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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바닥에서

피가..血이 아니라 논의 모를 압박하는 피를 말하는 것입니다.홍홍..놀라셨나요?
강화도에서 삽한자루 달랑 들고 농사를 지으며 만화를 그리고 계시는 장진영 선배님 댁에 갔었어요..
주목적은 노동만화페스티발(가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컨셉잡는 것, 기획방향, 방법 등등을 논의하러 간 것이구요..내려간김에 술도 한잔하자는 것이었지요..
강화에 도착하자마자 진영이 형이 단골집이라며 회를 사는 등..찾아간 후배들을 미안하게 하시더니..할일이 있다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아침에 눈을 떠 맛있는 간장게장에 밥을 후딱 먹고 나서 형이 말한 할일을 하기 시작했지요.
제초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다른 논과 비교되는 무성한 '피'를 뽑는 일이었습니다.
'피'라는 잡초는 어릴때 뽑지 않으면 나중에 손을 쓸 수 없게 되고 심지어 수확이 확 줄어버린다고 합니다. 거기다가 생명력이 얼마나 강한지 뿌리까지 뽑은 놈을 그대로 논에 두면 다시 뿌리를 내린다고 하네요.
아주 지독한 놈이죠..
3시간 가량 뽑았지만 논의 반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내년에는 피뽑을 즈음 인천과 서울에서 한차씩 내려와서 확~~다 뽑아버리기로 했습니다. 진영이형 부부가 일주일 동안 하는 분량이라고 합니다.
반쪽을 다하고 나서 옮겨서 반쪽을 하고 나면 다시 저쪽 반쪽을 해야하고의 반복이라고 하네요. 모내기나 추수보다 더 힘든 일이 아닐까 싶어요.

좋았던 것은..일을 하고 나서 보니..금방 성과가 보였습니다. 이렇게 바로바로 성과가 나오는 일이 농사인 것 같았어요.(힘들지만)기분이 무지 좋았어요. 내가 일한 줄을 보면서 흐뭇해 했지요.
피뽑으면서 진영이형이 피는 자라기 전에 제압해 버려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는데 꼭, 잡초에 해당하는 것만은 아니지요. 우리 주변에 '피'같은 잡초가 얼마나 많은데요...혹시..너무 무성하게 자라서 어떻게 손을 댈 수 없는 것은 아닐까 돌아보게 됩니다.
'피'같은 지독한 잡초는 단호하게 타협없이 뿌리까지 뽑아버려야 겠지요.

(2001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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