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결혼기념일

from 분류없음 2010/12/12 00:59

3년차 결혼기념일

 

남편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한지에 붓펜으로 빽빽이 정성들여 쓴

편지였다.

보자마자 눈물을 훔치느라 정신없어하며,

편지 글을 단숨에 읽어내렸다.

 

타인 앞에서도 거리낄 것 없이 싸웠다.

아주 유치한 문제로도, 아주 사소한 문제로도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나보다.

 

나를 아프게 한 이들의 흔적들이 생각나

도저히 그 곳에는 있을 수가 없었다.

그 책임을 온전히 남편에게 돌리며

뻔뻔하게 살아왔다.

 

지금은 둘 사이가 너무 고요하다.

마치 수 세기가 지난 것마냥.

지난 2년의 시간이

우리를 이렇게 키웠나보다.

 

가까이 있다고, 내 남편부터 보이는데

다음 차례는 누가 될까.

온전히 그대에게만 집중할 수 있기를,

그럼 다른 사람들에게 주었던 깊은 상처가

더 선명히 보일 수 있을 것 같아.

 

곁에 있어줘서, 못난 내 곁을 지켜줘서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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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2 00:59 2010/12/12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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