찌하여 못 오신거나?" 신세 자탄으로 울음을 운다.

 

[아니리]
이렇다시 자탄을 하시다 예부상서(禮部尙書) 불러 분부하시되, “오늘도 오는 소경이 있거든 성명을 낱낱이 받아 올리되 황주 도화동 사는 심학규라 하는 이 있거든 별전으로 모셔 드려라.” 그때에 심 봉사는 안 씨 부인과 인연을 정한 후에 잠을 자고 일어나드니 수심이 가득 하였거늘 안 씨 부인 물어 허는 말이, “무슨 근심이 있나이까?”

 

[창조]
간밤에 꿈을 꾸니 내가 불 속에 들어가 보이고 가죽을 베껴 북을 메어 보이고, 나뭇잎이 떨어져 뿌리를 덮어 보이니

 

[아니리]
그 아니 흉몽이오?” 안 씨 부인 듣고 꿈 해몽을 하는디,

 

[창조]
“신입화(身入火)하니 화락(和樂)할 꿈이요, 거피작고(去皮作鼓)허니 큰소리 날 꿈이요, 낙엽(落葉)이 귀근(歸根)하니, 자녀를 상봉이라.

 

[아니리]
그 꿈 대단히 좋사오니, 오날 궐문 안을 들어가면 좋은 일 있으오리다.” “천부당만부당한 소리 내게난 하나도 불관이요.” 아침밥을 먹고 궐내에 들어가는디,

 

[중중모리]
정원사령(政院使令)이 나온다. 정원사령(政院使令)이 나온다. “각도각읍(各道各邑) 소경님네, 오늘 맹인 잔치 망종이니 잔치 참례(參禮)하옵소서.” 골목골목 다니면서  이렇다 외난 소리, 원근산천(遠近山川)이 떠드렇게 들린다. “한 맹인도 빠짐없이 다 참례 하옵소서.”

 

[아니리]
그때여 수백 명 봉사들이 궐문 안에 들어가 앉었을 제 심 봉사는 제일 말석(末席)에 참례(參禮)하였것다. 봉사의 성명을 차례로 물어 갈 제, 심 봉사 앞에 당도하야 "이 봉사 성명이 무엇이요?" "예, 나는 심학규요." "심맹인 여기 계시다!" 심 봉사를 뫼시고 별궁(別宮) 으로 들어가니 심 봉사가 일향 죄가 있난지라. "아이고 어쩌려고 이러시오. 허허 이놈 용케 죽을 데 잘 찾어 들어왔다." 내궁에 들으니 그때 심 황후는 언간 용궁에 삼 년이 되었고 심 봉사는 딸 생각에 어찌 울고 세월을 보냈던지 더욱 백수(白首) 되었구나! 심 황후 물으시되

 

[창조]
"거주성명(居住姓名)이 무엇이며 처자 있는가를 물어 보아라." 심 봉사가 처자(妻子) 말을 듣더니 먼눈에서 눈물이 뚝뚝 뚝뚝 떨어지며

 

[중모리]
"예, 예, 아뢰리다. 예, 소맹(小盲)이 아뢰리다. 소맹이 사옵기는 황주 도화동이 고토(故土)옵고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 년 삼월 달에 산후탈로 상처(喪妻)허고 어미 잃은 딸자식을 강보(襁褓)에 싸서 안고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동냥젖 얻어 먹여 겨우 겨우 길러내어 십오 세가 되었으되 이름은 심청이요, 효성이 출천하야 그 애가 밥을 빌어 근근도생(僅僅圖生) 지내 갈 제, 우연히 중이 찾어와서 공양미 삼백 석을 몽은사로 시주허면 소맹이 눈을 뜬다 허니 효성 있는 딸자식이 남경 장사 선인들께 삼백 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 제수로 죽은 지가 삼 년이요, 눈도 뜨지 못 하옵고 자식 팔아먹은 놈을 살려 두어 쓸 데 있소? 당장에 목숨을 끊어주오."

 

[아니리]
심 황후가 부친을 모를 리가 없지마는 소리를 허자니 자연즉 늦게 알었든가 부드라.

 

[자진모리]
심 황후 거동 봐라. 이말이 지듯 마듯 산호 주렴 걷혀버리고 부친 앞으로 우루루루루루루루루 "아이고 아버지!" 심 봉사 이 말을 듣고 먼눈을 희번덕거리며 “누가 날더러 아버지라 하여,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아버지라니 누구여, 무남독녀 외딸 하나 물에 빠져 죽은 지가 우금(于今) 삼 년인디, 아버지라니 이거 웬 말이여!"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어서 저를 보옵소서. 인당수 빠져 죽은 불효(不孝) 여식(女息) 심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어서 청이를 보옵소서." 심 봉사 이 말을 듣고 먼눈을 희번덕거리며 ”예이 이것 웬 말이냐? 내가 죽어 수궁을 들어 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이것이 참말이냐, 죽고 없난 내 딸 심청 여기가 어디라고 살어오다니 웬 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아이고 갑갑허여라! 내가 눈이 있어야 보지, 어디 내 딸 좀 보자!" 두 눈을 끔적끔적 끔적거리더니 두 눈을 번쩍 떴구나.

 

[아니리]
눈을 뜨고 보니 세상이 해작해작허구나! 심 봉사 눈 뜬 바람에 만좌(滿座) 맹인이 모도 일시에 눈을 뜨는디, 눈 뜨는 데도 장단이 있든가 보더라.

 

[자진모리]
만자 맹인이 눈을 뜬다. 전라도 순창 담양 새 갈모 띄는 소리라, 쫙쫙 쫙 허더니마는 모다 눈을 떠 버리난디 석 달 안에 큰 잔치에 먼저 와서 참례허고 내려가던 봉사들도 저의 집에서 눈을 뜨고 미처 당도 못한 맹인 중로(中路)에서 눈을 뜨고 천하 맹인이 모도 일시에 눈을 뜨는디, 가다 뜨고 오다 뜨고 자다 깨다 뜨고 울다 웃다 뜨고, 헤매다 뜨고 떠보느라고 뜨고, 앉어 뜨고, 서서 뜨고, 무단히 뜨고, 실없이 뜨고, 어이없이 뜨고, 졸다 번듯 뜨고, 눈을 끔적거리다가 뜨고, 눈을 부벼 보느라고 뜨고, 지어비금주수(至於飛禽走獸)라도 눈먼 짐승도 일시에 눈을 떠서 광명천지(光明天地)가 되었구나. 

 

[아니리]
심 봉사가 그제야 정신차려 딸을 자세히 살펴보니, 칠보금관(七寶金冠) 황홀허여 딸이라니 딸인 줄 알지 전후불견(前後不見) 초면(初面)이로구나. 얼굴을 가만히 보더니마는

 

[중모리]
옳제, 인제 알겄구나. 내가 분명 알겄구나. 갑자(甲子) 사월(四月) 초파일야(初八日夜) 꿈 속에 보던 얼굴 분명헌 내 딸이라. 죽은 딸을 다시 보니, 인도환생(人道還生)을 허였는가 내가 죽어 따라 왔나, 이것이 꿈이냐 이것이 생시(生時)냐. 꿈과 생시 분별(分別)을 못 허겠네.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 좋을씨구. 어제까지도 내가 맹인이 되어 지팽이를 짚고 나서면 어데로 갈 줄을 아느냐 올 줄을 아느냐. 오날부터 새 세상이 되었으니 지팽이 너도 고생 많이 허였다. 피루루루루루 내던지고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 자자자 좋을씨구.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어둡던 눈을 뜨고 보니 황성궁궐(皇城宮闕)이 웬 일이며, 궁안을 살펴보니 창해만리(滄海萬里) 먼 먼 길, 인당수 죽은 몸이 환세상(還世上) 황후(皇后) 되어 천천만만(千千萬萬) 뜻밖이라. 얼씨구나 절씨구. 어둠침침 빈방 안에 불킨 듯이 반갑고, 산양수(山陽水) 큰 싸움에 자룡(子龍) 본 듯이 반갑네. 흥진비래(興盡悲來) 고진감래(苦盡甘來) 날로 두고 이름인가. 여러 봉사들도 좋아라고 춤을 추며 노닌다.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태곳적 시절 이래로 봉사 눈 떴단 말 처음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일월이 밝아 중복허니 요순천지(堯舜天地)가 되었네. 송천자(宋天子) 폐하(陛下)도 만만세(萬萬歲). 심 황후 폐하도 만만세(萬萬歲). 천천만만세(千千萬萬歲) 태평(太平)으로만 누리소서,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아니리]
여러 봉사들도 심 부원군과 함께 춤을 추고 노는디, 그 중의 눈 못 뜬 봉사 하나가 아무 물색도 모르고 함부로 뛰놀다가 여러 봉사 눈 뜬 것을 듣더니마는 한편에 가 울고 있구나. 심 황후 보시고 분부 허시되, “지어비금주수까지도 눈을 떴난디, 저 봉사는 무슨 죄가 지중(至重)허여 홀로 눈을 못 뜨는고? 사실을 알아 들여라.”

 

[창조]
황 봉사가 아뢰난디

 

[중모리]
“예, 예 아뢰리다. 소맹의 죄를 아뢰리다. 심 부원군 행차 시에 뺑덕이네라 하는 여인을  앞세우고 오시다가 주막에 숙소할 제, 한밤중에 유인하여 함께 도망을 허였는디, 그날 밤 오경시(五更時)에 심부원군(沈府院君) 우는 소리, 구천(九泉)에 사무쳐서 명천(明天)이 아신 바라. 눈도 뜨지 못하옵고 이런 천하 못 쓸 놈을 살려 두어 쓸데 있소? 비수검 드는 칼로 당장에 목숨을 끊어 주오.”

 

[아니리]
심 황후 들으시고 “네 죄를 생각허면 죽여 마땅허나 네 죄를 네가 알고 말하기로 특히 살리노라.” 어명허여 노니 황 봉사는 눈을 하나 밖에 못 뜬 것이 마치 총 놓기 좋게 되었구나. 이런 일을 보드래도 적선지가(積善之家)에 필유여경(必有餘慶)이요, 적악지가(積惡之家)에 필유여앙(必有餘殃)이라. 어찌 천도(天道)가 없다 하리요.

 

[엇중모리]
그때의 심 생원은 부원군(府院君)을 봉허시고 안 씨 부인 교지(敎旨)를 내려 정렬부인(貞烈夫人)을 봉허시고, 무릉촌 승상 부인은 별급상사(別給賞賜) 시키시고 그 아들을 직품(職品)을 돋우어 예부상서 시키시고 화주승은 불러 올려 당상(堂上)을 시키시고, 젖먹이던 부인들과 귀덕 어미는 천금상을 내리시고 무릉 태수 형주 자사는 내직으로 입시허고, 도화동 백성들은 세역(稅役)을 없앴으니 천천만만세(千千萬萬歲)를 누리더라. 어화 여러 벗님네들 이 소리를 허망이 듣지 말고 심청 같은 효성으로 천추유전(千秋遺傳) 허옵시다. 그 뒤야 뉘가 알랴? 호가(好歌)도 장창불락(長唱不樂)이라. 그만 더질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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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6]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 사설

 

[20230220_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 정오표.pdf (86.99 KB) 다운받기]

 

https://blog.jinbo.net/jayul/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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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8_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 사설.pdf (455.29 KB) 다운받기]

 

20221208 김세종제(金世宗制) 판소리 춘향가 사설
dolmin98@hanmail.net 돌민

 

[아니리]

호남의 남원이라 허는 고을이 옛날 대방군이었다. 동으로 지리산 서로 적성강, 남적강성 허고 북통운암허니 곳곳이 금수강산이요, 번화승지로구나. 산 지형이 이러허니 남녀간 일색도 나려니와 만고충신 관왕묘를 모셨으니, 당당한 충렬이 아니 날 수 있겄느냐? 숙종대왕 즉위 초에 사또 자제 도련님 한 분이 계시되, 연광은 십육 세요, 이목이 청수허고 거지현량허니 진세간 기남자라. 하로난 일기 화창하야 사또 자제 도련님이 방자 불러 분부허시되 “얘, 방자야, 내 너의 고을 내려 온 지 수삼 삭이 되었으나 놀기 좋은 경치를 몰랐으니, 어디 어디가 좋으냐?” 방자 여짜오되, “아니 여보시오 도련님. 인제 공부하시는 도련님이 승지는 찾아서 무엇허시려오?” “네가 모르는 말이로다. 자고로 문장호걸들이 승지강산을 구경허고 대문장이 되었느니라. 승지라 허는 것은 도처마다 글귀로다. 내 이를 터이니 들어 보아라.

 

[중중모리]

기산 영수 별건곤, 소부 허유 놀고 채석강 명월야에 이적선도 놀아 있고 적벽강 추야월의 소동파도 놀고, 시상리 오류촌 도연명도 놀아 있고, 상산의 바돌 뒤던 사호 선생이 놀았으니, 내 또한 호협사라. 동원도리편시춘 아니 놀고 무엇허리? 잔말 말고 일러라.”

 

[아니리]

“도련님 말씀이 그리 허옵시면 대강 아뢰옵지요. 동문 밖 나가오면 선원사 좋사옵고, 서문 밖 나가오면 관왕묘를 모셔있어 만고영웅이 어제련 듯허옵고, 북문 밖을 나가오면 교룡산성 대복암이 좋사오며, 남문 밖을 나가오면 광한루 오작교 영주각이 삼남 제일루로소이다.” “이 애, 방자야 네 말을 들어보니 광한루가 제일 좋을 듯싶구나. 광한루 구경가게 나귀 안장 지어라.” “예이.”

 

[자진모리]

방자 분부 듣고, 나귀청으로 들어가, 나귀 솔질 살살 가진 안장 짓는다. 홍영, 자공, 산호편, 옥안, 금천, 황금륵, 청홍사 고운 굴레, 상모 물려 덥벅 달아 앞뒤 걸쳐 질끈 매, 칭칭 다래 은엽등자 호피 돋움이 좋다. 도련님 호사헐 제, 신수 좋은 고운 얼굴, 분세수 정히 허고, 감태 같은 채진 머리, 동백기름 광을 올려, 갑사 댕기 드려두고, 쌍문초 진동옷, 청중추막을 받쳐, 분합띠 눌러 띠고 만석 당혜를 좔좔 끌어, 방자 나귀를 붙들어라. 등자 딛고 선뜻 올라 통인방자 앞을 세고 남문 밖 나가실 제, 황학의 날개 같은 쇄금 당선 좌르르 피어 일광을 가리우고, 관도성남 너룬 길, 호기 있게 나가실 제, 봉황의 나난 티껼, 광풍 좇아 펄펄 날려, 도화점점 붉은 꽃 보보향풍 뚝 떨어져, 쌍옥제번 네 발굽에 걸음걸음이 생향이라. 일단선풍도화색 위절도적표마가 이에서 더하오며, 항장수 오추마가 이에서 더할쏘냐? 서부렁섭적거려 광한루 당도허여,

 

[아니리]

도련님이 광한루에 올라서서 사면 경치를 바라보실 적에

 

[진양조]

“적성의 아침 날의 늦인 안개 띠어있고, 녹수의 저문 봄은 화류동풍 둘렀난디, 요헌기구하최외난 임고대를 일러있고, 자각단루분조요난 광한루를 이름이로구나. 광한루도 좋거니와 오작교가 더욱 좋다. 오작교가 분명허면 견우직녀 없을쏘냐? 견우성은 내가 되려니와 직녀성은 뉘라서 될고? 오날 이곳 화림 중에 삼생연분 만나볼까?”

 

[아니리]

“좋다, 좋다! 과연 호남의 제일루라 허겄구나. 이 애, 방자야, 오늘같이 좋은 경치 중에 술이 없어 쓰겄느냐! 술 한 상 가져오너라.” 방자가 술상을 드려놓으니 도련님이 좋아라고, “이 애, 방자야 오날 술은 상하동락허여 연치 찾아 먹을 터이니, 너희 둘 중에 누가 나이를 더 먹었느냐?” “도련님 말씀이 그리하옵시면, 아마도 저 후배사령이 낫살이나 더한 듯허나이다.” “그럼 그 애부터 부어주어라.” 후배사령 먹은 후의 방자도 한 잔 먹고, 도련님도 못 자시는 약주를 이렇듯 이삼 배 자셔노니, 취흥이 도도허여,

 

[중중모리]

앉었다 일어서 두루두루 거닐며, 팔도강산 누대경개 손꼽아 헤아릴 제, 장성일면용용수 대야동두점점산 평양 감영의 부벽루, 연광정 일러있고, 주렴취각은 벽공에 늘어져, 수호문창은 덩실 솟아, 앞으로는 영주각, 뒤로는 무릉도원, 흰 ‘백’ 자, 붉을 ‘홍’은 송이송이 꽃피우고, 붉을 ‘단’, 푸를 ‘청’은 고물 고물이 단청이라. 유막황앵환우성은 벗 부르난 소리요, 황봉백접쌍쌍비난 향기 찾는 거동이라. 물은 보니 은하수요, 산은 장관 옥경이라. 옥경이 분명허면 월궁항아 없을쏘냐?

 

[자진중중모리]

백백홍홍난만중 어떠한 미인이 나온다. 해도 같고 달도 같은 어여쁜 미인이 나온다. 저와 같은 계집아이와 함께 그네를 뛰려 허고, 녹림 숲 속을 당도허여 휘늘어진 벽도 가지 휘휘 칭칭 잡어매고, 섬섬옥수를 번듯 들어 양 그넷줄을 갈라 쥐고 선뜻 올라 발구를 제, 한 번을 툭 구르니 앞이 번듯 높았고, 두 번을 툭 구르니 뒤가 번듯 솟았네. 난만도화 높은 가지 소소리 쳐 툭툭 차니, 춘풍취화낙홍설이요 행화습의난홍무라. 그대로 올라가면 요지황모를 만나볼 듯, 그대로 멀리 가면 월궁항아 만나볼 듯, 입은 것은 비단이나 찬 노리개 알 수 없고, 오고간 그 자취 사람은 사람이나 분명한 선녀라. 봉을 타고 내려와 진루의 농옥인가 구름타고 올라간 양대의 무산선녀, 어찌 보면 훨씬 멀고 어찌 보면 곧 가까워 들어갔다 나오는 양 연축비화낙무연, 도련님 심사가 산란허여

 

[아니리]

“이 애, 방자야. 저 건너 녹림 숲 속에 울긋불긋 오락가락 하는 게 저게 무엇이냐?” “아 도련님 무얼 보고 말씀이시오? 소인 놈 눈에는 아무 것도 안보이오.” “네 이놈 이리 가까이 와서 내 부채발로 보아라.” “부채발이요? 도련님 부채발은 말고요, 미륵님발로 보아도 안 보이오.” “네 이놈, 자세히 보아라.” “아 금매 자시는 말고 축시에 보아도 안 보인단 말이오.” “옳지 저기 올라간다, 올라가. 내려온다, 내려와.” “아 도련님 그것이 다른 것이 아니오라, 병든 솔갱이가 깃 다듬니라고 두 날개를 척 벌리고, 움쑥움쑥 허는 그걸 보고 말씀이시오?” “네 이놈! 내가 병든 솔갱이를 모르겠느냐? 어서 똑똑히 보아라. 옳지 저어기 들어간다, 들어가. 나온다, 나와.” “도련님 저것이 다른 것이 아니라, 오늘 아침에 우리 숫당나귀 고삐를 길게 매 놨드니, 그 건네 암당나귀를 보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걸 보고 말씀이시요?” “네 이놈! 내가 당나귀를 모를까? 어서 똑똑히 아뢰어라.” “아 금매 저릅대 똑똑 부질러도 안 보인단 말이오.” “그래, 그러면 내 눈에는 보이고 네 눈에는 안 보일진대, 내가 탐심이 없어 금이 화하여 보이는 게로구나!” “허허 도련님, 아 금출지내력을 소인 놈이 아뢸 텡께 자세히 들어보시오 잉.

 

[중중모리]

금이란 말씀 당치 않소. 금은 옛날 초한 적 육출기계 진평이가 범아부를 잡으려고, 황금 사만 근을 초군 중에 흩었으니 금이 어이 되오리까?” “그러면 저게 옥이냐?” “옥이란 말씀 당치 않소. 화염곤강 불이 붙어 옥석이 모두 다 탔으니 옥 한쪽이 있으리까?” “그러면 저것이 해당화란 말이냐?” “해당화란 말씀 당치 않소. 명사십리가 아니거든 해당화 어이 있으오리까?” “그러면 저것이 귀신이냐?” “귀신이란 말씀 당치 않소. 대명천지 밝은 낮에 귀신이 어이 있으리까?”

 

[아니리]

“그럼 금도 옥도 귀신도 아니라면 저게 무엇이란 말이냐? 답답하여 못 살겠구나. 어서 건너가 보고 오너라.” 방자 생각허되 하정의 도리로 웃양반을 너무나 속이는 것이 도리가 아니었다. “예이, 저게 다른 것이 아니오라, 이 고을 퇴기 월매의 딸이라 하옵난디 본시 제 몸 도고허여 기생구실 마다허고, 백화춘엽에 글자나 생각허며, 여공자색과 문필을 겸하였으며, 오월 단오일마다 여염집 아이들과 저곳에 나와서 추천을 하는 춘향이로소이다.” “이 애, 그럼 그 기생의 딸이란 말이로구나! 내 한번 못 불러볼까?” “그렇지 못 할 사정이 있사옵니다.” “그래 무슨 사정이란 말이냐?”

 

[자진모리]

“춘향의 설부화용 남방의 유명키, 장강의 색과 이두의 문필과 태사의 화순심과 이비 정렬행을 흉중에 품어 있어, 금천하지절색이요 만고여중의 군자오니, 황송한 말씀으로 호래척거는 못하리다.”

 

[아니리]

“이 애, 네가 무식허구나! 형산백옥과 여수황금이 물각유주라, 임자가 각각 있는 법이니 잔말 말고 빨리 불러 오도록 허여라.” “예이.”

 

[자진모리]

방자, 분부 듣고 춘향 부르러 건너간다. 겅거러지고 맵시 있고 태도 고운 저 방자 세속 없고 발랑거리고 우멍스런 저 방자, 서왕모요지연의 편지 전턴 청조처럼 말 잘허고 눈치 있고 영리한 저 방자, 쇠털 벙치, 궁초 갓끈 맵시 있게 달아 써, 성천동우주 접저고리, 삼승버선, 육날신을 수지 빌어 굽 들메고, 청창 옷 앞자락을 뒤로 잦처 잡어매, 한 발 여기 놓고 또 한 발 저기 놓고 충충 충충거리고 건너간다. 조약돌 덥석 집어 버들에 앉은 꾀꼬리 툭 처 휘어 처 날려보고, 장송가지 툭 꺽어 죽장 삼어서 좌르르 끌어 이리저리 건너가, 춘향 추천허는 앞에 바드드드득 들어서 춘향을 부르되 건혼이 뜨게, “아나 옜다, 춘향아!”

 

[아니리]

춘향이 깜짝 놀래 그네 아래 내려서며 “하마터면 낙상할 뻔하였구나!” “허허, 아 나 사서삼경 다 읽어도 이런 쫄쫄이 문자 처음 듣겄네. 인제 열대여섯 살 먹은 처녀가 뭣이 어쩌? 낙태했다네!” 향단이 썩 나서며 “아니 이 녀석아! 언제 우리 아씨가 낙태라드냐, 낙상이라고 했제!” “그래, 그건 잠시 농담이고, 향단이 너도 밥 잘 먹고 잠 잘 잤더냐? 그런데 큰일 났네. 오늘 일기 화창허여 사또 자제 도련님이 광한루 구경 나오셨다. 자네들 노는 거동을 보고 빨리 불러오라 허시니 나와 같이 건너가세.” “아니 엊그제 오신 도련님이 나를 어찌 알고 부르신단 말이냐? 네가 도련님 턱밑에 앉어 춘향이니 난행이니 기생이니 비생이니 종조리새 열씨까듯, 시앙쥐 씨 나락 까듯 똑똑 꼬아 바치라더냐? 이 쥐구녁으로 쏙 빠질 녀석아!” “허허, 춘향이 글공부만 허는 줄 알았더니 욕 공부도 담뿍 허였네그려. 아니 자네 욕은 고삿이 훤허시그려. 그러나 자네 처사가 그르제?” “아니 내 처사가 뭐가 그르단 말이냐?” “내 이를 터이니 들어 보아라.”

 

[중중모리]

“니 그른 내력을 니 들어 보아라. 니 그른 내력을 니 들어 보아라. 계집아이 행실로, 여봐라 추천을 헐량이면은 너의 집 후원의 그네를 매고, 남이 알까 모를까 허여 은근히 뛸 것이지, 또한 이곳을 논지허면, 광한루 머잖은 곳 녹음은 우거지고, 방초는 푸르러, 앞내 버들은 청포장 두르고, 뒷내 버들은 유록장 둘러, 한 가지는 찢어지고 또 한 가지는 늘어져, 춘비춘흥을 못 이기어 흔들흔들 너울너울 춤을 출 제, 외씨 같은 두발 맵시는 백운 간에 가 해뜩, 홍상자락은 펄렁, 잇속은 해뜩, 선웃음 방긋, 도련님이 너를 보시고 불렀지, 내가 무슨 말 허였단 말이냐? 잔말 말고 건너가세.”

 

[아니리]

“이 애가 점점 더 미치는구나. 내 미천허나 기안착명 헌 일 없고 여염집 아이로서 초면남자 전갈 듣고 따라가기 만무허니, 너나 어서 건너가거라.” “여보게 춘향이 오늘 이 기회가 시호시호부재래라. 아, 낭군을 얻으려면 뚜렷한 서울 낭군을 얻지, 시골 무지랭이를 얻으려느냐?” “허, 미친 녀석! 낭군도 시골 서울이 다르단 말이냐?” “그렇지야 인걸은 지령이라, 사람도 산세 따라 나는 법이다. 내가 이를 터이니 들어보아라.”

 

[자진모리]

“산세를 이를게 니 들어라. 산세를 이를게 니 들어. 경상도 산세는 산이 웅장허기로 사람이 나면 정직허고, 전라도 산세는 산이 촉허기로 사람이 나면 재조 있고, 충청도 산세는 산이 순순허기로 사람이 나면 인정 있고, 경기도로 올라 한양 터 보면 경운동 높고 백운산 떴다. 삼각산 세 가지 북주가 되고, 삼각산이 떨어져 인왕산이 주산이요, 종남산이 안산인디 동작이 수구를 막기로. 사람이 나면 선할디 선하고 악하기로 들면 별악지상이라. 양반 근본을 네 들어라. 부원군 대감이 자기 외삼촌이요, 이조판서가 동성조부님이요, 시직 남원 부사 당신 어르신이라. 네가 만일 아니 가고 보면 내일 아침 조사 끝에 너의 노모를 잡어다, 책방단장 아래 난장형벌에, 주릿대 방망이, 굵은 뼈 부러지고 잔뼈 으스러져, 얼게미 채궁이 진가리 새듯 아조 살살 샐 것이니, 갈랴거든 가고 말랴면 마라, 떨떠리고 나는 간다.”

 

[아니리]

허고 방자가 돌아가니 춘향이가 어리석어 잠깐 속은 듯이, “글씨, 방자야 꽃이 어찌 나비를 따라간단 말이냐? 너나 어서 건너가 도련님 전 안수해, 접수화, 해수혈이라 여쭈어라.” 방자 충충 건너오니 도련님이 화가 나서 “네 이놈 방자야! 내가 춘향을 데리고 오라 허였지 쫓고 오라더냐?” “금매 쫓기는 누가 쫓아요. 그렁께 소인 놈이 안 간다고 안 간다고 헝께 도련님이 가라고 가라고 하시더니 춘향이가 욕을 담뿍 허옵니다.” “그래, 춘향이가 무슨 욕을 허드냐?” “거 뭐드라마는, 옳제 안주에다 접시에다 받쳐서 술 한 잔 잡수시고, 그냥 해수병 걸리라 헙니다.” “무엇이? 안주에 접시?”

 

[창조]

“안수해, 접수화라?

 

[아니리]

이 애, 방자야. 저 혹시 춘향이가 안수해, 접수화, 해수혈이라 아니 허드냐?” “예, 맞습니다. 도련님 그게 무슨 욕이다요?” “그게 욕이 아니니라. 기러기는 바다를 따르고, 나비가 꽃을 찾는다. 그러니 날더러 저를 찾아오라는 뜻이니라. 방자야, 오늘 퇴령 후에 춘향 집을 찾어갈 것이니 춘향 집이 어데인지 가르쳐다오.” 방자 좋아라고 손을 들어 춘향 집을 가리키난디,

 

[진양조]

“저 건너 저 건너 춘향 집 보이난디, 양양한 향풍이요, 점점 찾어 들어가면 기화요초난 선경을 가리우고, 나무 나무 앉은 새는 호사를 자랑헌다. 옥동도화만수춘은 유랑의 심은 것과 현도관이 분명허고, 형형색색 화초들은 이향이 대로우고, 문 앞의 세류지난 유사무사양류사요, 들총, 측백, 전나무는 휘휘 칭칭 얼크러져서 담장 밖에 솟아 있고, 수삼 층 화계 상의 모란, 작약, 영산홍이 첩첩이 쌓였난디, 송정죽림 두 사이로 은근히 보이난 것이 저것이 춘향의 집이로소이다.”

 

[아니리]

“좋다, 좋다! 장원이 정결허고 송죽이 울밀허니 여기지절개로다. 이 애, 방자야. 책실로 돌아가자.” 도련님이 책실로 돌아와서 글을 읽되, 혼은 벌써 춘향 집으로 건너가고 등신만 앉어 노루글로 뛰어 읽것다.

 

[창조]

“맹자견양혜왕허신디 왕왈 수불원천리이래허시니, 역장유이리오국호이까?

 

[아니리]

이 글도 못 읽겠다. 대학을 들여라.

 

[창조]

대학지도는 재명명덕허며 재친민허며 재지어지선이니라. 남창은 고군이요, 홍도넌 신부로다 홍도 어이 신부 되리? 우리 춘향이 신부 되지. 태고라 천황씨는 이쑥떡으로 왕했것다.”

 

[아니리]

방자 곁에 섰다 허허 웃고, “아니 여보시오 도련님. 태고라 천황씨 때는 이 목덕으로 왕 했단 말은 들었어도 쑥떡으로 왕 했단 말은 금시초문이오.” “네가 모르는 말이로다. 태고라 천황씨 때는 선비들이 이가 단단허여 목떡을 자셨거니와 지금 선비야 이가 단단치 못 허여 어찌 목떡을 자시겄느냐? 그러기에 공자님께서 후세를 위하여 물씬물씬한 쑥떡으로 교일허시고 명륜당에 현몽허였느니라.” “허허 도련님, 아 거 하느님이 들으면 깜짝 놀랄 거짓 말씀이오.” “이 애 방자야 천자를 들여라.” “도련님 일곱 살 자신 배 아니신데 천자는 드려서 무엇 허시게요?” “네가 모르는 말이로다. 천자라 허는 것이 칠서의 본문이라. 새겨 읽으면 그 속이 천지위낭장만물 속이니라.” 도련님이 천자를 들여놓고 천자 뒤풀이를 허시난디,

 

[중중모리]

“자시에 생천허니 불언행사시 유유피창 하늘 ‘천’, 축시에 생지허여 금, 목, 수, 화를 맡았으니 양생만물 따 ‘지’, 유현미묘 흑정색 북방현무 검을 ‘현’, 궁상각치우 동서남북 중앙토색의 누루 ‘황’, 천지사방이 몇 만 리 하루광활 집 ‘우’, 연대국조 흥망성쇠 왕고래금 집 ‘주’, 우치홍수 기자추연 홍범구주 넓을 ‘홍’, 전원이 장무호불귀라, 삼경이 취황 거칠 ‘황’, 요순천지 장헐시구 취지하일 날 ‘일’, 억조창생 격양가 강구연월 달 ‘월’, 오거시서 백가어 적안영상 찰 ‘영’, 이 해가 어이 이리 더디 진고 일중즉측의 기울 ‘측’, 이십팔수 하도낙서 진우천강 별 ‘진’, 가련금야숙창가라 원앙금침 잘 ‘숙’, 절대가인 좋은 풍류 나열준주 벌일 ‘열’, 의의월색삼경야의 탐탐정회 베풀 ‘장’, 부귀공명 꿈밖이라 포의한사 찰 ‘한’, 인생이 유수 같다. 세월이 절로 올 ‘래’, 남방천리불모지지 춘거하래 더위 ‘서’, 공부자 착한 도덕 기왕지사의 갈 ‘왕’, 상성이 추서방지어 초목이 황락 가을 ‘추’, 백발이 장차 오거드면 소년풍도 걷을 ‘수’,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강산의 겨우 ‘동’, 오매불망 우리 사랑 규중심처 감출 ‘장’, 부용 작약의 세우 중에 왕안옥태 부를 ‘윤’, 저러한 고운 태도 일생 보아도 남을 ‘여’, 이 몸이 훨훨 날아 천사만사 이룰 ‘성’, 이리저리 노니다가 부지세월 해 ‘세’, 조강지처는 박대 못 허느니 대전통편의 법 중 ‘율’, 춘향과 날과 단둘이 앉어 법 중 ‘여’ 자로 놀아보자.”

 

[아니리]

하고 소리를 질러노니 사또 들으시고 “이리 오너라! 책방에서 무슨 소리가 저렇게 요란헌가, 빨리 사실 알아드려라!” 통인이 내려 와서 “쉬, 도련님이 무슨 소리를 지르셨간디 사또께서 들으시고 빨리 사실하라 하나이다.” “사또께서 들으셨단 말이냐? 다른 집 노인들은 이롱증도 있건마는 우리 집 어른은 연만허실수록 귀가 점점 더 밝으시는구나! 이 애 네가 올라가서 네 거짓말 내 거짓말 합하여 도련님이 장자 편을 읽으시다 북해곤이 새가 되어 남명으로 날아가는 양을 보고 흥취로 소리가 높았다고 여쭈어라.” 통인이 들어가 그대로 여쭈어노니 사또 대소허시며 “용생용이요, 봉생봉이로다.” “하인 물리라.” “예이.”

 

[진양조]

퇴령 소리 길게 나니 도련님이 좋아라고, “이 애, 방자야.” “예이.” “청사초롱 불 밝혀 들어라. 춘향 집을 어서 가자.” 방자를 앞세우고 춘향 집을 건너갈 제, 협로진간 너룬 길은 운간월색 희롱허고, 화간의 푸른 버들, 경치도 장히 좋다. 춘향 집을 당도허니 좌편은 청송이요, 우편은 녹죽이라. 정하의 섰는 반송 광풍이 건듯 불면 노룡이 굼니난 듯, 뜰 지키는 백두룸은 사람 자취 일어나서 나래를 땅으다 지르르르르 끌며, 뚜루루루 낄룩 징검 징검, 알연성이 거이허구나!

 

[아니리]

도련님과 방자가 춘향 문전에 당도허여 “이 애 방자야, 어서 들어가서 내가 왔다는 말이나 허여라.” 이때의 춘향 모친은 아무 물색도 모르고 이렇듯 함부로 말을 허고 나오는디,

 

[중중모리]

“달도 밝고 달도 밝다. 원수년의 달도 밝고, 내당연의 달도 밝다. 나도 젊어 소시절 남원읍에서 이르기를 ‘월매, 월매’ 이르더니, 세월이 여류허여 춘안노골 다 되었다. 늙은 것이 한이로다.”

 

[아니리]

이러고 나오다가 방자허고 꽉 마주쳤것다. “거 뉘냐?” “예 방자예요!” “방자 너 어찌 왔냐?” “도련님 모시고 왔나이다.” “아이고, 이 미련헌 자식아 도련님을 모시고 왔거든 나헌테 미리 연통이나 허제 그랬느냐? 아이고 도련님 귀중허신 도련님이 누지에 오시기는 천만 의외올시다. 어서 방으로 올라 가옵시다.” 도련님이 방으로 들어가서 좌를 틀어 앉은 후의 방안을 잠깐 살펴보니, 별로 사치스러운 것은 없으나 뜻있는 주련만 걸려 있것다.

 

[세마치]

동벽을 바라보니, 주나라 강태공이 문왕을 만나려고 위수변 낚시질 허는 거동 뚜렷이 걸려 있고, 서벽을 바라보니 상산사호 네 노인이 바돌판을 앞에 놓고, 어떠한 노인은 흑기를 들고 또 어떤 노인은 백기를 손에 들고, 대마상패수를 보랴 허고 요만허고 앉어 있고, 또 어떤 노인은 청려장 짚고, 백우선 손에 들고, 요만허고 굽어보며 훈수허다 책망 듣고 무안색으로 서 있는 거동 뚜렷이 걸렸구나! 남벽을 바라보니, 관우, 장비, 양 장수가 활 공부 힘써 헐 제. 나는 기러기 쏘랴 허고 장궁철전 먹여 들고, 비정비팔의 흉허복실허여, 주먹이 툭 터지게 좀통을 꽉 쥐고, 앞뒤뀌미 놀잖게 대두 뻣뻣 머리 숙여, 깍지손을 뚝 떼 논 듯 번개같이 나는 살이 살대 수르르르 떠들어가, 나는 기러기 절컥 맞어 빙빙 돌아 떨어지는 거동 뚜렷이 걸렸구나! 북벽을 바라보니, 소상강 밤비 개고 동정호 달 오른디, 은은한 죽림 속에 백의 입은 두 부인이 이십오현을 앞에다가 놓고 스리렁 둥덩 타는 거동 뚜렷이 걸렸구나! 서안을 살펴보니, 춘향이 일부종사허랴 허고 글을 지어 붙였으되, 대우춘종죽이요, 분향야독서라, 왕희지 필법이로구나!

 

[아니리]

그때에 도련님이 처음 일이라 말궁기가 막혀 묵묵히 앉었을 제 알심 있는 춘향 모친 도련님의 말궁기를 열을 양으로 “아이고 이 애 향단아! 귀중허신 도련님이 누지에 오셨는디 무얼 대접헌단 말이냐? 어서 주안상 봐오너라.” 향단이 술상을 들여놓으니 춘향 모친이 술 한 잔 부어들고 “도련님, 박주허나마 약주나 한 잔 드시지요?” 그제야 도령의 말궁기가 열리난디, “오날 저녁 오는 뜻은 내가 무슨 술을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 오늘 일기 화창하야 광한루 구경 나갔다가 춘향 노는 거동을 보고 인연에 중매되어 나왔으니, 춘향과 날과 백년언약이 어떻겄소?” 춘향모 이 말 듣고 일희일비로 말을 허는디,

 

[엇중모리]

“회동 성참판 영감께옵서 남원 부사로 오셨을 때, 일등 명기 다 버리고 나를 수청케 하옵기에 그 사또 모신 후에 저 아를 아니 낳소? 이조참판 승차허여 내직으로 올라가신 후에 그 댁 운수 불길허여 영감께서 상사허신 후 내 홀로 길러내어 칠 세부터 글을 읽혀 사서가 능통허니, 누가 내 딸이라 허오리까? 재상가는 부당허고 사서인은 부족하와, 상하불급의 혼인이 늦어가와, 주야 걱정은 되오나, 도련님 허신 말씀 장전의 말씀이니, 그런 말씀 말으시고 잠깐 노시다나 가옵소서.”

 

[아니리]

도련님이 이 말을 들으시고, “불충불효허기 전에는 잊지 않을 테니 어서 허락허여 주소.” 춘향모 생각허니 간밤의 몽조가 있난지라 꿈 ‘몽’ 자, 용 ‘용’ 자 분명 이몽룡이가 배필이라 생각허고 이면에 허락허였구나. “도련님 그러면 혼서지 사주단자 겸하여 증서나 한 장 써 주시옵소서.”, “글랑은 그리허게.” 지필묵을 드려노니 일필휘지 허였으되, 천장지구에 해고석란이요, 천지신명은 공증차맹이라, “자, 이만허면 어떻소?” 춘향모 받어 간수허고 춘향 모친 술 한 잔 부어들고 “도련님 약주나 한 잔 드시오” “이 술은 경사주니 장모가 먼저 드시게.” 춘향 모친 술잔 들고 한숨 쉬며 허는 말이, 

 

[중모리]

“세월도 유수같다. 무남독녀 너 하나를 금옥같이 길러 내어, 봉황 같은 짝을 지어 육례 갖춰 여우자 허였더니, 오늘밤 이 사정이 사차불피 이리되니 이게 모두 네 팔자라, 수원수구 어이 허리? 너의 부친 없는 탓이로구나. 칠십 당년 늙은 몸을 평생 의탁허잤더니 허망히 이리되니, 삼종지법을 좇자허면 내 신세를 어쩔거나?”

 

[아니리]

“장모, 오늘같이 즐거운 날 너무 서러워 말게.” 춘향 모친 술 한 잔 받고 그때여 도련님과 춘향이도 이렇듯 반배를 허는디, 알심 있는 춘향 모친 그 자리에 오래 앉어 있겄느냐? 향단이 불러 자리 보전시키고 춘향 모친과 향단이는 건넌방으로 건너갔구나. 춘향과 도련님이 단둘이 앉었으니 그 일이 어찌 될 일이냐? 그날 밤 정담이야말로 서불진혜요, 언불진혜로다. 하루 가고 이틀 가고 오륙 일이 되어 가니, 나이 어린 사람들이 부끄러움은 멀리 가고 정만 담뿍 들어, 하루난 안고 누워 둥글면서 자연히 사랑가로 즐기난디,

 

[진양조]

만첩청산 늙은 범이 살진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는 다 덥쑥 빠져 먹든 못 허고, 으르르렁 어헝 넘노난 듯, 단산 봉황이 죽실을 물고, 오동 속을 넘노난 듯,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 간을 넘노난 듯, 구고 청학이 난초를 물고 송백 간의 넘노난 듯, 내 사랑 내 알뜰 내 간간이지. 오호 둥둥 네가 내 사랑이지야. 목락무변수여천의 창해같이 깊은 사랑, 삼오 신정 달 밝은 밤, 무산천봉 완월 사랑, 생전 사랑이 이러허면 사후기약이 없을쏘냐? “너는 죽어 꽃이 되되, 벽도홍 삼춘화가 되고, 나도 죽어 범나비 되어, 네 꽃보고 좋아라고, 두 날개를 쩍 벌리고, 너울너울 춤추거드면, 네가 날인 줄 알려무나.” “화로허면 접불래라 나비 새 꽃 찾아가니, 꽃 되기 내사 싫소.” “그러면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종루 인경이 되고, 나도 죽어 인경마치가 되어, 밤이면 이십팔수, 낮이면 삼십삼천 그저 댕 치거드면 네가 날인 줄 알려무나.” “인정되기도 내사 싫소.” “그러면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글자가 되되, 따 ‘지’, 따 ‘곤’, 그늘 ‘음’, 아내 ‘처’, 계집 ‘녀’ 자 글자가 되고, 나도 죽어 글자가 되되, 하늘 ‘천’, 하늘 ‘건’, 날 ‘일’, 볕 ‘양’, 지아비 ‘부’, 사내 ‘남’, 기특 ‘기’, 아들 ‘자’ 자 글자가 되어 계집 ‘녀’ 변에 똑같이 붙여서 좋을 ‘호’ 자로 놀아 보자.”

 

[아니리]

“도련님은 어찌 불길하게 사후 말씀만 허시나이까?”, “오 그럼 우리 정담도 허고 우리 업고도 한번 놀아보자.” 도련님이 춘향을 업고 한번 놀아 보는디,

 

[중중모리]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지. 이 이 이 내 사랑이로다. 아매도 내 사랑아. 니가 무엇을 먹으려느냐? 둥글둥글 수박 웃봉지 떼뜨리고, 강릉백청을 따르르르 부어, 씨는 발라 버리고, 붉은 점 움푹 떠 반간지술로 먹으려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려느냐? 앵도를 주랴, 포도를 주랴? 귤병, 사탕의 혜화당을 주랴?”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당동지지루지허니 외가지 단 참외 먹으려느냐? 시금털털 개살구 작은 이 도령 스는 디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방긋 웃어라, 잇속을 보자. 아매도 내 사랑아.”

 

[아니리]

“이 애, 춘향아. 나도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날 좀 업어다오.” “도련님은 나를 가벼워 업었지만, 나는 도련님이 무거워서 어찌 업는단 말씀이오?” “얘야. 내가 널다려 날 무겁게 업어 달라더냐? 내 양팔만 네 어깨 우에 얹고 징검징검 걸어 다니면 그 속이 천지위낭장만물 속이니라.” 춘향이가 도련님을 업고 노는디 파겁이 되어 마구 낭군 자로 업고 놀것다,

 

[중중모리]

“둥둥둥 내 낭군, 오호 둥둥 내 낭군. 둥둥 둥둥 오호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을 업고 보니 좋을 ‘호’ 자가 절로 나. 부용 작약의 모란화 탐화봉접이 좋을시고. 소상동정칠백리 일생 보아도 좋을 ‘호’로구나. 둥둥 둥둥 오호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이 좋아라고, “이 애, 춘향아, 말 들어라. 너와 나와 유정허니 ‘정’ 자 노래를 들어라. 담담장강수 유유원객정, 하교불상송허니 강수의 원함정, 송군남포불승정, 무인불견송아정, 하남 태수의 희우정, 삼태육경의 백관조정, 주어 인정, 복 없어 방정, 일정실정을 논정허면, 네 마음 일편단정, 내 마음 원형이정, 양인심정이 탁정타가 만일 파정이 되거드면 복통절정 걱정되니, 진정으로 완정허잔 그 ‘정’ 자 노래라.”

 

[아니리]

“아이고 우리 도련님 말씀도 잘도 허시네.” “어디 그것뿐이랴? 또 ‘궁’ 자 노래 한번 들어 볼래? 이 노래는 조금 상스럽기는 허나 너와 나와 둘이 있는데 무슨 노래를 못 부르겠느냐?

 

[자진모리]

“‘궁’ 자 노래를 들어라. ‘궁’ 자 노래를 들어라. 초분천지개탁후 웅장허다 창덕궁, 강태공의 조작궁, 진시황의 아방궁, 진진허구나 홍문연을 들어간다. 번쾌자궁, 이 궁 저 궁을 다 버리고, 이 애 춘향아, 이리 오너라. 밤이 깊어간다. 이리 와.” “아이고 부끄러워 나는 못 가겄소.” “아서라 이 계집, 안 될 말이로다. 어서 벗어라 잠자자.” 와락 뛰어 달려들어 저고리, 치마, 속적삼 벗겨, 병풍 위의 걸어 놓고, 덩뚱땅 법중 ‘여’로다. 초동 아이 낫자루 잡듯, 우악한 놈 상투 잡듯, 양각을 취어드니, 베개는 우그로 솟구치고, 이불이 벗겨지며 촛불은 제대로 꺼졌구나. 병풍이 우당퉁탕.

 

[단중모리]

이리 한창 요란헐 제 말하지 않더래도 알리로다.

 

[아니리]

이렇다시 사랑가로 세월을 보낼 적에, 호사다마라, 뜻밖에 사또께서 동부승지 당상하야 내직으로 올라가시게 되었구나. 도련님이 부친 따라 아니 갈 수 없어 하릴없이 춘향 집으로 이별차 나가시는디,

 

[늦은 중모리]

점잔허신 도련님이 대로변으로 나가면서 울음 울 리 없지마는, 춘향과 이별헐 일을 생각허니 어안이 멍멍, 흉중이 답답허여 하염없난 서름이 간장에서 솟아난다. 두고 갈까, 다려갈까 하 서러이 울어 볼까? 저를 다려 가자허니 부모님이 꾸중이요, 저를 두고 가자허니 그 마음 그 처사에 응당 자결을 헐 것이니, 사세가 난처로구나! 길 걷는 줄을 모르고 춘향 문전을 당도허니,

 

[중중모리]

그때의 향단이 요염섬섬 화계 상의 봉선화에 물을 주다 도련님을 얼른 보고 깜짝 반겨 일어서며, “도련님, 이제 오시니까? 전에는 오시랴면 담 밑에 예리성과 문에 들면 기침소리, 오시는 줄을 알겄더니 오늘은 누구를 놀래시랴고 가만가만히 오시니까?” 그때의 춘향 모친 도련님 드리랴고 밤참을 장만허다 도련님을 얼른 보고 손뼉치고 나오면서, “허허, 우리 사위 오시네. 남도 사위가 이리 어여쁠까? 밤마다 보건마는 낮에 못 보아 한이로세. 아 제자가 형제분만 되면 데릴사우 내가 꼭 정허제. 한 분되니 헐 수 있소.” 도련님 아무 대답 없이 방문 열고 들어서니, 그때여 춘향이는 도련님을 드리랴고 금낭에 수를 놓다 단순호치 반기허여 쌍긋 웃고 일어서며 옥수잡고 허는 말이, “수색이 만면허니 이게 웬일이요? 편지 일 장 없었으니 방자가 병들었소? 어데서 손님 왔소? 벌써 괴로워 이러시오? 사또께 꾸중을 들으셨소? 누가 내 집에 다니신다 해담을 들으셨소? 약주를 과음하여 정신이 혼미헌가? 뒤로 돌아가 겨드랑이에 손을 대고 꼭 꼭꼭 찔러 보아도 몸도 꼼짝 아니 허네.”

 

[중모리]

춘향이가 무색허여 뒤로 물러나 앉으며, “내 몰랐소, 내 몰랐소, 도련님 속 내 몰랐소. 도련님은 양반이요, 춘향 저는 천인이라, 잠깐 좌정허였다가 버리는 게 옳다 허고 나를 떼랴고 허시는디, 속 모르는 이 계집은 늦게 오네, 편지 없네, 짝사랑 외즐거움이 오직 보기가 싫었겄소. 듣기 싫어하는 말은 더 허여도 쓸데가 없고, 보기 싫어허는 얼굴 더 보아도 병 되느니, 나는 건넌방 어머니에게 가지이이” 바드드득 일어서니 도련님 기가 막혀 가는 춘향을 부여잡고, “게 앉거라. 게 앉거라. 네가 미리 속을 찌르기로 내가 미쳐 말을 못 허였다. 속 모르면 말을 마라.”

 

[창조]

“속 모르면 말 말라니 그 속이 참 속이요, 꿈속이오? 말을 허오 말을 허여 답답허여 못 살겄소.”

 

[아니리]

“이 애, 춘향아 사또께서 동부승지 당상허여 내직으로 올라가시게 되었단다.” “아이고 도련님 댁에는 경사 났소그려.”

 

[중중모리]

“올체 인제 내 알았소, 도련님 한양을 가시면 내 아니 갈까 염려시오? 여필종부라 허였으니 천 리 만 리라도 도련님을 따라가지.”

 

[아니리]

“속 모르는 소리 점점 더하는구나. 내아에 들어가 네 사정을 품고 허였더니, 미장전 아이가 외방작첩 하였다는 말이 원근에 낭자하면,

 

[창조]

사당참례도 못 허고, 과거 한 장도 못해 보고, 노도령으로 늙어죽는다허니,

 

[아니리]

이 일을 장차 어쩔거나?” “그럼 이별이란 말씀이오?” “이별이야 될 수 있겠느냐마는 잠시 훗기약을 둘 수밖에는 없구나.” 춘향이가 이 말을 듣더니, 어여쁜 얼굴이 누루락 푸루락 허여지며 이별 초두를 내는디,

 

[진양조]

와락 뛰어 일어서더니 “여보시오 도련님, 여보 여보 도련님! 지금 허신 그 말씀이 참말이요, 농담이요, 이별 말이 웬 말이요? 답답허니 말을 허오. 작년 오월 단오야의 소녀 집을 찾어 와겨, 도련님은 저기 앉고 춘향 저는 여기 앉어 무엇이라 말허였소? 산해로 맹세허고 일월로 증인을 삼어, 상전이 벽해가 되고 벽해가 상전이 되도록 떠나 살지 말자 허였더니마는, 주일년이 다 못 되어 이별 말이 웬 말이요? 공연한 사람을 상상 가지에 올려놓고 밑에서 나무를 흔드네그려. 향단아,” “예.” “건넌방 건너가서 마나님을 오시래라, 도련님이 떠나신단다. 사생결단을 헐란다. 마나님을 오시래라.”

 

[아니리]

그때에 춘향 모친은 아무 물색도 모르고 초저녁잠을 실컷 자고 일어나 보니 건너 춘향 방에서 울음소리가 나거든, 아이고 저것들 또 사랑싸움 허나부다. 울음 밑이 장차 길어지니 춘향 모친이 동정을 살피러 나와 보는디,

 

[중중모리]

춘향 모친이 나온다. 춘향 모친이 나온다. 허던 일 밀쳐놓고 상초머리 행자초마 모양이 없이 나온다. 춘향 방 영창 앞에 가만히 올라서 귀를 대고 들으니 정녕한 이별이로구나! 춘향 모친 기가 막혀 어간마루 섭적 올라 두 손뼉 땅땅, “어허 별일 났네. 우리 집에 별일 났어. 한 초상도 어려운데 세 초상이 웬일이냐?” 쌍창문 번쩍 열고 방으로 뛰어 들어가 주먹 쥐고 딸 겨누며, “야! 요년아, 썩 죽어라. 내가 일상 말하기를 무엇이라고 이르더냐? 후회되기가 쉽겄기에 태과헌 맘먹지 말고 여염을 세아려서, 지체도 너와 같고, 인물도 너와 같은, 봉황같이 짝을 지어 내 눈앞에 노는 양은 너도 좋고 나도 좋지야. 마음이 너무 도도허여 남과 별로 다르더니 오 그 일 잘되었다.” 도련님 앞에 달려들어, “여보시오 도련님, 나하고 말 좀 허여 보세. 내 딸 어린 춘향이를 버리고 간다허니 인물이 밉던가 언어가 불손턴가, 잡시럽고 흉하던가, 노류장화가 음란헌가, 어느 무엇이 그르기로 이 봉변을 주랴시오? 군자 숙녀 버리난 법, 칠거지악을 범잖허면 버리난 법 없난 줄을 도련님은 모르시오? 내 딸 춘향 사랑헐 제, 잠시도 놓지 않고, 주야장천 어루다, 말경에 가실 때는 뚝 띠어 버리시니, 양류의 천만산들 가는 춘풍을 잡아매 낙화 후 녹엽이 된들 어느 나비가 돌아와, 내 딸 옥 같은 화용신 부득장춘, 절로 늙어 홍안이 백수 되면, 시호시호부재래라. 다시 젊지 못하느니. 내 딸 춘향 임 그릴 제, 월청명야삼경 창천의 돋은 달 왼 천하가 밝아 첩첩수심이 어리어 가군의 생각이 간절. 초당 전 화계 상에 담배 피워 입에 물고 이리저리 거닐다 불꽃같은 시름, 상사, 심중에 왈칵 나면, 손들어 눈물 씻고 북녘을 가리키며, 한양 계신 우리 낭군, 날과 같이 그립든가? 내 사랑 옮겨다가 다른 임을 꼬이나? 뉘 년의 꼬염을 듣고 영이별이 되려나? 아조 잊고 여영 잊어 일자수서가 돈절허면 긴 한숨 피눈물은 창 끊는 애원이라. 방으로 뛰어 들어가 입은 옷도 아니 벗고, 외로이 벼개 우에 벽만 안고 돌아누워 주야 끌끌 울 제, 속에 울화가 훨훨, 병이 아니고 무엇이오? 늙은 어미가 곁에 앉아 아무리 좋은 말로 달래고 달래어도, 시름 상사 깊이 든 병 내내 고치든 못 허고 원통히 죽게 되면, 칠십 당년 늙은 년이 딸 죽이고 사위 잃고, 지리산 갈가마귀 겟발 물어 던진 듯이, 혈혈단신 이 내 몸이 뉘를 의지허오리까? 이왕에 가실 테면 춘향이도 죽이고 나도 죽이고, 향단이까지 마자 죽여, 삼 식구 아조 죽여 땅에 묻고 가면 갔지 살려 두고는 못 가리다. 양반의 자세 허고 몇 사람 신세를 망치려오. 마오, 마오, 그리 마오.”

 

[아니리]

도련님 기가 막혀 “장모. 좋은 수 있네. 춘향만 다려가면 그만 아닌가? 내일 요여 배행 시에 신주는 내어 내 도포 소매에 모시고, 춘향이를 요여 안에 태우고 가면, 뉘가 요여 안에 춘향이 태우고 간다 헐라든가?”

 

[창조]

“아니고 어머니, 도련님 너무 조르지 마오. 오죽 답답허고 민망허여야 저런 망언을 허오리까? 어머니는 건넌방으로 건너가시오. 도련님과 저는 밤새도록 울음이나 실컷 울고, 내일은 이별을 헐라요.”

 

[중모리]

춘향 모친 기가 막혀 “못 허지야, 못 허지야. 네 마음대로는 못 허지야. 저 양반 가신 후로 뉘 간장을 녹이려느냐? 보내어도 곽을 짓고 따라가도 따라가거라. 여필종부라 허였으니 너의 서방님을 따라가거라. 나는 모른다. 너희 둘이 죽든지 살든지 나는 모른다 나는 몰라.”

 

[아니리]

춘향 모친은 건넌방으로 건너가고 춘향과 도련님과 단둘이 앉어 통 울음으로 울음을 우는디,

 

[중모리]

일절통곡애원성은 단장곡을 섞어 운다. “아이고 여보 도련님 참으로 가실라요 나를 어쩌고 가실라요. 도련님은 올라가면 명문귀족재상가의 요조숙녀 정실 얻고, 소년급제 입신양명 청운에 높이 올라 주야 호강 지내실 제, 천리남원 천첩이야 요만큼이나 생각허리? 이제 가면 언제 와요? 올 날이나 일러주오. 금강산 상상봉이 평지가 되거든 오시랴오? 동서남북 너룬 바다 육지가 되거든 오시랴오? 마두각 허거든 오시랴오? 오두백 허거든 오시랴오? 운종용, 풍종호라. 용 가는 디는 구름가고, 범이 가는 디는 바람이 가니, 금일송군 임 가신 곳 백년소첩 나도 가지.” 도련님이 기가 막혀, “오냐, 춘향아 우지마라. 오나라 정부라도 각분동서 임 그리워 규중심처 늙어 있고, 공문한강천리외의 관산월야 높은 절행 추월강산이 적막헌디, 연을 캐며 상사허니 너와 나와 깊은 정은 상봉헐 날 있을 테니, 쇠끝같이 모진 마음 홍로라도 녹지 말고, 송죽같이 굳은 절개, 네가 날 오기만 기다려라.” 둘이 서로 꼭 붙들고 실성발광으로 울음을 운다.

 

[아니리]

그때여 춘향이가 오리정으로 이별을 허러 나갔다 허되, 그럴 리가 있겄느냐? 내행차 배행 시에 육방관속이 오리정 삼로 네거리에 늘어서 있는디 체면 있는 춘향이가 서방이별 헌다 허고 퍼버리고 앉어 울 수가 없지.

 

[창조]

꼼짝 달싹 못 허고 저의 집 담장 안에 이별을 허는디,

 

[진양조]

와상 우에 자리를 펴고 술상 채려 내어 놓으며, “아이고 여보 도련님 이왕에 가실 테면 술이나 한잔 잡수시오. 술 한 잔을 부어 들고 권군갱진일배주허니, 권할 사람 뉘 있으며, 위로 헐 이 뉘 있으리? 이 술 한잔을 잡수시고 한양을 가시다가 강수청청 푸르거든 원함정을 생각허고, 마상에 뇌곤허여 병이 날까 염려오니, 행장을 수습허여 부디 평안이 행차허오.”

 

[중모리]

“오냐, 춘향아 우지 마라. 너와 나와 만날 때는 합환주를 먹었거니와, 오늘날 이별주가 이게 웬일이냐? 이 술 먹지 말고 이별말자. 이별 근본 네 들어라. 하량낙일수운기는 소통국의 모자 이별, 용산의 형제 이별, 서출양관무고인이라. 이런 이별 많건마는 너와 나와 당한 이별, 만날 날이 있을 테니 설어 말고 잘 있거라.” 도련님이 금낭 속에서 추월 같은 대모석경 춘향 주며 허는 말이 “이 애, 춘향아 거울 받어라. 장부의 맑은 마음 거울 빛과 같은지라 날 본 듯이 내어 보아라.” 춘향이 그 거울 간수허고, 저 쪘던 옥지환을 바드득 빼어 내어 도련님 전 올리면서, “옜소, 도련님, 지환 받으오. 여자의 굳은 절행 지환 빛과 같사오니, 이걸 깊이 두었다가 날 본 듯이 두고 보소서.” 피차정표 헌 연후에 떨어지지를 못 허는구나!

 

[자진모리]

내행차 떠나는디 쌍교를 어루거니, 독교를 어루거니, 병마, 나졸이 분분헐제, 방자 겁을 내어 나귀 몰고 나간다. 다랑다랑 다랑다랑, 춘향 문전 당도허여, “어허, 도련님 큰일났소! 내 행차 떠나시며 도련님을 찾삽기로 먼저 떠나셨다 아뢰옵고 왔사오니, 어서 가옵시다. 이별이라 허는 게 너 잘 있거라, 나 잘 간다, 분명이게  이별이제, 웬 놈의 이별을 이리 뼈가 녹도록 헌단 말이오? 어서 가옵시다.”

 

[중모리]

말은 가자고 네 굽을 치는디 임은 꼭 붙들고 아니 놓네. 도련님이 하릴없이 나귀 등에 올란지며, “춘향아, 잘 있거라. 장모도 평안히 계시오, 향단이도 잘 있거라.” 춘향이 기가 막혀 도련님 앞으로 우루루루 달려들어, 한 손으로 나귀 정마 쥐어 잡고, 또 한 손으로 도련님 등자 딛은 다리 잡고, “아이고, 도련님, 여보 도련님, 날 다려가오. 여보, 도련님 날 다려가오. 여보, 도련님 날 다려가오. 쌍교도 싫고, 독교도 나는 싫소. 걷는 말께 반부담 지어서 어리렁 추렁청 날 다려가오.” 방자 달려들어 나귀 정마 쥐어 잡고 채질 툭 처 돌려세니, 비호같이 가는 말이 청산녹수 얼른 얼른 한 모롱 두 모롱을 돌아드니, 춘향이 기가 막혀 가는 임을 우두머니 바라보니, 달만큼 보이다, 별만큼 보이다가 나비만큼 보이다가, 십오야 둥근 달이 떼구름 속에 잠긴 듯이 아조 깜박 박석치를 넘어가니, 춘향이 그 자리에 법석 주저앉아 “아이고 허망허네. 가네 가네 허시더니 이제는 참 갔구나!”

 

[아니리]

이렇다시 도련님은 서울로 떠나고 춘향이 하릴없이 향단으게 붙들리어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디,

 

[진양조]

향단으게 붙들리어 자던 침방 들어올 제, 만사가 정황이 없고 촉목상심 허는구나. “여보아라, 향단아, 발 걷고 문 닫쳐라. 춘몽이나 이루어서 알뜰한 도련님을 몽중에나 다시 보자. 예로부터 이르기를 꿈에 와 보이난 임은 신의 없다 일렀으되 답답이 그릴진대 꿈 아니면은 어이 보리? 천지 생겨 사람 나고 사람 생겨 글자낼 제, 뜻 ‘정’ 자, 이별 ‘별’ 자는 어느 누가 내셨던고? 이별 ‘별’ 자를 내셨거든 뜻 ‘정’ 자 내잖거나, 뜻 ‘정’ 자 내셨거든 만날 ‘봉’ 자를 내잖거나, 공방적적대고등허니 바랠 ‘망’ 자가 염려로구나!”

 

[중모리]

행궁견월상심색허니 달만 비쳐도 임의 생각, 야우문령단장성에 비만 많이 와도 임의 생각. 추우오동엽낙시에 잎만 떨어져도 임의 생각, 안암산 노송정에 쌍비쌍쌍 저 뻐꾹새 이리로 가면서 뻐꾹 뻑뻑꾹 저리로 가면서 뻐꾹 뻑뻑꾹 뻑꾹 울어도 임의 생각이 절로 나네. 식불감미 밥 못 먹고, 침불안석 잠 못 자니 이게 모두가 임 그리운 탓이로구나! 앉어 생각, 누워 생각, 생각 그칠 날이 전혀 없이, 모진 간장 불이 탄들 어느 물로 이 불을 끌거나. 이리 앉어 울음을 울며 세월을 보내는구나!

 

[아니리]

그때의 구관은 올라가고 신관이 났는디, 서울 자하골 사는 변 ‘학’ 자 ‘도’ 자 쓰는 양반이라. 호색허기 짝이 없어, 남원의 춘향 소식 높이 듣고 밀양 서흥 마다허고 간신히 서둘러 남원부사허였구나! 하루난 신연하인 대령허여 출행날을 급히 받어 도임차 내려오는디, 신연 절차가 이렇것다.

 

[자진모리]

신연맞어 내려온다. 별련 맵시 장히 좋다. 모란 새긴 만자창 네 활개 쩍 벌려, 일등마부, 유랑달마 덩덩그렇게 실었다. 키 큰 사령 청창옷, 뒤채잽이에 힘을 주어 별련 뒤따랐다. 남대문 밖 썩 나서 좌우 산천 바라 봐, 화란춘성만화방창 버들잎 푸릇푸릇 백사, 동작 얼핏 건너 승방골을 지내어 남태령 고개 넘어 과천읍에 가 중화허고, 이튿날 발행헐 제 병방, 집사 치레 봐라. 외올망건 추어 맺어 옥관자, 진사당줄 앞을 접어 빼어 쓰고, 세모립의 금패 갓끈 호수립식 제법 붙여 게알탕건을 받쳐 써 진남항라 자락 철릭 진자주 대고 띠어, 전령패 비쓱 차고, 청파역마 갖은 부담, 호피 돋움을 연저 타고, 좌우로 모신 나졸, 일산 구종의 전후배, 태곳적 밝은 달과 요순 시 닦은 길로 각 차비가 말을 타고 십 리허의 닿었다. “마부야! 니 말이 낫다 말고 내 말이 좋다 말고 정마 손에다 힘을 주어 양 옆에 지울잖게 마상을 우러러 보며 고루 저었거라.” 저롭섭다. 신연 급창 거동 보소. 키 크고 길 잘 걷고, 어여뿌고, 말 잘 허고 영리한 저 급창, 석성망건, 대모관자, 진사당줄을 달아 써, 가는 양태 평포립, 갑사 갓끈 넓게 달아 한 옆 지울게 비쓱 쓰고, 보라 수주 방패 철릭, 철릭자락을 각기 접어 뒤로 잦혀 잡어매 비단 쌈지 천 주머니, 은장도 비쓱 차고 사날 초신을 넌짓 신고 저름저름 양유지 초록다님을 잡어 매고, 청창줄 검쳐 잡고, 활개 훨훨, 층층 걸음 걸어 “에라. 이놈, 나지 마라!” 전배나장 거동 보소. 통영 갓에다 흰 깃 꼽고, ‘왕’ 자 덜거리 방울 차, 일산의 갈라서서, “에이 찌루거 이놈 저놈 게 앉거라.” 통인 한 쌍 착전립, 마상태 고뿐이로다. 충청양도를 지내어 전라 감영을 들어가 순상 전 연명 허고, 이튿날 발행헐 제, 노구바우, 임실 숙소, 호기 있게 내려올 제, 오리정 당도허니 육방 관속이 다 나왔다. 질청 두목 이방이며, 인물 차지 호장이라. 호적 차지 장적빗과, 수 잘 놓는 도서원, 병서, 일서, 도집사, 급창, 형방 옹위허여 권마성이 진동허여 거덜거리고 들어간다. 천파총, 초관, 집사 좌우로 늘어서고, 오십 명 통인들은 별련 앞의 배행허고, 육십 명 군로 사령 두 줄로 늘어서 떼 기러기 소리허고, 삼십 명 기생들은 가진 안장, 착전립, 쌍쌍이 늘어서 갖인 육각, 홍철릭, 남전대 띠를 잡어 매고, 북장고 떡 궁 붙여, 군악 젓대 피리소리 영소가 진동헌다. 수성장 하문이라!

 

[휘모리]

천총이 영솔허여 청도기 벌였난디, 청도 한 쌍, 홍문 한 쌍, 주작 남동각 남서각 홍초 남문 한 쌍, 백호 현무 북동각 북서각 흑초 관원수, 마원수, 왕령관, 온원수, 조현단 표미 금고 한 쌍, 호총 한 쌍, 나 한 쌍, 저 한 쌍, 바래 한 쌍, 세악 두 쌍, 고 두 쌍, 영기 두 쌍, 군로직열 두 쌍, 좌마독존이요, 난후 친병, 교사 당보 각 두 쌍으로 퉁 캥 차르르르, 나누나, 지루나, 고동은 뛰, 나발은 홍앵홍앵, “에꾸부야 수문 돌이 종종종 내문 돌에 걷잡혀 무삼 실족 험로허나니” 어허어 어허어 “후배사령!” “예이!”, “좌우 잡인을 썩 금치 못 헌단 말이냐?” 척척 바우어, 하마포, 이삼승, 일읍 잡고 흔드난 듯, 객사에 연명 허고 동헌의 좌기허여, “대포수!” “예이!” “방포일성 하라!” “쿵!”

 

[아니리]

좌기초 허신 후에, 삼행수 문안 받고, 행수군관 입례 받고, 육방하인 현신 후에, 도임상 물리치고, 자고 자고 나니 제 삼일 되었구나! 호장이 기생 점고를 허랴 허고 영창 앞에 기안을 펼쳐 들고 차례로 부르난디,

 

[세마치]

“오던 날 기창전의 연연옥골 설행이!” 설행이가 들어온다. 설행이라 허는 기생은 걸음을 걸어도 장단을 맞추어 아장아장 들오더니 “예, 등대 나오.” 점고를 맞고 일어서더니 좌부진퇴로 물러난다. “차문주가하처재요 목동요지 행화!” 행화가 들어온다. 행화라 허는 기생은 홍상자락을 거듬거듬 흉당에 걷어 안고, 대명당 대들보 밑에 명매기 걸음으로 아장아장 찌이긋거려 “예, 등대 나오.” 점고를 맞고 일어서더니 우부진퇴로 물러나는구나.

 

[아니리]

“여봐라. 기생 점고를 이리 허다가는 몇 날이 될 줄 모르겠구나. 한꺼번에 둘씩 셋씩 마고 잡아 포개 불러들여라.” 호장이 멋이 있어 넉 자 화두로 불러드리난디,

 

[중중모리]

“조운모우 양대선이, 우선유지 춘흥이!” “나오!”

 

[늦은 중중모리]

“사군불견 반월이 독좌유황의 금향이 왔느냐?” “예, 등대 허였소” “남남지상의 봄바람 힐지항지 비연이 왔느냐?” “예, 등대 허였소” “팔월부용의 군자용 만당추수의 연화가 왔느냐?” “예, 등대 하였소.” “주홍당사 벌매듭 차고 나니 금낭이, 사창에 비추었다. 섬섬영자 추월이 왔느냐?” “예, 등대 허였소.” “진주 명주 자랑마라. 제일 보배 산호주가 왔느냐?” “예, 등대 허였소.” “광한루상명월야의 사시장천 명월이 왔느냐?” “예, 등대 허였소.” “독조한강설허니 천수만수 이화 육각삼현을 떡쿵 치니 장삼 소매를 떠들어 메고 저정거리던 무선이 왔느냐?” “예, 등대 허였소.” “단산오동의 그늘 속에 문왕 어루던 채봉이 왔느냐?” “예, 등대 허였소.” “초산 명옥이, 수원 명옥이, 양 명옥이가 다 들어왔느냐?” “예, 등대 나오!”

 

[아니리]

“기생 점고 다 한 줄로 아뢰오.” “여봐라. 너의 고을에 춘향이가 있다지? 어찌 춘향이는 이 점고에 불참이 되었는고?” “예이, 춘향이는 본시 퇴기 월매의 딸이오나 기안착명이 안되었고, 올라가신 구관 자제 도련님과 백년가약을 맺었기로 수절을 하고 있나이다.” “무엇이? 춘향이가 수절을 허면 댁 마마께서는 장판방에 떡 요절을 헐 지경이로구나. 잔말 말고 빨리 불러들여라.” 다른 사람 같고 보면 사령이 나갈 일이로되, 춘향이는 과거의 체면이 있는지라 행수기생을 보내는디,

 

[단중모리]

행수기행이 나간다. 행수기생이 나간다. 대로변으로 나가면서 춘향 문전 당도허여 손뼉을 땅땅 두다리며, “정렬부인 애기씨, 수절 부인 마누라야. 니만헌 정렬이 뉘 없으며, 니만헌 수절이 뉘 없으랴? 널로 하여금 육방이 송동, 각청 두목이 다 죽어난다. 들어가자, 나오느라.” 춘향이 기가 막혀 “아이고 여보 행수 형님, 형님과 나와 무슨 혐의가 있어 사람을 부르면 조용히 못 부르고 화젓가락 끝마디 틀듯 뱅뱅 틀어 부르는가? 마소 마소 그리 마소.”

 

[아니리]

행수기생이 춘향을 대면허여서는 “여보소, 춘향 동생 염려 말게. 내가 들어가서 다 조치험세.” 이렇듯 말허여 놓고 동헌을 들어가서는 춘향을 먹기로 드는디 대톱 이상으로 먹것다. “‘사또가 부르시면 사령이 나올 텐디 어찌 자네가 나왔는가’허고 목을 비어 갔으면 갔지 영으로는 못 간다 허옵디다.” 사또 분을 내어 “어허, 그런 요망헌 년이 있단 말이냐? 잔말 말고 빨리 잡어 드려라.” 이제는 사령이 나가는디,

 

[중중모리]

군로 사령이 나간다. 사령 군로가 나간다. 산수털 벙거지 남일광단 안을 올려 날랠 ‘용’ 자 떡 붙여 늘어진 쇠사슬을 허리 아래다가 늦게 차고 층층거리고 나간다. “이 애 김 번수야!” “왜야?” “이 애 박 번수야!” “왜 부르느냐?” “걸리었다, 걸리어.” “게, 뉘귀가 걸려야?” “춘향이 걸렸다. 옳다! 그 제기 붙고 발기 갈 년 양반 서방을 허였다고 우리를 보면 초리로 알고 당혜만 좔좔 끌고 교만이 너무 많더니 잘되고 잘되었다. 사나운 강아지 범이 물어가고 물도 가뜩 차면 넘느니라.” 두 사령이 분부 듣고 안올림 벙치를 제쳐 쓰고, 소소리 광풍 걸음 제를 걸어 어칠 비칠 툭툭 거려 춘향 문전을 당도허여 “이 애 춘향아 나오너라!” 부르난 소리 원근 산천이 떠드렇게 들린다. “사또 분부가 지엄허니 지체 말고 나오너라.”

 

[창조]

그때여 춘향이는 사령이 오는지 군로가 오는지 아무런 줄 모르고 울음을 우난디,

 

[중모리]

“갈까부다. 갈까부다. 임 따라서 갈까부다. 바람도 수여 넘고, 구름도 수여 넘는, 수진이, 날진이, 해동청, 보라매 다 수여 넘는 동설령 고개라도 임 따라 갈까부다. 하날의 직녀성은 은하수가 막혔어도 일년일도 보련마는, 우리 임 계신 곳은 무슨 물이 막혔간디 이다지 못 보는고? 이제라도 어서 죽어 삼월동풍 연자 되어 임 계신 처마 끝에 집을 짓고 노니다가 밤중이면 임을 만나 만단정회를 허여 볼까? 뉘 년의 꼬염을 듣고 여영 이별이 되랴는가? 어쩔거나 어쩔거나 아이고 이를 어쩔거나?” 아무도 모르게 설리 운다.

 

[아니리]

이렇듯 울고 있는데 향단이가 들어서며,

 

[창조]

“아이고 아씨 야단났소 장방청 사령들이 동동이 늘어서

 

[아니리]

오느냐 가느냐 야단났소.” 춘향이 그제서야 깜짝 놀래 나오난디,

 

[단중모리]

“아차, 아차, 아차 내 잊었네. 오날이 제 삼일 점고날이라더니 무슨 야단이 났나부다. 내가 전일에 장방청 번수에게 인심을 많이 잃었더니 혼초리나 받으리다.” 제자 다리 걸었던 유문지유사로 머리를 바드득 졸라매고 나간다, 나간다, 사령을 둘리러 나가는구나. “허허, 김 번수 와 계시오? 이번 신연에 가셨드라더니 노독이나 없이 다녀오며, 새 사또 정사가 어떠허오?” 우수를 선뜻 내어 김 번수 손길을 부여잡고 좌수를 선뜻 들어 박 번수 손길 잡고, “이리 오오, 이리 와. 뉘 집이라고 아니 들어오고 문 밖에 서서 주저만 허는가? 들어가세, 들어가세, 내 방으로만 들어가세”

 

[아니리]

사령들이 춘향의 손이 몸에 오니 마음이 춘삼월 얼음 녹듯 스르르르 풀렸구나! “놓아두소, 들어감세.” 춘향이 들어가 술 한 상 차려 내노니 한 잔씩 썩 잘 먹었구나! “여보게 춘향 각시, 사또께서 분을 내어 육방이 송동되었으니 자네가 아니 들어가고 보면 우리 사령들의 신세가 말이 아닐세.” 춘향이 이 말 듣고 돈 석 냥씩 내어주며,

 

[창조]

내가 가기는 같이 갈 터이니 한때 주채나 하사이다.

 

[아니리]

박 번수가 돈을 보더니,

 

[중모리]

“여보소, 이 돈이 웬 돈인가? 여보소, 이 돈이 웬 돈인가? 유전이면 가사귀란 말은 옛글에도 있거니와, 자네와 우리가 한 문간 구실허며 유전이라니 웬 말인가? 들여 놓소 들여 놓소. 들여 노라면 들여 놓소.”

 

[아니리]

앞으로는 반 뼘씩 나가고 제 앞으로는 오 뼘씩 바싹바싹 긁어 댕기것다. 김 번수가 박 번수의 귀에 대고 “아따 새 사또 첫 마수붙임이니 그대로 뒤에 차게.” 두 사령들이 돈 한 꿰미씩을 들고 돈타령을 허는디,

 

[중중모리]

“돈 봐라, 돈 봐라.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 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둥글둥글 생긴 돈, 생살지권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 돈,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 얼씨구 절씨구 돈 돈 돈 돈 돈 돈 돈 봐라.”

 

[아니리]

이리하여 춘향이 하릴 없이 사령 뒤를 따라가는디,

 

[세마치]

사령 뒤를 따라간다. 울며불며 건너갈 제,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어떤 사람 팔자 좋아 삼태육경, 좋은 집에 부귀영화로 잘 사는디, 내 신세는 어이 허여 이 지경이 웬일이여, 국곡투식 허였느냐? 부모 불효를 허였는가? 형제 있어 불목을 허였느냐? 살인강도 아니어든 이 지경이 웬일이여?” 종루를 당도허니 재촉 청령사령들이 동동이 늘어서서, 신도지초라 오죽 떠벌였겄나? 산수털 전립 운월, 증자 채상모 날랠 ‘용’ 자 떡 붙이고, 한 죽은 느리 치고 한 죽 제쳐, 소소리 광풍 걸음 제를 걸어 어칠 비칠 툭툭거려 오느냐? 남전대띠가 파르르르, 장사대가 꼿꼿, 종루가 울긋불긋, 엄명이 지엄허니 춘향이 기가 막혀, “아이고, 내 신세야! 제 낭군 수절헌 게 그게 무슨 죄가 되어 이 지경이 웬일이란 말이냐?” 울며불며 들어간다.

 

[아니리]

춘향이 상방에 들어가 아미를 단정히 숙이고 앉었을 제 사또가 춘향이를 보더니 좋은 곡식 추듯 허는구나. “어디 보자. 그것 잘되었다. 어여뿌다 어여뻐. 계집이 어여뿌면 침어낙안헌단 말은 과히 춘 줄 알았더니 폐월수화 하던 태도 오날 너를 보았구나! 설도문군 보랴 허고 익주자사 자원허여 삼도몽을 꾼다더니, 나도 네 소문이 하 장허여 밀양 서흥 마다허고 간신히 서둘러 남원 부사 허였제. 너 같은 저 일색을 봉지는 띠였으나, 녹엽성음자만지가 아직 아니 되었으니, 호주탄화 말을 허던 두목지에 비허면 나에게는 다행이다. 니가 고서를 읽었다 허니 옛 글을 들어 보아라. 식국 부인은 초왕의 첩이 되고, 범신예양은 지백을 섬겼으니, 너도 나를 섬겼으면 예양충과 같을지라. 올라가신 구관 자제 도련님이 네 머리를 얹었기로 청춘공방 헐 수 있나? 응당 애부가 있을 테니, 관속이냐 한량이냐 건달이냐? 어려워 생각 말고 바른대로 일러라.”

 

[창조]

춘향이 이 말을 듣고 여짜오되, “올라가신 도련님이 무심허여 설령 다시 안 찾으면, 반첩여의 본을 받어 옥창형영 지키다가 이 몸이 죽사오면 황릉묘를 찾아가서 이비혼령 모시옵고, 반죽지 저문 비와 창오산 밝은 달에 놀아 볼까 허옵난디, 관속, 한량, 애부 말씀, 소녀에게는 당치 않소.”

 

[아니리]

사또 이 말을 들으시고 기특타 칭찬 후에 내어 보냈으면 관촌무사 좋을 텐디, 생긴 것이 하 어여뿌니 ‘절’ 자 하나를 가지고 얼러 보난디, “허허, 이런 시절보소. 내 분부 거절키는 간부 사정이 간절허여 필은곡절이 있는 터이니, 네 소위 절절가통 형장 아래 기절허면 네 청춘이 속절없지.” 춘향이 이 말 듣고 악정으로 아뢰난디,

 

[단중모리]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여보, 사또님 듣조시오. 충신은 불사이군이요, 열녀불경이부절을 본받고자 허옵난디 사또도 난시를 당하면 적하의 무릎을 꿇고 두 임금을 섬기리잇가? 마오 마오 그리 마오, 천기 자식이라 그리 마오. 어서 급히 죽여주옵소서.”

 

[아니리]

사또 이 말 듣고 분을 내어 “허허 이런 요망헌 년이 있드란 말이냐? 여봐라, 이 년을 빨리 끌어 내려라!”, “예이.”

 

[휘모리]

골방의 수청통인, 우루루루 달려들어 춘향의 머리채를 주루루루 감어 쥐고, “급창!” “예이!” “춘향 잡어 내리랍신다!” “예이!” “사령!” “예이!” “춘향 잡어 내리랍신다.” “예이!”, 뜰 밑 아래 두 줄 사령 벌떼 같이 달려들어, 춘향의 머리채를 상전시정 연줄 감듯, 팔보대단 비단 감듯, 사월 팔일 등대 감듯, 오월 단옷날 그넷줄 감듯, 에후리쳐 감아 쥐고 길 너룬 칭계 아래 동댕이쳐 내끌며 “춘향 잡어 내렸소!”

 

[아니리]

“여봐라, 형리 부르라!” “예, 형리 대령이오.” “형리 들어라, 저 년이 하 예쁘게 생겼기로 수청 들라 허였더니, 나를 역모로 모는구나, 여봐라, 춘향이 다짐받어 올려라.” 형리가 들어서 다짐 사연 쓴 연후에, “춘향이 다짐 사연 분부 뫼어라. 살등여의등이 창가의 소부로, 부종관장지엄령허고 능욕존전 허였으니, 죄당만사라.” 급창 불러 던져주며, “춘향이 다짐받어 올려라.”

 

[창조]

춘향이 붓대를 들고 사지를 벌벌벌벌벌 떠는디, 사또가 무서워 떠는 것도 아니요, 죽기가 서러워 떠는 것도 아니요, 한양 서방님 못 보고 죽을 일과 칠십 당년 늙은 노모 두고 죽을 일을 생각허여 일신수족을 벌벌벌벌 떨며 한 ‘일’ 자 마음 ‘심’ 자로 드르르르 긋고,

 

[진양조]

붓대를 땅으다 내던지더니 요만허고 앉었구나.

 

[아니리]

급창이 다짐받어 올리니 사또 보시고 “네 년의 일심이 얼마나 굳은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 여봐라! 저 년을 동틀 위에 올려 매고 바지 가래 훨씬 걷어 동틀다리 암냥허여 묶은 후에, 집장사령 분부 뫼어라. 일호 사정 두었다가는 주장대로 찌를 테니 각별히 매우 치렸다.” “예이! 저만헌 년을 무슨 사정을 두오리까? 대매에 뼈를 빼오리다.”

 

[진양조]

집장사령 거동을 보아라. 형장 한 아름을 덥쑥 안어다가 동틀 밑에다 촤르르르르 펼쳐 놓고 형장을 고르는구나. 이놈도 잡고 늑끈 능청, 저놈도 잡고 늑끈거려 그 중의 등심 좋은 놈 골라 쥐고, 사또 보는 데는 엄명이 지엄허니 갓을 숙이어 대상을 가리고, 춘향다려 속말을 헌다. “이 애, 춘향아 한두 대만 견디어라. 내 솜씨로 넘겨 치마. 꼼짝꼼짝 말어라. 뼈 부러지리라.” “매우 쳐라!” “예이!” 딱 부러진 형장 가지는 공중으로 피르르르 대뜰 위에 떨어지고, 동틀 위의 춘향이는 토심스러워 아프단 말을 아니 허고 고개만 빙빙 두르며 “‘일’ 자로 아뢰리다. 일편단심 먹은 마음 일부종사 허랴는디, 일개형장이 웬일이오? 어서 급히 죽여주오.” “매우 쳐라!” “예이!” “딱!” “둘이요.” “이부불경 이 내 마음, 이군불사 다르리잇가? 이비사적을 알았거든 두 낭군을 섬기리잇가? 가망 없고 무가내요!” “매우 쳐라.” “예이!” 딱! “삼가히 조심하라” “삼생가약 맺은 언약, 삼종지법을 알았거든 삼월화류로 알지 말고 어서 급히 죽여주오.” ‘사’ 자 낱을 딱 붙여노니, “사대부 사또님이 사기사를 모르시오? 사지를 찢드래도 가망 없고 무가내요.” ‘오’ 자 낱을 딱 붙여노니, “오마로 오신 사또, 오륜을 밝히시오. 오매불망 우리 낭군 오실 날만 기다리오.” ‘육’ 자 낱을 딱 붙여노니, “육부에 맺힌 마음 육시를 허여도 무가내요.” ‘칠’ 자 낱을 딱 붙여노니, “칠척장검 높이 들어 칠 때마다 동강나도 가망 없고 무가내요.” ‘팔’ 자 낱을 딱 붙여노니, “팔방부당 안 될 일을 위력권장 고만 허고 어서 급히 죽여주오.” ‘구’ 자 낱을 딱 붙여노니, “구곡간장 맺은 언약 구사일생을 헐지라도 구관 자제를 잊으리잇가? 가망 없고 무가내요.” ‘십’ 자를 붙여노니, “십장가로 아뢰리다. 십실 적은 고을도 충렬이 있삽거든, 우리 남원 너룬 천지 열행이 없으리잇가? 나 죽기는 섧잖으나 십맹일장 날만 믿는 우리 모친이 불쌍허오. 이제라도 어서 죽어 혼비중천의 높이 떠서 도련님 잠든 창전의 가 파몽이나 허고지고.”

 

[중모리]

열을 치고 그만둘까, 스물을 치고 짐작헐까? 삼십도를 맹장허니 옥루화연 흐르난 눈물 진정헐 수 바이 없고, 옥 같은 두 다리에 유수같이 흐르난 피는 정반의 진정이라. 엎졌던 형방도 눈물짓고, 매질허던 집장사령도 매 놓고 돌아서며 도포자락 끌어다 눈물 흔적 씻으면서 발 툭툭 구르며, “못 보겄네, 못 보겄네, 사람의 눈으로 못 보겄네. 삼십 년간 관문 출입 후에 이런 광경은 처음 보았네. 내일부터는 나가 문전걸식을 허드래도 아서라, 이 구실을 못 허겄네.”

 

[단중모리]

남원 한량들이 구경들 허다 아서라 춘향이 매 맞는 거동 사람 눈으로 못 보겄네. 어린 것이 설령 잘못 헌들 저런 매질이 또 있느냐? 집장사령 놈을 눈 익혀 두었다가 삼문 밖에 나오면 급살을 주리라. 저런 매질이 또 있느냐. 모지도다. 모지도다. 우리 골 사또가 모지도다. 저런 매질이 또 있느냐. 간다 간다 떨떠리고 내 돌아간다.

 

[아니리]

춘향을 큰칼 씌워 장방청에 내쳐노니, 그때의 춘향 모친이 춘향이 매를 맞아 죽게 되었단 말을 듣고 실성발광으로 들어오난디,

 

[자진중중모리]

춘향 모친이 들어온다. 춘향 모친이 들어온다. 춘향이가 죽다니, 춘향이가 죽었다네. 장방청 들어서니 춘향이 기절허여 정신없이 누웠구나! 춘향 모친 기가 막혀, 그 자리 엎드러지더니 “아가, 춘향아! 이 죽엄이 웬일이냐? 남원 사십팔 면 중에 내 딸 누가 모르는가? 질청의 상전님네, 장청의 나리님네, 내 딸 춘향 살려주오. 제 낭군 수절헌 게 그게 무슨 죄가 되어 생죽엄을 시키시오? 나도 마저 죽여주오!” 여광여취 울음 울 제 목제비질을 덜컥 내리둥굴 치둥굴며 죽기로만 작정을 허는구나!

 

[아니리]

그때의 교방청 여러 기생들이 이 소문을 듣고 서로 부르며 들어오난디,

 

[단중모리]

여러 기생들이 들어온다. 여러 기생들이 들어온다. 서로 부르며 들어오난디, “아이고, 형님! 아이고, 아짐! 동생! 춘향이가 매를 맞고 생죽엄을 당했다네. 아이고 불쌍허고 아까워라. 어서 가서 청심환 갈아라.” 끼리끼리 동지끼리 천방지축에 들어올 제, 어떠한 기생 하나는 추세를 따라 부르는구나! “아이고 서울집! 춘향이가 매를 맞고 거의 죽게 되었으니, 노모 신세를 어쩔라고 이 죽엄이 웬일이오?” 서로서로 자탄헐 제 또 어떠한 기생 하나는 선춤을 추면서 들어오는구나!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여러 기생들이 어이없어, “아이고 저 년 미쳤구나! 춘향과 너와 무슨 혐오 있어 저 중장을 당했는디 춤을 추니 웬일이냐?” “너의 말도 옳거니와 이 내 말을 들어봐라. 진주에 의암 부인 나고, 평양에 월선 부인 나고, 안동 기생 일지홍, 산 열녀문 세워 있어 천추유전 허여 있고, 선천 기생 아해로되, 칠거학문 들어있고, 청주 기생 화월이난 삼층각에 올랐으니, 우리 남원 대도 관내 충렬이 업삽다가 춘향이가 열녀 되어 우리도 이번 남원 좋은 골에 현판감이 생겼으니 어찌 아니 좋을쏘냐? 노모 신세는 불쌍허나 죽을 테면 꼭 죽어라. 얼씨구나 좋을씨구 지화자 좋을씨구.”

 

[중모리]

사정이난 춘향을 업고, 향단이는 칼머리 들고, 춘향 모친 여러 기생들은 뒤를 따라 옥으로만 내려갈 제 춘향 모친 기가 막혀, “아이고, 내 신세야. 아곡을 여곡 헐 디, 여곡을 아곡 허니 내 울음을 누가 울며, 아장을 여장 헐 디, 여장을 아장 허니 내 장사를 누가 헐거나? 원수로다. 원수로다. 존비귀천이 원수로구나. 네가 만일 죽게 되면, 칠십당년 늙은 내가 누구를 믿고 살으라고?” 그렁저렁 길을 걸어 옥문간 당도허니, 사정이 춘향을 옥에 넣고 옥쇠를 절컥 절컥 채워놓니 십오야 둥근달이 떼구름 속에 잠겼구나!

 

[아니리]

그때의 춘향 모친과 향단이는 여러 기생들 앞세워 집으로 돌아가고, 춘향이 홀로 옥방에 앉아 신세장탄으로 울음을 우난디,

 

[세마치]

“옥방이 험탄 말은 말로만 들었더니 험궂고 무서워라. 비단보료 어디 두고 헌 공석이 웬일이며, 원앙금침 어디 두고 짚 토매가 웬일인고? 천지 생겨 사람 나고 사람 생겨 글자낼 제, 뜻 ‘정’ 자 이별 ‘별’ 자는 어느 누가 내셨던고? 이 두 글자 내인 사람은 날과 백년 원수로다.” 울며불며 홀연히 잠이 들어, 장주가 호접 되고 호접이 장주 되어 편편히 날아가니 반반혈루 죽림 속에 두견이 오락가락, 귀신은 좌림허고, 적적한 높은 집이 은은히 보이난디, 황금대자로 새겼으되, ‘만고열녀 황릉묘’라 둥두렷이 걸렸거날, 이 몸이 황홀허여 문전의 배회헐 제, 녹의 입은 두 여동이 문 열고 나오며 춘향 전 예하여 여짜오되, “낭랑께서 부르시니 나를 따라 가사이다.” 춘향이 여짜오되, “미천한 소녀몸이 우연히 이곳에 와 지명도 모르난디 어떠허신 낭랑께서 나를 알고 부르리까?” “가서 보면 알 것이니, 어서 급히 가사이다.” 여동 뒤를 따라 내전에 들어가니, 무하운창 높은 집에 백의 입은 두 부인이 문 열고 나오며 춘향 보고 반기허여, “네 비록 여잘망정 고금 사적 통달허여, 요녀순처 아황 여영 우리 형제 있는 줄은 너도 응당 알리로다. 이 물은 소상강, 이 숲은 반죽이요, 이 집은 황릉묘라.” 동서묘의 앉은 부인 천만고 효부 열녀로다. 너도 절행이 장하기로 인간 부귀 시킨 후에 이리 다려올까 허여, 서편의 빈 교가 너 앉을 자리로구나! 오날 너를 청하기는, 연약한 너의 몸에 흉사가 가련키로 구완 차 불렀노라. 이것을 먹으면 장독이 풀리고 아무 탈이 없으리라.” 술 한 잔, 과실 안주, 여동 시켜 주시거늘 돌아 앉어 먹은 후에, 낭랑이 분부허시되, “너의 노모 기다리니 어서 급히 나가 보아라.” 춘향이 사배 하직허고 깜짝 놀래 깨어보니, 황릉묘는 간 곳 없고 옥방에 홀로 누웠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두 부인 모시고 황릉묘나 지킬 것을 이 지경이 웬일이여.”

 

[중모리]

춘향 형상 가련허다.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옥방의 찬 자리에 생각나는 것은 임뿐이라. 보고 지고, 보고 지고, 보고 지고, 한양 낭군을 보고 지고, 서방님과 정별 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 봤으니 부모 봉양 글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이러는가? 연이신혼 금슬우지 나를 잊고 이러는가? 계궁항아 추월같이 번듯이 솟아서 비치고저. 막왕막래 막혔으니 앵무서를 내가 어이 보며 전전반측 잠 못 이루니 호접몽을 꿀 수 있나? 손가락의 피를 내어 사정으로 편지허고, 간장의 썩은 눈물로 임의 화상을 그려 볼까? 이화일지춘대우로 내 눈물을 뿌렸으니 야우문령단장성에 비만 많이 와도 임의 생각 녹수부용채련녀와 제롱망채엽의 뽕 따는 여인들도 낭군 생각 일반이라. 날보다는 좋은 팔자. 옥문 밖을 못 나가니 뽕을 따고 연 캐려나? 내가 만일에 도련님을 못 보고 옥중고혼이 되거드면 무덤 근처 섰는 나무는 상사목이 될 것이요, 무덤 앞에 있는 돌은 망부석이 될 것이니, 생전사후 이 원통을 알아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방성통곡의 울음을 운다.

 

[아니리]

이렇닷이 세월을 보낼 적에,

 

[자진모리]

그때의 도련님은 서울로 올라가 글공부 힘을 쓸 제, 춘추사략 통사기, 사서삼경, 백가어를 주야로 읽고 쓰니, 동중서문견이요, 백낙천 계수로다. 금수강산을 흉중에 품어두고 풍운월로를 붓끝으로 희롱헐 제, 국가 태평허여 경과 보실 적의 이 도령 거동 보소. 장중의 들어가니 백설백목 차일장막 구름같이 높이 떴다. 어탑을 앙면허니 홍일산, 홍양산, 봉미선이 완연허구나! 시위를 바라보니, 병조판서 봉명기, 도총관, 별련 군관, 승사각신이 늘어섰다. 중앙의 어영대장, 선상의 훈련대장, 도감중군 칠백 명, 삼영군의 자개창 일광을 희롱헐 제, 억조창생 만민들, 어악풍류 떡 쿵. 나누나 지누나, 앵무새 춤추난 듯, 대제학 택출허여 어제 내리시니, 도승지 모셔 내어 포장 우에 번뜻, 글제에 허였으되, ‘일중광 월중륜 성중휘 해중윤’이라, 둥두렷이 걸렸거날, 이 도령 거동보소, 시제를 펼쳐 놓고 해제를 생각허여 용지연의 먹을 갈아 당황모무심필 일필휘지 지어내어 일천의 선장허니, 상시관이 글을 보시고 칭찬허여 이른 말이, “문안도 좋거니와 자자비점이오, 구구마다 관주로다.” 장원급제 방 내거니, “이몽룡 신래이! 신래이,” 정원 사령이 나온다. 정원 사령이 나와 청철릭 앞에 치고 자 세 치 긴 소매를 보기 좋게 활개를 쳐, 장원 연못가의 참나무쟁이를 뒤얹혀, “이준상 자제 이몽룡, 이몽룡!” 이렇듯 외난 소리 장중이 뒤집혀 춘당대 떠나간다. 선풍도골 이몽룡 세수를 다시 허고, 도포 떨어 다시 입고, 정원 사령 부액허여 신래진퇴헌 연후, 어주삼배 내리시니 황송히 받어 먹고 천은을 배사 허고 계하로 나가실 제, 머리 우엔 어사화요, 몸에난 청포흑대, 좌수옥홀이요, 우수홍패로다. 금의화동은 쌍제를 띠었는디, 누하문 밖 나가실 제 청노새 비껴 타고 장안 대도상으로 이리 가락 저리 가락, 노류장화는 처처에 자잤는디, 고사당참알 허고, 부모 전 영화허니, 세상에 좋은 것은 과거밖에 또 있느냐? 초입사 한림, 주서, 대교로 계실 적에, 그때 나라 경연 들어 전라 어사를 보내시는구나! 이몽룡 입시 시켜 봉서 한 벌 내어주시니 비봉에 호남이라. 사책, 유척, 마패, 수의를 몸에 입고, 본댁에 하직허고 전라도로 내려간다. 

 

[휘모리]

남대문 밖 썩 내달아 칠패, 팔패, 청패, 배다리, 애고개를 얼른 넘어, 동작강 월강, 사그내, 미륵당이, 골사그내를 지내어 상류천, 하류천, 대황교, 떡점거리, 오무장터를 지내어 칡원, 소사, 광정, 활원, 모로원, 공주, 금강을 월강허여, 높은한질, 널재, 무네미, 노성, 풋개, 닥다리, 황화정이, 지아미 고개를 얼른 넘어 여산읍을 당도허였구나!

 

[아니리]

그때의 어사또는 여산이 전라도 초입이라 서리 역졸을 각 처로 분발헐 제,

 

[자진모리]

“서리!”, “예이!” “너희들은 예서 떠나 우도로 염문허되, 예산, 익산, 함열, 옥구, 김제, 태인으로 돌아, 내월 십오일 오시 남원 광한루로 대령하라!” “예이!” “역졸!” “예이!” 너희들은 예서 떠나 좌도로 염문허되, 고산, 금산, 무주, 용담, 진안, 장수, 운봉으로 돌아 광양, 순천, 흥양, 낙안, 보성, 장흥, 강해남, 진수령을 넘어, 영암, 나주, 무안, 함평, 화순, 동복, 광주로 염문허되 국곡투식 허는 놈, 부모불효 허는 놈, 형제화목 못 허는 놈, 술 먹고 취주잡담, 피색을 범하는 자, 낱낱이 적발허여 내월 십오일 오시 남원 광한루로 대령하라!” “예이! 그리하오리다.”

 

[중모리]

좌우도로 분발허고 어사 행장을 차리는구나! 과객 맵시를 차리는구나. 질 너룬 제량갓에 죽영 갓끈을 달아 쓰고, 살춤 높은 김제 망건, 당팔사 당줄을 달아서 두 통 나잖게 졸라매고, 수수한 삼베 도복 분합대를 둘러 띠고, 사날 초신, 길 보신에 고운 때 묻은 세살부채, 진짜 밀화 선초를 달아서 횡횡 두르며 내려올 제, 어찌 보면 과객 같고, 또 어찌 보면 공명을 하직허고 팔도를 두루 다니면서 친구를 사귀랸 듯, 썩 몰라보게 꾸몄난디, 인적적 노중에는 마상으로 오시다가, 광야 너룬 행로에는 인마는 뒤에 세우고 완보로 내려올 제, 전라 감영을 들어가서 선화당 구경허고, 남원 주인을 찾어가서 종두지미를 안 연후에 임실읍을 얼른 넘어 노구바위를 올라서서 보니 여기서부터는 남원 땅이라.

 

[아니리]

이때는 어느 땐고 허니 오뉴월 농번시절이라. 각댁 머슴들이 맥반맥주를 배불리 먹고 상사 소리를 맞어 가며 모를 심는디,

 

[중모리]

“두리둥둥 두리둥둥 께갱매 깽매 깽매 어럴럴럴 상사뒤어. 어여 어여루 상사뒤어.” 전라도라 허는 디는 신산이 비친 곳이라. 저 농부들도 상사 소리를 메기면서 각기 저정거리고 더부렁거리네, “어여 어여루 상사뒤어.” 한 농부가 썩 나서더니 모포기를 양 손에 갈라 쥐고 엉거주춤 서서 메기는구나! “신농씨 만든 쟁기, 고운 소로 앞을 내어 상하평 깊이 갈고, 후직의 본을 받어 백곡을 뿌렸으니, 용성의 지은 책력 하시절이 돌아왔네.” “어여 어여루 상사뒤어, 어럴럴럴 상사뒤어.” “이마 우에 흐르는 땀은 방울방울 향기 일고 호미 끝에 이르난 흙은 댕이 댕이 댕이 황금이로구나!” “어여 어여루 상사뒤어.” “저 건너 갈미봉에 비가 묻어 들어온다. 우장을 허리 두르고 삿갓을 써라.” “어여 어여루 상사뒤어.” “여보시오, 농부님네. 이 내 말을 들어보소. 어화 농부들 말 들어요. 돋는 달 지는 해를 벗님의 등에 실코 향기로운 이 내 땅에 우리 보배를 가꾸어 보세.” “어여 어여루 상사뒤어.” “인정전 달 밝은 밤 세종대왕 놀음이요, 학창의 푸른 솔은 산신님의 놀음이요, 오뉴월이 당도허면 우리 농부 시절이로다! 패랭이 꼭지에 가화를 꽂고서 마구잽이 춤이나 추어보세.” “어여 어여루 상사뒤어.”

 

[아니리]

여보시오 여러 농부들 이렇게 심다가는 몇 날이 걸릴지 모르겄네, 조금 자조자조 심어 봅시다. 그래 봅시다.

 

[중중모리]

“어화 어여루 상사뒤어.” “운담풍경근오천의 방화수류허여 전천으로 내려간다.” “어화 어여루 상사뒤어.” “여보소, 농부들 말 듣소. 어화 농부들 말 들어. 돌아왔네, 돌아와. 풍년 시절이 돌아와. 금년 정월 망월달 선원사를 높이 떠 백공봉에 솟았구나!” “어화 어여루 상사뒤어.” “다 되었네 다 되어, 서 마지기 논배미가 반달만큼 남았네. 지가 무슨 반달이냐 초생달이 반달이로다.” “어화 어여루 상사뒤어.” “이 모 심어 다 끝내면 초벌 두벌 세벌 맨 후 잠우라기 결실되어 황황히 익은 후에 우걱지걱 거둬들여 가상질 탕탕허여 물 좋은 수양수침 떨끄덩 떵 찧어다가 상위부모 하위처자 함포고복의 놀아보세” “어화 어여루 상사뒤어.” “내렸다네, 내렸다네.” “아니 뭣이 내려야?” “전라어사 내렸다네.” “전라어사가 내렸으면 옥중 춘향이 살었구나.” “어화 어여루 상사뒤여.” “떠들어온다 점심 바구니 떠들어온다.” “어화 어여루 상사뒤어.”

 

[자진모리]

“다 되어간다, 다 되어간다.” “어러럴럴 상사뒤어.” “이 논배미를 어서 심고.” “어러럴럴 상사뒤어.”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 “어러럴럴 상사뒤어.” “풋고추 단 된장에 보리밥 쌀밥 많이 먹고.” “어러럴럴 상사뒤어.” “꺼적 이불을 뒤집어쓰고.” “어러럴럴 상사뒤어” “이러고 저러고 어쩌고 저쩌고 새끼 농부가 또 생긴다.” “어러럴럴 상사뒤어”

 

[단중모리]

“어화 어여루 상사뒤어.”

 

[아니리]

어사또가 이곳에 당도허여, “여러 농부들 수고 허시오, 농부 중 좌상이 뉘시오?” 한 농부 썩 나서며, “거 좌상 찾으셨소? 내가 좌상이오마는 댁의 거주성명은 무엇이오?” “예, 이리 저리 떠도는 과객이 무슨 거주가 있으리오마는 그저 이서방이라 허오. 좌상의 성명은 무엇이오?” “나는 태서방이오.” 어사또 들으시고 “그렇지. 남원에는 진진방태가 많이 살것다. 그럼 고을 일도 잘 아시겄소.” “우리네 농부가 무엇을 알 것이오마는, 들은 대로 말을 허자면 우리 고을은 사망이 물밀 듯 헌다 헙디다.” “아니 어찌하여 그렇단 말이요.” “예 말이 났으니 말이지, 원님은 주망이요, 책실은 노망이요, 아전은 도망이요, 백성은 원망이라, 이리해서 우리 고을은 사망이 물밀듯헌다 헙디다.” “예, 이 고을 정사도 말이 아니구려. 이왕에 말이 났으니 한 가지만 더 물읍시다. 남원의 성춘향이가 어찌 되었는지?” “예, 성춘향이로 말헐 것 같으면 구관 자제 도련님과 백년가약을 맺은 후에 지금 수절을 허고 있난디, 뜻밖에 신관 사또가 내려와서 수청을 아니 든다 허여 중장을 때려 옥에 가뒀는디, 내일 본관 사또 생신 잔치 끝에 춘향을 잡아다 죽인다 헙디다.” 어사 들으시고 깜짝 놀라 춘향 일이 급했다는 듯이 농부들과 작별을 허고 한 모롱이 돌아드니,

 

[창조]

그때의 춘향이난 옥방에 홀로 앉아 한양에 편지 써서 지자 시켜 보내는구나!

 

[진양조]

이팔청춘 총각 아이가 시절가 부르며 올라온다. “어이 가리너, 어이를 갈거나, 한양 성중을 어이 가리? 오늘은 가다가 어디가 자며, 내일은 가다가 어기 가서 잠을 잘거나? 자룡 타고 월강허던 청총마나 있거드면 이날 이시로 가련마는 몇 날을 걸어서 한양을 가리?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너, 어이 가리, 한양 성중을 어이 가리? 내 팔자도 기박허여 길품팔이를 허거니와 춘향 신세도 가련허네. 무죄한 옥중 춘향이 명재경각이 되었난디, 올라가신 구관 자제 이몽룡씨 어찌 이리 못 오신고?”

 

[아니리]

어사또가 이 말을 들으시고, 저 애가 춘향의 편지를 가지고 한양을 가는 방자놈이로구나! 어사또가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얘야, 너 이리 좀 오너라!” 아이가 돌아다보며, “아니 바쁘게 가는 사람 어찌 부르오?” “이 애, 너 이리 좀 오너라. 너 지금 어디 사느냐?” “나요. 다 죽고 나 혼자 사는 디 사요.” “허허, 그럼 너 남원 산단 말이로구나!” “허허, 그 당신 알아 맞히기는 바로 오뉴월 쉬파리 똥 속이오.” “네 이놈! 고얀 놈이로고. 그래, 너 지금 어디 가느냐?” “허허 말이 났응깨 말이지마는 남원에 성춘향 편지 가지고 한양 묵은 댁에 가요.” “허허 그론 어긋지기는 제족 이상이로고. 너 한양 구관댁에 간단 말이로구나.” “허허, 그 당신 알아맞히기는 바로 칠팔월 귀뜨래미시그려.” “네 이놈, 고얀 놈이로고. 이 애, 그럼 너 갖고 가는 그 편지 내가 좀 보면 안 되겄느냐?” 방자 기가 막혀 “뭐요, 여보시오. 아니 남의 남자 편지도 함부로 못 헐 텐디 남의 여자 은서를 함부로 대로변에서 보잔 말이요? 예끼 여보시오. 이 양반아.” “네 이놈 네가 모르는 말이로다. 옛 글에 허였으되, 부공총총설부진허여 행인이 임발우개봉이라 허였으니, 잠깐 보고 돌려주면 안 되겄느냐?” “허허 이사람 보소. 아 꼴불견일세. 껍닥보고 말을 들어보니 문자 속이 기특허네그려. 허허 이 사람 내가 꼭 안 보여 줄라고 허였는디, 당신 문자 속이하도 기특허여 보여주는 것이니 얼른 보고 봉해 주시오.” 어사또 편지 받아 들고 “네이놈! 너는 저만치 한쪽에 가만히 있거라.” 그 편지에 허였으되,

 

[창조]

“별후광음이 우금삼재에, 척서가 단절허여 약수 삼천리에 청조가 끊어지고. 북해만리에 홍안이 없어매라. 천애를 바라보니 망안이 욕천이요, 운산이 원격허니 심장이 구열이라. 이화에 두견 울고 오동에 밤비 올 제, 적막히 홀로 누어 상사일념이 지황천로라도 차한은 난절이라. 무심헌 호접몽은 천 리에 오락가락, 정불자억이요, 비불자승이라. 호읍장탄으로 화조월석을 보내더니, 신관 사또 도임 후에 수청 들라 허옵기에, 저사모피 허옵다가 모진 악형을 당허여, 미구에 장하지혼이 되겠사오니, 바라건대 서방님은 길이 만종록을 누리시다가 차생에 미진한을 후생에 다시 만나 이별 없이 사사이다.”

 

[중모리]

편지 끝에다 ‘아’ 자를 쓰고, ‘아’ 자 밑에다 ‘고’ 자를 쓰고, 무명지 가락인지 아드드드득 깨물어서 평사낙안 기러기 격으로 혈서를 뚝뚝 뚝 찍었구나! “아이고, 춘향아. 수절이 무슨 죄가 되어 네가 이 지경이 웬일이냐? 나도 너와 작별허고 독서당 공부허여 불원천리 예 왔는디, 네가 이 죽음이 웬일이냐?” 편지를 두 손으로 움켜쥐고 “아이고 춘향아, 이를 장차 어쩔거나.” 방성통곡의 울음을 운다.

 

[아니리]

그때여 방자가 어사또를 몰라봤다 허되 수 년 동안 책방에 모시고 있었으니 그럴 리가 있겠느냐? 자세히 살펴보니 책방에 모시던 서방님이 분명쿠나. 그 일이 어찌 될 일이냐?

 

[창조]

“아이고 서방님.”

 

[단중모리]

“소인 방자놈 문안이요. 대감마님 행차 후의 옥체 안녕허옵시며, 서방님도 먼 먼 길에 노독이나 없이 오시었소? 살려주오, 살려주오. 옥중 아씨를 살려주오.”

 

[중모리]

“오냐, 방자야 우지마라. 내 모냥이 이 꼴은 되었으나, 설마 너의 아씨 죽는 꼴을 보겄느냐. 우지 말라면 우지를 마라. 충비로다, 충비로구나. 우리 방자가 충비로구나!”

 

[아니리]

어사또 생각허기를 저 애가 관물을 오래 먹어 눈치가 비상헌지라, 천기누설 될까 허여 편지 한 장 얼른 써서, “이 애 방자야. 이 편지 가지고 운봉 영장 전 빨리 올리고 오도록 하여라”하고 보냈는디, 편지 내용인 즉은 요놈을 멕이기는 잘 멕여주되 며칠 붙들어 놓으란 내용이었다. 방자를 보낸 후에,

 

[진양조]

박석치를 올라서서 좌우 산천을 바라보니, 산도 옛 보던 산이요, 물도 옛 보던 물이로구나. 대방국이 노던 데가 동양물색이 아름답다. 전도유랑금우래의 현도관이 여기련만, 하향도리 좋은 구경 반악이 두 번 왔네, 광한루야 잘 있으며, 오작교도 무사터냐? 광한루 높은 난간 풍월 짓던 곳이로구나. 저 건너 화림 중의 추천 미색이 어디를 갔느냐? 나삼을 부여잡고 누수 작별이 몇 해나 되며, 영주각이 섰는 데는 불개청음 허여 있고, 춤추던 호접들은 가는 춘풍을 아끼난 듯, 벗 부르난 저 꾀꼬리 손의 수심을 자아낸다. 황혼이 승시허여 춘향 집을 당도허니, 몸채는 꾀를 벗고 행랑은 찌그러졌구나! 대문에 입춘대길 충효문이라 내 손으로 붙였더니 가운데 ‘중’자는 바람에 떨어지고 마음 ‘심’자만 뚜렷이 남었구나!

 

[아니리]

어사도 문전에 은신허여 가만히 동정을 살펴보니,

 

[세마치]

그때의 춘향 모친은 후원의 단을 뭇고 북두칠성 자야반의 촛불을 돋워 켜고 정화수를 받쳐 놓고, “비나니다. 비나니다. 하느님 전 비나니다. 올라가신 구관 자제 이몽룡씨, 전라 감사나 전라 어사로나 양단간의 수의 허여 옥중 춘향을 살려주시오. 내 딸이 죄가 있소? 부모에게는 효녀요, 가장(家長)으게는 열녀 노릇을 허는디, 효자 충신 열녀부터는 하느님이 아시리라. 향단아! 단상의 물 갈어라. 비는 것도 오날이요, 지성신공도 오날밖으는 또 있느냐?” 향단이도 설워라고 정화수 갈아 받쳐 놓고 그 자리 법석 주저앉어, “아이고 하느님 아씨가 무슨 죄가 있소? 명천이 감동허여 옥중 아씨를 살려주오!” 춘향모 더욱 기가 막혀 우는 향단을 부여안고 “우지 마라 향단아, 우지를 마라. 네 눈에서 눈물이 나면 내 눈에서는 피가 난다.” 향단이는 마님을 붙들고 마님은 향단이 목을 꼭 붙들고 서로 붙들고 울음을 울고 붙들고 말리고 울음을 우는 모냥 사람의 인륜으로는 볼 수가 없네.

 

[아니리]

그때의 어사또는 이 거동을 보시고, “허허, 내가 어사허는 것이 선영 덕으로만 알았더니 여기 와서 보니 우리 장모와 향단이 비는 정성이 절반이 넘는구나! 내가 이 모냥으로 들어갔다가는 저 늙은이 성질에 상추쌈을 당할 것인 즉, 잠깐 농을 청할 수밖에 없다”허고, “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이리 오너라!” 춘향모 깜짝 놀래어

 

[창조]

“아이고 얘, 향단아. 너의 아씨 생목숨이 끊게 되어 그러는지 성주주상이 모두 발동을 허였는가?

 

[아니리]

바깥에서 오뉴월 장마에 토담 무너지는 소리가 나는구나! 잠깐 나가 보아라.” 향단이 총총 나가더니 “여보세요, 그 누구를 찾으시오?” “거 마님 잠깐 뵙자고 여쭈어라.” “마님 어떤 거지같은 분이 마나님을 잠깐 나오시래요.” “아이구 내가 이렇게 경황이 없는디 어떻게 손님을 맞이헐 수 있겠느냐? 너 나가서 마님 안 계신다고 따 보내라.” “여보시오. 우리 마님 안 계신다고 따 보내래요.” “어허 따라는 말까지 다 들었으니 뭐 그렇게 딸 것 없이 잠깐 나오시라고 여쭈어라.” “마님 그 사람이 따라는 말까지 다 들었으니 뭐 그렇게 딸 것 없이 잠깐 나오시래요.” “아이고 급살 맞을 년아, 네가 그 사람 더러 따라는 말까지 다 했응께 갈 리가 있겄느냐?” 춘향 모친 이 말을 듣더니 형세가 이리 되니 걸인들까지도 조롱을 허는가 싶어 홧김에 걸인을 쫓으러 한번 나가 보는디,

 

[중중모리]

“어허, 저 걸인아. 물색 모르는 저 걸인. 알심 없는 저 걸인, 남원 부중의 성내성외 나의 소문을 못 들었나? 내 신수 불길허여 무남독녀 딸 하나, 금옥같이 길러 내어 옥중에 넣어두고 명재경각이 되었는디 무슨 정에 동냥! 동냥 없네 어서 가소 어서 가.” “어허 늙은이 망령. 어허 늙은이가 망령. 동냥은 못 주나마 박쪽조차 깨난 격으로 구박출문이 웬일이여? 경세우경년허니 자네 본 지가 오래여. 세거인두백허니 백발이 완연허니 자네 일이 허허 말 아닐세. 내가 왔네, 내가 왔어. 어허, 자네가 날 몰라?” “나라니 누구여? 해는 저물어지고, 성부지 명부지 헌디, 내가 자네를 알 수 있나? 자네는 성도 없고 이름도 없는 사람인가?” “내 성이 이, 이가라 해도 날 몰라?” “이 가라니 어떤 이 가여? 성안성외 많은 이 가, 어느 이간 줄 내가 알어? 옳제 인제 내 알었네. 자네가 자네가 군목질도 일쑤 허고 아림아림 멋도 있는 동문 안 이 한량이 아닌가?” “아 아 아 아니 그 이서방 아니로세.” “그러면, 자네가 누구여?” “허허, 장모 망녕, 우리 장모가 망녕. 장모 장모, 장모라 해도 날 몰라?” “장모라니, 장모라니, 웬말이여? 남원읍내 오입쟁이들 아니꼽고 녹녹허데 내 딸 어린 춘향이가 양반 서방을 허였다고 공연히 미워허여 내 집 문전을 지나면서 인사 한마디도 아니 허고, 빙글빙글 비웃으며, “‘여보게, 장모’ 에이! 장모라면 환장헐 줄로. 보기 싫네. 어서 가소, 어서 가.” “어허, 늙은이 망녕. 우리 장모가 망녕. 장모가 나를 모른다고 허니 거주 성명을 일러 주지. 서울 삼청동 사는 춘향 서방 이몽룡. 그래도 자네가 날 몰라?” 춘향 모친 이 말을 듣고 우르르르 달려들어 사위 목을 부여 안고, “아이고, 이게 누구여, 아이고 이 사람아 어찌 그리 더디오나?”

 

[늦은 중중모리]

“왔구나. 우리 사위 왔네! 반갑네, 반가워. 더디 춘풍이 반가워. 가더니마는 여영 잊고 편지 일장이 돈절키로 야속허다고 일렀더니 어디를 갔다가 이제 와? 하늘에서 떨어졌나, 땅에서 불끈 솟았나? 하운이 다기봉터니 구름 속에 쌓여왔나? 광풍이 대작터니 바람결에 날려 와? 춘수는 만사택이라더니 물이 깊어서 이제 왔나. 뉘 문전이라고 주저를 허며 뉘 방이라고서 아니 들어오고 문 밖에 서서 주저만 허는가? 들어가세, 들어가세, 내 방으로 들어가세.”

 

[아니리]

“이 애, 향단아, 한양 서방님 오셨다. 어서 나와 인사드려라.”

 

[단중모리]

“소년 향단이 문안이오. 대감마님 행차 후의 기체 안녕허옵시며, 서방님도 먼 먼 길에 노독이나 없이 오시었소? 살려주오, 살려주오. 옥중 아씨를 살려주오.” “오냐, 향단아 우지 마라 내 모냥이 이 꼴은 되었으나 설마 너의 아씨 죽는 꼴을 보겄느냐? 우지를 말라면 우지를 마라.”

 

[아니리]

“이 애, 향단아 그만 울고 시장허다. 밥 있으면 한 술 가져오너라.” 춘향 모친 이 말을 듣더니 “얘. 향단아, 어서 찬수 장만허고, 더운 밥 지어라. 오, 그러고 참 촛불이 급하구나!” “장모 촛불은 무엇 헐라는가?” “수년 동안 사위 얼굴을 그리웠더니 사위 얼굴 좀 봐야겄네.” “아 내일 밝은 날 보소.”

 

[창조]

“자네는 대장부라 속이 넉넉허여 그러지마는

 

[아니리]

나는 밤낮 주야로 기다리고 바랐으니 사위 얼굴 좀 봐야겄네.” 향단이 촛불을 들여노니 춘향 모친이 촛불을 들고 사위 몰골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창조]

“허허, 열녀 춘향 서방 꼴 좀 보소.” 

 

[중모리]

들었던 촛불을 내던지더니 “잘되었네. 잘되었네, 잘되었네. 열녀 춘향 신세가 잘되었네. 책방에 계실 때난 보고보고 또 보아도 귀골로만 생겼기에 믿고 믿고 믿었더니 믿었던 일이 모두 다 허사로구나. 백발이 휘날린 년이 물마를 날이 없이 전라 감사나 전라 어사나 양단간에 되어오라 주야 축수로 빌었더니 어사는 고사허고 팔도 상걸인이 다 되었네.” 후원으로 우르르르르르 쫓아 들어가 정화수 그릇을 번뜻 들어 와그르르르르르 탕탕 부딪치니 시내 강변이 다 되었네. 춘향 모친 기가 막혀 그 자리에 주저앉어 “죽었구나, 죽었구나 내 딸 춘향이는 영 죽었네.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이 일을 장차 어쩔거나?” 방성통곡에 울음을 운다.

 

[아니리]

“여보게 장모, 날로 보고 참소. 그러고 나 시장허니 밥 있으면 한술 주소.” 춘향 모친 기가 막혀 “자네 줄 밥 없네. 자네 줄 밥 있으면 내 옷에 풀해 입고 살겄네.” 향단이 곁에 섰다 민망허여,

 

[단중모리]

“여보, 마나님 그리 마오. 아씨 정곡 아니 잊고 불원천리 오셨는디 대면박대는 못 허리다.” 부엌으로 들어가 먹던 밥, 제리 짐치, 냉수 떠 받쳐 들고, “여보, 서방님. 여보 서방님. 더운 진지 지을 동안 우선 요기나 허사이다.”

 

[아니리]

어사또가 밥을 먹는디 춘향 모친 미운 체를 허느라고 휘모리로 따르르르 허니 장단을 맞춰가며 밥을 먹는디 꼭 이렇게 먹는 것이었다.

 

[휘모리]

원산 호랑이 지리산 넘듯, 두꺼비 파리 채듯,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중 목탁 치듯, 고수 북치듯, 뚜드락 뚝딱 “어허, 참 잘 먹었다.”

 

[아니리]

춘향모가 어사또 밥 먹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잡것, 밥 많이 빌어먹은 솜씨다. 아니 자네 시방 밥 먹고 있는가? 밥 총 놓고 앉았제.” “내가 책방에 있을 때는 용미봉탕에 잣죽을 먹어도 체기가 있어 속이 껄껄허더니, 아 형세가 이리 되니 그냥 무쇠토막을 끓어 넣어도 춘삼월 얼음 녹듯 허내그려. 근디, 아까 시장헐 때는 아무 생각도 없더니 오장단속을 허고 나니 춘향 생각이 나네. 춘향이 어디 있는가?,” “뭣이 어쩌! 춘향이 죽고 없네.” “아까 후원에 단 뭇고 살려 달라 빌던 것은 춘향이가 아니고 무엇인가?” 향단이 곁에 섰다 “서방님, 바루나 치거든 가사이다.” “옳아! 바루를 쳐야 되느냐, 거참 절차 많구나.” 때마침,

 

[진양조]

초경, 이경, 삼사오경이 되니 바루난 뎅 뎅 치난디 옥루는 잔잔이라. 향단이는 등롱을 들고 춘향 모친은 미음 그릇을 들고 걸인 사위는 뒤를 따라 옥으로 내려갈 제, 밤 적적 깊었난디, 인적은 고요허고 밤 새 소리는 부욱부욱 도채비들은 휘이휘이, 바람은 우루루루 쇠 지동치듯 불고, 궂은비는 퍼붓난디, 사방에서 귀신소리가 들리난디 이히 이히히히 이히 이히히히 아이고 아이고. 춘향모 더욱 기가 막혀 “아이고 내 신세야 아곡을 여곡 헐 디, 여곡을 아곡 허니 내 울음을 누가 울며, 아장을 여장 헐 디, 여장을 아장 허면 내 장사를 누가 헐거나?” 그렁저렁 옥문거리를 당도허여 “옥형방! 옥형방!” 옥형방이 대답이 없네. “사정이, 사정이!” 사정이도 대답이 없네. “아이고, 이 원수 놈들. 또 투전허러 갔구나. 아가, 에미 왔다 정신 차려라.” 그때의 춘향이난 내일 죽을 일 생각허여 칼머리 베고 누웠다가 홀연히 잠이 들어, 비몽사몽간에 남산 백호가 옥담을 뛰어 넘어 들어와 주홍입 쩍, 으르르르르 어헝! 깜짝 놀래 깨어보니 무서운 마음이 솟구치고, 몸에서 땀이 주루루루, 가슴이 벌렁벌렁, 부르는 소리가 얼른얼른 들리거늘, 모친인 줄은 모르고 귀신소리로 짐작허고, “야 이 몹쓸 귀신들아! 나를 잡어 갈랴거든 조르지 말고 잡아가거라. 내가 무슨 죄 있느냐? 나도 만일에 이 옥문을 못 나가고 이 자리에서 죽게가 되면 저것이 모두 내 벗이로구나! 아이고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허리야.”

 

[아니리]

“아가, 어미가 왔다 정신 차려라.” “밖에 뉘가 오셨소?” “오냐, 에미가 왔다.” “어머니 이 밤중에 웬일이시오?” “오냐. 왔더라 왔어.”

 

[창조]

“오다니 뉘가 와요? 한양서 편지가 왔소? 날 다려 가려고 가마가 왔소?”

 

[아니리]

“편지나 가마가 왔으면 오죽이나 좋겄느냐마는 네가 이리 죽어가면서도 방 방 허는 한양 이서방인지 이남방인지 이런 거지가 되어 여기 왔다.”

 

[창조]

“서방님이 오시다니, 서방님이 오셨거든 나의 손에 잡혀 주오. 아이고 서방님.”

 

[중모리]

“어제 꿈에 보이던 임을 생시 보기 의외로구나. 향단아 등불 이만큼 밝히어라. 애를 끓어 보이던 임을 생시에나 다시 보자.” 칼머리 들어 저만큼 옮겨 놓고 형장 맞은 다리를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아픈 것을 참노라고 아이고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허리야. 뭉구적 뭉구적 나오더니 옥문설주 부여잡고 바드드드득 일어서며 “아이고, 서방님 어찌 이리 더디 왔소? 영천수 맑은 물에 소부 허유와 놀다 왔소? 상산사호 네 노인과 바돌을 뒤다 이제 왔소? 춘수는 만사택이라더니 물이 깊어서 이제 왔소? 와병에 인사절이라 병이 들어 이제 왔소? 책방에 계실 때는 그리도 곱던 얼골, 헌헌장부가 다 되었네.” 춘향 모친 이 거동을 보더니 “아이고, 저렇게 잘되어 온 것을 보고도 대번에 미치고 환장을 허네그려.” “어머니. 웬 말씀이오? 잘되어도 내 낭군, 못 되어도 저의 낭군, 고관대작 내사 싫고 만종록도 나는 싫소. 어머님이 정한 배필 좋고 글코 웬 말씀이오?” 어사또 이 모양을 보더니 옥문 틈으로 손을 넣어 춘향 손길을 부여잡고 “이 애, 춘향아. 내 예 왔다. 부드럽고 곱던 손결 피골이 상접이 되었으니 네가 이게 웬일이냐?” “서방님 나는 내 죄로 이러거니와 귀중허신 서방님이 이 모냥이 웬일이오? 내일 본관 사또 생신 끝에 나를 올리라는 영이 내리거든 칼머리나 들어주고, 나 죽었다 하옵거든 서방님이 싹군인 체 달려들어 나를 업고 물러 나와 우리 둘이 인연 맺던 부용당에 날 뉘이고 내 속적삼 벗겨 내어 세 번 불러 축원허고 향단이난 머리 풀려 내 앞에 곡 시키고 서방님 헌옷 벗어 천금지금으로 덮어주고 나를 묻어주되 정결헌 곳 찾어가서 깊히 파고 나를 묻어주고 수절원사춘향지묘라 여덟 자만 새겨주시면 아무 여한이 없겠네다.” 어사또 기가 막혀, “오냐, 춘향아 우지마라. 내일 날이 밝거드면 상여를 탈지 가마를 탈지 그 일이야 뉘가 알랴마는, 천붕우출혈이라, 솟아날 궁기가 있난 법이니라. 우지를 말라면 우지를 마라.”

 

[아니리]

떨치고 돌아서니 춘향이,

 

[창조]

“얘, 향단아 서방님 모시고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쉬시게 허여라.” 

 

[아니리]

어사또 기가 막혀 “이 애, 춘향아 오늘 밤만 견디어라, 내일 보자. 어허 참 기맥힌다.” 춘향 모친 옆에 섰다. “야, 춘향아 너 그 말 알아 듣겄느냐? 한양서 여기까지 어어어 얻어 먹고 왔다 그 말이다.” 집으로 돌아올 제 춘향모가 오뉴월 단술 변허듯 허넌디. “자네, 어디로 갈랑가?” “어디로 가? 자네 집으로 가제.” “나, 집 없네.”, “아니 아까 그 집은 뉘집이여?” “그건 오 과수댁 집이시.” “아 과수댁 집이면 더욱 좋지.” “이 애, 향단아. 너는 마나님 모시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내 처소는 객사 동대청 널널헌 집이 내 처소다.” 향단이와 춘향 모친 보낸 후에,

 

[자진모리]

이튿날 평명 후의 본관의 생신잔치 광한루 차리난디, 매우 대단허구나! 주란화각은 벽공에 솟았난디 구름 같은 차일장막 사면에 둘러치고, 울릉도 왕골 세석, 쌍봉수복, 각색 완자, 홍수지로 곱게 꾸며 십간대청 맞게 펴고, 호피 방석, 화문 보료, 홍단백단, 각색 방석 드문드문 드문드문 놓였으며, 물색 좋은 청사 휘장, 사면에 둘러치고 홍사우통, 청사초롱, 밀초 꽂아 연도마다 드문드문 걸었으며, 용알북춤, 배따라기, 풍류헐 각색 기계, 다 등대 허였으며, 기생, 과객, 광대고인 좌우로 벌였난디, 각 읍 수령이 들어온다.

 

[휘모리]

겸영장 운봉 영장, 승지당상 순천 부사, 연치 높은 곡성 현감, 인물 좋은 순창 군수, 기생치리 담양 부사, 자리호사 옥과 현감, 부채치리 남평 현령, 무사헌 광주 목사, 미포 걱정 창평 현령, 다 모두 들어올 제, 별련 앞의 권마성, 포꼭 뛰어 폭죽소리, 일산이 팟종지 배기듯 허고, 행차 하인들은 어깨를 서로 가리고, 통인수배가 벌써 저의 원님 찾느라고 야단이 났구나! 광한루 마루 위에 일자로 좌정허여 헌양을 헌 연후의 낭자헌 풍류 속 선녀 같은 기생들 왼갖 춤 다 출 제, 부시난 촛불혜여 향풍의 휘날리고 우계면 불러갈 제 가성은 유량허여 반공에 높이 떴다.

 

[아니리]

하교상 잡수시고 다담상 올리랼 제, 그때여 어사또는 암행하던 그 복색으로 광한루 마루 위에 우루루루 들어서니, 사령들이 달려들어 “쉬”

 

[휘모리]

“아뢰어라 아뢰어라, 여쭈어라 여쭈어라, 급창 통인 여쭈어라. 지내는 과객으로 좋은 잔치 만났으니 주효나 얻어먹고 가자고 여쭈어라.”

 

[아니리]

사령들이 달려들어 옆 밀거니 등 밀거니 “어라 어라 놔라 나도 가난한 양반이다. 가난한 양반 옷 찢는다. 나도 들어갈 양반이다.” 운봉이 보니 의복은 남루허나 행색이 다른지라, “네 운봉 하인 게 있느냐? 저 양반 이리 모셔라.” 어사또가 자리를 얻어 앉더니마는 “어허, 하마터면 내가 먼저 당할 뻔. 자 좌중의 인사나 허옵시다. 저 수석에 앉으신 분이 아마 주인이신 가 보우그려.” 액화를 당하랴거든 대답을 잘 헐 리가 있겄느냐? “젊은 것이 얻어 먹을랴면은 한쪽에 가만히 앉아 주는 대로 얻어먹고 갈 일이지, 인사는 무슨 인사?” “아니, 다른 인사가 아니오라, 오늘 주인의 경연이라신디 날짜를 하도 잘 받었기에 그 인사 말씀이요. 여보, 운봉. 내 앞에도 술상 하나 갖다 주오.” 어사또 앞에 술상을 드려놨으되 소박허기 짝이 없것다. 어사또가 또 트집을 잡기로 드난디, “주박성효요, 관후입권이란 말이 있난디, 아 내 상을 보고 저 상을 보니 내 속에서 불이 나오그려.” 운봉이 보시고, “우리는 먼저 오고 손님은 후에 오셔, 불시에 차리느라 조끔 부족한가 보오그려. 잡수고 싶은 것 있거든 내 상에서 같이 잡숩시다.” “운봉도 동시객이니 허실 염려 아니오. 저 주인상허고 바꿔 먹었으면 좋겠소마는.” 본관의 눈꼴이 오직 허겄느냐? 거상풍류 길게 치고, 아름다운 기생들은 겹겹이 끼어 앉어 권주가 장진주로 엇걸어져 노닐 적에, 어사또 곁에는 기생 하나도 없거든 “여보 운봉, 저 기생 하나 불러 내 앞에 권주가 한 꼭대기 시켜 주오.” 그 중의 기생 하나 운봉의 영을 거역치 못하여 부득이 나와 술을 권하는디,

 

[시조창]

“진실로 이 잔을 잡수시면 천만 년이나 빌어먹으리다.”

 

[아니리]

“예끼, 이 괘씸한 년 같으니라구. 너보다도 이 고을 예방이 더 죽일 놈이로구나!” 어사또 벌떡 일어서니 “자, 이년이 날다려 이 술을 먹고 천만 년이나 빌어먹으라 허였으니 이 술을 나 혼자 먹고 보면 십대나 빌어먹어도 다 못 빌어먹겠으니, 좌중에 같이 나누어 먹고 우리 당대씩만 빌어먹읍시다.”하고 술잔을 짝 뿌려놓으니, 이것은 관장의 놀음이 아니라 바로 과객의 놀음이 되었것다. 본관이 보다 못하여, ‘어허, 젊은 것이 무식허리라.’허고 “자, 좌중에 통할 말씀이 있소. 우리 음영 한 수씩 지어 일후의 유적이 되게 허되, 만일 못 짓는 자 있으면 곤장을 때려 출송허기로 헙시다.” “그럽시다.” 본관이 운자를 부르난디,

 

[창조]

기름 ‘고’ 높을 ‘고’라.

 

[아니리]

차례로 글을 써 갈 제, 어사또 앞에 당도허여 일필휘지하여 얼른 지어 운봉 주며, “과객의 글이 오죽 허겄소마는 자 보시고 고칠 데가 있으면 고치시오.” 운봉이 그 글을 보시더니 풍월축 잡든 손이 흔들흔들, 곡성이 보시더니 낯빛이 쎄놀놀 허여지며, 글을 읊으난디,

 

[창조]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만성고라, 촉루낙시민루낙이요, 가성고처원성고라.”

 

[아니리]

“아이고 이 글 속에 큰일 들었소. 첫서리 맞기 전에 어서 떠납시다.” 좌중이 요란헐 제,

 

[자진모리]

뜻밖의 역졸 하나 질청으로 급히 와서 “어사또 비간이오.” 붙여노니 육방이 송동헌다. 본관의 생신잔치 갈 데로 가라 허고 출도 채비 준비헐 제, 공방을 불러 사처를 단속, 포진을 펴고 백포장 둘러라. 수노를 불러 교군을 단속, 냄여줄 고치고 호피를 연저라. 집사를 불러 흉복을 채리고, 도군도 불러 기치를 내어라. 도사령 불러 나졸을 등대, 급창이 불러 청령을 신칙허라. 통인을 불러 거행을 단속, 육지기 불러, 너난 살진 소 잡고 대초를 지어라. 도감, 상 내어 하교상 채리고, 별감, 상 많이 내어, 비장 청령청 착실히 보아라. 공양빗 내어 역인마공궤, 도서원 불러 결부를 세세 조사케 차려라. 도군을 불러 군총을 대고 목가 성책 보아라. 수형방 불러 옥안 송사 탈이나 없느냐? 군기 불러 연야가 옳으냐? 문서 있고 수삼 아전 골라내어 사령빗 내어라. 예방을 불러 기생 행수에게 은근히 분부허되, 어사또 허신 모냥, 서울 사신 양반이라 기생을 귀히 허니, 읍사희도 탈이 없이 착실히 가르쳐라. 이리 한참 분발헐 제, 이때에 곡성이 일어서며, “내가 이리 떨린 것이 아마도 오날이 초학 직날인가 싶으오. 어서 가봐야겄소.” 어사또 대답허되, “내가 시골을 오래 다녀 초학방문을 잘 알지요. 아 거 소하고 입을 쪽 맞추면 꼭 낫지요.” “그 약 중난 허오마는 허여 보지요.” “수이 찾아갈 것이니 의원 대접이나 착실히 허오.” 운봉이 일어서며, “나도 고을 일이 많은 사람이나 부득이 왔삽더니 어서 가봐야겄소.” 어사또 대답허되, “갔다 왔다 허기 괴롭겄소.” “아니, 무엇 허러 또 오겠소? 상강의 관왕묘 제관이나 당허면 오지요.” “공문 일을 알 것이오? 내일 또 올란지?” 이 말은 남원 봉고란 말이로되, 본관이 알 수가 있겄느냐? 순천 부사가 일어서며, “나도 처의 병이 대단허여 부득이 왔삽더니 어서 가봐야겄소.” 본관 말할 틈 없이 어사또가 주인 노릇을 허기로 드난디, “영감이 소실을 너무 어여삐 허신가 보오그려.” “소실을 사랑치 아니 헌 사람이 어디 있겄소?” “혹 이 좌중에도 있난지 어찌 알아요? 수이 찾어 갈 것이니 환선정 놀음이나 한번 붙여 주오.” 순천 생각에 어사또가 와서 출도헐까 염려되어 선생 하문을 흠치 없이 내시난디, “내가 관동 어사를 지냈기로 팔경누대를 많이 보았으나 환선정 만한 데 없습디다. 오시면 잘 노시게 헙지요.” 어사또 생각에 “어허, 이리 허다가는 이 사람들 굿도 못 보이고 다 놓치겄다.” 마루 앞에 썩 나서서 부채 피고 손을 치니, 그때의 조종들이 구경꾼에 섞여 섰다 어사또 거동 보고 벌떼같이 모여든다. 육모방맹이 둘러메고 소리 좋은 청파역졸 다 모아 묶어 질러, “암행어사 출도여, 출도여! 암행어사 출도 허옵신다!” 두세 번 외난 소리, 하늘이 덥쑥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수백 명 구경꾼이 독담이 무너지듯 물결같이 흩어진다. 장비의 호통 소리 이렇게 놀랍던가? 유월의 서리바람 뉘 아니 떨 것이냐? 각 읍 수령 정신 잃고 이리저리 피신헐 제, 하인 거동이 장관이라. 수배들은 갓 쓰고 저의 원님 찾고 통인은 인궤 잃고 수박 등 안았으며, 수젓집 잃은 칼자 피리 줌치 빼어 들고, 대야 잃은 저 방자 세수통을 망에 놓고, 유삼통 잃은 하인 양금 빼어 짊어지고, 일산 잃은 보종들은 우무 장사 들대 들고, 부대 잃은 복마마부 왕재 섬을 실었으며, 보교 벗은 교군들은 빈 줄만 메고 오니 원님이 호령허되, “워따, 이 죽일 놈들아! 빈 줄만 메고 오면 무엇 타고 가자느냐?” “이 판에 허물 있소? 사당이 모냥으로 두 줄 우에 다리 넣고 그냥 업고 행차허옵시다.” “아이고, 이 죽일 놈들아! 내가 앉은뱅이 원이드냐?” 밟히나니 음식이요, 깨지나니 북장고라. 장고통이 요절나고, 북통을 차 구르며, 뇌고 소리 절로 난다. 저금 줄 끊어지고, 젓대 밟혀 깨어지고, 기생은 비녀 잃고 화젓가락 질렀으며, 취수는 나발 잃고 주먹 대고 홍앵홍앵, 대포수 포를 잃고 입방포로 쿵! 이마가 서로 닿쳐 코 터지고 박 터지고 피 죽죽 흘리난 놈, 발등 밟혀 자빠져서 아이고 아이고 우난 놈, 아무 일 없는디도 우르르르르르르 달음박질, “어허, 우리 고을 큰일 났다!” 서리역졸 늘어서 공방을 부르난디, “공방! 공방!” 공방이 기가 막혀 유월 염천 그 더운 디 핫저고리 개가죽을 등에 얹고 자리 말아 옆에 찌고 슬슬슬슬슬슬 기어 들어오니, 역졸이 후르르르르르르 후닥 딱! “아이고 나는 오대 독신이오! 살려주오!” “이 놈! 오대 독신이 쓸 데가 있느냐?” 동에 번듯허고 서에 번듯허며, 보이난 놈마다 어찌 때려 놓았던지 어깻죽이 무너졌구나!

 

[아니리]

그때의 어사또는 선대감께서 부리시던 하인들이니 어찌 두호가 없겠느냐? 훤화 금해노니 매질은 끊쳤구나! 어사또는 광한루에서 개복 허시고 동헌에 들어가 좌기허여 사면을 살펴보니 도련님 댁 보던 옛 물색이 완연허구나! 이행을 불러들여 본관의 탐람지욕 낱낱이 다짐받고, 수도안 상고 후에 “다른 죄인은 다 석방허고 춘향 하나만 불러들여라.” 영을 내려 놓으니,

 

[중모리]

사정이 옥쇠를 모도아 들고 덜렁거리고 나간다. 삼문 밖의 잠긴 옥문을 쨍그렁청 열떠리고, “춘향아 나오너라, 나오너라. 수의사또 출도 후에 다른 죄인은 다 석방을 허고 너 하나만 올리란다.” 춘향이 기가 막혀, “아이고 여보 사정이.” “왜 그러나?” “옥문 밖에나 삼문 밖에나 걸인 하나 아니 섰소?” “걸인켕이는 얻어먹는 사람도 없데 이 사람아. 아 이 통에 누가 누군 줄 안단 말인가? 어서 나오게.”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갈매기는 어디 가고 물드난 줄을 모르고, 사공은 어디 가고 배 떠난 줄을 모르고 우리 낭군 어디 가시어 내가 죽는 줄을 모르신고?” 사정에게 붙들리어 동헌을 들어서니, 나졸들이 달려들어 “춘향 잡어 드렸소!” “춘향 해칼 하여라!”

 

[아니리]

“예이. 춘향 해칼 하였소!” 어사또 분부허시되, “춘향이 듣거라. 일개 천기의 여식으로 본관을 능욕허고 수청을 아니 드는 것은 죄당만사무석이려니와 잠시 잠깐 지내가는 수의방수도 못 들겄느냐? 아뢰어라.”

 

[창조]

춘향이 이 말을 듣고 사지를 벌벌벌벌벌 떨며 아뢰난디, “수의사또라 하오니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이제 장하의 죽을 년이 무슨 말씀 못 허오리까? 주석지신이요, 신자의 도리로 민간 표박과 선악을 구별허로 다니시는 어사옵지, 한 낭군 섬기랴는 춘향 잡으러 오신 사또시오? 마음은 본관과 동심허여,

 

[중모리]

똑같이 먹은 명관들이오. 죽여주오 죽여주오. 홍로에 묻은 불로 사르랴면 어서 사르시고, 칠 척 검 드는 칼로 어서 급히 죽여주시면, 혼비혼행 둥둥 떠서 우리 서방님을 찾아갈라요. 송장 임자는 문 밖에 섰으니 어서 급히 죽여주오!”

 

[아니리]

어사또 들으시고 “열열열, 열녀로다. 이리 오너라! 행수 부르라!” 행수가 들어오니 금낭의 지환을 내어주며, “이걸 갖다 춘향 주고 얼굴을 들어 대상을 살피라 허여라.” 행수 기생이 지환을 받어 들고 내려가 “춘향이 이걸 자세히 보고 얼굴을 들어 대상을 살피라 허시네.”

 

[창조]

춘향이 지환을 받어들고 보니 이별 시에 정표로 드렸던 지환이 분명쿠나! “아이고, 내 지환아. 어디를 갔다 이제 나를 찾어 왔느냐?”

 

[아니리]

얼굴을 들어 대상을 살펴보니 어젯밤 옥문 밖에 걸인으로 되어 왔던 서방님이 분명쿠나! 그 일이 어찌될 일이냐?

 

[창조]

춘향이 일희일비로 두 눈에 눈물이 듣거니 맺거니 대상을 무두두룸이 바라보더니, “아이고 서방님,

 

[중모리]

마오 마오, 그리 마오. 아무리 잠행인들 그다지도 속이셨소? 기처불식이란 말은 사기에도 있지마는 내게조차 그러시오. 어제 저녁 옥문 밖에 오셨을 때 요만큼만 통정을 허였으면 마음 놓고 잠을 자지, 지나간 밤 오늘까지 살어 있기 뜻밖이네. 이것이 꿈이냐, 이것이 생시냐? 꿈과 생시 분별 못 허겄네.” 두 손으로 무릎 짚고 바드드드득 일어서며, “얼씨구나, 얼씨구나 좋네. 지화자 좋을씨구. 항쇄수쇄를 끌렀으니 종종종 걸음도 걸어 보고, 동헌 대청 너룬 뜰에 두루두루 다니며 춤을 추고 남훈전 달이 솟아 오니 백공가로만 놀아보세. 외로운 꽃 춘향이가 남원 옥중 추절이 들어 떨어지게가 되었더니 동헌에 새봄이 들어 이화춘풍이 날 살렸네. 얼씨구나 좋구나. 지화자자 좋구나. 지화 지화자 좋을씨구. 우리 어머니는 어디를 가시고 이런 경사를 모르신고?”

 

[자진모리]

“어디 가야, 여기 있다. 아니 요새도 삼문간이 그리 억세냐, 에이. 사령아, 날 모셔라. 어사 장모님 행차허신다. 암행어사 장모 출도여,

 

[중중모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남원 부중 여러분들 나의 한 말을 들어보오. 내 딸 어린 춘향이가 옥중에 굳이 갇혀 명재경각이 되었는디, 동헌에 봄이 들어 이화춘풍이 내 딸을 살리니 어찌 아니 좋을손가? 얼씨구 얼씨구 절씨구, 부중생남중생녀 날로 두고 이름이로구나! 얼씨구나 절씨구 남원 부중 여러분들 나의 발표 헐 말 있소. 아들 낳기 힘을 쓰지 말고, 춘향 같은 딸을 나서 서울 사람이 오거드면 묻도 말고 다 사위 삼소! 얼씨구나 절씨구.” 댓돌 우에 올라서며, “아이고 여보, 사위 양반, 어제 저녁 오셨을 제, 어사헌 줄은 알았으나 천기누설 될까 허여 내가 짐짓 알고도 그리허였제, 노여 마오 노여 마오, 아무리 그리헌들 자기 장모를 어이 허리? 본관 사또 괄세 마오. 본관이 아니거든 내 딸 열녀가 어디서 날거나? 얼씨구나 절씨구. 칠 년 유리옥에 갇힌 문왕 기주로 돌아갈 제, 반가운 마음이 이 같으며 영덕전 새로 짓고 상량문이 제격이요, 악양루 중수 후의 풍월귀가 제격이요, 열녀 춘향이 죽게 될 제 어사 오기가 제격이로다. 얼씨구 얼씨구 절씨구. 이 궁둥이를 두었다가 논을 살거나 밭을 살거나 흔들 대로 흔들어 보자. 얼씨구나 절씨구 얼씨구나 아아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나 절씨구.”

 

[아니리]

그때의 어사또는 동헌에서 일을 다 보시고, 춘향 집으로 들어가서 오육 일간을 정담을 허였구나! 어사또 춘향다려 말씀허시되, “이 길은 봉명의 길이라, 너를 다려 가기 사처에 부당허니 내가 먼저 올라가서 너를 올라오게 헐 테이니, 너의 노모와 향단이 다리고 올라오도록 허여라.” 이렇듯 말하여 놓고

 

[엇중모리]

그때의 어사또는 이 고을 저 고을 다니시며 출두 노문 돈 연후에 서울로 올라가서 어전에 입시허여 세기 별단 올리오니 우에서 칭찬허사 나라의 깊은 걱정 경이 가서 막고 오니 국가의 충신이라. 한림이 복지 주왈, 남원의 춘향 내력 종두지미를 품고허니 춘향을 올려다가 열녀로 표창허여 정렬부인을 봉허시고 운봉은 승직허여 좌수사로 보내시고, 남원 고을 백성들은 일시 세역을 없앴으니 천천만만세를 부르더라. 어화 여러 벗님네들 이 소리를 허망히 듣지 말고 열녀 춘향 본을 받어 천추유전 허옵시다. 그 뒤야 뉘가 알랴? 호가도 장창불락이라. 그만 더질더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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