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생각_펌 - 2004/11/24 18:07

어제 공공연맹 사무실에 갔다가 건대입구역에서 거리 선전전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히려 고등학생은 받는데, 대학생들은 관심이 없어!"
"거기 크게 [총파업]이라고 쓴 거보더니 내민 손 다시 거두더라고..."

 

이런 모습에 기운이 빠지다보면,
'그래 모두들 비정규직이 되어봐야, 지금보다 더 고생해봐야, 그래야 일어나지'하는 나름대로 사악한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다.



총파업!

 

노조에게 있어서 최고이자 최종 무기.
그만큼 얼마나 험난한 길이던지?

아무리 세월이 좋아져도 파업하면 간부는 감옥행, 노조는 손배가압류의 위협이 닥쳐온다.
만인를 위한 구호라고 적어놔도 언론이 '임단투'라고 한마디로 정리해버린다.
같은 현장의 노동자에게 외면당하기도 하고, 일반인의 무관심에 치가 떨리기도 한다.
잘못하면 선배의 자랑찬 노동운동의 길을 쇠퇴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엄청난 희생과 모험심이 동반되는 행동, 그러나 조합원의 단합된 결의가 반영되는 그 행동.
그리하여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라면 '총파업'이라는 단어에 가슴 벅차하지 않을 수 없을거다.


 

내가 실업자라면?

 

한편 내가 실업고생이거나 대학교 4학년생이거나 청년실업자라면 어떨까?

 

'총파업? 좋겠다, 누구는.. 파업할 직장도 있고...'

 

공공연맹이 사심없이 내민 총파업 선전물에 담긴 의미는
졸업후 평균 2.5년을 놀아야 하는 청년실업자에게도 진심으로 전달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들에겐 무심코 던진 돌이 되진 않을까?

 

선전물 위로 '비정규직 확산막는 비정규직 보호하는'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차라리 더 선정적이고 누구에게나 실질적인 문구는 어떨까?
'정부는 고용창출 보장하라'
'비정규직 없애자'
'비정규직 인건비를 정규직 인건비보다 높여라'
(음... 역시 난 카피맨은 안돼. 누가 멋지게 꾸며줘봐요~!)

 

그 선전물, 노조원의 심금을 울릴 수 있으되 일반인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런지, 거리 선전이라는 방식이 유효했는지, 의문이 든다.

 

사람을 보고 사람에게 하는 선전,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지 고민한 다음 그에 맞게 하는 선전,

촌스러워도 사람을 움직일 선전,

그리하여 총파업 이라는 붉은 글씨의 뜻이 무너지지 않을 선전...
어렵다....... (_-_)


누구나 고개 끄덕일 구호

 

때론 두루두루 살펴보고 그에 맞는 선전의 방식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누구나 함께 나아갈 수 있었던 구호, 함께 외칠 수 있었던 구호를 통해 대동단결하는 것이 정석 아닐까 싶다.

 

새삼 87년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구호의 힘이 느껴진다.

한편으론 여전히 유효한 구호 같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곧 선진국될 거라고 뻥치는 사회에,

인간적 대접을 하는 양하면서 절대 인간 대우 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다시한번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면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것.

 

나름대로 운동한다는 노조 역시 자신의 틀을 뛰어넘고, 단위노조의 이해를 뛰어넘어, 하나의 '민중'으로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생각주머니를 가져보고 싶다.

 

* 이글은 아래의 미참 기사보다가 쓰게 되었죠.^^

-"이거받아가셔야 합니다" (http://media.jinbo.net/news/view.php?board=news&id=3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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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4 18:07 2004/11/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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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뎡야핑 2004/11/25 13: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정규직 없애자' -> 요거는 비정규직 철폐! 라구 하고 있으니까.. ^^
    좀더 무서운 건 어떨까요?
    "당신의 미래는 비정규직 뿐"
    "당신은 예비 비정규직"
    저도 구호에는 소질이 영 없군요;;

  2. 뎡야핑 2004/11/25 1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학생들 보면 다들 지가 대기업에 갈 줄 알구 있으니... 실제로 학생, 이라고 활동하는 이들 빼면 거의 다 망상 속의 소부르조아라고 할 수 있지요. 사회문제에 대학생'다운' 적당한 문제의식은 있으되 지랑은 상관없다는 태도. 아우 쓰고보니 열라 짜증나네요-_-

  3. 달군 2004/11/25 14: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건 전혀 다른이야기인데. 언니 배경이미지 너무 재미있다. 매번 들어올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네. 나무만 있더니 사람들이 나타나고 그 사람들이 집을 짓고 그러다 보니 세월가서 눈도 오네..ㅋㅋ

  4. NeoScrum 2004/11/25 15: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전이란 자고로 내가 말해야 할 내용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고려하여 제작해야 하는 건데, 요즘 선전물 보면 '내가 하고 싶은 말'만 생각하는 유인물들이 너무 많으...
    제일 황당했던 유인물 '장투 사업장 문제 해결하라' 일반 시민들이 '장투'가 '장기투쟁'인지 어찌 알겠냐고.. 설령 안다고 해도 '장기투쟁'이라는 자체가 해당 노동자들의 시각인데다, 그것이 무슨 문제로 발생하는지 어찌 아냐는 것이지.. 헐헐.. 그게 넋두리지 선전인감..

  5. jineeya 2004/11/25 2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덩야핑/제 카피보다 훨 선정적인데요. 웬지 SF적^^
    대학생의 소부르조아 환상, 요즘은 깨는 것도 30대 후반은 되어야 깨는 것 같아요. 졸업 좀 늦게 하고, 고시/공무원 시험 좀 준비해봤다가, 대학원도 가봤다가, 기타등등..
    왠지 대학생들에 대한 짜증보다 사회에 대한 짜증이 더 많이 나는 거 있죠? 너무 화학조미료같은 세상만 보여준다는 생각에...

  6. jineeya 2004/11/25 2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달군/예리하심다. 12월이 되면 눈이 덮힐 예정이라오.
    neoscrum/지금부터라도 넋두리 안되게 열심히 해보죠~!

  7. 동동이 2004/11/25 2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교다닐때는 대학생도 졸업하면 노동자, 대학생은 예비노동자란 구호를 썼어요. 별로 재미는 없군요. =ㅅ= 대학생, 졸업해봐야 비정규직, 머 이래볼까요..

  8. jineeya 2004/11/25 2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동이/헤헤.. SF ver2?^^
    한편으로 노동자라는 그릇만으로는 민중 전체를 담는 건 어렵지 않나 싶어. 기왕이면 넉넉한 그릇으로 아이들도 담고 싶거든.
    노동영화제때 베네주엘라 민중의 투쟁을 보면서 느낀 건데, 거기엔 노동자가 아니라 민중이 있더라구.^^

  9. mina 2004/11/26 0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이건 딴 야그인데..
    어제 울 학교 같었거든.. 요즘 한참 총학생회 선거철이더군.
    전통을 이어받아.. 역시 조용하더군.. 후보도 한팀뿐..
    선거 현수막 전용 건물인 도란도란 건물에.. 또 역쉬 엄청난 크기의 구호가 걸려있었꼬.. 학생회 선거 전략이 십여년동안 하나도 변한게 없더군.

  10. mina 2004/11/26 0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변한게 하나 있었쓰. 현수막을 차지하는 다섯가지 구호가 눈길을 끌더군. 대충 옮겨 보면..
    1. 과학관의 곰팡이.. 더 참지 맙시다. 개선합시다.
    2. 인지대 20% 인하
    3. 야간학부 여러분! 더이상 10시까지 뛰어다니지 맙시다. 학교 운영 시간 1시간 연장!
    4. 음.. 스쿨버스 시간 연장 이었나.. 아리까리 하네..
    다섯번째도 비슷한 거였는데..잘 생각 안나네.

  11. mina 2004/11/26 0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암튼.. 이거 보면서.. 잘 판단이 안서더군.
    분명 우리때와 구호가 틀려지긴했는데.. 잘 하고 있는건지..판단불가!
    딴 사람은 어찌 생각할까..궁금하던 참에 함 올렸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