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만화영화책 - 2006/04/30 11:32

정석화님의 [얼굴/안창홍 회화展]

원미동[얼굴 - 안창홍 개인전]

임산[얼굴 - 안창홍 개인전]에 관련된 글.

 

예전 광주비엔날레에서 독립군들의 단체 사진에 파리를 잔뜩 그려넣은,

엄청나게 공들였다싶지만 엄청나게 보기 껄끄러운 그림을 본 적이 있었다.

 

아마도 이번 전시에서 작가와의 대화에 참가하지 못했다면

그 때의 그 그림과 이번 전시 그림이 

같은 화가 작품이란 걸 전혀 몰랐을거다. 난 참 둔감하니까..ㅋㅋ 그렇게 엮고 보니 그림의 느낌이 한사람거다.

 

현재 안국역에 있는 사비나 미술관에서는  [얼굴]이라는 제목의 안창홍 개인전이 개최중이다.

 

이번 전시는 크게

1. 시간의 무상함

2. 기계

3. 죽음

을 상징하는 3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간의 무상함

 

이 부분에서는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존재와 소멸이 독특하게 섞여있는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49인의 명상]이라는 작품은 작가가 문득 옛 사진을 발견하고, 그 당시에 존재했으나 소멸된 모습들을 독특하게 재창조한 것이다.

작가는 그들을 - 사진 속의 그 모습들을 - 과거와 현재의 틀 사이에 놓아두기로 했단다.

그 방법으로 영혼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눈을 감기고,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입술을 붉게하고,

사진 위에 투명하고 두터운 막과 테두리에 틀을 튼튼히 해서 박제된 시간 속에 사진을 가두어놓았다.

 

사진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커서 마치 사진 속 거인들이 바로 눈을 뜨고 걸어나올 것 같으면서도, 사진 위의 두터운 투명막 때문에 평면인데도 확실히 '박제'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차라리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할 것을, 입술에 불어넣은 생기가 오히려 안타까워보인다.

 

 

기계 - 사이보그, 그리고 눈물

 

이 부분에서 작가는 기계문명의 발달과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기계와 인간의 관계 역전을 지적해보고 싶었단다.

 

[사이보그]라는 작품은 다양한 사람 모양의 사이보그 모습을 초상화처럼 걸어놓았다.

그림 중에는 진짜 기계처럼 큰 눈과 젊은 모습을 한 것도 있지만,

독특하게도 사람 크기의 눈이나 늙은이의 모습을 한 것도 있다.

사이보그는 인공지능과 달리 전혀 인간다운 면이 없는 기계일 뿐인데,

사람 모습이라는 것만으로도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느낌을 주는 듯 하다.

 

 


2층에 가면 [부서진 얼굴들]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사진만을 이용하여 찢어 붙이기를 통해 꼴라쥬로 표현된 작품들이다. 아래 그림은 사진만으로 표현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눈이 기계 눈처럼 보인다.

 

아래 작품은 바코드를 보면서 착안한 방식이라는 데, 여자 얼굴 안에 남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어째 실제 작품보다 그림 파일이 더 무서워...O.O;

 

 

 

죽음

 

이번 전시의 마지막 부분은 죽음이라는 주제로 끝을 맺고 있는데 작가가 6번째 인도에 갔을 때 그린 그림들을 전시하고 있다. 대체로 색감은 화려하지만 매우 잔잔해보이는 그림이 많은데, 물감을 붓의 터치에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둔 것 같다.

 

 

한편 작가는 자화상을 참 많이 그린다고 한다.

인도 편에서도 역시 자화상이 있었는데, 어찌나 귀여운지...ㅋㅋㅋ

 

 

작가와의 대화 시간엔 작가가 고1부터 30년넘게 그려온 엄청나게 많은 작품들을 봤다.

설명이 곁들여져서 그런지 

초기작부터 최근까지의 작품들이 서로 얼기설기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다. 

얼마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작가의 인생을 은근슬쩍 훑어본 것 같은 묘한 만족,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한 묘한 감동,

그가 일구어낸 한우물에 대한 묘한 경외가 느껴진다.

 

80년대는 시대가 엄혹해서 확실히 사회로 눈을 돌린 작품들이 눈에 띤다. 부마사태, 광주사태 등... 그 안에서는 권력의 핵심과  무력한 지식인, 그러나 저항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들이 담겨져있다.

 

그런데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작가는 '격변하는 시대' 모습을 담기 시작한다. 물질만능주의, 애정없는 섹스, 동성애, 과거 권위에 대한 희화 등등...

80년대의 저항보다는 다양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중년의 작가를 통해 사회의 다변화를 느끼게 해준다.

흥분될만한 저항의 기운이 사라진 것 같은 안타까움에,

나도 모르게 작가에게 질문했다. 90년대 이후 저항의 대상은 무엇이냐고?

작가는 대답한다. 80년대의 치열한 사회 문제가 90년대 이후 사회 속으로 '흩어졌다'고...

 

의제가 흩어졌다. 집중이 아니라 분산되었다.

집중되었을 때 극명히 드러날 대중의 저항은 의제가 흩어짐으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 마음 속 뜨거운 피는 의제의 집중을 통해서만, 눈에 보이는 혹독한 사회현실 속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무엇이 사람들 마음 속 세상의 모순과 저항의 발걸음을 함께 할 수 있게 하는걸까?

 

* 그림 출처 : http://www.ahnchangh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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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30 11:32 2006/04/3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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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ivermi 2006/05/02 1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창홍의 그림분위기가 조금 바뀐듯하네^^
    그동안 회화에 얼마나 소홀했던지..쩝..
    날씨도 좋은데 나두 함 움직여야겠네~ 좋은 전시소식있음 알려주어요~

  2. jineeya 2006/05/03 15: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rivermi/70년대부터 봤더니 정말 남은 거, 새로운 거, 약간 바뀐 거 등등 다양하게 느껴지는 듯... 근데 언니가 나보다 훨 좋은 전시 많이 알 듯 싶은데. 난 마구잡이식이라서리~! 함 움직여보삼(^^)