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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곡이란 때론 이런 것이다

친구가 찾아와 먼저 뻗어버리고 부족한 술을 꽃다지1집을 틀어놓고 흥얼흥얼 따라부르다가가 명곡에 대한 생각을 했다.
민들레처럼도 1집은 바이올린 선율이 들어있다. 개인적으로는 1집에 실린 민들레처럼을 좋아하는데 구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아래의 노동해방도에 가장 걸맞는 곡은 단결투쟁가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그림이 세간에 인정받을 즈음에는 대공장 남성노동자 중심이었음을 감안해서..그 역사성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단결투쟁가의 꽃다지 편곡은 진짜 멋지다..처음 들었던 대학 1학년때나..지금이나 여전히 멋지다...오랜만에 주변의 정세와 상관없이 각각의 곡에 집중해서 듣고 있다. 확실히 단결투쟁가 멋지다..
특히 처음의 도입부분과..마지막 힘찬 단결투쟁뿐이다 전에 나오는 드럼의 쿵쿵 두번의 두드림..그리고 마지막 마무리..


최병수 作 노동해방도



위의 걸개그림의 원본 사진
(모두 사월언니 블로그에서 펐다.)

[꽃다지 1집 단결투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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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길위에서

일찍 일어난 아침..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박차고 집을 나섰다.
아침고요수목원으로...청량리에서 버스를 타고 청평으로 향했다.



아침고요 수목원은 여기서부터 5km를 걸어야 했다. 1.5km를 걷자 굽이가 있는 오르막이 보여서 후덥지근한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히칭하이킹..고마운 아저씨..



사람들이 최대한 없는 곳을 피해다녔다. 산길이었는데 산 비탈에 온통 허브들이 쫘악...



나무들을 인공조림했지만 꽤 자라서 자연스러운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밑에 백합들이 아주 아름다웠다.



커플과 가족이 판치는 계곡물에 혼자 앉아 발을 담궜다. 물은 너무 맑았고 차가웠다. 한참을 발장구 치고 세수도 하고..



하경원이라고 해서 전망대에서 봐야 제대로 보인다고 하는데..
올라가봤더니..한반도 모양으로 조경했고..어쩌구..통일이 어쩌구..아..대한민국이 어쩌구..해서 좀 재수가 없었다. 뭐..그래도 전망은 좋더군..



아침고요수목원에서 나와서 청평시내로..다시..청량리로 가는 버스를 타고 돌아오던 길..마석모란공원을 지나칠 수가 없어서 중간에 후다닥 내려 아무도 없는 모란공원에 참배를 드렸다..
잠드신 분들을 위한 소주와 나를 위한 맥주를 사서 전태일 열사 무덤 옆에 동상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셨는데..한낮의 더위와 감정이 복받쳐서 그만 술이 확 올랐다. 내가 제대로 사는지..한참을 생각했고, 동상의 받침대에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고 있었다..



기욱이형 무덤 옆에 나무 그늘에 털썩 앉아서 비석에 새겨진 고백을 따라 부르다가 스르르 누워버렸다. 잠이 들었는데 너무 편했다.
부스스 일어나 다시 인사하고 잘 쉬었다 간다고 남아있던 소주를 형에게 드리고 서울로 돌아왔다. 왜 그렇게 그냥 마구마구 죄송한 생각이 들던지..자책 안하기로 했는데..



희연과 만나서 대학로 낙산성곽에 올라가서 찍은 서울의 야경...거기가 어디쯤인지는 모르겠지만...한참을 성곽에 올라 앉아 얘기를 하고 바라보고..바람을 맞았다.

하루를 정말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밑도 끝도 없이..모든 길을 섭렵하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걷고 또 걷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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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슈슈의 모든 것



지나온 시간 중에서 유일하게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시기인 사춘기 14살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 흔들거리던 시골의 아이들의 눈빛이 선명해져서, 심지어 이름까지도..
물론 이영화가 성장기를 그리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다. 인간이란 관계란 소통이란 산다는 것이란 뭐 이런 개념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문장들 속에 흘러다니더라..
다만 저항은 커녕 눈한번 치켜뜨지 못하고 못하고 자꾸만 우는 모습이 자꾸 생각나서..
영화중에 릴리슈슈가 부른 노래 가사에도 나오는데...
"어두컴컴한 방에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 있었다, 영화도 보지 않고 음악도 틀지 않고....무플을 끌어안고..."
지금도 집에 하루종일 있게 되는 날은 소리나는 것들을 죄 꺼놓고 웅크리고 앉아 있을 때가 있다. 방바닥으로 침잠하듯..
어른들은 잘난척 하지만 14살에서 얼마나 성장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그리고 이와이슈운지 영화의 여자 아이들이 함께 나와서... 스왈로테일 버터플라이의 아게하, 하나와 앨리스의 앨리스..특히 아게하..)
이와이슈운지의 영화를 보면 잘만든 일본 만화가 생각나는 것은 나만 그런가? 여하튼 난 이사람 영화 좋아한다. 신작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는 감독 중 하나이다.
음..이제 피크닉과 언두만 보면 다 봤는데...막 내리기 전에 가봐야 텐덴데..언제 가나..





릴리슈슈의 모든것 OST 중 [回復する傷]-->제목 일본어라..모르겠다..누가 아는 사람 리플 달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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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하지 않은 영화, Eros


[카에타노 벨로소. '미켈란제로 안토니오니']
-- 세편의 영화를 소개할때마다 각 감독의 영화이미지를 염두에 둔 일러스트와 음악이 흘렀다. 요게 제일 괜찮았다.

3명의 감독, 왕가위/스티븐 소더버그/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의 옴니버스 영화 에로스.
영화는 보고 나오면서 "뭐야..이거 이렇게 에로틱하지 않은 영화가 어딨어! 그냥 사랑에 관한 것이었어?" 황당했다.
왕가위의 영화가 그래도 기억에 남고...
그만 자버린 두번째 스티븐 소더버그의 마지막을 못봐서 마지막 장면이 괜찮다고 친구는 칭찬을..
감독이 자기 꼴리는 대로 만든 영화는 평범한 관객들이 보기에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 재확인한 기회가 되어서 고맙다.



왕가위..지겹게도 이미지를 반복하는데 난 지겨우면서도 좋다.
고급콜걸인 공리의 재단사 장첸. 공리는 끊임없이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을 확인한다. 느린 화면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걷어올리면서 거울을 보는 장면은 너무 의도했다 싶을 정도로 이미지 그자체이다.

우리는 왕가위의 '그녀의 손길'을 보고 나서 두가지를 이야기 했다.
왕가위도 확실히 여성을 대상화 한다. 그렇지만 불편하거나 역겁지 않고, 정말 아름답게 그려낼 줄 안다는 것이다.(화양연화의 장만옥을 봐라. 오..그숨막히는 아름다움) 영화는 모든게 장첸의 시선을 따라가는데 그시선이 일반 남성의 시선이 아니라는 점. 왕가위의 영화 전반을 봐도 흐르는 그느낌이 분명 왕가위는 게이일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누구 맘대로..우리 맘대로..

다른 하나는 왕가위의 모든 영화는 60년대 홍콩의 정서에 대한 향수로 가득차 있다. 다른 두영화와 다른 감정을 갖게 만든 것은 그 왕가위가 그려낸 동양은 또한 우리 둘다 동양인이라는 것을 확연히 각인시켜주는 것 같았다. 동경하는 대상에 대해 그리워 하지만 경외하면서 끊임없이 기다리는...그것...이게 단지 동양의 것이냐고 하겠지만 뭐랄까..하여튼 설명을 다할 수 없는 서양과 동양의 정서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장첸의 기다리는 모습을 보다가 갑자기 황순원의 소나기가 떠올랐다. 다른 세상에서 사는 것 같은 소녀를 바라보는 소년...그 소년이 장첸 같았다.

우리는 이런 얘기를 주거니 받거니 소나기2, 3버전(각자의 경험)을 얘기하면서 술을 한잔했다. 영화는 그저그랬고 대화는 즐겁고 사는 것도 할만하다.

아참 보너스!! 영화보다 일러스트가 더 멋졌는데 로렌조 마토티라는 이탈리아 만화가의 작품이란다. 이 그림들이 흐르면서 카에타노 벨로소가 이영화를 위해 만든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라는 노래가 흐른다.(왕가위가 해피투게더 만들 때 카에타노 벨로소를 만날려고 브라질로 뛰어갔다더니...인맥은 중요하다!!!)
아래의 일러스트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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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

행복한 왕자[오스카 와일드.1887]

 

어제 공부방 아이들과 진짜 작별을 했다. 녀석들은 뭐가 뭔지 모르는 것인지..해맑게 안녕을 하더라. 녀석들과 이제 너희들과 만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아니 모르니..눈물이 주륵주륵...
공부방 선생님이 수고했다고 주신 도서상품권으로 노문센터 회의하러 나오는 길에 행복한 왕자를 샀다.
어제 한겨례신문을 읽다가 행복한 왕자의 한 대목을 읽고 어릴 때 생각이 났다.
제비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왕자에게 한 말.
"제가 가는 곳은 이집트가 아니랍니다. 전 죽음의 집으로 가려 해요. 죽는다는 것과 잠이 든다는 것은 별로 다르지 않을 거예요, 그렇죠?"

 

제비는 왕자의 모습에 매료되고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왕자 또한 제비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을 버린다. 제비의 죽음과 함께 그또한 죽음을 맞이한다. 둘은 서로를 너무나 사랑했다.
왠지 동성애의 향기가..작가에 대한 편견때무인가..

내가 산 단편집은 9편의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가 모두 담겨있다.

어릴때 좋아하던 동화들인데 욕심쟁이 거인, 나이팅게일과 장미, 별아기..등등..모두 오스카 와일드 작품이라는 것에 놀랐다.

결말이 비극적이어서 기억에 오래남았는데..다시 찬찬히 읽고 또 읽어봐야지.



기억을 더듬어 어릴 때로 돌아가보면..

읽고 나서 아주 슬펐던 '행복한 왕자'. 제비도 왕자도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고 느꼈다. 우리집 지붕 밑에 늘 찾아왔던 제비 모습이 오버랩 되었는지..여하튼 그랬다.
어린 분노를 느껴야 했던 '인어공주'. 내가 가서 왕자의 가슴을 찌르고 싶었다. 아직도 불끈!!! 열받는다.
읽어도 읽어도 참 이상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너무 무섭고 끔찍했던 '분홍신'
이 4편의 동화에 대한 느낌이 아주 선명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해석판이 나왔다는데 그걸 읽고 싶고, 분홍신은 다시 읽어도 무섭다. 인어공주는 다시는 읽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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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La srtada

길 La strada(1954.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



'젤소미나의 테마' (제목을 클릭!)


펠리니 감독의 아내인 줄리에따 마시나가 연기한 젤소미나가 트럼펫으로 부르는 젤소미나의 테마..

(OST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고,  두곡으로 만족할 수 밖에..)


georges jouvin - 트럼펫 연주


Caetano Veloso - 펠리니 감독 헌정앨범



아마 가장 사랑하는 영화


초등학교 다닐 때 당시 엄마와 함께 본 영화. 엄마는 늘 '길'을 '젤소미나'한다라고 했고..

오랫동안 영화 길의 제목이 젤소미나인 줄 알았다.

내 이름을 새로 짓게 만든 영화.

가끔 우울하고 마음이 허하면 빌려서 본다.

길가의 젤소미나..



가장 인상 깊은 대사

---서커스에 들어가 만난 피에로 마또가 젤소미나에게 트럼펫을 가르쳐주며 나누는 대사

젤소미나: 난 쓸모가 없어요.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못 주는불필요한 존재에요.

마또: 세상의 모든 것들이 거기에 있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래요.

젤소미나:그걸 어떻게 알죠?

마또: 사실 나도 잘 몰라요. 사실은 그건 하나님밖에 모르죠.

이 돌멩이도 분명 이곳에 있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있는 거죠.젤소미나도요.


스틸사진 몇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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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a ciao




미숙언니와 8개의 버전을 오토리버스로 들으면서 멋지다 탄성을 뱉었던 이태리의 벨라 차우..
아래는 미숙언니방에서..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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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차우는 이탈리아 북부 지방의 노동요였다고 한다.

노동요가 가지고 있는 느린 템포로 불려지던 벨라차우는 현재는 20여곡의 다른 버젼으로 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진채 듣는 사람의 귀에 따라 그 느낌을 달리하고 있다.

벨라 차우가 널리 알려지게 된 시기는 1948년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청년 평화 우호 축제' 때 이탈리아 학생 대표들이 부르면서였다고 한다. “Ciao”는 ‘안녕’, "Bella"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일컫는 말이라고 하는데, “안녕, 사랑하는 이여” 라는 뜻으로 이탈리아 파르티잔들이 불렀던 노래. 빨치산 청년이 자신의 애인을 생각하며 불렀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기도 하는데 정확히 어떻게 빨치산의 노래가 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듯 하고. 이탈리아 북부지방의 노동요였다는 것과 스페인 시민전쟁 당시 의용군들에 의해서도 불려졌다고 한다.
--------- 인터넷에서 발췌한 것을 수정해서 옮김.




아래는 벨라 차우의 가사로. 두가지를 실어본다.
번역가사가 좀 다르기에. (어떤게 정확한지는 당연히 모른다. )


1. bella ciao



Stamattina mi sono alzato
O bella ciao bella ciao bella ciao ciao ciao
Stamattina mi sono alzato e ba trovato l"invasor
그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오 내 사랑 안녕, 안녕 내 사랑 안녕, 안녕, 안녕
그날 아침에 깨어났을 때 침략자들을 발견했다오

O partigiano portami via
O bella ciao bella ciao bella ciao ciao ciao
O partigiano portami via che mi sento di morir
애국투사여, 나를 데려가 주오.
오 내 사랑 안녕, 안녕 내 사랑 안녕, 안녕, 안녕
애국투사여 나를 데려가 주오 조국 위해 투쟁할 수 있도록

E se muoio da partigiano
O bella ciao bella ciao bella ciao ciao ciao
E se muoio da partigiano tu mi devi seppellir
내가 애국투사로 죽거들랑
오 내 사랑 안녕, 안녕 내 사랑 안녕, 안녕, 안녕
내가 애국투사로 죽거들랑 나를 묻어주어야 하오

E seppellire lassu in montagna
O bella ciao bella ciao bella ciao ciao ciao
E seppellire lassu in montagna sotto l"ombra di un bel fior
나를 산 밑에 묻어주오
오 내 사랑 안녕, 안녕 내 사랑 안녕, 안녕, 안녕
나를 산 밑에 묻어주오 아름다운 꽃 그늘 아래

E le genti che passeranno
O bella ciao bella ciao bella ciao ciao ciao
E le genti che passeranno e diranno o che bel fior
그곳을 지나는 모든 이들이
오 내 사랑 안녕, 안녕 내 사랑 안녕, 안녕, 안녕
그곳을 지나는 모든 이들이 아름다운 꽃이라 말할 것이오!

E" questo il fiore del partigiano morto per la liberta
애국투사의 꽃이라오 조국 위해 죽어간 꽃



2. bella ciao

Una mattina mi sono alzato, 어느 날 아침 일찍
O bella ciao, bella ciao, 오, 내 사랑 내 사랑
Bella ciao, ciao, ciao, 나의 사랑아
Una mattina mi sono alzato, 어느 날 아침 일찍
E ho trovato l'invasor. 우리는 침략자를 맞으러 간다

O partigiano portami via, 빨치산들이 나를 데려가네
O bella ciao, bella ciao, 오 내 사랑 내 사랑
Bella ciao, ciao, ciao, 나의 사랑아
O partigiano portami via, 빨치산들이 나를 데려가네
Qui mi sento di moror.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네

E so io muoio da partigiano, 내가 죽거든
O bella ciao, bella ciao, 오 내 사랑 내 사랑


Bella ciao, ciao, ciao, 나의 사랑아
E so io muoio da partigiano, 내가 죽거든 빨치산이여
Tu mi devi seppellir. 나를 묻어주오

E seppellire sulla montagna 산 아래 예쁜 꽃 그늘에다
O bella ciao, bella ciao, 오 내 사랑 내 사랑
Bella ciao, ciao, ciao, 나의 사랑아
E seppellire sulla montagna 내가 죽거든 산 아래 예쁜 꽃 아래
Sott l'ombra di un bel fior. 나를 묻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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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봄은 만인에게 평등했는가.

봄은 만인에게 평등했는가.

열 몇 살 아이들이 아파트 옥상에서 동백꽃처럼 낙화하고 무덤조차 없는 아이들의 뼛가루가 황사처럼 날리는 땅. 이 척박한 땅에서도 봄은 과연 만인에게 평등했는가.

새끼들하고 발 뻗고 누울 게딱지만한 집을 지키겠다고 살인범이 되어 세 시간의 물대포와 최루탄에 생쥐처럼 끌려 내려오던 철거민들. 그들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위에서 빛나던 햇살은 얼마나 따사로웠는가.

월남전 파병용사에 해외 산업역군에 60평생 일만 해 온 늙은 노동자가 외친 "서러움이 뭔지를 알려거든 나를 보아라" 그 외마디 절규에 600명을 연행하고 마흔두 명을 구속시키는 걸로 화답했던 참여정부의 곤봉과 군홧발 위에도 햇살은 자애로웠는가.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집으로 돌아간 텅빈 학교에서 한 달 6-70만원으로 당직을 서며 혼자 라면발을 건져 올리는 경비용역 아저씨들의 젓가락질 위에도 햇살은 온화했는가.

급식종사원인 엄마와 학생인 아들이 아침마다 가는 목적지가 같건만 단 하루도 함께 등교해 본 적이 없다는 신발공장 해고노동자 정희.

매일 아침 엄마에게 등을 돌린 채 뛰어가는 아들의 그 작은 등에서 잔인하게 부서져 내리던 햇살은 얼마나 찬란했는가.

그 아들을 불러세워 함께 가자 단 한번도 얘기할 수 없었다던 정희는 "난 다시 태어나면 우리 재경이 학교에 선생으로 태어날 거야. 그래서 하루만이라도 재경이 손잡고 학교에 같이 가보는 게 소원이야"

꺼이꺼이 울며 술주정마저 서럽던 못난 에미의 눈물 위에도 햇살은 눈부셨는가.


그 정희를 제가 처음 만난 건 그 아이 열두살 때였습니다.

열세살 아래는 취업이 안 되니까 이름도 두개였고 나이도 두가지였던 소위 생계형 위장취업자였던 아이.

목표량 달성이 생명보다 중요했던 공장에서 부산 사투리를 잘 못 알아들어 조장에게 터진 날 밤에 기숙사 옥상에 올라가보면 영어를 몰라 미싱사한테 엉뚱한 라벨을 갖다줘서 목덜미까지 손가락 자욱이 선명했던 그 아이가 쭈그려 앉아 울고 있곤 했었습니다.

그 아이의 꿈은 미싱사가 되는 거라 했습니다.

우리가 최대한 아낄 수 있는 시간은 점심시간 20분이 전부였던 시절. 밥을 굶어가며 미싱을 배워 마침내 장군처럼 미싱을 타게 된 정희는 열네 살 때 이미 미싱바늘에 찍혀 손톱 두개가 없었습니다.

대학생하고 연애를 하면서 기숙사 삼동에 그 소문이 파다해져서 영웅처럼 의기양양하던 영자를 보면서 정희의 소원은 대학생하고 연애 한 번 해보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그때 우리들 사이에선 영자처럼 두꺼운 책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고 헷세나 니체같은 책들을 미싱바늘 갈듯이 서로 바꿔가며 끼고 다니다가 밤엔 베고 자고 그랬습니다.

교복 입은 또래들을 보면 처음엔 눈물이 나다가 나중엔 저절로 욕이 나온다던 그 공순이들이 군복 입은 사람들을 보면 처음엔 무섭다가 나중엔 저절로 욕이 나오게 된 게 87년 꼭 이맘때였습니다.

그때 우리가 거리에서 만난 건 영자의 돈도 빼앗고 몸도 빼앗고 꿈마저 짓밟은 사장보다 더 나쁜 대학생이 아니라 또는 시내버스 안내양 시절 대학생 회수권을 들고 버스에 올라서는 파마 잘나오는 미장원 얘기 부츠 세일하는 얘기나 늘어놓던 한심한 대학생이 아니라 최루탄이 안개처럼 뒤덮인 거리를 질주하던 진짜 대학생들이었습니다.

준비물을 안 챙겨갔다고 국민교육헌장을 못 외운다고 모내기 하는 날 결석했다고 코피가 나도록 줘패던 수많은 박정희들이 아니라 세상의 주인은 노동자라던 믿어지지 않는 말씀들을 하시던 여러분들 참스승들이었습니다.

그후로 우리들은 더이상 읽지도 않는 책들을 옆구리에 끼고 다니지도 않았고 안내양하면서 삥땅해뒀다가 남의 버스 탈 때 마패처럼 내밀곤 하던 몇 년이 지난 대학생 회수권도 비로소 버릴 수 있었습니다.


16년전 오늘.그 아이들이 얼마나 여러분들을 자랑스러워했는지 아십니까?

정문 앞에서 부터 쫓기고 쫓기는 숨바꼭질 끝에 부산대학교 기계관 앞에서 마침내 하늘을 향해 오르던 전교조 부산지부의 깃발을 보며 그 아이들이 얼마나 울었는지 아십니까?

16년전 오늘. 선생님들을 그렁그렁 눈물 매달고 지켜보던 그 아이들의 수천마리의 새들의 비상처럼 터져나오던 갈채소리를 아직도 기억 하십니까?

그때 그날 신용길 선생님이 형형한 눈빛으로 읽어가시던 축시를 들은 이후 정희는 시인이 되는 게 꿈이라 했습니다.

준재를 두고 떠나시는 그 오죽한 순간에도 눈을 세상에 남겨 전교조 합법화의 그날을 보리라던 꼭 신용길 선생님의 현신 같았던 조직.

1500명의 선생들을 학생들마저 폭력혁명의 도구로 삼는 좌경 용공 의식화 교사로 내몰고도 꺾을 수 없었던 조직.

학부모의 손에 머리채가 잡혀 정문 밖으로 끌려 나가는 선생님들을 울며 불며 따라오며 선생님들을 돌려달라고 목 놓아 울던 아이들을 가졌던 참 행복한 조직.

그 조직을 아이들로 부터 분리해내는 게 이제는 강압이 아니라 자발적 복종으로 너무나 인텔리스러운 방식의 구조조정이 교원평가제입니다.

수백만개의 사업장은 말할 것도 없고 금융 철도 통신 전력 도로 건설 운송 다 휩쓸어버린 신자유주의자들의 오직 단 하나 마지막 남은 미션. 학교입니다.


신입사원이 들어와도 비정규직이니 환영식도 없고 수시로 짤려나가니 환송식을 할수도 없는 수많은 현장들.

아무도 노젓는 법을 나누지 않고 친구의 노를 몰래 부러뜨려 놓아야 내가 강물을 건널 수 있다고 믿었던 자들은 결국 그 강의 끝이 유토피아가 아니라 망망대해로 이어져 혼자 탄 뗏목으로는 난파할 수밖에 없다는 걸 처음엔 잘 몰랐습니다.

제일은행 노동자들이 짤릴 때 주택은행 노동자들은 시금치를 무치거나 아이의 장난감을 고르는 일이 더 중요했었고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짤릴 때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은 대부분 잔업을 하거나 축구를 보고 있었습니다.

여성 노동자들이 먼저 짤릴 때 남성 노동자들은 이제 시집이나 가라고 농담처럼 말했고 형님들이 짤릴 때 동생들은 '헹님은 인자 낚시도 실컷 댕기고 땡 잡았네' 라고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웃으면서 했던 똑같은 말을 울면서 듣게 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수백만의 머리에 총알이 박혔지만 아무도 자기가 그 대상이 되리라는 걸 상상할 수 없는 이 짜릿한 러시안 룰렛 게임.

이미 1300만 중에 840만이 비정규직이지만 아직도 내가 비정규직이 되리라는 걸 예상하지 않는 이제는 자본과 노동의 전선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전선이 돼버린 이 스릴 넘치는 치킨 게임.

급식종사원 당직경비 영양사 사서 각종 보조의 이름으로 불리는 학내 비정규직들에게 익숙해진 우리들은 머잖아 하청교사 용역교사에게도 서서히 익숙해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미션의 임파서블은 거기까지 입니다.

신자유주의의 관리자거나 희생양이거나 두 종류만 키워내면 되는 학교에서 아무도 참교육을 말하지 않는 그때까지....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밀어내는 것도 자본이고 이제 와서 아빠 힘내시라고 노래불러주는 것도 자본이고 집도 사고 차도 사야 하는데 당신이 아프면 큰일이라고 걱정해주는 것도 자본이고 사고가 나면 남편보다 먼저 달려와 주는 것도 자본이고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도 자본이고 또 하나의 가족이 된 자본은 이제 안아달라고 부르짖습니다.

그들과 우리가 공평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영역이 그것들도 죽는다는 사실이었는데 황 박사의 생명 연장의 꿈은 결국 자본 연장의 꿈이 될 것입니다.

상위 10%에 비해 하위 10%의 사망율이 다섯배가 높은 나라에서 노무현이가 보톡스 맞듯이 쌍꺼풀 수술하듯이 줄기세포 갈아 끼우고 죽지도 않고 러시아로 행담도로 삽질하러 다니는 상상을 해보십시오.

이건희 명예박사 사건 일명 이명박 사건으로 존재감을 뿌듯하게 확인한 이건희 하고 똑같은 게 수십개 수백개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정형근이가 호텔방에서 묵주하고 바꾼 난자로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같은 것들을 아예 프레스로 찍어 낼 수도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저는 벌써 소름이 끼칩니다.


동지여러분. 아이들을 일진이라고 때려잡던 소탕작전은 마무리 됐습니까?

사립학교법 죽어라 반대하는 한나라당 떨거지들. 학생과 교사를 좌경과 건전으로 분리해 좌경학생을 격리조치하고 좌경교사를 감찰하라는 신선한 발상이 화수분처럼 샘솟아 오르는 교육인적자원부. 천성산에는 철도를 놓고 아이들의 머리에는 고속도로를 내서 살기 좋은 새마을을 만들고 싶어 환장을 한 아직도 건재한 수많은 이 땅의 박정희들.

진짜 일진은 그것들 아닙니까?

국민들의 주머니를 털고 동료들간의 왕따를 조장하고 폭력으로 나와바리를 유지하는 그들이야말로 우리시대 진정한 일진들 아닙니까?

이 일진세력들을 그대로 둔 채 교원평가제가 시행되면 아이들은 저절로 영악해지고 선생들은 알아서 비겁해질 겁니다.

아이들은 꿈을 잃어가고 선생들은 영혼을 잃어가는 학교에서 중간고사 끝난 나른한 봄날의 4교시. 선생님께 첫 사랑 이야기를 조르는 아이들도 더 이상은 없을 테고 그 아이들에게 진달래를 불러주는 친구 같은 선생님도 더는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을 상대로 첫 사랑의 황홀한 꿈을 꾸는 아이들도 없을 테고 선생님들은 더 이상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지 않게 될지도 모릅니다.

학교가 아닌 아파트 옥상으로 등교하는 아이들은 점점 많아질 테고 그때 우리는 아이들의 책상만이 아니라 옆자리 선생님의 빈 책상위에도 하얀 국화꽃을 올려놓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 밖에는 별로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여러분들.

나는 그 아이들은 담싹 안아주고 싶어 다가가는데 가까이 갈수록 멀어지는 아이들. 그럼 어쩌시렵니까?

나는 아이들에게 밤새워 메일을 쓰는데 한 번도 답장을 하지 않는 아이들.

그런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보내기' 대신 '취소'를 누르며 긴 밤을 서성거릴 때. 그 뜨거운 마음들을 다 어쩌시렵니까?

쏟아내지지도 않고 내려놔지지도 않은 채 자갈처럼 구르며 온 가슴을 헤집고 다닐 결국에는 상처가 될 그 걷잡을 수 없는 사랑들을 다 어쩌고 사시렵니까?


권미경이라는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한 열세 살 때부터 홀어머니와 정신이 온전치 못했던 오빠.어린동생 둘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 되어야 했습니다.

글재주가 유난했던 영민한 아이였습니다.

똑똑하면 안 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똑똑하다는 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혹시 아십니까?

미싱만 잘 밟으면 되는 공순이가 그림 잘 그리는 저주를 받아 초등학교 6년 내내 게시판에 그림이 걸려 있던 기억이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혹시 상상해보셨습니까?

미경이의 글재주는 작업시간에 빵 먹었다고 조장한테 터지고 온 날. 구비 구비 서러운 일기를 써내려가는데 밖엔 써먹을 데가 없었습니다.

매일 매일이 유서 같았던 일기장을 몇 권이나 남겨놓고 공장 옥상에서 고단하기만 했던 스물두 살의 몸뚱이를 끝내 날렸던 미경이의 유서는 그러나 막상 외마디였습니다.

"내 이름은 공순이가 아니라 미경이다" 그 유서를 왼쪽 팔뚝에 볼펜으로 비명처럼 새겨 넣고 갔습니다.

그 미경이를 신용길 선생님의 바로 앞자리에 묻으면서 신선생님께 부탁했습니다.

작가가 되는 꿈을 꾸었으나 살아서는 도저히 그 꿈을 이룰 수 없었던 미경이가 선생님의 곁으로 갔습니다.

수만 벌의 옷을 만들었지만 단 한 벌도 그 옷의 주인일 수 없었던 미경이의 소원은 제비꽃 한복을 입어보는 거 였습니다.

여기저기 터지고 부러진 스물두 살 몸뚱이 여며서 그 옷을 수의로 입혀서 보냈습니다.

비록 눈으로 보실 수는 없더라도 제비꽃 향기가 나는 아이가 있거들랑 시도 읊어주시고 문학도 가르쳐 주시구려.

미경이 같은 아이들이 가진 꿈을 살아서 이룰 수 있는 무상교육. 전 그게 꼭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교조 부산지부 동지여러분.16...년 동안 정말...고생 많으셨습니다. - 2005. 6.10

[6.10일, 부산교사결의대회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연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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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 위의 찍사들

 

두장의사진을 함께 올린 것은...

마주보며 동시에 찍은 사진이기 때문..

이런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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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 영화 '아무도 모른다'....


아리아리한 슬픔..목이 메이고..
지금도 아키라의 눈빛만 떠올려도 심장이 쿵 내려 앉는다.
이 침묵의 거대한 도시에서 존재를 확인받는 길이란...
슬프다...슬프다...슬프다..


(감정 변화가 없는 카메라..감독은..냉정함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 쳤을까..무서한 사람이다.)

덧붙여..늙은이와 아이는 비슷하다.
늙은이와 어린 아이...뭐..가난한 어른도 마찬가지인가?
우에노 치즈코의 돌봄의 철학..그것이 필요하다..
개인이 개인의 삶을 위해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돌봐주는 돌봄의 철학..
근데..가능키나 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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