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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이란 놈과 싸우다

정신없이 모니터를 보다보니 벌써 새벽 한시..이런..
갑자기 몸이 무거워진다..오늘은 이것까지는 꼭 해야되는데, 저것도 내일까지는 꼭 해야되는데..꼭..꼭...꼭.

잠시 '꼭'이란 놈과 소주잔을 마주하면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보기로 했다.
" '꼭'아 너는 왜 '꼭'이냐..하고 많은 것중에서..천천히, 게으르게, 최선을 다해..
뭐 이런 것들 많잖아."

'꼭'은 담담하게 대꾸한다.
"내이름을 만든 것은 당신들인데..무슨 소리셔? 내발로 찾아온 적 없어요..
2월달부터 간절히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서..여기 있는 것인데..참..내.."

나는 그만 불끈 화가 나서 소주잔과 소주병을 던져버리고 테이블 위에 올라가 구둣발로 인정사정없이 '꼭'의 얼굴을 걷어찼다.

"야..그래서 내 탓이란 말야? 내가? 널 찾았다고..웃기지마..그런 식으로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야..그래서 경쟁을 부추기지..알아..니가 알어? 야 씨발놈아..니 뭐 알어?"

씩씩 거리는 나를 피칠갑한 얼굴로 바라보며 '꼭'은 비웃듯이 말했다.
"어이...참내..내가 이런 인간들때문에..피곤하다니까..보쇼..당신 운동한다며? 그것도 문화운동? 그러면서..왜 나를 이기지 못해서 안달복달이셔?
누구보다 잘 알면서..."
잠시 한숨 한번 쉬고 툭툭 털고 일어나..주섬주섬 얼굴의 피를 닦고서..풀이 죽어있는 나에게 술잔을 건네는 '꼭'
"아..뭐..그렇게 죽을 상하고 있지 말고..나를 떼어내던지..아님..나의 존재를 잊어버리게 살던지..잘 살아서..내가 필요없던지..그렇게 해보슈..술이나 한잔 마셔.."



(20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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