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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만화전, 쫑 후기


8일을 하자센터에서 보내고 났더니..페닉 상태가 되었다.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한자리에 고정되어서 멍하니 있다가 사람들 오면 안내하고..또 멍하니 앉아있고..반복되니까..그것도 계속 할일은 못되는 것 같다.
후후..뒷풀이 때에는 심하게 망가져서..생에 처음으로 길바닥에서 잠드는 등...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 꼴이 되기도 했지만..열심히 준비했고..열심히 진행했다..그렇죠? 여러분?

생각하나!
이번 행사를 하면서 새롭게 보인 사람이 있어서..그 사람에 대해서 쓰려고 한다.
누구냐면..바로바로 도단이 김현숙님.
언니는 구 노문교협 당시 창조와 보급을 만들었던 장본인이기도 하다...내가 처음 노문센터에 들어왔을 때 편집부로 들어왔던 터라, 같이 고민도 해주었고, 잠시 만들었던 월간 노동문화의 편집위원으로 기꺼이 활동도 했다. 즉, 노동문화운동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각별한 느낌을 갖게 하는 사람이었다.
따끈따끈 신문에 내는 만평에 대한 평도 하기도 했고, 다른 잡지에 연재하는 작품들도 같이 보면서 느낌을 듣기 위해 눈을 반짝이던 언니..
그런데 만화전을 준비하면서 좀더 객관적으로 작품을 봤다. 특히 수시로 틀어주었던 슬라이드로 만든 대우우중과 공...두 작품을 8일동안 10번은 넘게 본 것 같다.
공은 현숙언니의 그 따뜻한 세계관, 인간에 대한 애정, 현실을 바라보는 눈이 제대로 보여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보는 내내, 자꾸 가슴 저 밑은 곳에서 눌러놓은 감정이 쿡쿡 올라와 확 터트리고 내려갔다. 또봐도 그렇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내내 마감과 싸우면서도 내색하지 않고..다른 사람을 걱정하던 현숙언니.. 행복하소서!

생각 둘!
어떤 장르의 어떤 작품이던 현실을 드러냄에 있어서 추악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만화도 피가 터지고 사이코가 등장하고, 영화도 공포영화나 검푸른 조명이 잔뜩 깔린 영화만, 소설도 좀더 감각적인 삶을..지금도 틀렸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행복함을 묘사하고, 희망을 그려내는 것이 강요이고, 위선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단지 노동문화운동의 활동가로 있기 때문이 아니라 두사람의 작품이 내 생각이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진영이형...쉽지 않는 농부를 살아내기를 말그래도 버틴 그분은 오히려 그속에서 노동의 사상이야말로 후세에게 전해줄 가장 위대한 철학이라고 말한다. 설명을 하자면 한도 없이 풀어낼 수 있는 이 짧은 문장의 말은 처음 듣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를 사로잡는다. 노동이라는 화두가 케케묵어서 인상을 찌푸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도 내가 하는 이 노동이 어느 누구에게 독점되지 않는 자유와 그만큼의 평등함으로, 정당한 댓가로 돌아오게 될 날을 위해서 보이는, 보이지 않는 적들과 싸우고 있는데...그것이 내 삶인걸..

또 한사람은 현숙언니..노동이라는 거대한 화두..그러나 뒤짚어 보면 거기에는 모래알 같은 많은 사람들의 삶이 있음을 작품으로 보여준다. 공을 보면 아이를 업은 엄마, 좌판의 할머니, 지친 사무직 노동자, 필시 정리해고 당한게 틀림없는 생산직 노동자, 노숙자..복잡한 도시속의 수많은 사람들의 고단한 삶. 그들의 고단한 삶속의 작은 희망이 공을 키운다. 그리고 그희망은 어느 한사람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 되기를 소망하는 작가의 따뜻한 세계관이 펼쳐지는 순간을 보여준다. 아...정말 나는 이 작품이야 말로, 노동만화, 노동하는 삶의 긍정적인 세계관을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주저리 주저리 늘어놨는데..2001년 하반기 만화전에 몸바쳤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많났다. 내가 만난 사람들의 대부분이 작가들인데..이 만화전이 정말 그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활동의 성과로 가져갔으면 하는 마음..여전하다..
준비하는 기간 짜증도 많이 내고..괴롭혔는데..미안하다..여러 사람들에게..다들 정말 고생했고.

<2001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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