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결혼기념일
남편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한지에 붓펜으로 빽빽이 정성들여 쓴
편지였다.
보자마자 눈물을 훔치느라 정신없어하며,
편지 글을 단숨에 읽어내렸다.
타인 앞에서도 거리낄 것 없이 싸웠다.
아주 유치한 문제로도, 아주 사소한 문제로도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나보다.
나를 아프게 한 이들의 흔적들이 생각나
도저히 그 곳에는 있을 수가 없었다.
그 책임을 온전히 남편에게 돌리며
뻔뻔하게 살아왔다.
지금은 둘 사이가 너무 고요하다.
마치 수 세기가 지난 것마냥.
지난 2년의 시간이
우리를 이렇게 키웠나보다.
가까이 있다고, 내 남편부터 보이는데
다음 차례는 누가 될까.
온전히 그대에게만 집중할 수 있기를,
그럼 다른 사람들에게 주었던 깊은 상처가
더 선명히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곁에 있어줘서, 못난 내 곁을 지켜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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